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팔렘들의 매크로 압박을 못이기고 콜드플레이 대란에서 처참하게 패배한 저는 멘탈이 걸레가 됬습니다.
그걸 힐링해줄 대체제가 필요했죠.
..........사실 콜드플레이는 제가 갈 공연은 아니긴 했어요. 동생부탁으로 예매하려 했는데 한동안 락페만 가버릇하다가 단독공연 예매할려니 너무 설렁설렁 예매하려 했던게 화근이 됬죠. 콜플이 이정도로 관객동원력이 좋을 밴드라곤 미처 생각못했거든요. 사실 개인적으로는 콜플 너무 영국냄새 많이 나서 별로 안좋아합니다. 자고로 슈퍼밴드라는 타이틀을 붙이려면 비틀즈나 오아시스처럼 영국이란 국경을 초월할만한 음악적 색채와 감성을 보여줘야되지 않겠습니까? 에헷.
여튼 맥달일가 할배들. 2013년 시티 브레이크 이후 4년만의 내한이죠. 그리고 98,06,13에 이어 4번째 내한이기도 하구요. 그나저나 어째 메가데스는 2007년에 4번째 내한을 온 뒤로 여태껏 감감 무소식이네요. 제제작년에 섬머소닉때 일본 갔다올 걸 그랬습니다. 정말 2007때는 머스테인이 그냥 태권도 단증따러 한국온게 맞나봐요. 어째 제 인생밴드들은 다 이모양인지 모르겠습니다. 람슈타인은 내한공연 1주일전에 틸이 팔부러져서 공연취소되고 10년 넘도록 내한 얘기가 없질 않나.. 그저 서럽습니다.
서론 잡설이 길었네요. 콜플과는 달리 메탈리카는 아직 스탠딩석에 자리가 드문드문 남아있었습니다. 응당 이래야죠. 안그렇습니까? 콜플정도 되는 밴드 내한 유치하면서 고작 스탠딩 몇천석만 풀고... 이런거 좋지 않아요. 현카는 돈벌기가 싫은가보죠? (웃음)
그렇게 전 티켓을 예매했고
저에게 한 우편 발송이 옵니다.
응? 오프닝 밴드에 베...베이....베이비 메탈?
피지알 정도 되는 고상하고 넓은 식견을 지니신 분들이라면 이미 베-비 메탈에 대해 많이들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사실 저도 한 3년전부터 알고는 있었어요. 처음봤을땐 정말 문화충격이었는데 자주 보다 보니까 어느정도는 적응되더라고요.
혹자는 그런말을 한적이 있더군요.
'너희중 누군가 일본 아이돌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묻거든 고개를 들어 베-비메탈을 보게하라'
아 근데 여전히 좀 적응 안되긴 하네요.... ALI PROJECT나 요정제국 처음 볼때는 이정도로 어색하진 않았는데....저도 결국 어쩔수없는 메탈부심에 쩔은 꼰대인가봐요.
어쨌든 베-비메탈이 온답니다! 그것도 락페가 아닌 단독공연(with 메탈리카)!! 으로 말이죠. 솔직히 전 펜타포트에서 첫 내한 공연할줄 알았습니다. 인천이 근 몇년간 일본 밴드 자주부르잖아요. 그래서 전 베이비메탈도 인천으로 오겠거니 했는데 고척에서 처음 보게 될줄 몰랐습니다. 이번에도 메탈 레전드 아저씨들이랑 인증샷 찍고 싶어서 오는걸까요? 그녀들의 절친 컬렉션이 늘어나겠군요. 경축할만한 일입니다.
어쨌든 1월 11일 결전의 날은 밝았습니다.
저는 일찌감치 이날 휴가를 쓰고 느긋하게 집에서 자빠져서 집에 있는 메탈리카 1-5집 그리고 9집과 새로나온 신보인 10집을 복습한다음(응?? 세인트 앵거가 뭐죠? 사람 이름인가요?? 그 사람 유명해요?) 고척돔으로 향합니다. 아아 고척돔. 고척돔 처음 직관 간날이 그날 기아가 5점 앞서고 있다가 다 따라잡힌 끝에 9회에 서건창 홈런으로 역전당했던 날입니다. 그날 제가 두번 다시 개아야구 보면 내 눈을 뽑아버리리라 작정했는데 한동안은 안구이식이 많이 필요할거 같습니다. 양현종 재계약한 올해까지만 속아보려고요.
