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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12/06 13:09:32
Name 후추통
Subject [일반] 덕있는 자의 땅 ① 형주
형주.



형주땅은 생산력에 있어서는 익주나 기주와 비할바가 되지 못합니다. 거기다 개방성이 높은 지역이라 방어 역시 어려운 지역 중 하나죠. 공격측에 유리한 개방형 지역이고, 대부분 지역들이 장강에 잇닿아 있습니다.

이는 반대로 말하자면 형주가 안정되면 동서남북과 연결된 교통의 요지이기 때문에 각 지역의 물산이 집중되게 되고 이에 따른 중개무역을 할 수 있다는 점이죠. 이러한 중개무역의 부는 형주의 근간이 되는 것이고, 장강 이남의 양주 땅의 경제력이 미약한 오 입장에서는 형주지방은 항상 침을 흘릴만한 곳이기도 했습니다. 손견은 형주를 공략하다가 전사하고, 손책은 형주로 통하는 서쪽 입구인 강하군 하구와 그 하구 일대로 통하는 지역인 여강군을 공격했죠.

시계바늘을 전으로 돌려, 적벽대전으로 조조를 격파한 주유는 바로 군사를 휘몰아 남군 강릉으로 진격합니다. 조조 역시 강릉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남은 병력 중 전력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고, 조조군 최정예 중 하나인 조인군을 강릉에, 악진은 양양에 남겨 조인이 주유를 상대하게 하고 악진은 그 후방에서 지원하도록 합니다.

이릉에서 벌어진 대격전에서 승리한 주유는 조인에게 파상공세를 퍼붓습니다. 그러나 선두에 서서 전투를 지휘하던 주유는 날아온 화살에 오른쪽 겨드랑이를 맞아 큰 부상을 입었고, 사령관의 부상 때문에 일어난 군심의 동요를 진정하는 동안 조인은 아군을 재정비할 기회를 얻습니다. 결국 전투는 소강상태가 되어가죠.

유비는 이 기회를 틈타 장강 남쪽의 유강구에 거점을 정하고 이곳을 공안으로 이름을 바꿉니다. 그리고 형남 4군의 공략에 착수합니다.

그런데 왜 손권이나 노숙, 주유가 이러한 유비의 형남4군 공략을 반대 또는 훼방놓지 못했을까요?

당시 손권은 합비에서 장제의 거센 저항을 받고 있었고, 주유는 부상을 입어 와병중, 노숙은 강릉에서 주유를 보좌중이었죠. 상황상 유비를 훼방놓거나 저지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이 세명이 유비를 훼방놓거나 저지할 상황이 됐어도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겁니다.

연의에서처럼 유비가 적벽대전의 수전에서 수수방관하면서 퇴각하는 조조군의 후미를 공격했던 것이라면 모르지만, 유비는 엄연히 연합군의 다른 한 축이었습니다. 적벽의 오군은 3만, 유비군은 육군과 수군을 합쳐 2만 가량이었습니다. 참전 병력의 질이나 수에 있어서 오군에 전혀 뒤지지 않았고, 육상전 주력은 유비군이었습니다. 주유가 강릉으로 통하는 북쪽 통로를 차단하는 데 투입한 사람이 유비군의 관우였습니다. 그러나 손권, 주유, 노숙이 정말 오판하고 있었던 것은 아마도 강릉 전투가 단기간에 결전이 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었죠. 그러나 조인의 선공에 이은 강력한 항전, 그리고 이릉 공략이 점점 시일이 끌어지면서 상황은 예상된 대로 돌아가지 않았죠.

결국 이 이후로도 1년 동안 버티던 조인은 한계에 이르자 강릉성을 버리고 양양으로 퇴각합니다. 근 1년에 달하는 공략을 통해 강릉을 차지한 주유는 강릉성에 이르러 미치고 팔짝 뜁니다.



