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소개팅을 거의 안해봤기때문에 소개팅에 임하는 관점에서 소개팅에 대해 쓸 이야기는 거의 없습니다만, 소개팅에 임하는 사람이 아닌 조금 다른 관점에서 글을 한번 써보겠습니다. 필요없으신분도 많을거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소개팅은 주선은 많이 했지만, 소개팅을 하지 않은건 룰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입니다. 각자 연인이 없어서 인연을 구하기 위해, 블라인드 데이트를 하면서 왜 내가 접대를 해야되는지를 도무지 납득할수가 없어서 안하는게 가장 컸습니다. 이게 돈도 아깝지만 단순히 돈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주선자에게야 당연히 그 몇배를 접대할수 있습니다. 블라인드 미팅하면서 접대까지 해야 될 사람 아니라는 오만함이었죠. 소개팅을 하라는 푸쉬도 자연스레 사라지더라고요. 여자인 친구들이 주변의 소개팅 청탁을 받아서 나보고 소개팅좀 하라고 할때, 저는 나한테 사달라는게 절대 아니고, 소개팅나가서 한번쯤은 밥사본'적' 있는 여자가 이상형이라고 그런 여자냐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면 주선자는 그냥 너는 소개팅 안해도 된다고 하더라고요......꼭 그것뿐만은 아니고 그거 말고도 몇번내에 사귀고 아니면 끊어내주고 뭐 이런 암묵적 룰도 별로 저랑은 안맞았어요. 내가 마음에 드는 여자가 나를 마음에 안들어할때, 저는 당연히 안끊는게 좋고 오히려 끊어내는것이 저에게 마이너스가 되는 행위입니다. 그런데 왜 나에게는 전혀 쓸모없는 룰을 '나를 위한다면서 해야한다'는 룰이 있지? 디폴트가 블라인드인것도 역시나 마음에 안들었고..뭐 대충 그렇습니다.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네요.
제가 예전에 글로 썼던 모쏠이던 친구A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많은 부분에서 매력이 없던 친구였습니다. 지금은 모쏠 탈출하고 연애 잘하고 다니십니다. 그 친구는 예쁜 여자를 만나고 싶어했습니다. 살면서 한번쯤은 만나보고 싶대요. 그런 마음이 이해는 갔기에 다른 부분은 '모두' 포기하겠다는 조건 안에서 도와주겠다고 했습니다. 그 친구는 남자로서 무매력남이었지만 어필할 조건이 아주 없진 않았습니다. 걔는 소개팅에서 여자를 만날수 밖에 없는데, 어필할 조건이 아주 없진 않았음에도 당연히 이쁜 여자는 걔랑 소개팅을 안하고 싶어했습니다. 문제는 주선자들도 그렇기 때문에 주선해주기를 꺼린다는 겁니다. 누가 해주려고 할까요~ 꺼리는것이 당연합니다. 그렇다고 이 친구가 소개팅 아니면 어디가서 여자를 만나겠어요. 그런 주변머리가 있다면 애시당초 모쏠로 오래 지내지도 않았겠죠. 그래서 어떻게 해야하냐고 저에게 물어보더라고요. 한방에 해결해주고 몇년전 과거에는 그러니깐 20대초반시절에는 피팅모델을 잠깐 경험한적이 있었던 여자분을 만났습니다. 제가 소개해줬냐고요? 제 주변에 그런여자 있으면 제가 만나야죠~크. 어떻게 해결했는지는 후술 하겠습니다.
저랑 친한 아는 형님 B는 삶의 몇가지 원칙이 있는데, 그 중하나는 중신을 하지 않겠다 였답니다. 한마디로 사람을 소개시켜주지 않겠다는 원칙을 갖고 계신 분이었죠. 꼭 그 형님 말고도 주변에 이런 사람 많습니다. 이유가 필요없죠. 모두가 짐작하시는 대로 일겁니다. 저는 소개팅을 50번은 넘게 주선해봤습니다. 그래서 잘된 커플도 있고 안된 커플은 더 많겠죠. 소개팅을 주선해서 저에게 손해가 된때를 돌이켜 보면, 인간관계 끊긴적이 몇번 있고요...... 욕먹은적도 꽤나 있습니다. 다녀와서 매너가 어떻니 사람이 어떻니 이런것도 있었지만, 그중 제일 기억에 남는건 지들끼리 한 2년 사귀다가 남자가 바람나서 헤어졌다고 나한테 전화해서 오빠는 어떻게 이런 남자를 소개시켜줄수가 있냐고 따지던 후배였네요. 잘됐을때는 기껏해야 밥한끼? 혹은 술한번 사주더군요. 감사의 인사야 하는 분이야 많이 있는데, 감사인사는 사실 고전소설속의 클리쉐에 가까운데 진부한 멘트인 반면, 욕은 디테일 살아숨쉬는 영화속 찰진대사의 명장면 처럼 먹더라고요. (단, 성혼의 경우는 큰 보답을 해주신 경우가 한분 계십니다.)
