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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8/23 04:50:44
Name aSlLeR
Subject [일반] (스포있음) 판타스틱4 - 히어로물에 히어로가 없다.
글을 쓰기 전에 전제해야할 것이 2개 있는데
첫 번째는 제가 판타스틱4는 영화로만 접했을 뿐, 원작은 아예 본 적이 없다는 것이며
두 번째는 제 영화보는 눈은 매우 관대하다는 것입니다. 이명세의 <형사>를 친구들에게 추천해줬다가 융단폭격을 맞은적도 있고, <긴급조치 19호>도 보면서 '코미디 영화로는 볼만하네' 하면서 볼 정도니 어느 정도 염두에 두시길 바랍니다


1.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기기기결'이라는 겁니다. 구성의 밸런스가 너무 안좋습니다. 평범한 과학자들이던 친구들이 어떻게 초능력을 얻게 되는지 그려내는 초반부는 평범하긴 해도 나쁘지 않아요. 문제는 능력을 얻은 이후죠. 갑작스레 능력을 얻은 그들이 어떻게 능력에 적응하는지, 자신의 능력에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전혀 묘사되지 않습니다. 꽤나 긴 테이크로 각각의 주인공 상황을 묘사하더니, 뜬금 '1년 뒤'라며 주인공들의 능력들만 짧은 브리핑으로만 묘사됩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어디간거죠? 

그러다보니 주인공들의 태도 변화도 이해가 안가요. 리드 리처드는 힘들게 정부 손에서 도망치더니, 정작 잡히고 나서는 별다른 설득없이 순순히 협력합니다. 씽은 리처드가 자신을 버리고 갔다며 적의를 보이지만, 변변한 갈등 한번 일으키지 않은 채 다시 친구가 되요. 메인 빌런이라는 닥터둠은 영화 내내 한마디 언급도 없더니, 영화 마지막에 나와서 20분도 안되어 퇴장당합니다. 아무리 리부트의 첫편이라고 해도 이건 심한거에요. 

2시간 남짓의 러닝타임 중에 절반 가량을 등장인물 설명과 능력을 얻는 과정에 사용하고, 이후 20분 정도는 졸속으로 헤어짐과 재결합을 이야기합니다. 시간 분배가 이러니 주인공들 사이의 갈등은 너무나 어이없이 마무리되고 스토리는 힘을 잃어버리죠. 만약 영화가 3시간정도 되었다면, 그래서 갈등을 좀 더 그려내고 메인 빌런의 비중을 키울 수 있었다면 영화는 조금 더 나아질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지금의 이야기도 충분히 요약가능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 사단은 감독의 실착이라고 밖에 볼 수 없네요.


2. 저같은 히어로물 문외한이 슈퍼히어로물을 본다면, 1차적으로 원하는 것은 호쾌한 액션입니다.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적을 무찌르는 영웅들! 메인 빌런이 쓰레기 수준으로 매력이 없든 스토리가 개차반이든 간에 액션만 멋지면 슈퍼히어로물은 그래도 체면치레는 할 수 있어요. 문제는 저따구로 밸런스를 맞추다보니 액션씬이 너무나 빈약하다는 것입니다.  일단 히어로가 되야 전투를 하든 할텐데 그게 중반부 이후고-_- 액션씬은 마지막 20분 정도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 20분의 시간이라도 액션에 오롯이 쏟아내면 좋았으련만, 감독은 그 20분안에 개별로 움직인 판타스틱4가 닥터둠에게 당하는 장면을 묘사한 뒤, 리드 리처드의 오글거리는 대사와 함께 이를 극복하고 팀이 되는 과정을 그려냅니다. '도전 -> 패배 -> 극복 -> 재도전 -> 이김'의 과정을 20분안에 우겨넣다보니 액션다운 액션은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심지어 4명이 한 팀이 되어 닥터둠을 상대하는 마지막 시퀀스에도 호쾌한 액션은 없으며, 닥터 둠은 리드 리처드의 어그로에 정신팔리다가, 씽의 주먹 한 방에 리타이어 됩니다. 이게 뭐냐고요 젠장


3. 감독은 판포스틱과 전작의 명백한 차이는 '진중하고 어두운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그들은 우연히 얻은 능력에 괴로워하고 과거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합니다.

는 개뿔..

