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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7/19 12:27:51
Name 박루미
Subject [일반] 우리나라 길 이야기 3(장산,거제해저터널,남망공원,남해삼동)
이번엔 영동, 영서를 벗어나서 남도쪽 얘기를 해 볼까요?

6. 부산 장산 & 해운대 달맞이 공원의 추억
아주 각별한 장소입니다. 그 당시 저는 군인이었고 당시 채팅으로 사람을 만나는게 일상이었죠, 어찌저찌 알게 된 여자가 대티역 쪽에 살았는데 휴가를 얻어서 부산에 그녀를 보러 내려갔고, 2001년 12월 24일 이브를 같이 보내고 저는 25일 오후에 대전으로 올라갔었습니다. 그녀는 그 때 부산대 재학중이었고 전공은 미술디자인이었습니다. 사귀는 건 아니었지만 마음이 있었기에 손잡고 팔짱끼고 서면을 쓸고 다니며 점심을 먹고, 용두산 공원도 올라갔다 오고, 영화거리에 손도장도 찍어보고, 그 날이 또 부산에 이례적으로 3cm의 눈이 쏟아진 화이트 크리스마스 이브였는데 눈을 맞으며 서면의 이브거리를 헤메며 바에서 이른 새벽까지 얘깃거리를 나눴죠, 25일은 장산역까지 가서 둘이 헤메다가 어떤 횟집에 들어갔었는데, 거기가 지금으로 말하면 '달맞이 공원' 이더군요

그런데 그 당시 장산쪽 해변은 절벽에 가까웠고, 아슬아슬하게 동해남부선(현재 폐선)이 지나가는 경관 만점의 동네였습니다. 장산이 부산 지하철의 종점에, 해운대에서도 가장 동쪽이고 뱅글 뱅글 돌아서 다시 시내로 나가는 구조였죠? 뭐 지금도 그렇습니다만 작년에 찾아 본 장산은 이미 제 기억속의 장산이 아닌 '차 많고', '노점상 많고', '그냥 평범한 해안공원' 이 되어버렸더라고요, 결정적으로 동해남부선도 폐선되어 버렸고 말이죠

이후 그녀와는 연락이 뜸해지고, 결국 어느샌가 각자의 기억에서만 남아버린 채 현재까지 와버렸습니다. 그러나 타지에서 너무나 각별했던 Some의 추억이었죠, 지금 그녀는 이 지구의 어디서 살고 있을지요?

부산 해운대구 장산 '달맞이길' 입니다. 지금은 카페에 점령되어버려서 안타깝지요


7. 가덕대교 - 해저터널 - 거가대교 비행
개통 초기에 여길 건넜습니다. 그 날 부산역에서 동아대 교수님을 픽업해야 했고, 바로 같이 거제를 넘어가서 숙박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거든요, 2011년이었으니 지금처럼 좋은 스마트폰이나, 어플 같은게 있을리도 만무했고, 네비 업데이트도 자주 하는게 아니라서 알 수는 없는 길이었는데, 교수님이 갑자기 그러시더라고요 부산 신항으로 가면 거제도 해저터널이 뚫렸다고~ 요

!!!!!!!!

얼핏 인터넷에서 본 기억이 났습니다, 거제 해저터널

일단 신항으로 내달리니 거제 해저터널 축하 플랭카드가 걸려있고, 번쩍거리는 표지판들이 친절하게 가는 길을 구석구석 알려주더라고요, 정식 명칭은 58번 지방도로 '거가대로(33.3km)' 입니다. 부산진해경제자유무역청~거제시 옥포만/장생포로 이어지지요, 놀랍게도 이 노선을 Full로 쏘는 2000번 광역버스도 존재합니다. 하단역에서 거제시 고현을 잇는 버스인데, 여행객들, 등산객들, 출근맨들이 꽉꽉 들어차서 가는 버스이지요, 부산에 놀러가신다면 한 번 타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제목에 비행이라고 썼는데, 맞습니다. 타보신 분들은 공감하시겠지만 연륙교-터널-또 연륙교로 이어지며 옥포만의 절경을 모조리 HD급 화질로 내려다 보며 감상 하실 수 있습니다. 비행이지요~ 비행~ 한 편으로는 대한민국의 기술력에 찬사를 보내고 싶을 정도로 33.3km의 전 구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습니다. 가덕대교 - 놀치 - 해저터널(가덕도~대죽도 구간) - 거가대교 - 거제TG로 이어집니다. 다만 절경의 연속이라서 초행이신 분들이 운전대를 잡으면 조심하셔야 합니다. 한 눈 팔지 마세요! 사고 꽤 나더라고요


