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호의가 반복되면 권리인줄 안다'라는 말의 이음동의어(?) 정도 되려나요.

세상에는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가만히 한곳에 있지 못하고 등교, 출근, 여행, 만남 등을 목적으로 이리 저리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버스나, 택시 등 대중교통 수단이나 도보를 통해서 목적지까지 이동하다가 그만 소중한 소지품을 분실하게 되었습니다.
어떤분은 '아이 재수없네'하며 그냥 쉽게 포기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그 물품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노력을 하겠죠.
물론 그렇게 해도 맨발에 땀만 나지 찾지 못하는 경우도 많을 겁니다.
만약에 운이 좋아 타인이 그 물품을 발견 및 습득을 하게되어 또 운이 좋아 여러분에게 연락까지 해준다면..
여러분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실건가요?

대부분은 '아이고~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거기가 어디인가요? 제가 바로 찾으러 가겠습니다!'라고 하실겁니다.
물건 확인 후 찾아주신 분께 어느정도 사례하는 분들도 많으실 거구요.

하지만 여기에도 예외가 존재하니..네 바로 제가 근무하는 곳 코레일입니다.

어느순간부터 '고객만족'이라는 타이틀로 철도를 이용하시는 고객님들에게 대부분의 모든 편의를 봐드리고자
여러분의 소중한 소지품을 잃어버리게 되면(유실물 담당 직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직원 누군가는!) 일일이 지하철 또는 기차에 가서
확인을 해본 후 고객님에게 유실물의 있고 없음을 확인해 드리게 됩니다.

그 순서가 어떻게 되느냐 하면 일단 유실물 접수를 받게 되면 그 열차가 어디쯤을 지나고 있는지 관제원에게 확인을 해보고
그 진행 방향 3-4곳의 역에 일일히 전화로 몇열차인지 유실물의 위치 및 내용물을 설명하여 찾아보게 하고
만약 찾게 되면 그 역의 직원이 고객에게 통화 후 직접 방문이시면 유실물 관리 프로그램에 등록을 하고, 고객님이 수령해가시면
다시 유실물 관리 프로그램에 수령 확인을 입력해야하며, 고객님 동네 근처 역으로 보내달라 하면 기관사님에게 부탁해 근처 역까지
안전하게 이송 후 근처 역 직원이 홈으로 마중나와 유실물을 수령해야 하며, 다시 고객에게 유실물이 안전하게 도착했다는 전화를 하고
습득한 역에서 등록한 유실물 관리 프로그램에 들어가 유실물 이전 완료를 입력해야 하며 고객이 찾아 간 후 수령 완료 입력까지..
이걸 하루에 적게는 5회에서 많게는 20여회까지 반복을 하는군요..크크크.
용산이나 서울역처럼 유실물 전담 직원이라도 있다면 좀더 수월하게 일이 진행되련만..담당업무가 보통 7-8가지인 역무원이
유실물까지 관리하게 되니 어떤날은 옷이 땀에 쩔어 냄새를 풀풀 풍기면서도 옷갈아입을 시간도 없는 불상사가 벌이지더군요.

어떻게든 물건을 찾았습니다.
고객님에게 물건을 찾았다고 확인전화를 드리죠.
이게 예전에는 찾았다는 전화만 드려도 '아이고~감사합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어디로 찾으러 가면 될까요?'라는 반응이었으나
이게 지속적으로 반복이 되니 이제는 '아, 그래요? 내용물이 xx,xxx가 있었는데 잘 있나요?'라는 첫반응이 대부분이요,
그 내용물중 한두가지가 없다면 우리 직원의 과실로 손해배상이 들어오는 경우도 여러번이요,
'내가 찾으러 가기가 힘이드니 몇월 며칠 몇시까지 우리 집 근처 xx역으로 가져다 두면 찾으러 가겠다'라는 반응도 꽤나 자주..;;

어떤분은 자기 집에 손님이 왔다가 가셨는데 그 손님이 물건을 두고 갔다며 우리 역에 가져오셔서는 그 손님 집이 어디어디이니
그 근처 전철역까지 가져다 달라..라고 하는 황당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고객님,,저희는 택배회사가 아닙니다 ㅠㅠ)

어떤 아주머니들은 지하철 내에서 핸드폰을 습득하여 가져오셔서는 옆집 아줌마 누구는 택시에서 핸드폰 주워서 주인 찾아줬더니
얼마를 보답으로 받았다면서 자신이 직접 주기는 귀찮으니 우리 직원이 얼마를 내놓고 그 주인에게 돌려받으라..라는 주문도 받은적이 있네요.
(물론 유실물에 대한 보상법규는 존재합니다. 다만 그 권리를 행사하고 싶다면 역이 아닌 근처 경찰서로 가져다 주셔야 합니다. 참고하시길)

엄청나게 소중한 물건을 잃어버린것같아 분실 후 1~5정거장 전 직원에게 비상령을 발동하여 만사 제쳐두고 유실물 찾기에 투입되어
힘들게 유실물을 찾았으나 '아..그래요? 제가 지금 일이 있어서 못가니 한달 정도 후에 갈께요, 잘좀 보관해두세요'라는 분도 계시구요.
(물론 한달 보관은 안됩니다. 현행법상 유실물 습득 후 최대 1주일이 우리 코레일에서 보관해야 하는 한계이고 그 이상은 경찰로 이관)

무지 비싸보이는 카메라를 가방째 습득하게되어 고객님께 연락을 드리니 역시나 xx역까지 가져다 달라..
'고객님 원하신다면 그렇게 하겠지만 고가의 물품은 이동중에 파손이 되거나 부품이 한두개 없어질수도 있으니 방문해주시는게 어떻겠느냐'
라는 설명을 해드렸으나 극구 괜찮다며 보내주시라더니 나중엔 렌즈에 금이 갔네, 삼각대 받침이 없어졌네 하시며 손해배상을 외치는 바람에
직원들끼리 돈을 걷어 어쩔수 없이 보상해 드린적도 있구요.


물론 우리가 해드려야 할 일이고 앞으로도 계속 여러분의 소중한 물품을 찾아드리는데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함은 분명합니다.
물품을 찾아드렸을때 코레일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이 직원 칭찬좀 해주세요~'해주시면 고과에 반영되여 정말 감사하겠지만
전화 안주셔도 됩니다.
정말 부탁드리고 싶은건 이건 어디까지나 고객님들의 소중한 유실물을 찾아드리는것까지가 우리 업무이고
집 근처 역에까지 기관사를 통해 보내드리는건 '배려'이지 의무가 아닌데..당연한 권리인듯 당당하게 '부탁'이 아니라 '명령'을 하지는
말아주십사 하는 겁니다.

그나마 지하철자동발매기+여객열차 자동발매기를 통해 그나마 있던 인원에서도 한명을 더 줄인다고 하는 마당에
앞으로는 유실물 찾아드리기도 힘들거같은데 고객님에게 유실물 찾아드린 후 '감사합니다'한마디 듣기가 힘들어진 요즘에
투덜아닌 투덜을 좀 대봤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