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3/04/09 11:34:03
Name 후추통
Subject [일반] 하느님의 나라 ⑭ 생선은 머리부터 썩는다
태평천국과 청, 청은 태평천국을 반역자들의 나라라 말했고 태평천국은 청을 만주족 오랑캐들이 한족의 땅을 빼앗은 악마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중국 땅에는 태평천국민들과 청국민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중국 지역 중 광저우, 샤먼, 푸저우, 닝보, 상하이에는 영국을 비롯한 서양 제국의 영사관과 외국인들이 산재해 있었고 홍콩과 주룽반도, 텐진에도 서양인들이 많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중 광저우, 푸저우, 홍콩, 주룽반도는 태평천국의 주요 세력지인 광서와 광동 지역에 맞닿아 있어서 직간접적으로 태평천국과 서양의 접촉이 빈번했을 겁니다. 동왕 양수청은 태평천국 초기부터 천왕 홍수전을 대신해 홍콩 총독을 비롯한 외국 사절이나 외국인들을 접견하고 서신등을 교환하기도 했죠.

태평천국은 상제교의 교리에 따라 천하일가(天下一家)의 개념을 가졌고, 세계 모든 사람들을 평등하다고 말했습니다. 그에 따라 서양 세력들을 오랑캐라고 보는 대신 그들을 양형제(羊兄弟)라 하여 평등외교관계를 수립하려고 했지만 그들은 양형제들은 악의 정수인 청이 있기 때문에 불합리한 대우를 받았으며 청이 무너지면 천부천형의 기치 아래로 모두 모여들어 지상천국을 세울거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태평천국은 당연히 근대적인 국가관이나 민족주의 의식은 없었습니다. 따라서 천부천형천왕 국가인 태평천국이 천하를 통치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변형된 중화사상을 가진 국가였습니다.

금전기의부터 시작된 태평천국의 거병부터 진격하는 기간인 1853년부터 1859년까지 열강들은 이 사건을 관망하고 중립을 지킵니다. 1853년에 발발한 영-프와 러시아간의 크림전쟁은 직접적으로 그들이 청과 태평천국에 개입할 상황이 되지 못했고 1857년에는 영국의 주요 식민지인 인도에서 반영항쟁인 세포이 항쟁이 일어나면서 이쪽에 관심을 가지느라 신경을 쓸수가 없었죠.

이런 상황에서 한 사람이 태평군에 합류합니다. 검은 눈에 흑발의 중국인이 아닌 벽안의 서양인이었습니다. 오거스터스 린들리라는 사람이었습니다.

오거스터스 린들리가 태평천국에 언제 합류했는지는 알수 없습니다. 그러나 린들리는 충왕 이수성 아래에서 그를 따라 싸웠습니다. 어쨌든 태평천국이 좌절된 뒤 그는 태평천국혁명의 역사라는 책을 씁니다.

제가 이 글을 쓰면서 가장 자료를 얻을수 없었던 것이 바로 이 린들리라는 사람이었습니다. 진압군이 이수성과 홍천귀복을 비롯한 수뇌부를 붙잡고 심문한 이수성 자술서나 홍천귀복 자술서, 그리고 기타 다른 서류 등이 존재하지만 이것은 청 입장에서 쓰여있었고, 린들리의 태평천국혁명의 역사는 태평천국의 일원이던 린들리가 썼던  책입니다. 그러나 이 책을 구할수가 없었습니다. 국회도서관부터 시작해서 거의 국내 모든 도서관을 찾아봤는데 없더라구요. 이 책은 리영희 선생이 언급한 정도입니다. 그래서 논문 쓸때 린들리 때문에 골치 아파서 린들리 항목을 빼버렸죠.

뭐 다시 돌아가서 린들리의 시각이 제가 그 책을 보지 않은 이상 속단하기는 이릅니다. 그러나 일부에서 보듯 린들리는 종교적 관점에서 태평천국을 바라보지 않았습니다.

태평천국의 내분은 점차 깊어가기 시작합니다. 사천으로 도피한 익왕 석달개를 제외한 봉기 초기의 지도자들은 몽땅 숙청당했고, 그 자리는 영왕 진옥성과 충왕 이수성이 오릅니다. 그러나 그들을 제외한 빈 고위직들은 몽땅 홍수전의 친족들이 자리잡게 됩니다. 홍수전 주변에 친족들이 고위직을 차지하면서 태평천국의 내분은 가라앉은 듯 보였지만 이 친족들이 문제였습니다. 천부와 천형이 없는 이상 천왕 홍수전의 위치는 매우 공고했고 주변의 친족들은 이러한 천왕을 등에 업고 사치와 향락에 빠집니다. 천조천무제도에 의해 모인 재물들은 공동창고인 성고(聖庫)에 들어가 있었지만 이는 대부분 고위직들이 얼마든지 접근할 수 있었고, 홍수전이 자신의 거처와 행렬을 사치스럽게 꾸몄듯 이들 역시도 이 성고를 마음대로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홍수전은 점차 자신을 신처럼 말하는 등 정신착란 증상이 심해져가고 있었죠.