저런 갈등과 고뇌는 몇 마디 대사로 묘사될 뿐 깊게 그려지지 않습니다. 승리에 취한 건지, 승리 후에는 그런 고뇌조차 없어요. 분위기는 무겁지만 스토리는 너무나 얕습니다. 그나마 나았던 전반부는 평범했고, 후반부는 너무나 허접합니다. 그들은 다른 차원의 공간에서 초능력을 얻어옵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다른 차원으로 갔을까요? 국가적 업무? 연구의 성과?  그냥 술 취해서 홧김에 간거에요-_- 가장 핵심인 '초능력의 근원'이 술주정이라는 허접한 이유라뇨.. 액션히어로물의 '간지'를 위해서라도 감독은 좀 더 근사한 이유를 만들어줬어야 합니다.

스토리가 너무나 부실하다보니, 그들의 고민이나 갈등은 제대로 그려지지도 않습니다. 좋지못한 밸런스에 엉성한 스토리가 추가되니 배우들의 나쁘지 않은 연기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에 몰입이 안됩니다. 닥터 둠과의 마지막 결투는 너무나 쓰레기였기에 말하고 싶지도 않네요. 이번 영화가 원작 훼손 수준이라던데, 원작을 아는 팬분이라면 더 끔찍하게 생각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4. 가장 최악은 메인 빌런인 닥터둠입니다. 적어도 메인 빌런이라면 그가 얼마나 강력한 존재고, 어떤 음모를 꾸미는 지 설명이 되어야 합니다. 강력한 적이 설정될 수록 그에 대적하는 슈퍼히어로의 가치도 올라가니까요. 그러나 이 영화에서 닥터둠은 20분도 나오지 않습니다-_- 나오자마자 학살을 벌이고, 지구를 멸망시키려 해요. 작은 전투라도 하고, 음모라도 꾸며서 자기 존재감을 드러내야 매력이라도 느끼죠. 메인 빌런 답게 몇 번 간지나는 말을 뱉지만, 관객 입장서는 쓸모없는 '가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마지막 판타스틱4와의 전투조차 제대로 그려지지 않고, 주먹 한방에 빠르게 사라집니다...-_- 웬만한 영화의 중간보스가 닥터 둠 보다는 대접이 좋았어요. 적어도 걔네는 주인공이랑 몇 합 겨뤄도 보고, 주인공들에게 몇 방 먹이기도 하잖아요.


굳이 극장서 보실 거라면 말리지는 않겠습니다. 보다가 나올 수준은 아니거든요. 사실 이 영화는 끝나고 나서 곱씹으면서 분노가 커지는 영화입니다. 초반부는 충분히 볼만하고, 그걸로 기대감을 키우다가 텅빈 중반부와 쓰레기-_-같은 후반부를 보며 '뭐지?'하는 순간에 영화가 끝나버리니깐요. 수준 이하의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의 이름값이 아까울 뿐입니다..

조만간 협녀도 볼 생각인데, 두 영화의 우열이나 한번 가려봐야겠네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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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충달
15/08/23 04:54
수정 아이콘
여기 스스로 고행의 길에 들어선 한 피잘러가 있습니다...
하긴 이번 주에 볼만한 영화가 없긴 했는데, 차라리 한효주 구경이나 가세요 ㅠ,ㅠ
여기에 협녀까지 보신다니, 이러다 영화에 흥미 잃습니다;;;
15/08/23 13:18
수정 아이콘
8월 31일에 사라지는 표가 있으니 그거로 보려고요..
판포보면서 망작은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지출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ㅜㅜ 자기위안이라도 해야죠
작은 아무무
15/08/23 04:57
수정 아이콘
저희 아버지가 했던 말중에

"아들아, 돈을 낭비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그보다 나쁜건 시간을 낭비하는 거란다."

aSlLeR님은 두개 모두 하셨습니다...아 ㅠㅠ



그냥 다다음주에 앤트맨 보러가세요....볼만합니다 재밌어요...
15/08/23 13:19
수정 아이콘
하... 롤이라도 했음 재미라도 있었을텐데ㅜㅜ
협녀까지 보고 눈정화로 베테랑 보려고요ㅜㅜ
김장독
15/08/23 07:26
수정 아이콘
히어로물 이라기보단 공포물이라고 봐야할정도로 어둡더라구요..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능력을 얻게되는 과정을 그리고 닥터둠을 2편으로 돌려도 될지 싶은데 그냥 우겨넣다 보니 닥터둠은또 전작과 비슷하게 쩌리 나오는게참.....
15/08/23 13:20
수정 아이콘
문제는 이 역대급 혹평으로 속편이 나올지 모르겠다는거...