조운 : 니네들이 못먹고 있어서 약속대로 우리가 강릉 찜했음. 지금까지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진 않았구요. 오히려 주유,노숙,손권의 뒤통수를 강타한 소식이 전해집니다.

유비군의 형남 4군 점령!



이 소식이 가져온 의미는 정세에 깜깜한 사람도 당장 알만한 일이었습니다. 양양의 조조군이 유비가 차지한 형남 4군을 공격하려면 남군을 지나쳐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오의 영역을 지나야되고, 오군이 과연 이들을 그냥 둘까요? 따라서 남군을 장악하기 위해서 위와 오는 거의 박터지도록 싸워야합니다. 그 사이에 유비는 형남 4군과 강하군을 거점으로 세력을 키워서 어디로든 나아갈수 있다는 것이죠. 강하군을 통해 여강방면으로 나아갈수도 있죠. 이는 여강에서 조조에 반란을 일으켰다가 패했지만 3만이나 되는 대세력을 그대로 유비에게 바치고 항복한 뇌서가 있기에 가능했죠.



형남 4군은 각 군 하나하나는 남군 강릉에 비하면 딱히 중요한 지역이 아닙니다. 그러나 강하군을 차지한 유비가 형남 4군을 차지하는 순간, 유비의 세력은 형주 최강이 되버립니다. 거기다 당시엔 유기가 생존해 있었고, 유비는 유기의 후견인을 자처하고 있었죠. 그러나 실제로는 이 지역의 지배자는 유기라기 보다는 유비였습니다. 거기다 유기는 유표의 장자로서 형주의 소장파들과 중소호족들은 유기를 지지하고 있었죠. 양양과 남양이 조조 세력에 남아있었던 이유는 괴씨와 채씨 일족들이 조조를 지지해 항복했고, 이 대호족들의 세력이 양양 지역에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이었죠. 유표가 사망하기 전, 이들 대호족들은 거의 횡포를 부리다시피 했고, 유표 사후의 후계논쟁에서 형주의 주민들과 인사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는 유기를 제외시키고 자기들 편이었던 유종을 지지하고 바로 조조에게 항복한 탓에 이들은 큰 미움을 받고 있었죠. 실제로 양양 일대를 제외하고 형주에서 조조의 세력이 일소되자 과거 유표의 관원들과 소장파들은 유비에게 그대로 달려가 투항해버렸죠.

주유는 유비를 회유하기 위해 남군에 속하는 장강 이남 지역을 유비에게 할양합니다. 장강 이남의 형남4군을 차지한 이상, 이 지역은 고수할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죠. 또한 손권을 움직여 남군에 속하는 일부 지역 역시 유비에게 대여합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조조군의 남정이 있을 경우 유비까지 끌어들여 오의 전력 소모를 최소화시키기 위해서였죠.

손권은 이러한 소식을 듣습니다. 당시 손권은 합비에서 장제의 계략에 의해 퇴각하고 유수구 전투에서 동습이 익사하고 전력이 손실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유비를 직접적으로 회유합니다. 손권은 여동생을 유비에게 시집보냅니다.



(손상향은 코에이가 지기들 멋대로 갖다 붙인 이름입니다. 그냥 손권의 여동생이라서 손씨라 부르죠. 삼국지 시리즈에서는 특히 삼국무쌍 시리즈에서는 거의 유비빠나 다름 없지만, 정사의 기록에서는 유비를 항상 얕잡아봤다더군요.)

주유는 이때 표를 올려서 유비를 잡아두고 그 휘하 세력을 자기가 차지하고 북진하면 조조를 멸할수 있다고 말합니다. 물론 손권은 이를 거부하지만, 주유 입장에서는 유비의 세력을 이용할 수는 없었을 겁니다. 유비의 초기 임협집단인 관우, 장비는 유비가 아니면 제어할수 없던 인물들이었습니다. 전 적어도 이런 행동을 했다간 장비가 장팔사모로 주유를 꿰어놓고 관우가 청룡도로 마무리 했을거라 봅니다. 실제로 유비의 탁고유조를 받은 이엄이 단숨에 제갈량에 맞먹는 위치로 올라서고, 제갈량이 탁고대신으로서 촉의 모든 전권을 행사했음에도 어느 누구도 반발하지 않았던 것을 본다면(심지어는 오와의 동맹 역시)유비 생전에는 유비를 대신에 관우,장비,조운, 제갈량 등을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을 겁니다.

