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렇게 넓은 차칸은 아니였지만
그럭저럭, 조금 비좁긴해도 모두가 조금씩만 양보하면 숨은 트일만한 곳이다.
귀족들이나, 졸부들이 타는 비싼 일등석은 아니지만서도
부모님의 유산과 알량한, 보잘것없는 나의 재주로 일반석은 탈 수 있었다.
가만히 앉아서, 혹은 누워서. 이 기나긴 여정속에서 사람들의 군상을 살펴보자면
자리가 없어서 서서 가는이. 검표원 몰래 차에 올라타 간신히 난간을 잡고 버티고 있는 이
웃는 이, 우는 이, 하하호호 저마다 다른 표정을 보고 있노라면 여러가지 잡생각이 떠오르다가
문득 나의 소망을 되새겨보면, 나의 늘 변함없는 노력과 약간, 아니 아주 많은 행운이 따른다면
저 머리가 벗겨진 노구가 내린 자리로 옮길 수 있다거나, 운이 좋게도 앞 칸의 일등석의 끝이라도
자리가 날 수 있겠거니 생각에 잠기다, 소란스러움에 주위를 둘러보니
더이상 열차에 자리가 없다며 험상궃은 검표원이 하나하나 사람들의 표를 검사한다.
처음에는 난간에 몰래 올라탄 그 공무원 준비하던 학생이 나가떨어진다.
자리가 있는 사람은 자기 차표를 꼭 손에 쥐며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거나.
서 있는 젊은 이들은 혹시 눈이 마주칠까 두려워 그 숨조차 죽이고 있는 마당에
기차에서 떨어지면 죽어버리겠지, 아니면 낙법을 써서 스무스하게 착지한다면 살 수 있을거야
그 톰크루즈 마냥. 그 순간 사람들이 울부짖는다.
ㅡ아저씨, 저사람이에요. 저사람이표없이탔습니다저사람입니다
험상굳은 검표원은 그들의 멱살을 잡아끌어 끌고 나갔다.
다시 나는 생각에 잠긴다.
우는 이, 우는 이, 울적한 표정에 잠긴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는 아니여서 다행이다 안도감이 들다가,
망할 좁은 기찻간이 이제 숨조차 쉬기 힘들정도로 답답할 지경에 이르었다는 생각에 다시
저 머리가 벗겨진 노구가 내린 자리로 옮길 수 있다거나 운이 좋게도 앞 칸의 일등석의 끝이라도
하는 순간에 험상궃은 검표원이 이젠 맨 뒷자리에 앉던 이들을 끌어 내린다.
나랑 같이 인턴했던 손군. 작년에 퇴직하시고 닭장사 하신다던 김부장님
그들이 다 끌려나갔지만 아직까지 차칸은 비좁고 답답하며, 이제 내가 앉은 자리가 맨 뒷 좌석이 되었지만
나는 아직 학자금대출도 못갚았고 모기지 이자내는 것도 벅찬데 아니 그러면 그냥 아버지를 모시고 살아야되나
하는 순간에 다시 험상궃은 검표원이 들어와서 자리가 없다며 내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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