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nture Time with Finn & Jake (어드벤처 타임, 이하 어탐)은 Pendelton Ward가 창작하고 Frederator Studios, Cartoon Network Studios, Rough Draft Studios 에서 제작했으며 Catoon Network 에서 방영한 12세 이용가의 판타지 애니메이션입니다.(한국은 7세 이용가)
2010년 4월에 시작한 애니메이션은 카툰 네트워크 사상 최고의 히트작이고 한국에서 역시 애니메이션은 몰라도 캐릭터는 한두번쯤 봤을 이 작품이 드디어 며칠전 2018년 9월 3일, 시즌 9(혹은 개편된 분류에 따르면 시즌10)을 끝으로 완결편이 방영됨으로써 긴 여정을 마쳤습니다.
저는 애니메이션을 볼때 '상상력'을 최고의 가치로 꼽습니다. 서사성, 작화, 그림체, 캐릭터 등등은 그 부차적인 요소이고 얼마나 내 일상의 관행과 생각의 관성을 벗어난 표현을 해내느냐를 우선으로 칩니다.
어탐은 영웅과 공주와 마법과 괴물이 나와서 활약하는 전형적인 설정의 판타지 애니메이션입니다. 하지만 이런 겉모습을 표현해내는 초현실적인 연출들은 절대 전형적이지 않죠. 키치한 그림체와 함께 인과에 구애받지 않고 사람 머릿 속에 들어있는 것을 귀엽게 표현한 듯한 '상상력'은 저를 자극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저만 이런 생각을 한 건 아니었는지, 본래 서양권 애니메이션이 큰 힘을 못쓰는 동아시아권에서 어탐은 많은 인기를 끌게 됩니다. 현재 한국에서 카툰 네트워크의 캐릭터 상품 중 얼굴마담이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 하고 있는 것이 어탐인 것도 그 증거 중 하나겠지요.
이러한 면에서 어탐은 동서양 통틀어 2010년대 최고의 판타지 애니메이션이자, 제가 본 역대 애니메이션 중에 다섯 손가락에 꼽습니다.
하지만 내적으론 어탐이 처음부터 끝까지 최고의 퀄리티를 유지했던건 아니었습니다.
시즌 1,2에서는 소위말하는 강렬한 '병맛'이 이 작품의 큰 특징이었고 저는 지금도 시즌1,2를 최고로 칩니다. 인간 관계는 단순했고, 모험의 시작과 끝이 분명했으며 서사의 중심엔 늘 주인공인 핀과 제이크가 있었습니다.
시즌 3,4 이후로는 캐릭터 관계가 넓어지며 주인공인 핀과 제이크 보다는 주변 인물들 위주로 나가는 '군상극'이 주를 이루기 시작합니다. 아마 이때부터 '이 애니를 계속 봐야하나'라고 생각한 분들이 꽤 있을 겁니다. 저 또한 그랬고요. 개인적으론 가장 안좋게 생각하는 시즌인데 핀이 불꽃공주랑 썸타고 사귀기 시작하면서 너무너무너무너무 재미없어서였습니다.
시즌 5,6 정도부터는 떡밥 회수 및 서사 위주로 작품이 진행됩니다. 캐릭터 관계는 더욱 복잡해지고 주인공 핀과 제이크가 세상을 변화시키기보다는 세상이 핀과 제이크를 성장시키는 요소로 사용됩니다. 사건의 해결도 주인공이 직접 하기보다는 트리거 정도로만 활약하고 해결은 주변 캐릭터가 하는 일이 많아지지요(개인적으론 이게 별로 마음에 들진 않습니다. 전 주인공이 막타치는 올드스쿨함이 좋거든요). 그래서인지 핀이 늘 집착하던 영웅이나 용사란 호칭은 더이상 들리지 않습니다.
시즌이 거듭될 수록 초반에 보여준 신선한 병맛 보다는 전개에 무리수를 두거나 떡밥 투척만 남발하고 중2병 대사만 읊조리는 등의 부침을 보여주며 '고탐', '망탐' 등의 비아냥을 듣곤 했습니다. 실제로 시청률 또한 계속 떨어졌죠.
그러다 후반부 들어오면서 기존 떡밥들의 적절한 회수와 넓어진 무대로 '모험' 활극 애니다운 재미를 주기도 했습니다. 특히 핀이 생모를 찾아 떠나는 8부작 미니시리즈인 Island 편은 아주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요.
그리고 오랜 휴방끝에 마침내 완결편이 40분작으로 방영되었습니다.(원래 어탐은 한 에피소드에 10분짜리입니다.)
마지막 편의 소감은 '그래도 어탐다웠다'입니다.