그리고 노숙 역시 남군 전체를 유비에게 대여해줘 형주전선에서 조조의 남진을 저지하는 동안 오군은 합비와 장강 북방의 양주 일대를 점령해 예주와 서주를 노려야한다고 주장하죠. 손권은 이러한 노숙의 의견을 받아들입니다.


(마성의 유비....도대체 이사람에 대한 동시대인,후세대인의 평가는 호평 일색이죠. 뭐 요즘 들어 조조의 재평가론이나 이종오 선생의 후흑론에 의해서 위선자라고 까이긴 해도, 유비의 능력은 인정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리고 212년 유비는 유장을 격파한 후 항복을 받아낸 뒤, 익주를 차지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손제리. 슬슬 강짜를 부리기 시작합니다.

손권 : 형주 내놔!
유비 : 니가 빌려준건 남군 강릉이지?
손권 : 아니 형주 땅 다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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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ordfish
12/12/06 13:15
수정 아이콘
후안 무치를 알면 우리 제리가 아니죠.
Colossus
12/12/06 13:45
수정 아이콘
마성의 매력자 유비...유비 절세미녀론이 괜히 나온게 아니죠. 심지어 조조가 유비를 사모하여 중국 전토를 쫓아다니며 스토커질을 했다는 얘기도...응?
마스터충달
12/12/06 13:46
수정 아이콘
오나라 입장에서 주유의 명대사는 바뀌어야 합니다.

"왜 하늘은 주유를 낳고 제갈공명까지 낳더니 손제리도 낳아놔서 오나라를 그런꼴로..."
12/12/06 14:09
수정 아이콘
어젯밤 꿈에 상사가.......손권ㅜㅜ
유비는 정말 마성의 남자군요..... 3만이나 들어다 바치다니.....
12/12/06 14:13
수정 아이콘
역시 패왕 유비답네요
아카펠라
12/12/06 14:20
수정 아이콘
연의에서 유비가 손권한테 있을곳이 없으니 좀 빌려달라 하면서 징징되었던게 이해가 안되었는데..
실제로 어느정도 빌려주긴 했군요...
설탕가루인형
12/12/06 14:41
수정 아이콘
기승전손

재미있게 읽으면서 마무리는 손권을 까야 제 맛입니다!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
인간흑인대머리남캐
12/12/06 15:07
수정 아이콘
이쯤에서 다시보는 유비최강자설
http://cfile10.uf.tistory.com/image/205F4E334D80702C2104B4
사티레브
12/12/06 15:28
수정 아이콘
그나저나 어떻게 저런 손바닥자국이 나오죠?
어떻게해도 엄지가 위로 오는데..
Liberalist
12/12/06 16:24
수정 아이콘
역시 제리는 까야 제맛이죠 흐흐;;
지포스2
12/12/06 16:34
수정 아이콘
뇌서이야기가 궁금하네요
삼국전투기에서 반란후 뇌서가 이렇게된이상 유비밖에없다고 한이후로 최훈님이 까먹었는가 안나오던데...
흰코뿔소
12/12/06 17:29
수정 아이콘
처음 나오는 지도로 보니까 촉오가 참 약하긴 약하겠군요. 위는 10여개 주를 가지고 있는 반면 촉, 오는 4개 정도로 지지고 볶고...
나쵸치즈
12/12/06 21:10
수정 아이콘
항상 잘 보고있습니다~크크
오나라를 봐도 역시 지도자의 자질이 중요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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