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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9/20 20:20
결국 지금의 우리는 "어디까지인가?"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법이 법에 의해 "현재의 정답"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만고불변의 정답은 아니듯이(물론 대개는 그러하고 그만한 법리를 담보하지만), 이것은 법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것 같습니다. 사회 모든 영역에서 고려하고 판단되어야할 부분에 법은 정의의 원칙이라는 미명 아래 부득불 감당해보겠노라고 아등바등하고 있습니다만 헌법, 나아가 자연법적 개념에 준하는 자유에서 전가의 보도마냥 휘둘러지는 "여타의 자유"는 사실에 따라 법원(法原)에서 거론되기 마뜩찮은 경우더라도 여전히 유효한 수단이자 목적으로써 용인될 수 있어야하며 이것이 말씀하신 "사회를 흔드는 행위"인 것과는 별개로 "정당화될 구석"이 아니라 두말하지 않아도 "충분한 근거"로써 당연시될 수 있는 수준(기각과 관계없이)까지 인식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직은 그 과정에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회복적 정의는 또 다른 개념이지만 마찬가지로 이와 같은 바탕을 공유하고 있으며, 다소 극단적일지라도 그것이 비록 미완이라는 이유로 자연인을 기본권리로부터 배척할 수 없듯이─의무는 결과로써 늘 고려되고 있으므로─ 법으로써 또한 사회로써 기다려줄 수 있는 시민의 인격도야 역시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언제까지 기다려야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마 우리 시대에 목도하려거든 또 하나의 예수가 필요할지도요.
15/09/20 22:14
일단 판결 내용과 표현의 자유는 크게 논란되는 부분은 아닌 것 같습니다.
표현의 자유 문제는 홍어택배건 보다는 샤를리 엡도 보도가 그 경계선에 걸쳐 있는 것 같습니다. 홍어택배는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그냥 특정인에게 쌍욕할 권리를 달라는 말이고 이건 그냥 폭력권을 달라는 것과 같으니까요. 무언가를 모욕할 자유가 있으냐 원칙적으로 이야기하면 언어 또한 폭력으로 쓰이면 폭력은 금지되어 있으니까 막아야 할 겁니다. 그런데 인간이 욕설을 배설하는 자유를 원천적으로 뺏어 갈 수 있냐하면 이 또한 자연스럽지는 않습니다.
15/09/20 22:29
법원이 모욕행위에 대해 정당행위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모욕 부분만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집유가 나온 것은
법원도 글쓴이처럼 이 사건 피고인의 행위가 표현의 자유를 꽤 심하게 일탈한 행위라고 평가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15/09/20 23:14
자유라는 건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얘기에 적용되는게 아닙니다. 내가 이해할 수 없고 배척하고 싶을 때 자유라는 가치의 우월성을 인정하는데 자유의 의의가 있는 것인데요. 다른 사유로 이를 배척할거면 자유는 사실상 쓸데가 한군데도 없을걸요?
15/09/20 23:56
밤이 늦어서 그런진 몰라도, 어조는 비판적인 느낌을 주는데, 그냥 저는 동의가 되네요.
자유를 다른 가치 아래 귀속시킬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가상적으로, A가 B를 모욕할 자유를 마음껏 누리고 B도 A를 모욕할 자유를 마음껏 누리는 상황이라면, 저는 그 자유로움을 무너뜨리고는 싶습니다. 어쩌면 이게 문제가 될 수는 있겠죠.
15/09/21 00:42
본문의 핵심 논지는 대략 이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적어도 돈 받고 변론하는 사람은 아닌 듯한 어느 제3자들의 쿨함은 표현의 자유가 내심만 아니라 그 실천도 보호하는 것인 점에 비추어 정당화될 구석은 없지도 않다. 2) 헌법이 도덕률을 폐하는 것은 아니고 헌법상 인격의 개념에는 '사회인'이라는 전제가 내재한다. 한마디로 '도덕률'과 '인격권의 사회적 한계'에 의하여 인격권의 한 내용인 표현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 캇카님 댓글은 '자유의 우월성'의 진정한 의의를 지적하는 데 그 골자가 있는데 본문의 1) 부분과 달리, 본문의 2) 부분은 일견 자유의 우월성을 일관하기를 포기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자유의 우월성이란 것은 자유가 도덕률, 사회통념, 인간으로서의 완성, 신과의 합일 같이 자유주의가 소위 '가치관'이라고 일축하는 것들에 대한 자유의 우위를 말하는 것입니다. 자유의 우월성 테제는 자유 대 자유의 문제에 관해선 사실 별다른 것을 말해주진 못했습니다. 자유주의 전통 내에서 그 문제는 자유의 제한 문제로 논의되어왔습니다. 자유의 우월성 테제가 자유주의 전통의 공통분모라면, 자유의 제한은 자유주의 내부의 다양성이 나타나는 지점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혹은 자유주의가 모호해지는, 흐려지는 지점인지도 모릅니다.) 전자가 자유주의 윤리학의 영토라면, 후자는 자유주의 정치철학의 영토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유의 제한에 대한 자유주의 전통 내부의 논의는 많은 경우 종교, 도덕, 관습 등이 자유주의의 옷을 입고 자유주의 사회로 복귀하도록 하는 백도어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본문도 그런 예라고 볼 순 있지만 사실 본문의 글쓴이만 탓할 건 아닙니다. 사실 자유주의는 기독교 복음주의와, 군국주의와, 복지국가적 사회주의와, 유교적 가부장주의와 별 무리없이 손을 잡을 수 있습니다. 그런 괴이한 발상들이 자유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하는 꼴까지 참아주진 못하겠지만 자유의 제한이라는 세탁기를 한번 거치고 나면 그 알맹이를 삼키지 못할 것도 없습니다. 물론 그런 사례들은 사상이나 이론이 현실에서 순수하게 관철되지 못한 예일 뿐이라고 말할 여지도 없진 않겠지만 사실은 자유주의 사상 자체가 그러한 '침윤'을 허락하고 있다고도 보입니다.
15/09/21 01:07
뭐 그렇죠.
실제로는 그리고 논리적으로도 자유의 제한이라는 것이 필연적인데 문제는 이 필연성을 구실로 삼아, 사실은 나의 가치관과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방을 제한하려는 나의 욕구가 필연적인 것처럼 오해하는 경우가 많기에 한번씩 생각해보시라 댓글을 달았습니다. 댓글 잘 읽었습니다.
15/09/21 12:59
모욕이나 인간의 존엄성이란 말은 자칫 표현의 자유에 어려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이상하게 선진국에서는 저 두 가지를 이유를 실정법에 적용하지 않는데, 첫번째로 모욕은 단순히 심한 욕을 먹었을 때 느끼는 게 아니라, 자존심을 구기게 하거나, 수치스러움을 느낄 때도 가능합니다. 즉 표현에 있어서 개개인의 편차가 너무 심하다는 거죠. 그래서 사실상 실정법으로 처벌하기 힘든 겁니다. 협박이나 테러 예고, 타인의 권익 침해를 목적으로 한 명예훼손 말고는 모욕이나 자존감 붕괴를 근거로 처벌하는 법은 없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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