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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초에 aurelius님이 올려주신 책 리뷰를 읽고 책을 읽었는데 정말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똑같은 책을 가지고 글을 또 써도 되는진 잘 모르겠지만, 저는 좀 더 자세한 내용을 다른분들과 나누고 싶어서 글 쓰게 되었습니다. 아래부터는 평어체를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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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이루는 제국 - 1750년 이후의 중국과 세계, 오드 아르네 베스타, 문명기 옮김, 까치
Restless Empire - China and the world since 1750 , Odd Arne Westad
책은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프롤로그 : 제국
1.변모
2.제국주의
3.일본
4.공화국
5.중국의 외국인
6.해외의 중국인
7.전쟁
8.공산주의
9.고립된 중국
10.중국과 미국
11.중국과 아시아
에플로그 : 근대성
18세기 청조때부터 20세기 초반까지의 시간대에서 광범한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의 장점중 한가지는, 지루한 편년체적 서술을 하지 않고 주제별로 글을 구성함으로써 시간에 흐름에 구애받지 않고 사건들이 가지는 다양한 맥락과 함의를 풍부하게 전달하고 있다는 점이다. 장점 중 두번째는 기존의 국가중심주의적, 정치사 중심주의적 서술을 넘어서 ( 물론 이러한 관점들도 충분히 풍부하게 다루고 있지만 ) 당시 실제 중국인들과 외국인들의 양상을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계사를 전공한 교수답게, 저자는 중국근현대사를 다루면서 중국자체의 변화양태만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유럽, 미국, 동아시아, 동남아시아와 중국이 상호작용하며 서로 영향을 미친 과정을 우아하게 보여준다.
1장(변모)에서는 힘을 잃어가던 청조가 기존에 고수하던 청조제국에 대한 관점이, 아편전쟁과 태평천국 운동등의 사건들을 겪으며 변해갔는지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중국이 이때까지 한번도 고민해보지못했던, '과연 중국은 무엇이고, 중국인이란 어떻게 정의할수있는지'에 대한 심각한 정체성에 대한 질문에 맞딱뜨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2장(제국주의)에서 발전된 서구와의 접촉이 크게 늘던 시기 중국과 중국인들이 외국에 대해 가졌던, 지금 보면 터무니 없는 오해나 상상, 제국주의에 맞서 모색했던 개혁적이고 고통스러운 과정이 나와있다.
3장(일본)은, 일본이 21개조 조항으로 중국을 겁박하기 이전에, 혹은 그 이후에도 어느정도로, 중국이 눈부신 일본의 경제적, 정치적 성공을 보며 가졌던 감정과 이를 자국에 적용하려했던 시기의 변화상을 보여준다. 재미있었던 것은, 일본이 한창 팽창주의로 달려가고 있을때조차 일본은 수많은 중국인 유학생들을 자국에 유치했고 교육했으며 공화제와 산업발전에 대한 지식을 전수하려고 했다는 점이다. 쑨원조차도 일본을 중국의 본보기로 보았으며, 친일행위로 비춰질 여지가 있어 논란이 되는 수많은 발언을 했었다.
4장(공화국). 중화민국의 수립이전까지 항상 황제가 있었던 중국에서 청조가 갑자기 무너진 공백을, 최초의 공화국이었던 중화민국과 수많은 군벌, 공산당이 채워나가며 생기는 잡음과 충돌이 입체적으로 서술되어있다. 기존에 내가 갖고 있던 인식과는 달리, 중국의 국민당과 공산당의 관계는 그 수립이전부터 상호의존적이고 혼종적이었다. 국민당 내부에서도 좌파라고 불리는 좌경세력이 있었고, 한편 소련은 초기에 중국 공산당은 국민당을 지원하고 보조하라는 명령을 받은 적이 있었다는 점이 놀라웠다.
5장(중국의 외국인)은 중국문물이 물밀듯이 들어오는 과정에서 중국인들이 가졌던 양가감정, 즉 한편으로 서구의 눈부신 물질적 성취에 감탄하고 동경하서도, 한편으로는 침략적인 행태를 보이는 서구에 대해 가졌던 의심과 증오를 보여준다.
6장(해외의 중국인) 중국인들이 타이, 타이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캘리포니아, 미국, 캐나다, 심지어는 쿠바, 호주, 뉴질랜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역에 언제 어떻게 가서 정착했고 또 일부는 결국에 떠났는지 흥미롭게 보여준다. 몰랐던 사실은, 1차대전시기 수많은 중국인들이 연합국 전선의 후방에서 노동자로 일했다는 것이며 이들의 경험이 중국의 대외인식에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점이다. 또한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에 수많은 중국인들이 해외에 나가서 공부한 경험이 중국의 향로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
7장(전쟁)은 중국이 겪은 가장 처참한 전쟁이었던 1930년대의 중일전쟁을 서술하고 있다. 중국이 중일전쟁 발발 직전까지 가졌던 정치적 판단과 감정이 어떠한 것이였는지, 수적으로 기술적으로 압도적인 일본군에 맞서 어떠한 전략으로 대응했는지, 이 과정에서 중국이 서구에 갈구했던 점은 무엇인지, 중일전쟁이 공산당의 생존과 확장에 도움을 준 면은 무엇인지, 중일전쟁 종전 후 달라진 국제체제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등등을 보여준다. 7장을 읽으며 알지 못했던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되었고 기존에 아는 것들을 잘 연결할수있게 되었다. 한가지 아쉬운점이 있다면, 비교적 성공적으로 국내를 통합하고 외세에 맞선 싸움을 수년에 걸쳐이끌었던 장제스가 , 중공과의 싸움에서 어떻게 그렇게도 무력하게 쉽게 무너졌는지가 상세하게 나와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부분은 간략하게 서술되어 있다. 추가로 찾아보아야 겠다.
