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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8/14 21:24:16
Name 신불해
Subject [일반] 유방의 사소하지만 찌질한 일화 하나 "애들아! 항적 개객히 해봐!"
https



나름 통을 크게 부릴떄는 크게 부리는 것이 유방이었지만, 그렇다고 유방 본인이 대단한 인격자였던 것은 물론 아니다. 당시 한나라의 신하들조차 인정했을 정도의 유방의 사람됨 자체는 거친편이었다. 다만, 대국을 살필 줄 아는 유방의 정치적 감각이 그런 인격을 제어해 내어 막나가는 막았던 것이다.



다만, 거꾸로 말하자면 대국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거나 악한일이 아니라면, 졸렬하게 구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인데...





초한쟁패가 끝나고 마침내 승자가 된 우리의 황제 유계 형. 승리를 거두고 낙양에서 따수운 배를 두들겨 대고 있는 유계 횽에게는 이제 남은 문제가 하나 있었다.



"아 좋다. 근데 항우 그 개객히 따르던 놈들은 어떻게 하지? 쫄다구들은 내버려 두더라도 간부들은 손을 좀 봐줘야……"



내심 누워서 생각을 하다보면 항우에게 후달리며 곤경에 처했을때의 서러운 생각이 나지 않겠는가? 유방은 종리말과 계포가 자신을 여러 전투에서 괴롭히던 것을 생각하자 새삼 격분이 났을까?


"계포 그 놈 살려 주는 인간은 내가 삼족을 멸한다!" (及項羽滅, 高祖購求布千金, 敢有舎匿, 罪及三族. )



정작 그 계포는 어찌어찌 주가(朱家)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해 벼슬까지 얻었지만, 종리말은 한신에게 배신 당해 죽고 말았다. 



이렇게 과거 항우 세력에게 뒷끝을 부린 유방이었지만 그렇다고 전 항우의 세력 전체를 날려버릴 수도 없는 일이다. 아무리 항우에게 된통 당한 게 울분으로 남았다고 해도, 과거 항우를 따른 부하들을 모조리 죽이거나 할 정도로 유방은 어리석지는 않았다. 



이는 항우의 인척들도 마찬가지다. 항우의 여타 친족들, 즉 한나라 스파이로 혁혁하게 활약한 항백이나, 계속 싸웠지만 항복한 항타 등은 오히려 후작을 받고 제후로 남아 배를 두드리고 살았다. 항씨의 친족들 정도는 유방도 별로 문제 삼지 않았던 것이다.




자.... 그런데 문제는 항우 본인이다. 



항우는 죽었으니 처벌할 수도 없다. 항우의 친척들은 후가 되었으니 처벌할 수가 없고, 항우가 특별히 자식을 남기지 않았으니 자식도 처벌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결국 남은 것은 명분으로의 항우인데……




"야, 우리가 정책 이야기하다가 항우 이야기를 할 때가 종종 있잖아?"


"뭐....그렇기야 하지 않겠습니까? 항우랑 죽일듯 싸우던게 얼마 전일었으니 말입니다."


"그럴때 우리가 항우를 뭐라고 불러야 하겠냐?"


"보통 적당히 예의를 차려서 항왕이라고 안 하겠습니까? 아니면 그냥 항우라고 하거나."


"앞으로 그러지 말아라."


유방은 그렇게 선언했다.


"항우 걔 이름 부를 일 있으면 무조건 이름으로 찍찍 불러. 항적이라고. 특히! 이전까지 항적이 놈 부하였다가 내 밑으로 기어들어온 놈들, 명심해라!"




본시부터 유방의 부하들이었던 사람들이라면 이는 문제도 아니겠지만, 초나라의 신하로 있다가 귀순한 이들은 좀 다른 문제였다. 


그래도 한때나마 주군으로 모시던 항왕이었는데, 이제와서 이름으로 찍찍 부른다니! 가령 조선 세종의 부하였다가 명나라나 일본에 귀순한 사람이 있다고 치자. 세종을 일컫어서 '조선의 왕' 이라고도 하지 않고 '이도 그 놈' 이라고 한다면 느낌이 어떻겠는가? 



말로는 항우의 이름을 부르라는 이야기지만, 이건 사실상 "항적 개객히 해봐" 라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유방은 다른 미끼를 내걸었는데...



"야! 항적 개객히 해봐!"

"어. 어떻게 그래도 전의 주군이었는데 어찌 한때나마 초나라의 녹을 먹던 도리로...."

"항우 개객히 하면 대부 시켜줄란다."

