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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12/16 21:34:39
Name 후추통
Subject [일반]  천명을 논하라!
Like a Dog Chasing Cars by Hans Zimmer & James Newton Howard on Grooveshark
천명



이분이 아니구요.

하늘의 명을 받았다는 이야기죠. 중국이던 한반도건 간에 기존의 권력세력을 신세력이 교체하는 명분중 가장 많이 써먹는 명분이 바로 위로는 하늘, 아래로는 백성들과 함께 운운하면서 천명을 받았다고 말하곤 합니다.

공자 역시 50살을 지천명, 즉 하늘의 뜻을 아는 나이다 라고 말하죠. 하지만 유학과 신세력들이 과연 천명을 받아서 그런 일을 한 것일까요?

천명을 받았다는 사람들이 먼저 하는 일은 기존 권력세력을 숙청하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어김없이 항상 하는 일이죠. 삼한을 재통일 했다는 왕건 역시 과거 궁예의 세력을 몽땅 숙청해버렸고(물론 반란의 움직임이 있었다지만요.) 당태종 이세민 역시 자신의 형인 태자 이건성, 동생인 제왕 이원길과 그 일가 붙이를 모조리 다 죽여버렸죠.(위징 역시 태자 이건성의 가신이었습니다만, 그 능력을 높게 산 이세민이 그를 살려주고 관직에 임용했죠.) 그리고 기존 세력이나 반대파들이 사라진 땅에는 자신과 자신을 따르는 세력을 심어놓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힘이 완전히 뿌리박히게 되면, 다시 천명을 운운하면서 기존의 국왕을 내쫓고 최고권력자가 되죠. 그리고 역사를 편찬하면서 전왕조의 지배자들이 내쫓긴 이유는 음란하고 퇴폐적이며 하늘이 내려준 천명을 거부했기 때문에 그리되었다고 적습니다. 역사는 승리자의 기록이긴 합니다. 그러나, 그 기록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비판적 시각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역사란 어렵고도 열받는 학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내쫓긴 전왕조의 왕가 인사들은 십중팔구는 자객이나 음모로 인해서 몽땅 몰살당하기 십상이죠. 사실 이렇게 죽지 않는게 오히려 더 희한한 일이기도 합니다. 위진남북조시대 중, 헌제는 산양공, 조환은 진류왕, 유선은 안락공, 손호는 귀명후 등으로 분봉되서 나름대로 그럭저럭 살다가 죽었죠. 그러나 서진과 영가의 난이 지나가면서 이러한 선양 이후 기존 왕통 단절은 거의 관습으로 자리잡습니다. 송태조 조광윤이 후주의 공제의 선양을 받고 난 이후, 후주의 왕통인 시씨 문중을 지켜준 것은 함부로 할수 없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왕조시대는 권력자들이 기존의 권력자를 찬탈하기 위한 명분론으로서 천명을 앞에 세우고, 국운이 쇠하여 백성들이 새로운 주인을 찾는 천명을 이야기 하면서 역성혁명론을 이야기하기엔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새로 들어선 왕가는 그들의 정통성으로 외치던 만백성을 위한 통치라는 구호보다는 최고위의 인사들을 전부 갈아치우고 그 빈 자리는 자파인사들이 올라서는 사회시스템은 그대로 두되, 그 시스템 관리자를 교체하는 방식이었죠. 따라서 일반 민중들 입장에서는 국가의 변동은 “지배자”의 “핏줄”과“성씨”,그리고 그들을 지배하는 “인사”들이 바뀌는 것 뿐이었지, 그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죠.

근현대에 들어오면서 일반 민중들은 이러한 시스템 관리자의 “교체”에서 “시스템 자체”를 바꿔달라고 소리칩니다. 그들이 말하는 천명을 주는 대상은 자신들인 일반 민중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 시스템 자체를 밑에서 받치고 있는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수 있게 해달라고 했죠. 그리고 나온 것이 참정권(參政權)이었습니다. 시민사회로서의 시스템 전환은 참정권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시스템의 개혁은 프랑스처럼 사람들의 피를 요구했죠.