8. 통영시에 굴이 없다?
통영의 메카 하면, 역시 거북선이 진수되어 있는 강구안이지요, 이순신 함대의 전성기를 함께 했던 호국의 수영이기도 합니다. 요새에 가까운 천혜의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으며 한려수도의 정점이 바로 통영이지요~ 그만큼 멀고 또 멀고 또 먼 지역입니다. 통영-대전 고속도로가 설계되기 전까지만 해도 거제도-통영시는 당일로 접근이 힘든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었지요, 그만큼 지역/현지 수요가 많았는데

이 통영-대전 고속도로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멀어도 4시간 30분 정도면 갈 수 있고 거의 고속도로 라인으로 통영시까지 직빵으로 나갈 수가 있어서 접근성이 의외로 상당히 좋아졌습니다. 오히려 창원이 먼 느낌이지~ 통영은 내려가는 기분탓도 있어서일까 암튼 5시간 안에 거제도까지 찍을 수 있다는 건 여행객들에게도, 지역주민들에게도 큰 메리트가 되었지요

그런데... 통영 = 굴로 알고 있는데, 정작 굴을 취급하는 식당이 없더라고요? 물어보니 요즘은 통영의 굴은 바로 대전-통영 고속도로를 통해 직송으로 수도권으로 보내버린다네요, 수소문까지는 아니지만 인터넷을 뒤져본 결과 '대풍관' 이라는 곳에서 굴을 포함한 여러 요리 셋트를 괜찮게 팔아서 맛있게 저녁을 먹은 기억이 납니다. 동호동 174-1번지이고, 갠적으론 방송을 탄 집을 선호하지 않지만 제가 직접 접해보니 크게 나쁘지 않더라고요, 데이트를 목적으로 한다면 딱 현지 느낌도 낼 수 있고~ 여자분들도 선호하는 메뉴도 많으니까요

문제는 이 주변에 그리 좋은 숙박시설이 없습니다. 남자들끼리 출장 목적으로 간다면야 그 주변 현대장 여관이 괜찮습니다. 다른 숙박지역은 너무 떨어져 있기도 하고, 이 숙박지 바로 뒤가 통영의 미를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남망산 공원이 있어서 경치 구경이 참 좋거든요, 단 주차시설이 부족하고 단속이 정말로 심해서 가급적 유료 주차장을 이용하기를 권고드립니다. 숙박을 잡으면 모텔 전용 주차장을 쓸 수 있어서 좋아요~

통영시 '남망공원길' 을 찍으시면 됩니다. 그런데 여기 시민문화회관이 있어서 위로는 차를 가지고 가는게 불가능하니, 현대장 여관 인근 공용주차시설을 이용하시고 걸어서 올라가세요~ 어차피 그리 안높습니다. 이 주변엔 또 맛있는 '꿀빵' 집들이 많은데 아무데나 가셔도 되지만 개인적으론 좀 비싸게 느껴지더라고요, 6개에 10000원인가 그랬으니


9. 삼천포 - 남해군 드라이빙 ~ 멸치 & 독일마을
사천시는 조금 특이한 구조를 띄고 있습니다. 원래는 사천군(곤양 포함)과 삼천포시가 합해져 그 화합의 상징으로 시청을 가운데 두고 있는 시입니다. 진주시 바로 아래 있는 동네로, 진주를 가신다면 그 유명한 '진주성'과 논개의 전설로 알려진 촉석루_의암을 구경하시고, 바로 남쪽으로 내려오셔서 사천을 쭈욱~~ 통과하시면 삼천포가 나옵니다. 도로도 넓고 남도 특유의 시원~하게 뻗은 길이 아주 좋습니다.

여기서 남해로 넘어가려면 삼천포대교를 지나시면 되는데, 삼천포대교는 사실 삼천포 것이 아니라 '남해군' 것입니다. 남해군은 철원에서 시작하여 경기도, 충주-김천-함양을 지나 오는 남북횡단국도인 총연장 547km, 3번 국도의 종점 구간이기도 합니다. 역시 3번 국도의 상징은 성남에서 충주를 잇는 '경충국도'죠, 경기도와 충청-강원을 잇는 산업의 주 기간망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우회전 하여 삼천포대교를 들어가는 순간, 이야! 우와! 으어어!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남해군 창선도로 이어진 여기도 비행모드 입니다. 창선도 해안을 따라 이어진 3번 국도(동부대로)도 절경의 연속인데, 여기서 남해군으로 가려면 다리를 또 건너야 합니다. 첨 방문때 몰랐을 때는 여기가 남해군이구나~ 그랬죠, 나중에 여기가 남해군 삼동면인 것을 알았지만 면 치고는 규모가 좀 있습니다. 터미널도 있고, 큰 마트도 있고, 그래서 헷갈렸죠~