이와중에 멍청하게 신도림에서 구일역행이 아닌 가산디지털단지행 열차를 타가지고 구로까지 다시 돌아갔다가 가네요. 역근방으로 와보니 외국인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역시 그들에게도 메탈리카 정도면 놓치고 싶지 않을 축제였던게지요.
진짜로 지하 주차장 안에 스탠딩 대기라인이 있습니다 . 이놈의 고척돔 건축구조는 신비하기 이를데 없어요. 하긴 원래 야구장이니까 필드에 입장하는 입구는 지하나 쪽문에 한정되는게 당연한걸까요? 전 프로불편러가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 오늘만큼은 무한긍정남이 될거에요.
농담 아니라 거진 만명 이상의 인원이 지하주차장에서 케케한 석면공기 마셔가면서 대기타고 있었습니다. 진심 지하주차장에서 이렇게 많은 인원이 운집해 있는건 처음보는거 같애요. 공연 시작도 안했는데 벌써부터 후끈후끈합니다. 슬램을 할지도 모르니까 일단 백팩은 물품보관소에 맡기고 왔습니다.
6시 30부터 입장인데 오프닝 공연인 베-비메탈공연도 7시 20분입니다. 할게 없네요. 심지어 핸드폰 배터리도 사망직전입니다. 메탈리카 때까지 못버틸거 같애요. 일단 스탠딩석에 입장했으니 인증샷부터 찍고봅니다.
공연 시작 전까지 음악을 계속 틀어줍니다. 핸드폰도 없이 그저 대기타는 저같은 팬을 위한 배려죠. 듣고 있자니 익숙한 노래들이 나옵니다.
'으흥.... 콘이네. 1집 노래를 틀다니 제법 센스가 있군... 으아니챠! 너바나라니! 메탈리카의 공연에 헤비메탈의 종언을 고한 얼터락의 대부를 틀다니.... 무슨 생각이냐..... 흠.... 메가데스 선곡이라... 그래 이런 선곡 좋아.... 이번엔 슬립낫이냐.... 그래 뭐 슬립낫 정도면 뉴메탈치고는 제법 헤비하다 할 수 있지.... 엥? 림프 비즈킷? 이거 트는 놈 제정신인가??'
등등의 생각이 머리속에 오고가고..... 틀어준 곡중에 단 하나 모르는 곡도 없이 열심히 따라부르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고 있자니 말로 형언하기 힘든 감정이 벅차 올랐습니다. 메탈리카 공연장에 친구도 없이 떡하니 온 혼모....아니 여기서는 로컬라이징을 거쳐 True One이라고 합시다. 덕분에 시간은 잘 가더라고요.
계속 입장하는 중인데도 이정도로 인원이 운집되더라고요. 역시 관중동원력에 있어서 메탈리카만한 밴드가 없긴하죠.
이윽고 7시 20분이 되었습니다. 무대가 어두워지더니 갑자기 무슨 나레이션이 들립니다. 뭐라 그러는지 하나도 모르겠네요. 영문과를 졸업했지만 전 영알못이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이 문장만큼은 똑똑히 알아들었습니다. 여기서 전원 폭소가 터져나왔거든요.
<A long time ago in a heavy metal galaxy far, far away....>
베이비메탈 공연을 처음 감상한 소감을 말하자면.... 우려했던거보단 괜찮았습니다. 헤비메탈과 아이돌 안무(물론 그 안무도 흔한 패턴은 아니지마는)의 조합이 제법 무대위에서 시너지가 있더군요. 특히 세션들의 연주는 확연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여성보컬이라는 한계를 커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J-Rock 특유의 멜로디컬한 프메로 코러스를 구성하거나 리프의 구성이 메탈의 방법론과는 조금 차이가 있었긴 했습니다만, 사운드적으로는 충분히 좋았어요. 근데 나중에 다른 분들 후기 들어보니 음향상태가 심히 안좋았다고 하더군요. 보컬과 베이스가 다소 씹히는 느낌은 있었는데 그정도로 안좋았는지는 좀 의문입니다. 엠프 게이져가 고장 났을까요? 아니면 제 귀가 고장났는지도요.