"항적 개객히! 항적 개객히! 항적 이 개 호로놈의 색히! 아이고, 잘 죽었다, 이 망할 놈아! 항적 개객히!"



유방은 항우의 이름을 찍찍 부른 이들을 대부 취급을 해주었다. 


유방은 과거 한나라의 병사로 전쟁에 참여한 적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대부로 임명해주었지만, 반대편이었던 초나라의 진영에 있던 사람들은 경우가 다르다. 하지만, 항우를 항적이라고 부르는 것만으로도 대부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당연히 사람들은 대부가 하고 싶어 눈을 씨벌가게 뜨고 저잣거리 개나 되는 마냥 "항적, 항적" 하고 항우의 이름을 불러대었다. 그런데...



"너 항적 개객히 해봐!"

"항적 개객히!"

"너도 항적 개객히 해봐!

"항적 개객히!"


이렇게 모두가 항우의 이름을 부르고 있는데 유방의 눈에 들어온 사람이 있었다.


"야, 정군(鄭君)!"

"부르셨습니까?"

"듣자하니 너도 항우 부하였다며?"

"그랬지요."

"그럼 항적 개객히 해봐."

"안할랍니다."

"뭐, 항적 개객히 안해?"

"항적 개객히 안 합니다."










"너 항적 개객히 할 거야 안할거야!"

"안↑ 하겠소!!! 다!↓시↗는↘ 안 하겠소!!!"

"진짜?"

"당근 빠다."

"너 그러면 대부 안 시켜준다?"

"그냥 대부 안할랍니다."

"콜"

"콜"





좀더 후세에 이런 일화가 있었다면 "아, 적의 신하였지만 충심을 다하는 모습이 갸륵하구나. 벼슬을 올려주겠다" 거나 "너 짱인듯. 벼슬 하셈" 하는것이 일반적인 패턴이겠지만, 이 시대는 워낙 솔직담백한 시대라 그런지, 그냥 "싫음 말고." 로 반전이 없는게 반전이었다.



정군은 특별히 처벌 받진 않았지만, 같은 전 초나라 출신 신하들은 전부 대부가 되었는데 혼자만 대부가 되지 못했으니 사실상 배척을 당한 셈이 되었다. 


출세를 못한 정군이었지만, 잘 살다가 한문제 시절에 죽었고, 그 기풍을 이어받은 아들 정장(鄭莊)은 천하의 협객으로 이름을 날렸다고 한다.









鄭當時者, 字荘, 陳人也. 其先鄭君 嘗為項籍將;籍死, 已而屬漢. 高祖令諸故項籍臣名籍, 鄭君獨不奉詔. 詔盡拝名籍者為大夫, 而逐鄭君. 鄭君死孝文時.

정당시(鄭當時)는 자(字)가 장(莊)이며 진(陳) 출신이다. 그의 조상인 정군(鄭君)은 일찍이 항우(項羽)의 장수였는데, 항우가 죽은 뒤에 이내 한나라로 귀순했다. 한 고조가 예전에 항우의 신했던 자에게 항우의 이름을 부르게 했는데, 정군만은 고조의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 고조는 조서를 내려 항우의 이름을 부른 자에게 모두 대부로 우대한다는 조서를 내렸고, 정군을 배척했다. 정군은 문제(文帝) 때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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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낑낑
15/08/14 21:30
수정 아이콘
요새 유방 글이 자주보이네요
신의와배신
15/08/14 21:45
수정 아이콘
조지고 부시는 아들 부시가 대통령이던 시절 전 세계를 향해서 말했습니다. 우리편 아니면 다 적이다 라고.... 전 세계가 깨갱 했지요. 예써 악의축 개개끼... 라고 외쳤습니다. 군대도 보내고 돈도 보냈죠

유방은 항적 개개끼 안한다고 적이라고 한 적도 없고 돈을 갈취한 적도 없습니다.

