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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3/30 17:19:58
Name 후추통
Subject [일반] 하느님의 나라 ⑫ 멸망이라는 길
한 집단의 내분은 그 뒷수습이 잘 되어도 그 집단이 약화되는 것을 막을 수 없습니다. 항상 내분이나 지도층간 충돌 문제는 항상 있기 마련이었는데 태평천국의 지도층간 내분 문제는 그 궤를 달리하고 있었습니다.

태평천국의 지도부는 천왕인 홍수전과 그 아래의 동왕 양수청, 남왕 풍운산, 북왕 위창휘, 서왕 소조귀, 익왕 석달개 그리고 그 밑에 각 장군들이 존재했습니다. 이후로 충왕 이수성, 간왕 홍인간, 풍왕 진옥성 등이 더 올라오지만 태평천국 초기의 풍운산, 위창휘, 소조귀, 석달개, 양수청으로 구성되어 있었죠. 생각하기에 따라선 천왕은 황제로 각 아래 네 왕들은 번왕이 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안으로 파고들어가면 전혀 그렇지 않았죠.

홍수전은 상제교의 교주이자 현신한 상제(하느님)의 막내아들이라고 자칭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제교의 교세를 확장하고 그 교세를 기반으로 상제회라는 사회조직을 구성한 사람은 남왕 풍운산이었습니다. 금전기의 직전 청 조정이 벌인 상제교 탄압에서 상제회의 총책인 풍운산이 체포되고 상제회가 공중분해 될 처지에 놓이던 1848년 3월 양수청과 소조귀는 천부, 천형의 하범을 주장합니다. 특히 양수청은 자형산 일대에서 천부 하범을 주장합니다. 당시 자형산이 속한 광서 지역에서는 무속 신앙이 많이 퍼져 있었고, 특히 심주 일대는 어린 아이들에게 신이 내린다는 신앙이 퍼져 있어서 양수청의 하범론은 큰 신뢰를 가져오게 됩니다. 정통 기독교 신앙상 하범론 자체는 성립할 수 없었지만 상제교는 정통기독교적 교리가 아닌 권세양언에 기초한 왜곡,윤색된 기독교 교리에 다신론 적 성향을 결합한 것이었죠.

이 하범을 억제해야 할 풍운산은 계평현의 감옥에 갇혀있었고 홍수전은 태이산에 숨어 있었습니다. 만일 풍운산이나 홍수전이 돌아왔을 경우, 천부 하범을 부정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두가지 방책을 세웁니다. 양수청은 홍수전의 매제인 소조귀를 끌어들여 천형 하범이라는 하범극을 하나 더 만들었고, 다른 방책으로는 천부와 천형이 홍수전의 권위를 인정하는 방식을 사용했죠. 홍수전과 풍운산에 대해 천부 천형의 하범극을 통해 홍수전의 교주적 권위를 인정함으로서 하범극은 인정받게 됩니다. 양수청이 천부의 말을 처음으로 전한 3월 3일은 태평천국이 세워진 이후 6일의 공휴일 중 하나인 야강절(爺降節)이 된 것입니다.

양수청은 천부 하범을 통해 민병대에 불과한 태평군을 결집시켰고 거의 광신도적 성향을 지니게 됩니다. 거기에 홍수전의 지위를 인정해 주는 일이었죠. 그러나 점차 양수청은 자신을 천부에 버금가도록 인정했고, 남경 점령 이후로는 양수청 아래의 부하들마저도 양수청의 하범을 특권화 해 홍수전을 압박하는 방식을 씁니다.  이를 견제해야할 남왕 풍운산이나 서왕 소조귀는 장사 공략전 도중에 전사했고, 군권마저도 양수청에게 흡수되어가죠. 이러한 양수청의 횡포가 어느정도였는지 홍수전의 둘째 형인 홍인달은 양수청의 권위를 내세워 홍수전을 두들겨 패버렸고, 1853년 말경에 홍수전의 후궁 문제에까지 개입해 천부 하범을 말하면서 홍수전을 압박했으며, 홍수전의 궁안으로 들어온 백성을 홍수전이 처형하자 이를 기회로 하범을 주장하며 홍수전을 더더욱 압박하며 위창휘와 석달개까지 압박하죠. 거기에 양수청은 홍수전을 매질하면서 자신에게 만세를 허락하게 하도록 하죠. 거기에 태평천국의 모든 직권을 오로지하면서 자신의 심복인 후겸방과 이수춘 등만 신임하죠.

홍수전을 매질한 양수청은 "너(홍수전)과 동왕은 모두 나의 아들이다. 동왕이 큰 공로가 있는데 왜 구천세에 머무르는가?"라고 말합니다.

