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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7/07/07 10:31:15
Name ls
Subject 변형태의 압승 (Daum 스타리그 4강 변형태 vs 송병구 관전평)
* Daum 스타리그 4강 / 곰티비 MSL 시즌 2 4강 경기 내용 및 결과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편의상 경어는 생략하였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


1경기. 몬티홀

두 선수 모두 게이트나 배럭을 짓기 전에 다른 확장을 가져가면서 여유있게 경기를 시작했다. 이후 변형태는 투팩을 올리고 벌쳐를 생산했고, 송병구는 확장을 하나 더 가져가면서 게이트를 다섯개까지 늘렸다.

문제는 이 타이밍이었는데, 송병구가 다수의 게이트를 확보하고 물량을 폭발시키기 직전 타이밍에 변형태의 벌쳐 다수가 송병구의 12시 확장을 급습했다. 벌쳐의 움직임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송병구의 일꾼 피해는 상당했고, 이 기세를 몰아 변형태는 가운데 길을 통해 송병구의 본진을 공격하지만 송병구가 가까스로 이를 막아냈다.

이후 변형태는 다수의 벌쳐를 이용해 꾸준히 상대방을 괴롭히며 확장 하나를 추가로 가져갔다. 그리고 송병구가 병력을 수습할 틈도 주지 않고 9시 확장을 공략. 송병구는 확장을 지키기 위해 다소 무리하게 병력을 운용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독이 되면서 9시 확장을 깨끗하게 내주고 만다. 동시에 송병구는 중앙쪽 확장을 가져가며 테란 유닛의 본진 입성을 겨우 막아낸다.

하지만 이 공격이 끝나기가 무섭게 테란의 탱크 벌쳐 다수가 위쪽 길을 통해 공격을 감행, 송병구가 어떻게 손을 써볼틈도 없이 12시 멀티를 초토화 시킨다. 송병구는 뒤늦게 다크 소수를 이용해 변형태의 확장을 견제하지만 이미 대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시점은 아니었고, 결국 중앙길을 타고 진출하는 변형태의 병력을 막아내지 못하고 지지를 선언했다.

경기의 행방을 가른 장면은 12시 확장에 변형태의 벌쳐가 들이닥친 순간이었다. 12시 확장을 가져간 송병구 입장에서는 상대 벌쳐의 움직임을 미리 파악하기 위해 프로브 한 기를 오른쪽 길을 따라 빼두었어야 했는데, 이 사소한 미스가 결국 경기의 추를 한 쪽으로 급격하게 기울이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말았다.

특히 1경기에서는 이 벌쳐 난입 이후 숨가쁘게 밀어 붙이는 변형태의 스피드가 아주 돋보였는데, 이 경기 하나만 두고 보더라도 왜 변형태가 광전사라고 불리는지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한 번의 공격이 끝나기 무섭게 다른 루트를 통해 끊임없이 밀어붙이는 변형태의 공격적인 움직임은 송병구와의 OSL 4강 경기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으로 자리잡으며 그를 첫 결승 진출 자리에 올려 놓는다.




2경기. 히치하이커.

송병구는 아주 빠른 타이밍에 프로브 한 기를 상대방 진영으로 이동시키며 전진 7게이트를 시도한다. 변형태가 게이트의 존재를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터라 깜짝 전략이 효과적으로 먹혀 들어가나 싶었지만,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변형태가 서플라이로 입구를 틀어막으며 송병구의 전략을 차단했다.

전진 게이트가 수포로 돌아간 송병구는 가스를 올리고 뒤편 확장을 가져가면서 후반을 도모. 변형태는 대조적으로 투팩을 올리고 벌쳐-탱크 러시를 준비했다. 송병구는 게이트의 수를 늘리기 보다는 테란의 스캔 러시를 우려하며 포지와 캐논을 건설하며 상대방에게 기회를 내주고 만다.

변형태는 계산이라도 한 듯 송병구가 게이트를 늘리는 타이밍에 공격을 감행하고 상대 본진에 벙커까지 건설하며 승기를 굳혔다. 하지만 송병구도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아서 때마침 생산된 셔틀 리버 컨트롤로 막을 수 없을 것 같아 보였던 상대방의 공격을 한 번 차단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변형태가 레이스와 드랍십까지 생산하자, 결국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지지를 선언했다.