어릴적에는 참 쪼존하다고 생각했는데 살다보니 매력이 쩝니다.
15/08/14 21:53
수정 아이콘
다행이도 고자는 안됬군요(?)
lupin188
15/08/14 22:38
수정 아이콘
역시 대인 유방.크크크
birkenau
15/08/14 23:14
수정 아이콘
항백은 스파이였군요.
15/08/14 23:30
수정 아이콘
조조였으면 항백 개객끼 한애들중 능력없는 사람은 큰 화를 당했겠죠?
15/08/14 23:46
수정 아이콘
뭐랄까 참 유니크한 양반이네요 -_-;

보통은 본문에 나온대로
'지조를 지키는 모습이 대단하다 ~' 면서 상을 내리거나
'니가 감히~' 하면서 목을 쳐버리는게 보통일텐데

쿨하게 그냥 냅두는군요 .. 당황스런 엔딩.
하르피온
15/08/15 00:03
수정 아이콘
초한지를 영상으로 볼만한 프로그램 명을 알수있을까요?
영상속 항우와 유...음.. 한왕의 모습을 보려....
문재인
15/08/15 00:22
수정 아이콘
해외특별기획 초한지 80편짜리 드라마 있습니다. 한 2년전에 나왔었나 그랬어요. KBS에서 해줬구요.
무간도에 나온 그 배우가 유방으로 나옵니다.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더빙 연기도 좋았구요.
https://ko.wikipedia.org/wiki/%EC%B4%88%ED%95%9C%EC%A7%80_(%EB%93%9C%EB%9D%BC%EB%A7%88)
요즘 유방 글을 보고 그 드라마 떠올려보니 더 웃기네요. 찌질갑 운빨 유방..크크
하르피온
15/08/15 00:24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안그래도 댓글적고 검색해보니 최근드라마가 있길래 주시하고있었습니다 크크
문재인
15/08/15 00:26
수정 아이콘
진짜 고퀄입니다. 이렇게 재미있게 본 중국드라마가 있나 싶을 정도로요 크크
라이트닝
15/08/15 02:26
수정 아이콘
신삼국 만든데서 만든거 맞죠? 중복 배우가 많은거 같은데..
자막판으로 볼수 있는곳은 없겠죠?
15/08/15 00:50
수정 아이콘
옛 군주에게 욕하라는 것도 아니고 이름 정도야 부를 수는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항적이 인간 쓰레기이긴 했죠. 가는 곳마다 생매장하고 다녔으니...
원추리
15/08/15 10:59
수정 아이콘
대부는 어느정도의 벼슬(?)인가요?
꽃보다할배
15/08/15 11:47
수정 아이콘
우리로 치면 걍 양반입니다 진짜 양반이려면 3대 직계가 정3품 반상여야하죠
공경대부인데 경이 정3품 반상 즉 영감 공이 정2품 대감 대부는 정3품 미만이니 양반으로 보시면 될듯
singlemind
15/08/15 15:52
수정 아이콘
이런글 좋아요 잘보고 있습니다 바램이 있다면 킹덤을 연재하는 작가가 진나라 이후 초한시대까지 그냥 쪽 그려줬으면 좋겠어요
남광주보라
15/08/16 11:08
수정 아이콘
진짜 창천항로, 킹덤 급의 초한쟁패기를 다룬 대작 만화가 나오기만을 기다리며 삽니다
singlemind
15/08/16 11:22
수정 아이콘
창천항로,킹덤은 정말 인정이죠.킹덤은 저에게는 현존하는 탑3의 만화이고 1~5권때의 약간의 풋풋함을 벗어나서 이제는 대작이라고 말해도 될꺼같습니다. 대사 하나하나도 너무 멋있게 해서 케릭터를 살려주고요~
중간중간 휴재를 하더라고 토가시(헌터x헌터) 정도로만 안하고 쭉 했으면 좋겠어요
남광주보라
15/08/16 11:37
수정 아이콘
그렇다면 역시 주인공은 한신이 어울리겠죠? 한신의 찌질이 시절부터 여후에게 죽는 시점까지를 그린 대작급 만화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역량으로 볼때 역시 킹덤 작가분이 그리는게 좋은데. . .킹덤 연재 종료하고 후속작으로 연재할거라는 희망만 품고 삽니다. 제가 죽기전까지 킹덤이나 창천항로급의 초한지 만화 보고가는게 절실한 소망이라서. .
singlemind
15/08/16 16:03
수정 아이콘
저도 제욕심은 작가님 돌아가시기 전까지 연재해줬으면 하는 만화가 몇개있네요 한신도 좋고 유방도 좋고 항우도 좋고 킹덤같은 퀄리티면 대환영이죠!
남광주보라
15/08/16 11:05
수정 아이콘
요즘 재미있게 잘 읽고있습니다. 한고조 유방의 다양한 면모를 보면서, 암튼. . . 유막둥이 넘흐 재밌어!
제라그
17/11/06 19:24
수정 아이콘
사실 진짜로 졸렬한 인간이면 처벌했겠지만... 화통한 양반이라 쿨하게 대부 안 시켜주고 끝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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