어둡게 나오려면 그에 걸맞는 짜임새가 있어야하는데 아무것도 없었죠ㅜㅜ
질보승천수
15/08/23 08:37
수정 아이콘
애초에 기대를 안 하긴 했는데 평들이 너무나도 일관되도록 처참하니까 살짝 관심이 갑니다.
예전에 디워때도 이랬는데....
15/08/23 13:20
수정 아이콘
그 느낌 잘압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크크
15/08/23 09:07
수정 아이콘
저도 들은말입니다만,
극을 완결짓지 못하고 감독이 중간교체된걸로
알고있습니다. 그래서 완성도가 엉망이 되어
버렸다고 들었습니다.
15/08/23 13:22
수정 아이콘
말들이 다 다르더군요.
어디는 트랭크의 삽질을 킨버그가 메우느라 고생했고, 매튜본도 그과정에서 투입되었다고 하고

다른 쪽은 트랭크의 판포 초기각본을 얻었다며, 좋은 퀄리티의 대본을 킨버그와 폭스가 개입하며 망가뜨렸다는 이야기도 있더군요.
피로링
15/08/23 09:27
수정 아이콘
2000년대 판타스틱4는 제시카 알바라도 있었지...이건 뭐...

심지어 얼마나 구리냐면 스탠 리가 까메오 출연을 거부했습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랑 판타스틱4 전작에도 나왔는데! (뭐 따지고 보면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랑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에도 안나왔지만 까메오 출연 안한작품은 대체로 구림..)
15/08/23 13:23
수정 아이콘
전작들은 캐릭터들이라도 건졌는데 이건....
스탠리는 이제 폭스 작품은 안나오려나 봅니다?
노원구백호랑이
15/08/23 10:06
수정 아이콘
사실 기대하고 있었는데 평이 안 좋아서 안 볼라고요.추천하시는 분들이 없네요...
15/08/23 13:24
수정 아이콘
장점을 찾기가 힘들어요.. 액션이 좋은것도 아니고 CG가 좋은것도 아니고, 연기력이 특출나냐? 그것도 아니거든요
AD Reverse Carry
15/08/23 11:07
수정 아이콘
아 젠장 쓰고 있었는... 크크크크
저는 공짜표가 생겨서 할일도 없겠다 싶어서 갔는데 시작시간이 다가오니 고스트라이더2의 악몽이 스물스물 기어나오더라고요.
진짜로 한 초반 20분까지 능력을 얻는 이야기는 봐줄만 합니다. 특출난 도입부는 아니더라도 평범한 이야기는 됩니다. 근데 그 이후로 한 30초짜리 영화 예고편을 반복하는 느낌입니다. 문제는 30초의 예고편 모음에서 이야기가 앞으로 향하지 않는다는게....
그래도 저는 분노하진 않았습니다. 이제는 판포스틱이 마블에서 만들어지겠구나 싶어서... 설마 판타스틱포 리부트가 세번이나 일어날거 같진 않거든요.
15/08/23 13:25
수정 아이콘
속편이 예고는 되어있는데 이상황이면 갈아엎겠죠 크크

비유가 딱 맞는거 같습니다. 어느순간부터 이야기가 전개되지않아요.
15/08/23 11:29
수정 아이콘
희안하게도 망작이라니깐 더 보고 싶은...

난 마조인걸까...?
15/08/23 13:26
수정 아이콘
저를 보세요. 망작인거 알면서도 보고 고통받지않습니까? 크크

이러고 협녀도 보러갈거라는 게 함정.. 마조일지도
AD Reverse Carry
15/08/23 13:54
수정 아이콘
제가 이영화와 고스트라이더를 보면서 느낀건
망작에는 이유가 있고 비웃기 위해 들어가는것도 한계가 존재한다는거...
안됩니다만 아마 보시겠죠 크크
15/08/24 09:46
수정 아이콘
덕후 작품은 덕후가 만들어야 하는데 괜히 순수예술 하려 하면 문제가 생기는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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