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23&aid=0002469769
부산에서 대통령 선거 후보자 벽보를 훼손한 혐의로 중학생 두 명이 잡혀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이유가 참 씁쓸합니다. 다름아닌 셧다운제 때문이더군요. 경찰 조사에서 그 중학생들이 하는 말이. "여성이 대통령이 되면 셧다운제도를 유지해 밤에 게임을 즐길 수 없을 것 같아 그랬다"라고 진술했다고 합니다.
현재 당선 가능성이 높은 두 후보 중 셧다운제에 대해 확고한 반대를 나타내는 후보는 없고 아래와 같은 몇몇 IT/게임 전문 매거진의 기사를 보면 앞으로의 확대 실시에 대해서 찬성이냐 유보냐 정도의 차이만 있는 상태입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92&aid=0002013455
뭐 이것은 반드시 여성이냐 남성이냐라서가 아니라 각자의 생각과 지지세력의 성향 차이 때문이겠지요. 셧다운제를 강력하게 밀어붙인 보수 기독교계나 시민단체 쪽과 연관이 많은 쪽이 강화를 주장하는 반면 그런 부분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쪽이 완화 혹은 문제성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정도의 입장을 취하는 것이리라 봅니다. 굳이 셧다운제 때문이 아니더라도 저를 포함해 여성가족부의 폐지 혹은 권한축소를 바라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개혁을 하려고 하는 쪽이 있다 한들 당선된 것도 아닌 상황에서 당장 모험을 할 리는 없는 노릇이겠고 여성부 자체의 폐지는 너무 극단적이죠.
예. 지금 현 단계에서는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셧다운제가 바로 폐지될 일은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저는 셧다운제가 당장 폐지되느냐 마느냐만큼이나 더욱 기분이 나쁘고 씁쓸한 게 있습니다. 셧다운제의 수립부터 법제화, 그리고 집행까지의 과정에는 명료하고 합리적인 가치가 아니라 모호하고 탐욕스러운 가치들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늘 말하지만, 아이들의 '수면권'이라는 가치를 내세워 게임을 단죄하는 것부터 얼토당토않습니다. 아이들의 수면권은 이미 강제적 공부로 수십년 간 침해되어 왔습니다. 매년 학업 스트레스는 수십 명 이상의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의 도피처가 되었던 게임이 아이들의 수면권을 침해한다는 소리는 정말로 황당하기 그지없습니다.
게임뇌 이론 같은 유사 과학이나 PC방 전원을 내리는 무책임한 권리침해를 정상적인 실험인 양 보도한 공중파 및 일간지와, 그에 동조하는 듣도보도 못한 직함을 가진 권력과 결탁한 목사와 '게임 때문에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다'라고 악다구니를 쓰는 정도의 일 외에는 할 줄 아는 일도 없는 작자들이 게임을 죄악시하는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그들은 게임계에 적게는 수백억 원, 많게는 수천억 원의 돈을 뻔질나게 요구하고 있고 그런 돈의 냄새를 맡은 정치인들은 여야 가리지 않고 게임계를 압박하거나 암묵적 동의를 하고 있지요. 아이들의 수면권을 걱정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돈에 환장한 정치인들과 타락한 종교인들과 하이에나들로 인해 지금 셧다운제에 대한 합리적 담론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셧다운제는 규제가 아닙니다. 검열입니다. 이미 2012년 한 해에 셧다운제에서 도피하기 위해 욕설, 폭력성 등을 강화시켜 청소년이용불가로 신청한 게임이 전체 대비 10%포인트나 늘었습니다. 검열을 피해서 어떻게든 살아가기 위한 몸부림입니다. 합리적 과정과 담론이 이루어지지 않는 규제는 규제가 아니라 검열입니다. 셧다운제 뿐이겠습니까?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아청법도 사실상 검열이나 마찬가지지요.
올해 초,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의 피해자를 놓고 어떤 언론에서는 셧다운제가 피해자를 도왔다는 식의 고인능욕행위를 하며 셧다운제가 효력이 있다는 식의 궤변을 펼쳤습니다. 그런 고인능욕행위에 근거한 궤변보다는, 선거 벽보를 훼손한 중학생들의 행동을 가리켜 셧다운제라는 규제가 만들어낸 사회의 병폐라고 말하는 것이 조금이나마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정부에는 이런 맹신에 근거한 일들이 최소한 줄어들기라도 했으면 합니다.
- The xi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