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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12/04 11:31:22
Name 후추통
Subject [일반] 덕있는 자의 땅(서)-노숙 자경
217년 오의 대도독 노숙이 사망합니다.



노숙 자경. 임회군 동성현 사람으로서 대호족 출신이었고 그의 집안 역시 상당한 부자였습니다. 주유가 거소현장으로 있을때 노숙을 찾아가 곡식을 부탁하자 그 자리에서 3천석의 쌀이 저장된 곳간 하나를 그 자리에서 바로 내주었죠. 오서의 주석에 따르면 노숙은 검술과 마술(Magic 이 아니고...말 타는 법)을 익히고 장사들을 모아 숙식을 책임지고 이들을 휘하 사병으로 거느렸습니다.

원술은 이러한 노숙의 소문을 듣고 밑으로 데려오려고 했고, 원술을 피해 남하하던 도중 원술 아래의 관원들이 추격해오자 직접 활을 쏴서 추격병들이 든 방패를 모두 뚫어버려 추적자들을 격퇴했죠.

이러한 노숙을 끌어들이려던 사람이 한명 더 있었는데 바로 유엽이었습니다. 유엽은 정보라는 사람을 섬기며 노숙에게 자신과 함께 정보를 섬기자고 편지를 보냅니다. 이에 노숙이 정보에게 가려고 주유에게 말하자, 주유는 그에게 정보를 섬기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라고 말하고 손권을 섬기는 것이 어떠냐고 말합니다.

주유의 설득에 노숙은 손권에게 갑니다. 반면 유엽은 정보를 섬기다가 그를 직접 죽이고 유훈에게 갔다가 유훈이 손책에게 환성을 뺏기고 조조에게 투항하자 조조의 참모가 되죠.

노숙을 만난 손권은 정세에 대해 묻습니다.

손권 : 지금 조정은 기울고 중국은 소란하오. 나는 부형이 남긴 기업을 계승하여 제환공과 진문공처럼 되려 하오. 그대는 나에게 출사하였는데 어떻게 나를 보좌할 생각이오?

제환공과 진문공. 춘추시대에 열국을 호령했고 강한 초나라를 꺾어 주왕실을 떠받들었다는 평가를 받던 진정한 춘추시대의 패자들이죠. 손권의 의미는 나는 중원을 제패하여 한실을 보좌하겠다는 의미였지만 글쎼요..과연 그런 생각이었을까요? 노숙은 그에 대답합니다.

노숙 : 한고제가 의제를 존중하여 섬기려했지만 항우가 의제를 죽여서 그리하지 못했습니다. 조조는 항우와 같습니다. 장군께선 환공과 문공이 될수 있으시겠습니까. 조정은 다시 설수 없고 조조는 빠르게 도모하기 어렵습니다. 지금의 땅을 지키며 상황을 엿보시면서 중원이 혼란스러울때 황조를 섬멸하고 유표를 쳐서 장강 유역을 차지하여 소유하신 후에 제왕이라고 칭하고 천하를 통일하는 것이 옳습니다.

한마디로 노숙은 문공,환공 타령하는 가면따윈 벗어 던지고 화북이 혼란할 즈음 형주를 손에 넣고 영토를 지켜 단단히 한 후, 제왕을 칭하라고 말한 것이죠. 이후 손권이 노숙을 맞이할때 직접 일어나 예의를 표하고 노숙에게 말합니다.

손권 : 자경, 내가 안장을 짚고 말에서 내려 맞았다면 자경의 공을 후세에 빛낼 수 있지 않겠소?

노숙 : 그거가지곤 안되겠는데요?

이러한 노숙의 말에 주변 사람들은 크게 놀랍니다. 군주가 신하가 아직 말에 타고 있을 때 말에서 내려 그를 맞이하고 먼저 예를 표하는 거 하나만으로도 엄청난 예우인데 이것이 부족하다고 말한 것이죠. 노숙은 서로 자리를 정하고 앉은 자리에서 말을 이어갑니다.

노숙 : 군주의 위엄과 덕망이 천하에 더해져 구주를 통일해 제왕의 사업을 완수하고, 다시 화려한 수레로 현명한 인사들을 부르고 저를 부르신다면 비로소 그 예우가 빛날 것입니다.

후일 손권이 황제를 자칭하면서 단에 올랐을때 주변 공경들에게 말하죠.

손권 : 예전 자경이 내가 제위로 나아갈 것을 말했는데.....

이후에도 손권은 노숙을 등우에 비했고 여범을 오한에 비겼는데, 엄준은 이 평가를 납득할수 없다고 말했죠.