안무나 보컬 등에 대해서는..... 전 사실 아이돌 팬덤이 아니라서 제가 논하는건 딱히 의미가 없을거 같습니다. 뭐 인천이나 지산때 헤드라이너로 선다면 (세션때문에라도) 거르지는 않을거 같네요. 뭐 전 그냥저냥 좋았습니다.
그리고 메탈리카...... 메탈리카!!!!
한시간 넘게 안나와요.
본 공연이 8시 30분인데, 이미 베이비메탈은 8시경에 무대 끝나고 내려갔는데 도무지 나올 생각을 안합니다. 벌써 9시가 되가네요. 본 공연 시간보다 30분 초과했습니다. 오죽하면 여기 모인 관중들끼리 중간에 틀어주는 AC/DC의 Highway to Hell을 관중들끼리 자체 떼창하는 수준까지 이르렀어요.
시티 브레이크때도 이러더니 이번에도 어김없습니다. 그땐 무슨 스태프 생일 챙겨준다고 늦었다고 했죠. 오늘은 대체 누구 생일인가요.
개인적으로 이런식으로 2-30분씩 늦게 시작하는 관행은 무조건 고쳐져야된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메탈리카만 문제 삼을 건 아니고 락페만 가봐도 헤드라이너급 되는 해외밴드들 보면 여지없이 최소 10분 늦는것은 보통입니다. 심지어 일본밴드들도 그래요. 튜닝때문에 안나온다는건 새빨간 거짓말인게 스탭이 나와서 무대장치 만지고 있는거면 최소 이해라도 하지. 진작 들어가놓고는 안나와요. 저래서 사운드 품질이 좋으면 말을 안합니다. 이런 점을 보고 있으면 지난 인천 락페 당시 스파이에어가 얼마나 모범적인 팬서비스를 보였나 실감이 됩니다. 스파이에어는 당시 스탭이 아닌 보컬을 제외한 세션 멤버 전원이 직접 나와서 튜닝을 하고 그럼에도 늦어질거 같으니까 보컬인 이케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끼리 잼을 하면서 관객들이 지루하지 않게끔 배려했었어요. 제가 지금껏 봐온 밴드 중에 무대준비에 관한 매너에 있어선 가장 독보적으로 인상적인 밴드였습니다.
진짜 계약할때 예정보다 늦게 시작하면 위약금 물리던가 해야지 이거야 원. 락페가 아닌 단독 공연이라 어느정도 시간을 유동적으로 쓸 수 있다는 점은 있지마는 늦게 시작한만큼 늦게 끝난다면 당연히 본래 예정된 스케쥴이 있던 관객들의 계획은 다 어그러지는거 아닙니까. 당장 돌아가는 차편은 어떡하구요. 아 불평하지 않기로 했죠. 좋아요. 전 오늘 긍정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긍정 전도사가 될 예정이었으니 말이죠.
오랜 시간 끝에.... 드디어 Ecstasy of Gold가 흘러나옵니다!! 오 나온다!!! 나온다!!! 셔터찬스!!!!!!!!!!!!!
....는 사진이 없습니다. 안타깝습니다ㅠ 베이비메탈때 사진찍고나니 정작 메탈리카 찍을땐 핸드폰이 사망하셨습니다.
하 진짜 엑스터시 오브 골드 나왔을때의 긴장감은 정말이지... 말로 형언하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이제는 되게 뻔한 구성인데도 들을때마다 설레여요.
영상 보시면 알겠지만, 5개의 대형스크린을 통한 각종 조명이나 디스플레이등을 이용한 시각효과가 굉장히 스케일이 크고 인상적이었습니다. 메탈리카 정도 되는 슈퍼밴드다 보니 이제는 저러한 비쥬얼적인 측면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구나 싶으니 새삼 격세지감이지 싶더군요. 안그래도 제 주변에 꽤나 나이들어보이시는 점잖게 생기신 어르신들이 꽤 여러명 계셨습니다. 근데 그 분들도 제임스나 라스보다는 젊은 분들이겠죠. 새삼 메탈리카 할배들의 관록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네요.