8장(공산주의)부터는 비교적 익숙한 주제로 넘어간다. 누구도 현실성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중공이 중국대륙을 접수하며 가지고 있었던 두려움과, 그들의 부재한 국내체제 설계에 대한 생각을 보여준다. 이 빈틈을 소련의 체제가 채워나가는 과정과, 그 이후에 마오쩌뚱이 점점 더 공격적인 대외정책과 폐쇄적인 대내정책을 펼쳐나가면서 저지른 가장 참혹한 실수인 문화대혁명, 외세에 대한 병적인 배척, 중소분쟁 등의 이슈를 효과적으로 다루고 있다.
9장(고립된 중국)은 60년대이후 격화되는 중국과 소련의 영토분쟁, 중국이 소련을 수정주의자로 몰게된 배경, 중국이 소련에 대해 가졌던 망상적이라고까지 보였던 공포심( 이점이 개인적으로 이해가 안되던 부분 중 하나였지만 책을 읽으면서도 어느정도 이해하게 되었다), 중국과 베트남과의 갈등, 중국과 인도와의 갈등, 마지막으로 미국과 중국인 손을 잡은 과정이 서술되어 있다.
10장(중국과 미국)부터는 마오쩌뚱이 죽고 덩샤오핑이 취한 전향적인 정책을 설명하고 있는데, 미국과 중국이 폭넓은 협력을 추구해나가면서도 그것이 일반적인 인식과 다르게 시간이 꽤 걸려서 실질적인 의미를 가질수 있었다는 점을 잘 지적하고 있다. 익히 알려진 타이완문제 , 천안문 사건이 양국관계에 미친 양상을 잘 보여준다. 저자는 미국과 중국의 협력뒤에 있는 끊임없는 오해와 갈등, 의심에 주목한다.
11장(중국과 아시아) 이 장에서는 한반도 문제, 일본과의 문제가 나온다. 저자는 중국이 북한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식을 해석하는데에서 특별히 새로운 방식을 사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재미있게도 중국이 외교적으로 성숙하다면, 한반도통일이 되어서 자주적인 대외정책을 수행할수 있는 통일한국이 중국의 이익에 위배되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라는 점을 말하고 있다. 그 이외에도 일본과 중국이 민족주의적인 감정으로 서로를 비난하지만, 서로의 교과서를 보면 살펴볼수 있듯이 두 국가 모두 자기눈의 대들보는 못보고 남의 눈의 티끌만 문제삼는 행태를 우려한다. 저자는 양국지도자들이 감정적인 민족주의적 수사가 양국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은 알지만,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와 능력을 가진 지도자가 쉬이 보이지 않는다는데에 안타까워하고 있다.
에필로그는 저자의 주관적인 해석이 가장 두드러지게 보이는 부분이다. 중국의 소수민족의 문제, 상대적으로 낙후된 교육환경의 문제 등도 언급되어 있지만, 저자는 미래의 중국이 생각보다 훨씬 더 유연한 양상으로 변할 수 있음에 항상 주의해야한다고 말한다.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중국은 스스로가 선전하는 대외적인 이미지와는 다르게 실제적인 활동에서는 항상 외부에 자신을 유연하게 변화시켜왔으며 또한 외부에 자신을 투사시켜왔기 때문이다. 저자는, 중국을 중공과 동일하게 도식화해서 이해하는 것을 거부한다. 자신이 직접 중국대학에서 오랫동안 가르쳤던 중국의 젊은이들과의 대화를 상기하며, 중국이 다른 국민들보다 특별하게 더 순응적이지도 않고, 외부에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스스로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가 보기에 이러한 흐름을 가속화될것이며, 중국의 권위적인 통제가 영원히 가능할것 같아 보이지도 않는다. 그는 스스로, 중국은 민주화 이전의 타이완이나 한국과 비슷하며, 어느날 중국이 민주화가 되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결론짓는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중국이 미국을 넘어서는 단일패권국이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법하다고 말하지만, 중국이 세계정치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방관하며 뒷짐지며 조그만 이익이나 챙기는 행태는 계속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며, 중국 스스로가 이제는 자본주의와 국제체제에 깊숙이 편입되어 있음을 지적한다. 이 영국의 노교수는, 낙관적이게도 중국은 외부와 조화롭게 관계하는 틀을 만들것으로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다.
나는 유치하게 주제별로 요약만 했지만, 이 책의 뛰어남은 프롤로그 몇장만 넘겨봐도 금세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친절하게도, 책 말미에는 저자가 직접소개하는 중국관련 읽을거리가 있는데, 한국어로 번역된 책은 많지 않지만 중국에 대해 좀 더 깊이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아주 도움되는 교량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저자가 언급하듯이 수 많은 중국관련책들 중에서 영양가 없는 것을 제외하고 고르고 고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