손권은 이후 육손과 주유,노숙, 여몽에 대해 논평했습니다. 그중 노숙에 대해 말한 것만 추려보자면

조조가 형주를 흡수하고 내려올때 장소와 진송은 항복하자고 말했는데 노숙은 불가하다고 반박해 주유를 불러 적을 치도록 해야한다고 먼저 말했고, 노숙이 처음 군영을 지을때 둔영에는 실수가 없고 군령은 추상같이 집행되었고 부대 경계에서는 군령을 어기는 자가 없었으며 길에 떨어진 것 조차 줍는 이가 없었다. 그래서 내가 자경을 등우에 비견했다.

손권이 노숙을 신임했던 것처럼, 손유동맹 관계에서 노숙은 유비에게까지 신뢰받는 사람이었습니다. 노숙이 남군 지역을 유비에게 대여해 조조를 견제하자고 말하기 전부터, 아니 유비가 강하 하구로 조조에 쫓겨 내려왔을 때 만난 이후로, 오의 군주보다 오히려 노숙의 말을 더 신뢰했죠. 선주전의 주석에는 주유가 군사를 거느리고 유비를 구원하러 왔을때 주유를 만난 자리에서 오히려 노숙은 어딨냐고 유비가 말할 정도였죠. 노숙에 대한 신뢰는 유비 뿐만 아니라 제갈량과 그 아래 장수들까지 파급되었는데, 제갈량은 노숙과 항상 친하게 지냈던 데다, 관우의 성격상 자신의 성질머리를 건드리는 사람은 불문곡직하고 청룡도로 쪼개놓기 마련인데 노숙이 아무리 오의 대도독이고, 단도회 역시 자신이 불리했더라도 그렇게 성질을 건드리는 말을 했음에도 청룡도로 두쪽을 내지 않은 것을 봐서는 아마도 노숙이 촉의 인사들에게 전반적으로 오의 군주와는 달리 "신뢰할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인식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연의에서는 항상 유비와 제갈량, 그리고 손권과 주유 사이에 끼어 이리갈굼 저리 갈굼 받고 거기다 죽을때는 관로의 예언의 희생양이 된 안습한 모습을 보이지만, 정사에서의 노숙의 무게감은 주유나 여몽보다 무거웠으면 무거웠지 가볍진 않죠.

주유마저도 자신이 죽고 난 뒤의 후임은 노숙이 합당하다고 상소를 올릴 정도 였으니까요.

주유 : 노숙은 지혜와 지략이 있어 조조를 막고 유비와 우호하며 백성들을 귀의시키는 일을 맡기에 충분합니다. 마땅히 저를 대신하도록 하신다면 제가 죽은 그 당일이라 해도 걱정할 일이 없을 것입니다.

익양에서 관우와 노숙이 대치했음에도 그 공포스러운 관우를 면대할때도 그는 관우를 질타했다고 나오죠.

이것에 대해서 신 삼국에서는 관우가 회장을 빠져나갈때 자신을 인질로 잡고 나가라고 말하는데, 그는 손유동맹을 유지시켜 조조와 맞서기를 항상 바랬습니다.

제갈량의 천하삼분지계가 만일 노숙이라는 인물을 만나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노숙의 죽음. 그것은 촉오동맹에게 두가지 해악을 가져왔습니다.

1. 대계를 보지 못하는 인사가 대촉방침을 정했고, 그것을 제어해야할 군주가 그에 전혀 제어하지 못해 위의 위기상황을 타파해주었던 것.

2. 촉오동맹의 회복이후에도 촉이 오를 신뢰받는 동맹자로 믿지 않았고, 촉-오간의 신뢰관계를 중간에서 회복할만한 인사가 없어졌다는 점.



노숙의 죽음과 함께 오의 대도독이 된 여몽은 육구로 나아갑니다. 그리고 형주를 탈취할 계획을 세우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곳에 오를 이끌어갈 한 사람이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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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04 11:53
수정 아이콘
노숙이 조금만 오래 살았어도..
에휴..
Liberalist
12/12/04 11:57
수정 아이콘
아... 노숙...;;

노숙이 죽음으로서 삼국지가 사실상 끝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는 정말로 안타깝습니다. 10년만, 아니 5년만 더 살았어도 역사가 크게 바뀌었을 것 같은데요. 제갈량이 과로에 시달리다 오장원에서 죽는 일도 없었을 것 같고. 역사에 if는 없다지만... 아...;;

ps. 참고로 노숙하면 생각나는 유비의 명대사, "흑흑... 오늘 밥은 맛있었다"(?!)
설탕가루인형
12/12/04 11:59
수정 아이콘
결론은 손제리가 나쁜 놈이군요.
노숙쨔응 ㅠㅠ
쎌라비
12/12/04 12:01
수정 아이콘
유비 - "흑흑 맛있었다 오늘 밥은"
12/12/04 12:12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삼국지 저평가 중 최고라 생각합니다.
주유나 육손에 가려져있고 어떠한 임팩트가 없기 때문인지 제대로 된 평가를 못받고 있는 느낌이 드네요.

