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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7/23 21:26:46
Name 귀가작은아이
Subject [일반] 정신질환자 아버지와 살아가는 이야기 (2)
전편은 이 글입니다.
https://pgr21.com/?b=8&n=58942


오늘은 비가 오네요.

지난 주말에는 병원에 가서 아버지의 입원 연장 신청서를 쓰고 왔습니다.

정신보건법이 바뀌어서 6개월 단위로 입원 연장을 하려면 보호자 2명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간 김에 아버지도 뵙고 왔는데, 이미 제가 뭐 하러 온건지 다 알고 계시더군요.

뭐 같은 년, 뭐 할 년, 뭐 하고 자빠졌네(..........) 등등의 다양한 덕담을 듣고 왔으니 저는 오래 살겁니다.


사실 지금 저는 정규직도 아니고, 모아논 돈도 한 푼도 없어요. (진짜 저축이 0원)

왜냐고 물으신다면 아버지의 치료비와 학자금 대출 때문이지요....

저도 척추질환이 있어서 그 치료비가.... 흑흑.

그렇지만 30대에는 외국에 나가서 살아보는게 제 꿈이예요.

제가 이 곳에서 태어난 건 제 선택이 아니었지만, 어디서 살고 죽어야 할 지는 제가 선택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지금은 20대 후반이라 돈도 없고 영어도 잘 못하고 경력도 짧아서 아직 준비 중이지만 30대에는 꼭 나가고 싶어요.

하지만 호전되지 않는 아버지의 증상을 보면 '내가 외국 나가면 아빠는 누가 돌봐줄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발목 잡히는 느낌도 없잖아 있다는 점........


아, 네 살 터울로 여동생이 하나 있는데 이번에는 그 아이의 이야기도 조금 써볼까 합니다.

지난번에 동생 얘기도 써달라고 하신 분이 계셔서요. ^^

아마 조금 긴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제가 8살, 동생이 4살 즈음에 부모님이 이혼하시면서, 할아버지가 어머니께 작은 가게를 얻어주셨습니다.

왜냐면 어머니는 아버지가 정신질환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결혼하셨고..

많이 맞았고, 의처증으로 시달리셨고,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는 다양한 (?) 방법으로 괴롭힘을 당하셨어요.

한 가지 소소한 예를 들자면 속옷을 빨아서 개어 놨을 때

서랍장 속에 아버지 속옷 위에다가 어머니 속옷을 올려놨다. 하면...

음탕한 년, 남자 잡아 먹을 년 (;;) 이런 식으로 갈궈서 사람을 못살게 구는 재주가 아버지에게는 있었습니다.

그래서 할아버지께서는 최소한의 도리로 어머니께 가게를 얻어 주신거예요.


그리고 동생은 4~5살 때부터 그 가게에 딸린 아주 작은 방에 살았습니다. 동생 양육권은 어머니한테 가서요.

어떤 환경이었냐면, 직사각형 구조인데 가게가 있고 그 뒤에 방이 한 칸, 그 뒤로는 부엌과 화장실이 딸린 집이었어요.

다~~~ 합쳐 봤자 15평이 안 될 겁니다.

초등학교때부터 고등학교까지 동생은 단칸방이라 친구도 못 데려오고 자기 방도 없고.. 그런 환경에서 청소년기를 보냈어요.

엄마랑 뭔 얘기만 좀 할라 치면 손님이 오셔서 엄마는 나가고, 밥이라도 같이 좀 먹어볼라 치면 손님 오셔서 엄마가 나가고 하는 환경이었죠

그래서 점점 더 외적인 것에 집착을 하고, 엄마 카드를 훔쳐서 명품 화장품을 사 모으고, 담배를 피우고, 온갖 쇼핑몰에서 옷을 사고...

아이가 변하더라구요.

지금은 성인이 됐지만 여전히 꾸미는 것에 집착을 하고 사람을 만나기 싫어합니다. 고양이만 좋아해요.  

(사실 저희 자매는 둘 다 2묘 집사입니다. 크크)


동생은 고등학교 마치고 패션디자인 학원에 가고 싶어했지만

니가 4년제 대학을 가야 내가 홀어머니로 자식 잘못 키웠단 말 안듣고 엄마 면이 산다는 어머니의 성화로

모 지방대 도시환경디자인(?!) 학과에 강제 진학했다가 1년도 못가 자퇴를 했습니다...

