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망의 시대 - 새로운 중국의 부,진실,믿음 - 에번 오스노스, 열림책들, 564페이지, 2015년 7월 10일 출판
<야망의 시대>는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뉴요커지의 중국특파원으로 있던 에번오스노스가 쓴 중국에 대한 책이다. 2014년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책이다. 오바마가 동네서점에서 직접 골랐다고 해서 한번 더 유명해진 모양이다. 제목이 암시하듯이 <야망의 시대>는 개혁개방이후 중국인들이 어떠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지, 개개인들의 욕망과 야망이 어떤식으로 분출되고 억압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이 가지고 있는 차별점이라면, 중국은 이러이러한다더라라고 전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기자가 발로 뛴 결과물을 책으로 만들어 냈다라는 점이다. 해외여행을 가는 중국 중산층들의 심리를 파악하고자 기자는 직접 패키지 유럽여행을 가기도 했다. 기자는 책에 나오는 거의 모든 인물들을 직접 만나서 얘기를 듣고 있다. 기자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서 인터뷰이들과 수년에 걸친 친분관계를 맺고 있다. 심지어 상대방의 할머니, 할아버지도 소개받고, 저녁식사에도 초대받을 만큼. 그래서 더 생생한 이야기와 배경상황을 들을 수 있다. 책에 전체에 걸쳐 흐르는 유머감각으로 미루어봤을 때 아마 기자의 친화력이 뛰어나고, 스스로가 중국어에 능통했기에 가능했을 것 같다.
책에는 유명한 인물부터 이름없는 인물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나오지만, 그들을 통해 현재 중국을 느끼고 바라보는 개개의 중국인들의 태도가 고스란히 나타난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다. 대만의 군인이었지만 조국을 버리고 헤엄쳐서 중국으로 건너와 종국에는 세계은행의 수석경제학자가 되었지만 아직도 고향 대만땅을 밟을 수 없는 린이푸, 최초로 감옥에서 노벨상을 수상한 류샤오보, 반체제적인 예술가 아이웨이웨이, 맹인이지만 시골에서 억울한 일을 당해 가족들이 읽어주는 법률책으로 법률을 익혀 이웃들을 도와주다 정부에 가택연금까지 당해, 미국 대사관을 통해 결국 미국으로 망명까지 하게 된 천광청, 판사들에게 뇌물을 효과적으로 먹이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업가, 보잘것없는 위치에서 철도부의 최고 수장이되어 고속철도 건설을 주도했지만 결국 부정부패와 40여명이 사망한 철도사고로 몰락하게 된 류즈쥔, 영어를 배우는 것만이 출세길이라고 절실히 믿는 마이클장, 중국최초의 온라인데이팅 사이트를 만든 공하이옌 등등이 그 구체적인 사람들이다.
서로 관련성이 없어보이는 천차만별의 이야기를 묶어주는 것은, 이를 포괄하는 시각이다. 기자는 중국의 시대착오적인 정부통제가 어디까지 가능할지, 언제까지 가능할지에 주목한다. 그전에도 중국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제하는 것이 우스꽝스럽다고는 생각했지만, 자세히 알게된 중국의 모습은 황당할 정도다. 한자녀정책을 어긴 집에서, 상응하는 벌금을 낼 수 없는 경우가 생기면, 임산부의 며느리나 시아버지를 외딴 건물에 가둬놓고 며느리를 압박한다. 물론 정부는 부인하지만 기자가 직접 만나서 확인한 것이다. 인터넷에서 올리지 말아야할 키워드나 언론보도지침이 매일매일 상부에서 내려오지만, 그 부서가 있는 건물의 위치는 공식적으로는 부인되어서 어떠한 항의방문이나 이의제기를 할 수 없다. 재미있게도 중국의 인터넷사용자들은 정부방침을 어겨서 삭제되거나 차단된 웹사이트나 포스팅을 보고, 후진타오주석이 강조한 조화로운 사회를 빗대, 웹사이트가 '조화되었다'라고 표현한다고 한다. 요즘에는 시진핑주석의 '중국꿈' 표현을 비꼬아서 '꿈속으로 사라졌다'라는 말이 유행한다고 한다.
물론 기자는 중국의 권위주의적인 통제를 직접적으로 비판하지는 않고 다만 보여줄 뿐이다. 이쪽 끝에 있는 인물을 보여주면, 저쪽 끝에 있는 인물을 보여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중국 정치의 부패와 어리석음을 냉소하는 블로그로 중국에서 가장 많은 블로그 조회수를 보유한 한한과, 민주주의에 대한 적개심과 중국에 대한 무한한 애국심을 표출해 기록적인 조회수를 기록한 유투브 동영상을 만든 칭화대졸업생 탕제를 대조해서 보여주는 식이다.
경제나 정치적인 면에서 거시적으로 중국을 분석하거나 중국 정치사의 거물들을 분석한 미시적인 책들도 많다. 하지만 그 외에 13억 인구를 구성하는천차만별의 사람들을 이렇게 생생하게 읽어내는 책은 적어도 우리나라에는 없었던 것 같다. 중국에 여행을 갔다온적은 있지만 내가 갔다온 식으로는 100번을 가도 느끼거나 알 수 없었을 것들이 많다. 여행기는 아니지만 직접 중국에 갔다온듯한 느낌이 들었다. 책이 무슨무슨 상 받았다는 걸 눈여겨 보지 않지만, 전미도서상 수상작들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들만큼 훌륭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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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내에서 민주주의를 외치는것은 중국을 곤경에처하게 하려는 서양의 시도에 동조하는것이라고봅니다. 일당독재에 관해서는 기자가 비슷한질문을 던졌을때 일당독재가 민주주의와 대등한 정치체제일수있다는점을 서양이 인정해야한다고 하더라구요. 흥미로운점은 탕제라는사람이 서양철학석사가 있고 대학에서 플라톤을 강의한적도있다는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