송병구는 전진7게이트 전략을 들고 나왔는데, 다분히 도박적인 이런 전략을 준비해 온 것을 보면 몬티홀에서 펼쳐진 1경기는 확실히 승리할 자신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이번 경기도 송병구의 전략이 봉쇄당하면서 테란 진영의 원사이드한 경기로 끝이 났는데, 확실한 승기를 잡은 순간 스캔 러시를 감행하기 보다 차분히 투팩을 올리고 탱크와 벌쳐를 갖춘 상태로 진격한 변형태의 센스가 눈길을 끌었다.

송병구는 신들린 셔틀 리버 컨트롤로 마인까지 수차례 회피해가며 분투했지만, 벌어질대로 벌어진 차이을 따라잡는 것은 무리였다. 어제 이성은과의 경기도 그렇고, 이번 경기도 그렇고, 전략적인 빌드를 들고 나온 경기에서는 모두 패배를 기록하고 말았다. 역시 송병구의 대테란전은 운영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하나 싶기도.



3경기. 몽환.

변형태가 들고 나온 전략은 투팩 타이밍 러시. 송병구는 프로브 정찰을 통해 상대방의 체제를 파악하고 거기에 맞춰가는 운영 쪽을 택한 듯 했다. 하지만 정찰을 나갔던 프로브가 제 임무를 충분히 수행하지 못한채 잡히고, 설상가상으로 상대방의 투팩 타이밍 러시 의도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송병구는 앞마당 확장을 선택했다.

변형태는 당초 계획대로 충분한 벌쳐와 탱크가 확보되기가 무섭게 공격을 감행했고, 빼어난 벌쳐 마인 컨트롤로 송병구의 드라군을 모두 잡아 내면서 승기를 굳혔다. 앞마당과 본진을 장악당한 송병구는 이렇다할 반항도 해보지 못한채 지지. 3:0 셧아웃을 당하며 OSL 결승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변형태의 날카로운 공격이 빛을 발하는 경기였다. 어제의 이성은과는 달리 자신의 전략을 감추기 위해 상대방의 프로브 정찰까지 사전에 차단하는 움직임도 좋았고. 그에 비해 상대 테란플레이어가 공격적인 성향이 매우 강한 선수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옵드라 체제보다 앞마당 확장을 택한 송병구의 플레이에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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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전이 되리라 예상했던 변형태와 송병구의 OSL 4강 경기는 하루 전에 있었던 이성은과 송병구의 MSL 4강 경기보다 더욱 허탈한 원사이드 경기로 끝났다. 어제 이성은을 5:0에 가까워 보이는 스코어로 압도했던 송병구는, 오늘 광전사 변형태를 맞아 자신의 대테란전 장기랄 수 있는 신의 운영을 채 펼쳐보지도 못하고 상대방의 공격적인 움직임 앞에 무력하게 삼연속 지지를 선언해야 했다.

하루 전에 있었던 MSL 4강 경기의 여독이 풀리지 않은걸까, 혹은 첫 결승 진출을 확정지은 흥분이 채 가라앉지 않은 걸까. 이 날 경기에서는 불과 하루 전까지만 해도 테란을 압살하던 프로토스 사령관의 모습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1경기에서는 상대방의 벌쳐 움직임을 완전히 놓쳐버리는 우를 범했고, 마지막 경기에서는 상대방의 투팩 타이밍 러시에 앞마당 확장으로 대응하는 무뎌진 감각을 보였다. 물론 까맣게 모르고 있었으니 별 수 있냐 싶겠지만, 절정의 순간을 달리는 프로게이머들이 어떤 동물적인 감각, 혹은 본능으로 그런 부분까지 캐치해 내는 모습을 다른 e-Sports 경기들에서 많이 보아오지 않았나. 그런 점에서 이 날 송병구가 보여준 플레이는 맥이 빠질 수 밖에 없었다.

반대로 변형태는 자신의 장기랄 수 있는 빠르고 난폭한 공격을 마음껏 선보이면서 생애 첫 결승에 진출했다. 스타리그에 진출할 때 마다 점점 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이 테란 플레이어는, 최근 절정의 포스를 자랑하는 저그와 프로토스를 각각 8강, 4강에서 꺾었다. 상대방이 또 하나의 천재테란 이영호일지, 대인배저그 김준영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이 기세와 독기라면 OSL 우승도 결코 꿈은 아닐 것 같다.