지금은 대전에 내려가서 웹디자인 관련 직업학교에 다닌다고 본인은 주장합니다만 실제로 다니고 있는지는 확인을 못해봤습니다.

잘 하고 있니, 다닐만 하니 물어보면 짜증을 내면서 대답을 안하더라구요.


무튼 그렇습니다.

혼자 타지에 내려가서 친구 한 명 없이 원룸에서 고양이들하고만 지내고 있어요.

형제라고는 저 하나라 제가 동생하고 대화도 좀 하고 사는 것도 들여다보고 그래야 되는데...

워낙 어려서부터 떨어져 지낸지라 관계가 살갑지 못하네요.

어머니께서 부부사이가 안 좋은데도 일부러 동생을 한 명 낳으신 게 부모가 없더라도 형제끼리 의지하고 살으라고 그러신 거거든요.

그걸 알면서도 이십 년을 떨어져 살아서 동생하고 진짜 자매처럼 지내기가 쉽지 않아요. ^^;


동생은 아버지하고도 관계가 안 좋아요.

저는 양육권이 아버지 쪽으로 가서 아버지, 조부모님과 살았지만 동생은 어머니하고만 살아왔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고..

제가 9살, 동생이 5살 때 아버지가 어머니와 저희 자매를 가게방 안에 몰아넣고 온 방구석에 휘발유를 뿌리고서는

왼손에 라이터를 들고 불을 붙일락 말락 협박하면서 우리 다 타죽자고 패악질(....)을 부렸던 기억이 저희 둘다 너무나 선명합니다.

그때 아버지가 뿌리던 기름통이 어떻게 생겼는지, 그 코를 찌르는 휘발유 냄새가 어땠는지 17년 전 일인데도 다 생각이 나요.


이 이후로도 중간중간에 아버지의 조현병이 계속 재발하면서 보여졌던 모습들이 동생은 다 무섭고 싫었다고 해요.

(그럼 그걸 한집에서 살면서 다 받아낸 나는 뭐가 되겠니...?)

그래서 그렇구나, 하고 동생이 아버지를 싫어해도 그냥 이해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낳아주신 아버지라고. 모르는 사람들은 그렇게 얘기를 합니다만

애한테 트라우마란 트라우마는 다 심어주신 분인데 관계가 좋은게 더 이상하다 생각하고 있어요.

동생이 초등학생 때 아버지만 보면 놀라서 발작을 일으키고 쓰러진 적도 있었거든요. 거품을 물면서.


글을 시작하면서 홀짝홀짝 마시던 맥주가 벌써 네 캔이 되었습니다. ^^;

올 봄에 아버지의 치료와 관련해서 후견인 심판 청구를 했었는데 결과가 언제 나올런지 모르겠네요. 늦어도 다음 달에는 나올 텐데...

정말로 제가 아버지의 후견인이 된다면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요?

평생 한국에 매여(!!!) 살아야 되는 건 아닌지...

결혼하면 남편한테도 짐을 지우는 건 아닌지.. 여러모로 싱숭생숭합니다.


뭐 어쨌거나 내일은 오고 또 계속 살아 가겠지요.

다들 좋은 밤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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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름발이이리
15/07/23 21:29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혈연이라는 매개로 유지되는 사회시스템에 대한 큰 회의가 있습니다. 누군가에겐 소중한 핏줄이, 누군가에겐 씻을 수 없는 저주가 되기도 하지요. 안타깝습니다.
귀가작은아이
15/07/23 21:34
수정 아이콘
저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학습된(?) 감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버지, 어머니.... 엄마, 아빠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또 짠하고 그런 게 있어요.
아버지께서 증상이 심하지 않으실 때는 보통의 그런 부모님이셨거든요.
본성은 좋은 분이시지만, 병 때문에 나를 힘들게 하셨던 걸거야. 내가 잘해드려야해. 라는 의무감이 있다고 해야 하나.......
설명하기 어렵지만 이런 감정도 있어서요.
가족 문제는 참 어려워요.
15/07/23 21:43
수정 아이콘
대가족 제도가 오히려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죠. 국가시스템이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구요.
귀가작은아이
15/07/23 21:52
수정 아이콘
맞아요.
대가족 제도가 좋다는 생각이 드는 게 요즘에는 형제가 다 한 명 아니면 두 명 정도밖에 없고, 그마저도 다 따로 사니까요.
국가 시스템으로 해결하려면 저 은퇴할 때 쯤....OTL
깡디드
15/07/23 21:50
수정 아이콘
술 쎄시네요..
귀가작은아이
15/07/23 21:54
수정 아이콘
이 영광을 간호부에 돌립니다.......
전 직장에서 수간호사 선생님이 3,000cc/hr로 드시는 분이어서요.
그분께 맞춰드리다 보니 저도 성장했습니다? 크크크
15/07/23 21:59
수정 아이콘
저번에도 글을 남겼지만 이번에도 그냥 지나칠 수 없네요, 모쪼록 힘내시라는 말밖에 못드리겠습니다
저보다 훨씬 힘든 상황이신 것 같은데 참 대단하시네요, 저라면 못버텼을 것 같습니다

