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손끝과 금속이 부딪혀 내는 경쾌한 타격소리와 함께,
동전은 공기의 저항을 운명삼아 자신이 착지할 방향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그 동전을 던진 자의 마음속엔 미래를 결정할 선택을 앞두고 있습니다.
숫자면 Yes,
그림이면 No.
그 동전의 착지 방향은 단순 물리현상이 아닌,
운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선택의 기로가 됩니다.
그리고 몇초 뒤,
동전이 착지하는 소리와 함께 결정은 내려졌습니다.
그리고 그는 두번 다시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2]
가끔 우리는 살아가며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됩니다.
덥고 목마르다 -> 시원한 물을 마신다
같은 쉬운 결정도 있고,
오늘 저녁 뭐 먹지?
같은 자유로운 결정도 있습니다.
쉬운 결정, 어려운 결정은 있어도,
그 쉽고 어려움이 결정의 무게를 판가름하지는 않습니다.
목마르면 물을 마시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정이지만,
일상속에 그 쉬운 결정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만큼 물은 중요하니까요.
그 반대로 어려운 결정이라고 반드시 결과 또한 무겁지는 않습니다.
이 시대 직장인들의 최대 딜레마인:
“오늘 점심 뭐 먹지”는 풀리지 않는 세계 3대 난제중 하나...까지는 아닙니다만 (...)
그래도 수많은 이들에게 고뇌와 갈등의 시간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이렇게 보면 오히려 별 의미없는 결정들이 훨씬 어려운 경우가 많은것 같기도 합니다.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일들은 의외로 결정하기가 쉬운 경우가 많습니다.
살기 위해서 내리는 결정들, 당장의 필요를 채우는 결정들...
그냥 못먹어도 고 해야하는 경우가 수두룩합니다.
그럼 갈등은 왜 찾아오냐면,
의외로 간단하게 세가지 경우로 수렴됩니다:
1. 선택지가 다 너무 좋은데 어느게 더 좋은지를 모르겠다
2. 선택지가 다 노답이다
3. 선택지들의 미래를 예측할수 있는 정보가 매우 부족하다
그럼 결국 사람이 고민하게 되는 부분은 95 대 5 같은 일방적인 선택지가 아닌,
55 대 45 같은 애매한 선택지라는 것인데,
또 따지고 보면 사실 그럴 경우 어느 하나를 골라도 상관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에 명시했던 1, 2번같은 경우는 특히나 그에 해당됩니다.
그럼 결국 3번정도가 가장 골칫거리가 될만한 문제라는 것인데,
이럴때는 사실 정말 어떠한 방법으로도 좋은 결정을 내리기란 힘듭니다.
이미 사람의 힘으로 결정 가능한 부분은 끝난 상태니까요.
[3]
그래서 우리는 동전을 던집니다.
이 동전은 진짜 동전일수도 있고,
지인들에게 구하는 조언일수도 있고,
사회적 관례에 따른 방향 제시일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런 다양한 방법들이 앞길을 제시해줄수는 있어도,
어느것 하나 정답을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왜냐면 결국 결정에 대한 책임은 동전이 아닌 나에게 있고,
이런 결정은 이미 궁극적인 결론보다는 자신의 마음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어느 하나를 골라도 후회할수 있는 상황이기에,
그래도 조금 덜 후회할 것을 선택하는 그런 결정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느것을 골라도 후회할것 같고,
우리는 망설이게 됩니다.
조금 더 나은 결정을 하기 위해 정말 조심해집니다.
그리고는 좀처럼 아무것도 하지 못합니다.
그러다가 기회 자체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것이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단점이 있다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뿐이죠.
하지만 기회 중에서도,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은 기회가 있습니다.
시도라도 해보고 싶고, 좋든 나쁘든 변화를 주고 싶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동전을 던집니다.
동전은 그저 결정을 내리도록 강제하는 장치이며,
Yes 이든 No 이든, 이미 우리는 받아들일 각오가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동전의 윗면은 그림.
No 입니다.
[4]
그 선택의 기로에서 뒤를 돌아보지 않고 달려온지 어느덧 수년의 세월이 지났습니다.
결과는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아주 좋은 결론은 아니였지만 매우 좋은 성과를 이루었고,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날수 있었습니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하고는 합니다.
그때 그 시절, 반대되는 결정을 내렸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 가진것과는 아주 다른것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물론 잃은것도 많겠지만.
사실 따져보면 그게 더 좋을수도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때는 너무 결정이 성급했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다만, 그시절으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할것이냐고 물어본다면,
제 대답은 언제나 같습니다.
저는 Yes라고 할 겁니다.
그때와 같이.
[5]
사람은 참 신기합니다.
자신의 마음을 알면서도 그 마음을 외면하기 바쁩니다.
그리고 망설입니다. Yes라고 결정하기 싫은것 처럼.
분명 저는 Yes가 제 생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결정에 대한 뒷감당이 두려웠습니다.
누군가 강력하게 나를 No 쪽으로 말려주기를 바랬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나를 No로 이끌어주지 않습니다.
왜냐면 동전은 결국 동전일 뿐, 나의 일을 책임져주지 않습니다.
자신이 책임지지 않을 일에 50 대 50 같은 조언을 주는 것은,
어찌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결국 결정은 내 마음이 내립니다.
그 기회를 충분히 중요하게 여긴다면 자신이 그 두려움을 이겨냅니다.
이미 실패해도 책임질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모든 결정이란게 그래야 한다고 느끼는 요즘입니다.
성공이든 실패든, 후회하지 않는게 더 중요합니다.
중요한건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일 테니까요.
그렇게 오늘도 동전을 던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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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하면서도 다른걸 약간 느낍니다.
저는 동전을 던지고 나면, 제 본심이 드러나더군요.
특히 두개 보다 여러가지중에 고민하는 와중에 동전을 던져서 (토너먼트 ... ) 특정 안을 결정하게되면..
갑자기 그 선택지보다 더 나은 선택되지 않은 보기들이 매력적여 보이더라구요
그리고는 비겁하게 결국 그 가장 매력적인 보기를 선택하기도 합니다만, 결국 이 모든것은 동전을 던지며 출발한것이지요.
오늘저녁은 소고기집 A와 B사이에서 동전던진뒤 동전으로 선택된 B(가성비) 보단 A(고기질이 좋은)로 먹으러 갑니다. 크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