오프닝이 늘 보던 그 오프닝이아니라 전혀 다른 캐릭터들이 나와서 당황할 수 있습니다. 천여년 후의 세계에서
핀과 제이크의 후손으로 보이는 어떤 캐릭터들이 주인공 핀의 유품을 들고 '킹 오브 우'를 찾아가서 당시의 일을 듣는 것으로 진행됩니다.
원래 서사가 중요한 작품이 아닙니다만, 그래도 마지막치곤 전개면에서 썩 맘에 들진 않았습니다. 어탐이 망탐, 고탐 듣던 시절 지적되던 잔뜩 벌려놓고 허무하게 툭 넘어가기나 떡밥의 일회성 소모 등은 여전했고, 주인공 핀과 제이크의 활약 또한 트리거로만 사용됩니다. 종말을 앞에 두고 캐릭터들이 서로 손을 잡거나 키스하며 사랑을 확인하는 모습들은 너무 식상했습니다. '노래'는 어탐을 어탐답게 만드는 주요 키워드 중 하나이긴 하지만, 막상 최종보스와의 싸움에 이걸 또 이렇게 사용되는 걸 보니 오글거림을 넘어 유치하기까지 했네요. 최종보스의 막타마저 주인공이 아니라, 다른 캐릭터가 합니다. 막타의 형태는 꽤나 신선하긴 했습니다. 슬프기도 했고요. 하긴 어탐 후반부의 기조가 이러했습니다. 본디 희생은 영웅의 미덕이지만, 주인공이 그렇게 하라고 영웅이라 띄워줬던 건데 더이상 주인공이 영웅을 자처하지 않으니 이렇게 되네요. 아니면 영웅이란게 따로 있는게 아니다라고 하고 싶었을까요? 어쨌든 나름 슬프다면 슬픈 장면이었습니다.
뭐 이런 것들도, 결국 어탐답다-라고 해야할 거 같네요. 본디 어탐의 연출 의도는 장대한 서사 보다는 우화를 통해 상상력을 전달하고 소소한 주제의식을 표현하는 것이었으니까요.
어쨌든 일은 해결되었고 천여년이 흘러 본편의 '거의' 모든 캐릭터는 소멸한 듯이 보이고 새로운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오프닝과 다시 연결되지요. 새로운 세상에서 새로운 캐릭터들이 다시 모험을 이어나간다는 거 같네요.
개인적으론 프렌즈의 레이첼과 로스가 그랬듯 핀과 버블검이 마지막에 이어지길 바랐습니다. 시즌 1,2때 버블검에게 메달리던 핀의 모습이 참 아련했거든요. 용사와 공주가 맺어진다는 설정도 좋아하구요. 허나 프렌즈는 90년대 작품이고 어탐은 2010년대 작품이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네요. 떡밥이 뿌려진대로, 버블검은 좀 더 현대적인 선택을 합니다. (아마 이 장면은 국내 더빙판에서 편집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신 버블검은 마지막에 자신의 판단 착오를 사과하며 자기와 거의 같은 높이인 핀더러 키가 많이 컸다고 말합니다. 주인공 핀은 초기에 12-13세의 작은 소년으로 시작하여 시즌을 거치며 나이를 먹으면서 키가 커서 마지막 시즌엔 16-17세가 됩니다. 핀은 캔디 왕국의 공인 용사로써 늘 버블검 곁에 있으므로 이걸 실시간으로 보고 있음에도 굳이 키를 이야기한다는건, 핀을 더이상 어린 애가 아니라 동등한 어른으로 대우한다는 거겠죠. 다른 시각으로 보면, 숱한 모험끝에 성장한 핀은 버블검의 인정을 받음으로써 마침내 어른이 되며 모험을 마무리 지었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에피소드의 제목이기도한 Come along with me는 엔딩 크레딧의 곡명입니다. 이 또한 마지막에 다른 형태로 흘러나옵니다. '나와 함께 가요'라는 소소한 문장의 이 타이틀은 결국 어탐의 주제이기도 한 거 같습니다. 모험을 하든, 유유자적하게 지내든 어떻게 살든 함께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일까요. 따지고보면 어탐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결국 외로움 끝에 일어난 것이 대부분이니까요. 한가지 걱정되는건 서정적인 내용의 이 노래 가사를, 국내 더빙판에선 매우 단순유치하게 개사를 했습니다. 마지막 에피소드와 다시 연결되는 이 노래를 더빙판에서 어떻게 다시 표현해낼지 걱정되네요.
오리지널 엔딩곡
카넷코에서 개사한 엔딩곡
..이리하여 어드벤처 타임은 완결되었습니다. 이런저런 할말이 정말 많지만, 제 인생 최고의 애니 중 하나임에는 분명합니다. 저의 상상력을 이만큼 자극해준 애니가, 앞으로도 또 나올 수 있을까 걱정되는 한편,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8여년이란 긴 시간 동안 저를 즐겁게 해준 이 애니와 제작진들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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