무슨 얼마나 큰 힘이 되겠습니까만 기억 중에 기도드리겠습니다
귀가작은아이
15/07/23 22:07
수정 아이콘
아, 지난번에 어머니께서 파킨슨병을 앓고 계시다고 하셨던 분이시네요. 어머님도 잘 지내시지요? ^^
기도 감사합니다. 가끔 드는 생각이, 주변에 천주교 수녀님이나 신자 분들이 많이 계셔서요...
그분들께서 저를 위해 많이 기도해 주셔서 그나마 제가 이정도 버티는 게 아닌가 싶을 때도 있어요.
저도 어머님을 위해 기도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15/07/23 22:03
수정 아이콘
맥주 4캔이 술이 쎄신 편은 아닌거 같은데... 아무튼

제 또래에 같은 나이 터울의 동생 그리고 좀 불우한 가정환경까지 저랑 비슷한데가 많으셔서 위추 드리고 갑니다.

저번 글 리플에도 썼었지만 전 그 병원 입원한 동생때문에 진짜 힘들었습니다. 근데 저랑은 비교도 안되는 난이도의 아버지 봉양이라니...
귀가작은아이
15/07/23 22:11
수정 아이콘
첫 직장에서 멋모르고 "간호대라면 다 술 센거 아닌가요?" 했다가 영혼까지 털리고 온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크크
저는 그 뒤로 어디 가서 술 세다고는 말 못합니다. 다만 많이 발전은 했어요. ^^;

이천의 성 모시기 병원... 병원비 백만원만 밀려도 전화와서 죽겠습니다. 대학병원하고는 조금 다르네요...
뭐.. 아버지인데 제가 모른체 하면 누가 봉양하나요. (종종 모른체 하고 싶긴 합니다만)
위추 감사합니다. ^^
15/07/23 22:04
수정 아이콘
가족이니까 주는 상처 깊죠. 가족 참 ..
귀가작은아이
15/07/23 22:13
수정 아이콘
남이라면 콱 인연 끊어 버릴 텐데 말이예요.
안 좋은 기억 80% 좋은 기억 20%여도 좋은 기억을 붙잡고 살아가게 되나 봐요.
이걸어쩌면좋아
15/07/23 22:09
수정 아이콘
전 글도 같이 봤는데.. 제 친부와 비슷하신 분이네요. 차이가 있다면 전 제 친부에게 돈을 절대 쓰지 않는다는 것 정도..
친부모 두분다 외모가 출중하신 편인데, 제 동생이 외모유전자를 몰빵받아서 정말 잘 생겼습니다. 전 쭈그리 오징어지만....흑흑
얼굴값한다는 말처럼 제 동생은 나이먹으면서 점점 친부와 하는 짓이 똑같아지고 있어요. 알바나 계약직을 전전하면서 월급은 받는 날 그대로 다 쓰고 형 나 돈 좀..이러고 있고.. 여자친구는 한 달이 멀다하고 바뀌고(군대에 있을때도!) 골치입니다 정말.
그래도 귀가작은아이님은 아주 약간의 가족간의 정?같은게 남아있으신 것 같아서 부럽습니다. 전 30대 초반인데 빈말로라도 가족의 형태를 가진 집에서 살아본적이 없는지라 그래도 가족이니까, 나 아니면 누가 돌봐주겠어, 이런게 어떤 느낌인지 잘 모르겠어요. 가족의 사랑을 받아본적이 없어서 나중에 결혼할 자신도 없고..
저도 이민 생각중입니다. 사적으로 절 아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새롭게 살고 싶어요. 걸리는 것도 없고 신경쓸 것 하나 없는 곳에서..
잘 되실거에요. 항상 행복하셨으면 합니다.
비도 오고 감성터지는 밤에 이런글 읽으니 저도 같이 싱숭생숭해지네요..크크
귀가작은아이
15/07/23 22:36
수정 아이콘
일단은 유전자 몰빵에 대해 애도를..........(ㅠㅠ)

