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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5/09/05 16:50:44 |
Name |
명탐정 코난 |
Subject |
[일반] 직장동료 에피소드(1) |
제게는 힘든 회사생활에 비타민이 되는 직장동료들이 있습니다. 보고만 있어도 즐거운 송 주임, 오 주임.
그들에 관한 짧은 에피소드입니다.(1)
[2014년 12월 1주차]
회사 내 연구소에서는 연말에 모든 연구원이 모여 일 년 동안의 성과를 발표하고 포상하는 기술전이 열립니다.
팀별로 각자의 아이템을 PT를 통해 설명 후 큰 회의실에서 직접 시연하고 투표를 통해 포상을 진행합니다.
송 주임에게도 개발 중인 아이템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PT는 팀의 팀장이 하지만 발표가 귀찮은 팀장은 송 주임에게 발표를 지시했습니다.
평소 말도 없는 그는 조용히 PT 자료를 준비했습니다.
같은 동료인 오 주임과 저는 걱정 되었습니다. 그가 잘할 수 있을지..
그도 발표가 걱정되었는지 때마침 저희에게 물어왔습니다.
"복장은... 어떻게 입고 가야되...?"
그도 벌써 3년차.. 3번의 기술전을 보고 왔음에도 그날의 기억은 없는 듯해 보였습니다.
제 입에서 나지막이 탄식이 흘러나왔습니다.
'아하...'
제 옆에 있던 오 주임도 그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많은 사람에게 발표하는데 정장 입고 와야지~"
제가 말하는 순간 오 주임은 저를 한번 쳐다보고 다시 송 주임에게 말했습니다.
"그날 15분 PT 있으니까 잘 입고와~"
오 주임은 기술전을 준비하는 담당자였습니다.
송 주임은 알겠다고 눈빛으로 OK를 날리고 다시 PT 자료를 만들었습니다.
[2014년 12월 3주차]
저희 회사는 자율 복장입니다. 기술전이라 해서 특별할게 없습니다.
기술전 전날, 그가 다시 다가왔습니다.
"내일 정장 입는 거 맞아...?"
잊고 있었습니다. 몇일전 그에게 별생각 없이 했던 말을..
오 주임과 저의 눈이 다시 마주쳤습니다.
"어"
짧게 대답했습니다. 잊고 있기도 했고 뭔가 길게 얘기하면 들킬 것만 같았습니다.
그도 생각이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한테 물어보니까 평상복 입고와도 된다던데..."
"그렇게 중요한 자리에서 막 입고 오려고?"
"알아서 해~ 입고 오든 말든~ 난 얘기했다~"
오 주임과 저는 무심한 척 얘기하고 일을 계속했습니다. 저는 컴퓨터를 보고 있는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이렇게 실패하는구나...'
다음날, 그는 반듯한 정장 차림으로 회사에 출근했습니다. 멋있었습니다.
평상시 좀비처럼 입고 다니긴 했지만, 원래 키도 크고 어깨도 넓어 옷은 잘 받습니다.
정장을 입은 그의 얼굴도 자신감이 넘쳐 보였습니다. (저를 보자마자 때리려고 한 것은 비밀)
뭔가 짠 것처럼 PT 순서도 처음이었습니다.
15분 내내 그는 약간은 떨리지만 또랑한 목소리로 발표를 진행했습니다.
손에 쥔 레이저 포인트는 그의 마음을 표현하듯 높은 헤르츠와 진폭으로 화면을 휘저었습니다.
성공적이었습니다.
그렇게 오 주임과 저의 송 주임 첫 속이기는 성공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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