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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5/08/23 12:03:18 |
Name |
짱나 |
Subject |
[일반] 약국실습 썰 |
1.
나는 현재 모 약국에 실습 중이다.
근무약사님이 지각에 좀 엄하신 편인데.
최근 실습 막판이라 좀 군기가 빠져서 두 번 정도 지각 한것 같다.
nine to six로 일하는데, 일어나서 휴대폰을 보니 무려 11시 10분인 것이다.
폰을 켜 보니 포풍같은 약사님의 부재중 전화가 와 있다. 전화를 안 받으시길래 '늦어서 죄송합니다' 라고 답장을 보냈다.
부리나케 머리만 세팅하고 밖으로 뛰쳐나가 버스를 잡는다. 가슴이 콩당콩당 뛰고 심장이 조여온다.
도착하니 웬걸. 약국 셔터는 내려가 있었다. 약국 정문에는 '오늘 쉽니다.'라는 종이쪼가리 하나 뿐.
약사님은 전화도 안 받고 국장님도 전화를 안 받았다.
나는 길바닥에 주저앉았다.
2.
오늘은 일어나 보니 7시였다! 신난다!
이상하게도 폰을 켜보니 새벽부터 문자가 세 통 와 있었다.
보내신 분은 바로 근무약사님이셨다. 무슨 일일까 확인해 보았다.
'당신이 늦는데 이유가 있었어!' 라는 제목의 문자였다.
문자 내용은 iplol.kr에서 내 롤 전적을 검색한 것이었다.
매일매일이 빼곡했다. 어제는 새벽 5시까지 한 걸로 나와있었다.
나는 식겁해서 어버버버거리며 손으로 허둥지둥 '어떻게 아셨어요?'라고 답장을 했다.
그러니까 답장이 바로 딱 왔다.
'안알랴줌'
이게 언제적 유행어야... 하면서 엄청나게 찜찜한 기분으로 출근했다.
3.
약국 홀에 있는 TV를 보니 어떤 사람이 아동 성범죄로 어젯자로 사형집행이 처리되었다고 한다.
아동 성범죄면 꽤 떠들썩한 사건이었을 텐데, 나는 뉴스를 본 기억이 없어 국장님께 무슨 사건이었어요? 라고 여쭤봤다.
국장님은 갑자기 진지하게 표정이 변하시더니, '짱나군에게 진실을 알려주도록 하지' 라고 말씀하시며 날 병동으로 데려갔다.
참고로 우리 약국은 의약분업 이후에도 병실같이 사람이 휴식할 수 있는 병동이 있다.
두 개 있는데 꼭 한 군데는 문이 잠겨있었고, 절대 들어가지 말라는 안내문이 문 앞에 붙어 있었다.
잠긴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어떤 30대 여자 한 분과 6살짜리 꼬맹이 하나가 있었다.
소름 돋는 사실은, 6살짜리 꼬맹이는 30대 여자의 얼굴을 하고 있었고, 30대 여자는 6살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6살짜리 꼬맹이는 침상에서 멍하니 창가를 바라보고 있었고, 30대 여자는 식물인간인 양 조용히 누워있었다.
국장님은 굳은 나를 보고 서로의 얼굴이 바뀌는 무슨 증후군이라고 말씀하셨다. 너무 놀라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국장님은 '이게 진실이다. 아무한테도 이야기하지 마라.' 라고 하시며 문을 닫으셨다.
그리고 굉장히 매혹적인 미모의 꼬맹이가 나를 서서히 돌아보며 소름 끼치는 웃음을 지었다.
4.
오늘은 일요일이며, 출근하는 날이 아니다.
그리고 평일에 약국이 문을 닫을 리가 없다.
나는 근무약사님과 전화번호를 주고 받은 적이 없다.
약국에 병실이 있을 리가 없다. 얼굴이 바뀌는 병이 있을 리도 없고.
문제는 이 꿈들을 세 번에 걸쳐 연달아 꾸었다는 것이다.
역시 처음에 오늘이 일요일인 걸 깨달았을 때 빠르게 일어났어야 했다.
처음에 대처를 못 하니 두 번도 당하고 세 번도 당하는 것 같다.
꿈에 신이 있다면. 왜 일요일 아침부터 날 괴롭히는지. 정말로 원망스럽다.
참고로 어제 롤하면서 스카이프로 안알랴줌 드립을 친 건 접니다.
미안해요. 그런 개그 좋아하는 줄 알았어요. 앞으로 안 그럴께요. 그러니 꿈에서 괴롭히지 마세요. 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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