저는 조부모님께서 어머니와 아버지의 역할을 거의 대신 해주셔서요. 어머니는 또 헌신적인 분이시기도 하구요.
그리고 아버지는 병이 좀 조절되었다 싶을 땐 정말 좋은 분이셨어요.
그래서 아무리 싫고 미워도 가족이니까... 라는 말을 5% 정도는 이해할 수 있어요. ^^;

그런데 결혼할 자신이 없으시다고 말씀하셔서, 노파심에... 하는 말입니다만
우리같은(?) 사람들이라고 해서 결혼을 못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오히려 가족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줄 준비가 된 사람들이잖아요.
이민 가셔서 새롭게, 새로운 인연을 만나서 새 출발 하셨으면 좋겠어요.
지금의 우리 가족은 내가 선택한 사항이 아니지만 앞으로의 내 가정은 스스로 꾸려 나갈 수 있는 부분이니까요....

제 댓글이 실례가 아니었으면 해요.
진심으로 잘 되셨으면 하는 마음이라서.....
우리 모두 잘 살아요. 크크
tannenbaum
15/07/23 22:42
수정 아이콘
유전자 몰빵....
저야 키작고 못생긴 민두노총 쭈구리탱탱이지만 제 형은 키크고 잘생기고 덩치좋고 풍성하기까지..... 젠장
SoulCrush
15/07/23 22:48
수정 아이콘
좋은 기억으로 산다는 말 참 따뜻하네요

가정의 중심이 되어야 할 가장이 몹쓸병에 걸려서 집안이 풍비박산 나는걸
그나마 조부모님 덕분에 여기까지 왔군요

동생이 있어도 따로 성장해 살갑지 못하고
본인만 잘 지낸것 같은 마음에 미안해하고

세상 참 착하게만 살 필요는 없는데 말이죠

둘러 보면 참 바보같이 가족이라고 혈육이라고
모든 희생 감내하며 아둥바둥 사는 사람들 많아요

처한 상황에 대한 반작용으로
좋은 가정을 꾸리고 싶은 꿈도 있으실것 같고
참 안타깝네요

어머니와 삐뚤빼뚤한 동생의 인생도 걱정이 되는데
당장 아버지의 후견인까지 해야하니 이래 저래 갑갑하네요

뭐가 정답이라고 말해줄 수 없는 상황이 눈에 선한데
어떤 결정을 하시든 가족과 본인의 인생을 반반 나눠서 생각해 보세요

가족 뒷바라지에 본인의 인생이 매몰되면 참 불행할것 같네요
마음의 위로라도 받을 수 있는 좋은 분을 만나시길

답답하면 남산에라도 가서 서울시내 한번 내려다 보세요

힘내시길 바랍니다
귀가작은아이
15/07/24 10:11
수정 아이콘
마음을 잘 읽어주시는 분이네요.

심리치료 받는 느낌.... (전공자이신가요?)

안 그래도 요즘 [가족 뒷바라지에 본인의 인생이 매몰되면 참 불행할것 같네요] 라는 생각이 들어서,

흔들흔들하긴 해도 인생의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해보고 있어요.

위로가 많이 되는 댓글이네요.