그나저나 온게임넷, 엠비씨게임 할 것 없이 가장 치열해야 할 개인리그 4강 경기들이 어딘가 하나 같이 맥 빠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런 아쉬움을 마지막 4강 주자 김준영과 이영호, 그리고 이어질 두 번의 결승전 경기에서 깨끗이 씻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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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otteness
07/07/07 10:53
수정 아이콘
1경기의 벌쳐의 움직임이 전체의 승부를 갈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특유의 스피디함이 살아있는 날카로운 공격을 쉴새없이 퍼붓는 버서커 모드의 변형태 선수의 대 플토전 해법은...
원팩 더블에 너무나 치우친 테란진영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고 봅니다...

거기에 어제 송병구 선수의 프로브가 상대진영 정찰을 거의 하지 못했다는것도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이죠...
그 전날은 이성은 선수 입장에서 유독 얄미워 보이던 프로브의 날카로운 움직임은 온데간데 없고...
정찰 방향등의 운도 따라주지 않으면서...
1경기를 제외하고 상대 본진 자체를 구경하지 못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했고...

운영의 대가인 송병구 선수는 제대로 된 운영을 할 수가 없었다라는 것도...
무엇하나 제대로 힘을 써보지 못하고 진 원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주어진 정보에 대해서 올시즌 가장 정확하고 빠른 답을 내놓은 송병구 선수에게...
정보가 주어지지 않았을 경우라는 변수는 의외로 극복하기 힘든 벽으로 다가왔다고 보여지네요...

어쨌든 변형태 선수의 버서커 모드는 시원시원하더군요...

"플토 상대로 길게 가봐야 좋을것 하나도 없다..."
구경만1년
07/07/07 12:11
수정 아이콘
음 좋은 경기평 잘봤습니다 ^^; 본문과는 상관없는 한가지 의문점이 있는데 어제 경기를 자세히 보신분들이라면 마지막3경기 몽환에서 이상한점을 발견하시지 않으셨는지 궁금하네요

송병구 선수가 변형태 선수의 7시 앞마당 언덕위에 프로브 한마리를 가져다 놨었는데 버그인지 아닌지 마린이 언덕아래에서 시야확보도 안된상태에서 마린한테 총을 맞더라구요 그렇게 송병구 선수에게 프로브 존재를 들킨 후에 그다음 벌처에게 죽었는데... 이게 들키지 않고 계속해서 변형태 선수의 동황을 파악할수 있었으면 어제 마지막 3경기의 동향은 어떻게 됐을지 알수 없었다 라고 생각하는게 제 생각입니다만..

다른분들은 언덕의 시야도 확보되지 않았는데 마린이 프로브 때리는 모습을 보시지 못하셨는지?
구경만1년
07/07/07 12:17
수정 아이콘
지금 VOD로 다시 확인했는데도 마린이 언덕시야가 확보 되지 않은 상태에서 프로브를 잡았군요.. 이건 버그일런지;;
불타는 저글링
07/07/07 12:22
수정 아이콘
구경만1년님// 맵마다 그런 구석이 있습니다.
우선 루나 1시의 왼쪽 방향도 건물이나 유닛이 있을 시, 언덕 아래에서 시야가 약간 보이고요.
예전에 엔터 더 드래곤 에서 임요환 선수의 언덕 아래 벙커가 시야 확보 안된 언덕 위 해처리를 때려 부신 사례도 있죠.
JJuNYParK
07/07/07 13:06
수정 아이콘
구경만1년님// 로템 7시 테란이 입구를 막고 언덕더블을 할 경우,
초반 프로브나 드라군으로 언덕아래에서 짓고있는 커맨드를 볼 수 있더군요.언덕바로 위에 유닛이나 건물이 있으면 가끔 그런경우가 생깁니다.
07/07/07 19:31
수정 아이콘
어제 경기는 가위바위보 싸움에서 송병구선수가 졌다고들 하지만 그 이전에 상대파악에서부터 변형태 선수가 앞서 있었던 것 같아요. (아니면 둘의 스타일상 그렇게 될수밖에 없었는지도...)

아무튼 요즘 테플전의 테란전략은 원팩더블이나 FD테란 스캔러쉬 등이 주를 이뤘는데 간만에 투팩 타이밍 전략을 보니까 신선하더군요
07/07/11 06:28
수정 아이콘
송병구 선수가 전날 MSL 4강전 5차전까지 가는 접전을 치르느라 피곤했었다는점도 있었지만 변형태 선수의 스피드 있는 움직임에 너무 안이하게 대응한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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