삼동면에 가시면 남해왕멸치 요리를 드실 수가 있는데 개인적으로 추천드리는 곳은 삼동파출소 앞 '우리식당' 입니다. 지족리 288-7번지인데, 도로변에 위치하고 있고, 그곳에 가시면 이미 많은 이들의 방문 흔적으로~ 아 여기가 거기구나! 라며 아실껍니다. 큰 멸치를 내장을 빼고 둘로 쪼개서 초장+야채와 무쳐 나오는 멸치회무침, 그리고 국물 없이 진하게 조려낸 것을 쌈과 함께 먹는 멸치쌈밥이 별미 of the 별미입니다. 멸치라는 놈이 워낙 금방 상하는 놈이다 보니~ 다른 곳에선 드실 수가 없으니 이 근방에 가신다면 일부러라도 한 번씩 방문해 보세요!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삼동면에서 점심을 맛있게 드시고, 느긋하게~ 동천리 방향(동쪽길)으로 가신다면 갑자기 언덕을 지나며 '내동천' 버스정류소를 턴하며 지나는 순간 시야가 탁!! 트이며 해안가로 쭈욱~ 뻗은 수많은 집들과, 해안가, 해안도로가 눈 앞에 나타납니다. 바로 여기가 방송에도 많이 등장했던 '독일마을' 입니다. 현재는 예술촌도 형성되어 있어서 주차를 해 놓고, 슬슬 올라갔다가 내려오시며 사진도 열심히 찍고, 츄러스를 씹으며 마을 곳곳도 누벼보세요~ 즐길거리 보다는 볼거리 하나만 믿고 간다면 나쁘지 않습니다.

도로명은 재미있게도 '독일로' 입니다.

여기는 바다로 트여진 해안도로가 그렇게 멋진데, 요즘은 너무x100 펜션이 많아 풍광이 지저분해 보이더라고요, 규제 좀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나라가 어려운 시기에 독일로 광부로, 간호사로 떠났던 이들이, 몇 십년이 지나, 여기로 돌아오셔서 남은 여생을 보내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뭐 모르겠습니다. 독일마을이 생기게 된 배경은 그랬죠, 그런데 여기도 투기붐이 일어서 사방팔방 개발이 이뤄지고, 펜션, 모텔 이런게 올라가고, 요즘은 그냥 돈 많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이주해 와서 터를 잡고 사니 뭔가 독일마을이라는 특수성이 사라진 단순 관광지가 되어버려 아쉽더라고요

-_-)
뭐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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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7/19 12:33
수정 아이콘
업무때문에 7번루트 자주 이용하는데 한여름에도 저 구간 운행할때는 창문열고 달리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구간단속 80으로 걸려있어서 폭주하는 분들도 없구요~~!
박루미
15/07/19 12:41
수정 아이콘
오 구간단속이 시행되었군요~ 하기야 거긴 걸어놔야죠 -_-);;
맘대로살리
15/07/19 13:00
수정 아이콘
남해 좋아하는데 남해쪽으로 더 알려주세요!!
박루미
15/07/19 14:41
수정 아이콘
남해는 투비 칸티타입니다~ 추가로 붙일께용
15/07/19 13:01
수정 아이콘
거제 해저터널 한번 가봤는데 정말 대단하더라고요
면역결핍
15/07/19 14:10
수정 아이콘
장소는 같지만 각자 다른추억을 갖고있죠.
전 달맞이 고개가 변한후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그곳에서 보낸 기억이 있어요.
뭐 지금은 아직 솔로인 애들끼리 청사포 갈때 어쩌다 한번씩 쓰는 길정도?
15/07/19 15:43
수정 아이콘
상세하고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그쪽으로 많이 다녔었는데 해저터널,거가대교,독일마을은 못 가봤군요.
담에 갈 때 이 글 복사해서 가야겠습니다.
이 글에 3이 붙은 걸 보니 또 다른 길 이야기가 있는 모양이군요. 박루미님 검색해서 찾아봐야겠습니다.
계속해서 길 이야기 부탁 드립니다.
안티안티
15/07/20 10:38
수정 아이콘
가보고 싶은 곳이 너무나 많군요. 경상도쪽은 저랑은 인연이 없었던 곳이지만 가족여행으로 앞으로 많이 다녀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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