고맙습니다. ^^
Tyler Durden
15/07/23 23:04
수정 아이콘
무덤덤하게 힘든시절 얘기를 하셔서 여초사이트인 pgr에 보기힘든 남자분이시구나 생각했는데, 여자분이신것 같군요.
남들에게는 쉽게 꺼내지 못할 얘기를 꺼내놓으면서 좀 답답한 기분이 풀리셨길 바랍니다.
조부모님이 좋은 분이였다니 다행이네요.
어머니분도 참 애쓰시며 열심히 사신것 같고..
글만 읽어도 긍정적이고 마음이 단단한 분이라고 느껴지는것 같습니다.
글에 보여진건 작은 일부분일테고, 어떤 심정이였을지 짐작하기조차 쉽지 않을정도네요.
많이 외롭기도 하고, 어딘가 기대고 싶기도 하셨을텐데 좋은 배우자분 만나서 새 인생 잘 꾸려나가시길 바랍니다.
힘내시고 파이팅하세요.
클라우디오
15/07/23 23:12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저도 어찌보면 비슷한처지였다면 비슷한 처지였는데 딱히 어디다 하소연할곳도 없었고, 돈은 돈대로 나가고

6개월마다 다른 요양병원 재입원하는것때문에 동의서사인하러 연차내고 다니고...

이래저래 복잡했는데 솔직히 이러면 안되지만 그냥 다 놓고 호주로 도피해버렸습니다

글쓴분도 잘 생각해보시고 앞으로 인생의 진로를 잘 생각해보시기를 바래요

그리고 병원비문제는...아버지분이나 부양자분이 가진 재산이 없고 급여가 일정금액 이하일경우에는 차상위계층 신청이 가능한데, 그럼 병원비가 확 줄긴 줄더라구요 아마 아실거같지만 혹시 몰라서 이 내용도 남겨 봅니다
tannenbaum
15/07/23 23:18
수정 아이콘
형제간을 심하게 편애하셨던 아버지
자신의 불륜 현장에 절 데려가 알리바이를 만들던 생모
뜨거운 물이 담긴 주전자를 던져 제 어깨에 화상자국을 만든 계모
평생 남에게 들었던 언어폭력을 합한것보다 족히 천배는 될듯한 알콜중독 친조부
모았으면 전세집은 구할 금액을 뜯어간 친형

천하제일불행대회를 하자는 게 아니라 저도 님만큼은 아니겠지만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아 왔기에 그 심정이 조금이나마 이해가 될 것 같다는 말씀을 하고 싶은 것입니다.

참고 살며 노력하다보면 좋은 날이 올거다

이말을 정말 싫어했습니다. 지금의 희생과 인내는 네 자신을 위한 것이니 넌 당연히 참아야 한다 라는 게 깔려 있거든요.

지금이야 나이 먹을만큼 먹었으니 그리 말하는 사람들이 자기위안이나 관찰자로서 우월감을 느껴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걱정되고 안스러운 마음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그때는 그말이 왜 그리 싫었던지요.

저는 스스로 부끄러운 계기를 기점으로 참고 살며 좋은날을 기다리기보다 오늘을 즐겁게 살자라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평생 하지 않았던 그러니까 하고 싶었지만 스스로 참고 억눌렀던 것들을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면, 애인 같은거요. 내가 처한 상황과 내 본모습을 홀라당 까발리고 덤비니 운 좋게도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잠시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웠던적이 있었습니다. 억대의 빚이 제 어깨에 있었지만 그때도 한달에 한번은 내가 좋아하고 즐기는 것들을 위해 지출을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나중에 올지 안올지 모르는 좋은 날을 기다리기보다 29일 힘들더라도 하루는 내맘대로 놀아 볼란다고 막 했죠. 그렇게 내맘대로 행복하게 노는 날이 한달에 하루였다가 이틀이 되고.... 마흔이 넘은 지금은 한달에 스무날은 넘는 거 같네요.

당장 버겁고 숨이 찬데 무슨 헛소리냐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어떤 대안이나 답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지만 그냥 지나가기에 마음이 쓰여 뜬구름 잡는 소리만 했습니다.

오늘 밤만이라도 다 비우시고 좋은 꿈 꾸시길 빌어봅니다.
궦뉁뒓뤣뷂쉖웺쥃
15/07/23 23:23
수정 아이콘
간호사 이신가요? 열공하셔서 천조국 오시면 천조국 간호사가 아주 좋죠 RN 하신다음에 DON (수간호사) 하시면 연봉이며 대우며 한국과는 비견할바 못됩니다... 실제로 제 손님중 한분이 수간호사 이신데 연봉 가볍게 이십만불 찍으세요^.^ 힘들면 포도당주사 놔줄테니 오라고 하시는데 주사맞기 싫어서 안가네요 간호사는 남자분들에겐 쵝오의 신부감이죠~ 돈 잘벌어주죠 교대근무시엔 집에 잘 안(못)들어오죠(?) 비자문제도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에요
켈로그김
15/07/23 23:29
수정 아이콘
저의 친부도 동네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개망나니였고,
알콜중독, 의처증, 가정폭력, 성추행 + 가산탕진 등등.. 어디가서 꿀리지 않는 자랑스러운(;;) 사람이긴 한데,

조현병자에 비하면 포크레인 앞에서 삽뜨는거죠..
고생 정말 많으셨습니다.