주선자는 책임은 큰데 그에 반면 이익은 하잘것 없습니다. 논공행상이 똑바로 안되는 구조라는거죠. 속담에서도 잘 나와있습니다. '잘되면 술이 석잔, 안되면 뺨이 석대' 누가 술 석잔 마시려고 뺨 석대의 리스크를 감내하려고 할까요. 정작 주선자 본인들이 아닌 소개팅 당사자들이 좋은 행위인데 말이죠. 이게 그렇게 극단적인 경우만도 아닙니다. 소개팅 많이 해주는 사람들중에 소개팅하다가 인간관계 끊겨본 경험있는 사람 흔하게 봅니다. 본인 스스로 주선자가 이상한 사람 소개해줬다고, 그래서 주선자랑 연끊었다고 자랑스럽게 말씀하시는 분들도 많이 봤습니다. 욕먹어본 주선자야 부지기수죠. 그래요 주선자가 잘못 주선한게 기분나쁠수 있고, 기분 나쁘다보면 연을 끊을수도 있고 욕을 할수도 있다고 이해해요. 하지만, 그런 분들은 기분 좋을때 주선자가 제대로 주선했을때는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해야 했어야 한다고 봐요. 그게 안되니깐 주선의 결과는 철저히 비대칭구조입니다. 잘해봐야 큰 득 없고, 못했을때는 피해를 입을수 있는.. 인간관계가 얽힌 문제라 단순히 순간의 이해득실만 따질일이 아니어서 그렇지, 이게 만약 수익모델이라면 여기에 투자하는 것이야 말로 정말로 멍청한 행동이죠.
그에 반해 소개팅 당사자들의 입장은 어떤가요. 그들의 입장은 반대쪽으로 비대칭입니다. 성공시 이익은 연인이 생긴다 입니다. 대부분의 실패시 감내해야 될 손해는 약간의 금전소모와 함께 그냥 하루 헛탕친다. 뭐야 이건... 소개팅이 결국 이런 구조입니다. 노력하는 사람 따로 이익보는 사람 따로. 나를 위해 니가 손해를 감수하고 주선해라. 이익은 내가 누릴테니 당신은 내가 더 좋을수 있게 더 노력해라. 상대의 선의에 기댈수 밖에 없는 구조죠. 비용과 이익에 대해 생각해보면, 당장 오늘 누군가에게 식사대접 혹은 술대접을 하면 내일부터 적당히 마음에 드는 여자친구가 생긴다라면 이거 안할사람이 어딨을까요. 오늘 처음본 사람 아니 더 나아가 철천지 앙숙에게도 해줄 수 있을거같은데 말이죠. 근데 이게 맞교환되고 있는 현실이라는겁니다. 소개팅만큼은 이상하게 비용을 지불하지 않습니다. 하다못해 나이트 가서 룸만 잡아도 그게 돈이고 팁이라도 찔러줘야 하는데 말이죠.
소개팅해주기 좋은 사람이라는게 있습니다. 딱 들으면 바로 감이 오시는 분들도 있을겁니다. 어떤 사람일까요? 남자로 이야기면 학벌좋고, 직업좋고 집안 적당하고, 잘생기고 키크고 이런 제 친구 C일까요? 아닙니다. 그런 분들은 또 맞춰주기가 어려워서 소개시켜주기가 어려워요. 이제 C가 저에게 불만을 품거나 더 나아가 관계가 끊길지도 모를 위험이 생기는거죠. 소개받은 여자분도 C에 대해 바람둥이같아 보이는 사람을 소개시켜줬다거나 매너가 문제로 클레임이 들어오기도 하고요. 제가 소개팅 청탁에 시달리다가 남자를 구해야 할땐 언제나 D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D는 그렇게 매력있고 장점이 있고 그런건 아닌데, 단점이 없어 무난무난합니다. 썩 매력있고 사귀고 싶다 그런건 아닌데, 주선자에게는 전혀 태클을 걸 요소는 없는 남자입니다. 본인 눈도 그렇게 높지 않고요. 주선자는 잘되어 봤자 본인에게 이익이 없기때문에, 안되었을때 리스크를 피하는 선택을 많이 하게 되는거죠.