제가 위촉오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딱 한 명씩만 꼽으라면, 전 순욱, 제갈량, 그리고 노숙을 꼽을 거 같아요.
주유나 육손만큼 어떠한 화려함은 없지만, 노숙이 순욱과 제갈량에 비유될 수 있는 건
손권 밑에서 거의 유일하게 당시 상황에 맞는 가장 합리적인 전략을 그려냈고 실행에 옮긴 인물이라는 거지요.


게다가 어떤 부분에선 제갈량보다도 뛰어나다 볼 수 있는 게,
손유동맹에서 손권이 갑의 입장임에도 을의 입장인 유비세력을 절대 무시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신야에서 도망칠 때 유비에게 양양을 점거하라고 할 정도로 제갈량 역시 눈앞의 이익에 자유롭지 못했는데,
노숙의 경우엔 언제나 장기적 목표와 현실적 딜레마, 그리고 눈앞의 이익이라는 상충된 세가지를 가장 잘 조율한 인물이라 생각합니다.

근데 그렇다고 노숙이 오래 살았어도 정말 대세가 바뀌었을까...
한다면, 여몽이 강릉을 점거했을 때 손권의 반응만 봐도 손권은 노숙의 방식에 계속해서 불만이 쌓여갔던 것 같고
실제 그가 살아있었어도 노숙이 추구하는 방향을 손권이 계속 따르지는 않았을 거라고 봅니다.
Marionette
12/12/04 12:20
수정 아이콘
촉빠입장에서는 노숙이 조금만 오래 살았으면...
알킬칼켈콜
12/12/04 12:21
수정 아이콘
손제리놈..!
Tristana
12/12/04 13:02
수정 아이콘
결론은 손제리를 까자
루크레티아
12/12/04 13:15
수정 아이콘
주유와 노숙의 공통점은 '유이하게 손씨가 아닌데도 손권을 직접적으로 컨트롤 할 수 있었던 사람들' 이라는 점이죠.
주유는 애초에 손책의 의형제로서 이미 오나라 내부 위치 자체가 손권의 윗항렬에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고, 노숙은 대호족 집안에다가 직접적으로 주유의 유지를 받았다는 점에서 손권이 함부로 할 수 없었던 위치였고요. 결국엔 직접적으로 태클을 거는 두 사람이 단명한 이후에는 손권의 행동에 제동을 가할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 촉오동맹이나 오나라의 앞날이 바람 앞의 등불이었는데, 손권은 손제리가 되었으니...
blue wave
12/12/04 14:37
수정 아이콘
육손 포스 덜덜덜 엄청 멋있습니다.
12/12/04 15:06
수정 아이콘
그래도 오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을 꼽으라면 저는 주유..

손책과 함께 오나라를 건국했고(손책이 오와 회계 지방을 점령했다면, 시상쪽은 주유가 가져왔죠)
적벽대전에서 승리했으며
남군을 획득하는 등

사실상 오나라를 주유가 건국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죠.

여몽이 뒷치기로 남군, 영릉, 무릉의 3군을 가져온 걸 제외하면
오나라는 그 탄생부터 몰락까지 주유의 영향을 받지 않은 지역이 없습니다.
(노숙이 관우와의 협상을 통해 가져온 강하, 장사, 계양의 3군도 주유가 남군을 획득한 후 유비에게 대여해줬기 때문에 얻을 수 있었던거라고 봅니다)

결국 오나라를 실질적으로 건국하고 만든 사람은 주유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노숙보다 주유가 오나라 최고의 인물이라고 할 수 있겠죠.
흰코뿔소
12/12/04 17:53
수정 아이콘
제가 오에서 유일하게 좋아하는 인물이려나요. 노숙...
12/12/04 18:49
수정 아이콘
여몽이란 인물은 태생이 전형적인 장수였고 손권이 까라면 까는 인물이었죠. 개인적으로 한에서 위연에게 정세를 맡긴거나 똑같다고 봅니다.
(물론 유선은 손권이 아니기 때문에 애초에 까라고 할 인물이 아닙니다만... 아마도 지 맘에 안 들면 그냥 까버렸겠죠.)
결국 손권이란 인물의 한계가 거기까지가 아닌가 합니다. 무사안일의심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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