저도 아버지를 병원에 넣고 보호할 계획이었지만,
그쪽에서 저한테 삐져서 연락을 끊었습니다. 고맙게도..;;
여러모로.. 저는 섬찟섬찟하게 읽었습니다
8월의고양이
15/07/23 23:52
수정 아이콘
저는 다른 분들처럼 글재주가 좋지못해서 제가 느끼는 감정들을 이 글에 다 담아내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꼭 드리고 싶은 말은 꼭 힘내시라는 것과 이루고자 하는 모든 것들을 이루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꼭 하고 싶었습니다.
냐옹냐옹
15/07/24 00:39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남일같이 않군요. 저도 부모님때문에 겪은 많은 어려움과 속앓이..눈물로 적셔진 베개. 자살하고자 하던 기억..수없이 많았습니다. 고집 센 농촌사람인 부모님 두분이 자식들을 돈 떼먹은 원수보다도 못한 취급하던 세월이 어찌나 눈물이 나는지 아집도 서럽습니다. 같이 힘내고 또 이겨냅시다.
15/07/24 01:30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는 힘든 청년기를 보냈다고 생각을 했는데, 나이를 먹고나서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저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정말 말 못할 사정 있으신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이렇게 담담하게 담아내실 수 있을 동안 얼마나 많은 눈물과 상처가 성장기를, 그리고 지금도 함께 하고 있을지 상상이 안가네요.

힘내세요.
저도 집안 일에다 저의 철 없음이 보태져서 30대 초반까지 마이너스 통장과 끝 안보이는 고민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해외에서 꼭 살아보겠다는 절대 꿈을 잃지 않고 살다보니 어쨌든 나와서는 살게 되었네요
개인적으로는 일찌기 비행기만 타고가면 살수 있는 기회에서 비행기 값이 없어서 포기한 경험이 있어서 속모르는 소리라는 것을 알지만, 아직 나이 되실 때 워홀 비자 같은 것으로 경험 해보시면 좋을텐데 안타깝네요.
꼭 꿈을 이루시길 바래요.
WeakandPowerless
15/07/24 02:55
수정 아이콘
추천 드립니다. 힘 내세요 정말 힘 내세요! ㅠㅠ
이 말만하기에는 뭔가 부족한거 같고...
꼭 가능한 복지혜택 알아보시길 바랍니다... 의외로 있을지도 몰라요... 아버님은... 솔직히 가슴 아프지만 굳이 모실 필요 없습니다. 책임 없는 거 아닙니다... 힘 내시고 조금은 이기적이어도 되요 ㅠㅠ
귀가작은아이
15/07/24 10:17
수정 아이콘
헉헉. 직장이라서 하나하나 답글을 달아드리고 싶은데 어렵네요.

나중에는 다른 화제로... 좀 밝은(;;) 얘기를 써봐야겠습니다.

가령 고양이라던가... 야옹이... 캣새끼 같은 거요.

비오는 불금이니 퇴근하고 맛난거 드시러들 가세요. ^^
15/07/24 11:11
수정 아이콘
글 쓰시는 솜씨보니 현명하게 잘해쳐 나가실 거 같네요
서로 버팀목이 되줄분도 꼭 만나실 겁니다. 힘내세요!
15/07/24 13:59
수정 아이콘
저를 포함해서, 모두들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려고 사는 삶인데 왜 이렇게 퍽퍽한건지. 시간되시면 고내기들 얘기도 꼭 써주세요. 기다릴께요!
조현영
15/07/25 04:05
수정 아이콘
무슨말을 해야할지 모르겟는데 힘내셧으면 좋겟습니다

아..가슴이 먹먹해지네요,.,
구들장군
15/07/25 12:27
수정 아이콘
모든 힘들었던 일, 언젠가 웃으면서 지난 얘기할 날이 오겠죠.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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