소개팅은 공짜라는 인식이 깔려있습니다. 결정사에서 돈을 쓰지 않냐고 반문하실수도 있는데, 결정사에도 그 마인드를 그대로 가지고 가시는 분들 많습니다. 소개팅은 공짜이고 결정사는 돈을내니, 최소한 소개팅에는 만나기 힘든 사람을 결정사에서 만나야겠다. 다시 C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C가 이쁜 여자 만나고 싶다길래 돈 얼마나 쓸수 있냐고 물어봤습니다. 한 200 쓸수 있냐고. 그랬더니 돈으로 만나야 되는 여자는 만나기 싫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여자한테 써서 200으로 니가 원하는 여자를 어떻게 사귀겠냐고 그건 아니라고, 그건 아니고 주선자에게 그 돈을 쓰라고 했습니다. 주변에 성공보수를 걸라고. 그런 의도라면 200은 좀 많다길래 100은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100은 가능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6개월 사귀면 주선자에게 명품은 아니지만 100 정도의 가방 하나 사주기로 했어요. 가방을 원하지 않는다면 상품권으로 감사의 성의 표시를 드리기로 했습니다. 저도 같은 조건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수소문해주기로 했죠. 왜 6개월 '사귀는게' 조건이었냐면 애시당초 목적이 당장의 결혼이 아니었고, 성혼은 어느정도 보답을 해야한다고 인식되는 그러니깐 공짜로 인식되지 않은 상황이라 효과를 티나게 볼정도로 쓸려면 좀 많이 써야 했거든요.
이거 사실 제가 아끼는 친구들한테만 제안해준 방법인데 다 성공했습니다. 성공보수를 거니깐 그전에는 본인 주변에 솔로가 없다던 여자분들이.. 그분은 어떤 스타일 여자 좋아하신다던데요? 라고 물어보더라고요. 당연히 일의 성사가 중요해졌으니 A가 원하는 여자를 맞춰주려고 노력해보려고 하더라고요. 물질에 관련된 이야기라 직접적인게 불편하신분들을 위해서는 명분도 만들어드렸어요. '난 당신이 물욕에 혹해서 주선을 할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이런 말을 하는게 아니라, 주선자에게 이렇게 잘하려는 사람이 만나는 여친에게는 오죽잘하겠냐고, 난 그런면에서 너에게 이 친구를 주선해주라고 추천하는 것이다 최소한 문제는 만들지 않을 사람이다.'라고요. 소개팅 시장 일종의 블루오션입니다. 주선자 처우가 워낙 바닥이라 주선자의 처우를 아주 조금만 개선해줘도 큰 효과를 볼수 있어요. 저는 돈으로 해결할수 있는일은 돈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깔끔하다주의 인데 돈으로 해결하는것이 좀 별로다 싶은 분들은 당연히 다른 방법으로 주선자의 수익구조를 개선해주셔도 좋습니다. 다만 마음이란게 그렇게 측량가능한것도 아니고 객관적이지는 않아서, 내가 마음써준다고 내가 느끼는 것과 상대가 받는것은 다르기 마련이라는 문제가 있긴합니다.
전 본인에게 유리한 당위를 내세워서 사람을 본인에게 잘하게 만드려는 것보다, 상대에게 잘할수록 잘하는 사람이 이익을 누리는 구조를 만드는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어떤 관계든 그 구조를 만드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정말 만나고 싶은 사람만나는데 100은 큰돈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모두의 돈과 사람에 대한 생각은 좀 다르니깐 너무 크다고 생각하실수도 있습니다. 일화는 그냥 이해를 돕기 위해 경험을 그대로 옮겨놓은 예시일뿐이고 액수도 숫자에 불과합니다. 앞서 말했듯, 소개팅의 경우 모두가 공짜라고 인식하기에, 공짜를 누릴게 아니라 공짜인 상황에서 쓰면 그 효과는 당연히 배가됩니다. 큰돈 안쓰고 조금만 써도 확 다릅니다. 중요한건 주선자의 처우개선과 노력에 대한 성과를 제공하는 것인거죠. 많이 쓸 필요도 없어요. 뻔한 명분도 있잖아요. 돈을 쓰는게 아니라 마음을 쓰는거라는. 선물로 주는 가방이 중요한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사랑이 중요하다는 많이 들어본 그 이야기. 소개팅이 어려우면 소개팅주선자에게 결정사만큼만 페이해보라고 얘기합니다. 그러면 훨씬 원하는 사람 만나기 쉬워질거라고요. 본인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작금의 상황에도 열심히 소개팅주선하던 오지라퍼들인데(저도 포함해서), 그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준다면 그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행동할까요. 적진을 향해 죽음을 불사하고 돌격하는 특공대가 되어줄지도 모릅니다. 물론 그럼에도 본인이 발이 넓거나 주변에 발넓은 친구 한둘 정도는 있긴 있어야겠죠. 최소한 주선해줄 사람은 주변에 있어야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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