하지만 당장의 시스템 변화 역시 다를바가 없었습니다. 민주주의와 시민주의라는 이름은 부르주아들 같은 이른바 ‘가진자’들의 권리였고, 부르주아들은 기존의 왕족과 고위성직자, 귀족들에게서 시스템관리자의 힘을 가져오기 위해 힘없이 당하던 일반 민중들에게 피를 뿌리라고 말했죠. 그리고 그 시스템 관리자의 힘이 개방되자, 그 모든 힘을 차지한 것은 가진자들만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을 바라보던 일반 민중들은 다시 ‘참정권’을 요구하면서 또 피를 흘렸죠. 지속적인 투표권 보장 요구를 비롯한 차티스트 운동이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이승만, 박정희, 신군부 시대를 지나오면서 그들은 국가가 일반 민중의 참정권과 권리를 행사할 것을 제약했고, 독재를 펼쳤고, 당연히 부패했습니다. 그리고 일반 민중과 학생, 지식인들이 정당한 권력의 행사와 독재 반대, 헌법에서 보장한 정당한 국민의 권리 행사를 요구하면서 지겹도록 싸웠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항상 경찰을, 군인을, 정보기관을, 심지어는 깡패까지 동원해 이러한 요구를 한 사람들을 패고, 가두고, 총으로 쏘고, 심지어는 죽이기까지 했죠.

그러나 한국이라는 나라, 독하디 독합니다. 그렇게 위에서 찍어 누르고 죽이고 패고 뭐해도 끝까지 싸웠고, 결국에는 이뤄 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천명이 되었죠. 그 천명을 얻어내기 위해 수백,수천,수만,수십만이 싸웠고 피흘렸고, 또 싸웠습니다. 그리고 그 천명이 얻어졌죠.

어느 누군가에게는 하늘의 단두대가 될 것이고, 어느 누군가에게는 하늘의 동아줄이 될것입니다.

재산을 백억 가진 사람에게도, 재산이 1원도 없는 사람에게도 공평합니다.

잘생겼다 하더라도, 못생겼다고 하더라도 공평합니다.

일반인이건 사회적 소수자이건 공평합니다.

나이가 들었건 어리건 공평합니다.

남성이건 여성이건 공평합니다.

하늘의 명령, 천명은 바로 이겁니다.



지금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이 누구에게 천명을 줄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반대하는 사람에게 천명을 준다는 분들을 반대할 생각도 없습니다. 간단합니다. 제 결정이 존중받기 위해서 남의 결정을 무차별적으로 존중하지 않는다면, 제가 증오하는 사람과 다를바 없어지기 때문이죠.

저 종이 한 장은 가볍습니다. 물리적인 무게는 당연히 저 종이가 가진 무게가 정해져 있겠죠. 그러나 저 종이에 기표구로 표시를 한 순간, 이제 저 종이는 단순한 종이가 되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하늘의 명령, 천명이 됩니다.

항상 말합니다. 투표하라고.

하지만 전 다르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당신은 천명을 내릴수 있다. 그 천명을 포기할 것인가!”




선거게시판에 올라올 글인지, 자게에 올라올 글인지는 운영진분들께서 결정해주실 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삭게에 간다고 해서 불만이 있진 않습니다.

선플이든 악플이든 인격적모독이든 가르치려는 댓글이든 다 환영합니다.

그러나 이말씀은 드리고 싶습니다.

손님이 왔을때 음식을 대접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손님이 그 음식을 거절하면, 주인의 것이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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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16 21:58
수정 아이콘
자본주의의 극단을 걷고있는 세상에서 투표만큼은 1인 1표라는 가장 반자본주의적인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거 자체가 축복이라 봅니다.
제가 어딜가서 이건희회장과 똑같은 대우를 받겠습니까.
오로지 선거날 행할수있는 한장의 투표만이 누구도 부정할수없는 똑같은 대우를 받는 행동입니다.
투표하지 않으면 그 유일한 기회마저 스스로 없애버리는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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