일단 메탈리카 공홈에 공개된 곡들이 이번 10집 신곡들이라.... 해당 영상들 업로드 해봅니다.
두달전에 발매된 신보가지고 이래저래 말 많은데, 전 그냥저냥 마음에 듭니다. 종종 팝적인 요소가 느껴지는 멜로디컬한 리프를 쓰긴하는데 뭐 이정도면 대형무대에서 연주되는 곡으로써의 스케일도 느껴지고 관객들이 적당히 무대호응하기도 좋고. 여러모로 CD로 들을때보다 실제 공연에서 듣는게 더 인상적인 넘버들입니다.
제임스는 성대관리를 얼마나 잘한건지 보컬의 힘이 예전보다 전혀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복면가왕 나와도 되겠어요.
연주 도중 드럼스틱으로 연주하더니 이윽고는 픽업 켜두고 카메라에 긁질 않나, 엠프에 긁질 않나, 마지막에는 발로 밟아서 긁어버리는 간지를 선보인 커크옹.
라스는 수염기른게 산타 할아버지 다됬네요.
개인적으로는 제이슨에 대한 측은함이 강해서 그런지... 전 트루히요는 뭔가 색안경끼고 보게 되더라고요. 맨날 클리프랑 비교당하며 개같이 까이던 불쌍한 제이슨. 지금은 어디서 뭘하고 있니. 보고싶구나. 너의 앙칼진 백보컬을 듣고 시퍼.
진심 LED 조명 때깔 하나는 죽여줍니다. 내가 메탈리카 공연을 보는건지. 다프트 펑크 공연을 보고 있는건지... 할배들 돈 많이벌었구나.....
나중에 기사 보니까 1만 8천명 왔다 그러더라고요. 내한 공연 4번으로 누적 10만 관중 채웠다고.... 예전보다 관중 동원력이 떨어졌지만 여전히 녹슬지 않은 메탈리카의 티켓파워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셋 리스트들은 총 앵콜포함 18곡이었는데요. 신곡을 4곡 정도 포함했고, 어쿠스틱 발라드 트랙이 한 3곡 정도 있었습니다.(Fade to Black, Unforgiven, Nothing Else Matters)
Master of Puppets 할때 기타솔로 떼창은 역시 본 공연의 백미. 명불허전이었구요. 18곡 해줘서 볼륨면에서는 크게 불만은 없었습니다. For Whom the Bell tolls 해준것도 좋았구요. 근데 Creeping Death 안해준거는 좀 많이 불만..... DIE 떼창하려고 몇주전부터 준비하고 있었건만. Battery는 했으면서 Creeping death는 그렇게 하기 어려웠던 거신가.... 하긴 커크 요새 나이먹고 솔로 자주 삑살내긴 하더라.
뭐.... 그렇습니다! 뭐 나름 만족스러운 공연이었어요. 사실 이맘때 내한 공연 안가면 메탈리카 언제 또 다시 내한올지도 모르고.... 진심 그때는 60 다 넘어서 올거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몸관리 하는거 보니까 60넘어서도 짱짱할거 같긴 합니다만.
그렇게 공연시간은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11시 반경에 이르렀습니다. 메탈리카 할배들이 30분 늦게 시작해준 덕분에 물품보관소에서 짐 찾고 역에 도착해보니 지하철 막차를 눈앞에서 놓치는 바람에 콜택시 불러서 집에 갔습니다. 참 아름다운 마무리죠.
뭐 돈값은 충분히 했다고 보구요. 얼터리카니 뭐니 욕을 엄청나게 먹었고, 셀아웃 밴드로 전향한 이후로는 판매량 이외의 기념비적 가치는 없다고 여기저기서 까이는 밴드지마는 그래도 반평생 음악을 듣고 (전성기)앨범을 소장하고 있는 메탈 리스너 입장에선 참 애증의 존재입니다.
그러니까 다음번엔 메가데스 내한 좀 왔으면 좋겠네요.... 2007년때 내한 오고 벌써 10년째 감감 무소식이라능 ㅠㅠ 2007년 내한때 샀던 티셔츠 아직도 가지고 있는데 한번 더 꺼내서 입읍시다. 머사마 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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