생선은 머리부터 썩는 것처럼 태평천국의 지도부는 점차 썩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완벽하게 썩은 것은 아니었고 전투력이 떨어져가고 있었지만 청의 오합지졸 팔기군이나 녹영은 아직까지도 종교적 광신에 빠져있던 태평군을 상대할 수가 없었죠.

하지만 얼마 안가 이들마저도 전투력이 점점 떨어져가고 있었습니다. 평등하고 서로 잘 살며 부정부패 없는 세상을 말하던 상제회와 상제교에 들어가 그들을 위해 싸우던 사람들이 점차 이에 환멸을 느끼게 된 거죠. 상제회 초기에 가입한 객가출신 인사들은 노형제라 불리면서 귀족대우를 받고 있었고 토지의 공동 균분을 이야기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불합리했으며 여성들은 그전과 똑같은 차별을 받았습니다. 거기에 사유재산마저 바쳤지만 자신들의 재산은 노형제를 비롯한 태평천국의 고위인사들이 오로지 하고 있었죠.

이런 태평천국의 복합적 문제가 이어지던 1859년 천왕 홍수전의 사촌인 홍인간이 상하이에서 돌아옵니다. 그리고 간왕으로 임명되며 동왕 양수청이 행하던 일 중 군무를 제외한 모든 권한을 천왕에게 위임받습니다. 그리고 간왕 홍인간은 태평천국을 개혁해야만 멸망하지 않는다고 판단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SuiteMan
13/04/09 11:40
수정 아이콘
한자 한자 또박 또박 모두 읽었는데 어렵네요.흐흐.. 좋은 글 감사드려요~
후추통
13/04/09 12:27
수정 아이콘
제가 눈시님을 부러워하는 게 이런거죠. 어려운 말을 상당히 쉽게 풀어내시는거....
두꺼비
13/04/09 12:13
수정 아이콘
http://www.gutenberg.org/ebooks/39180

찾아보니 구텐베르그에 있긴 있네요... 얼핏만 살펴보아도 참고하기에 매우 적합한 사료인 듯 한데, 논문에 참조하지 못하셨다니 안타깝습니다.
후추통
13/04/09 12:26
수정 아이콘
영어라 또 읽는 데 한참 걸리겠습니다 두꺼비님 감사합니다 ^^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43403 [일반] 탐욕과 오만 ① 복수전 [3] 후추통6247 13/04/25 6247 0
43393 [일반] 암군과 혼군 (시작) [2] 후추통6889 13/04/24 6889 0
43328 [일반] 하느님의 나라(끝) 신의 나라, 인간의 나라 [11] 후추통6578 13/04/20 6578 6
43316 [일반] 하느님의 나라(16) 남은 것은 불과 피일 뿐... [1] 후추통6108 13/04/19 6108 3
43270 [일반] 아두(阿斗)? 아두(疴頭)! [24] 후추통8642 13/04/18 8642 0
43200 [일반] 하느님의 나라 (16) 결전 전야 후추통5610 13/04/15 5610 1
43136 [일반] 하느님의 나라 ⑮ 신의 나라인가 인간의 나라인가 [2] 후추통5874 13/04/11 5874 2
43097 [일반] 하느님의 나라 ⑭ 생선은 머리부터 썩는다 [4] 후추통5997 13/04/09 5997 2
43039 [일반] 하느님의 나라 ⑬ 수호인가 반동인가 [2] 후추통4848 13/04/05 4848 2
42939 [일반] 하느님의 나라 ⑫ 멸망이라는 길 [3] 후추통5402 13/03/30 5402 4
42859 [일반] 하느님의 나라 ⑪ 실낙원 [3] 후추통5984 13/03/26 5984 1
42809 [일반] 장평, 원귀의 땅 [9] 후추통6559 13/03/22 6559 0
42756 [일반] 하느님의 나라 ⑩ 태평천국 [3] 후추통5098 13/03/18 5098 2
42715 [일반] 하느님의 나라 ⑨ 신의 군대 [2] 후추통5620 13/03/15 5620 4
42677 [일반] 하느님의 나라 ⑧ 묘계 [1] 후추통4942 13/03/13 4942 1
42596 [일반] 하느님의 나라 ⑦ 신의 아들 [3] 후추통5564 13/03/07 5564 1
42510 [일반] 하느님의 나라 ⑥ 환상 [2] 후추통5513 13/03/02 5513 2
42471 [일반] 하느님의 나라 ⑤ 계유사변 [2] 후추통6151 13/02/28 6151 0
42462 [일반] 하느님의 나라 ④ 모든 것의 시작 [2] 후추통6234 13/02/27 6234 1
42440 [일반] 하느님의 나라 ③ 백련교 [3] 후추통6877 13/02/25 6877 1
42421 [일반] 하느님의 나라 ② 온탕과 냉탕 [2] 후추통6035 13/02/24 6035 0
42394 [일반] 하느님의 나라 ① 야수들의 희생제 [4] 후추통6199 13/02/22 6199 1
42376 [일반] 진화타겁 (완) 착각 [11] 후추통7324 13/02/21 7324 4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