홍수전 : 동왕이 강산을 얻었으니 당연히 만세가 되어야 합니다.
양수청 : 동세자(양수청의 아들)도 왜 천세에 머물러 있는가?
홍수전 : 동왕은 이미 만세가 되었으니 세자도 만세가 되어야 하고 그 후손들도 만세가 되어야 합니다.
양수청 : 그러면 좋다. 나는 천당으로 돌아가겠노라.

양수청은 이때 그 행렬도 굉장히 화려하게 꾸몄는데 천명의 수행원들을 두어 따르게 하고 그들을 화려하게 꾸며 행렬을 돋보이게 하면서 자신은 50명이 매는 가마를 타고 다녔습니다. 거기에 자신의 침실을 매우 넓게 꾸몄는데 남목 가구를 만들었고 가구와 방안을 보석으로 장식하고 유리로 어항을 만들고 야명주로 침상을 꾸몄으며 백수정으로 벽을 만들었습니다. 거기에 12명의 미녀들을 주변에 두어 자신에게 신발을 신기고 옷을 입히도록 하게 합니다.

이러한 양수청의 전횡은 홍수전과 위창휘, 석달개까지도 큰 불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양수청을 제거하기로 하죠. 홍수전은 머리를 굴려 양수청에게 만세를 직접 내리지 않고 이 일을 크고 성대하게 하기 위해 9월 23일(홍수전의 매질이 있었던 때는 8월 25일), 양수청의 생일에 정식으로 만세에 봉하기로 합니다. 양수청은 기뻐하면서 홍수전에게 말하죠.

양수청 : 내가 만세가 되면 당신은 당연히 만만세가 되어야지요.

홍수전은 속으로는 분노했지만 겉으로는 그를 축하했고 이 사이에 위창휘와 석달개와 양수청 제거작전을 꾸미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1856년 9월 1일 홍수전은 북왕 위창휘에게 밀명을 내립니다. 위창휘는 3천여명의 수하들을 이끌고 동왕부를 지키던 진성용(영왕 진옥성의 숙부입니다.)의 내응을 받아 동왕부로 진입합니다. 그리고 그들을 의심하고 있지 않던 동왕부 내의 수비병들 죽이기 시작합니다.

양수청은 당시 자신과 맞서던 청군의 향영도가 패하고 자결했다는 소식을 듣고 의기양양해 만취해 잠들었다가 소란을 듣고 주변의 시녀들을 불러들여 옷과 신발을 입히게 하고 밖으로 나가죠. 밖으로 나간 양수청 앞에 피칠갑을 하고 피가 뚝뚝 흘러내리는 칼을 든 북왕 위창휘와 그 수하들이 있었습니다. 위창휘와 수하들은 동왕부의 시녀들을 죽이고 도망치려던 양수청을 찔러 죽인 뒤에 목을 베죠.

동왕 양수청이 죽자 양수청의 모든 직무와 권력은 양수청을 죽인 위창휘에게 돌아갑니다. 북왕 위창휘가 모든 권력을 잡자마자 위창휘는 동왕부와 관련되어 있던 2만여명을 모두 학살하죠. 그리고 위창휘는 동왕과 같은 수순을 밟아나갑니다. 그리고 이러한 북왕의 횡포에 분개한 익왕 석달개는 북왕부로 혼자 찾아가 그를 힐책하죠.

분노한 북왕은 익왕을 잡아 죽이려다가 익왕이 천경을 탈출하면서 실패하자 익왕의 가족들과 부하들을 모두 죽입니다. 그리고 천왕 홍수전은 익왕과 연결해 북왕 위창휘를 죽이죠.

이러한 내분은 피가 붉은 물같다 해서 내홍이라 부릅니다. 이러한 내홍과정에서 태평군의 유능한 장군이나 관료, 병사들이 사망하면서 태평군의 전투력은 급전직하로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거기에 홍수전이 주변의 혈족들을 주변에 포진시키기 시작하면서 부정부패가 심해지기 시작하죠. 거기에 익왕 석달개가 홍수전 주변의 친족들의 부패상에 대해 지적하자, 홍수전은 석달개마저 제거하려 하죠. 위협을 느낀 석달개는 천경을 탈출해 휘하 부하들과 전국을 떠돌기 시작합니다.

태평천국의 내홍과 부패가 이어지던 와중 청은 패배하던 내부 상황을 정리하고 군의 재편을 시작합니다. 이제 청의 상황을 살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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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감
13/03/30 19:31
수정 아이콘
그냥 아편으로 말아먹은 줄 알았는데 역시 그냥 망하는 나라는 없네요. 잘 읽고 있습니다.
Je ne sais quoi
13/03/31 09:24
수정 아이콘
내홍의 유래가 여기서 온건가요?
안동섭
13/04/02 10:41
수정 아이콘
괜히 망하는 일은 없군요. 재밌게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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