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피지 알에 글을 쓰지는 않지만 올 한 해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느낌에 뭐라고 적을까 하다가 전화기 속 "사진" 을 돌아봅니다.
호기심 많은 여고생도 아닌데 대부분 먹을 것 사진에 부끄러움이 느껴지고 고작 기억나는 것이 허기를 채우는 내용인가 싶어 자괴감? 이 들기도 합니다. 2017년에는 생애 전환기를(누가 만든 것인지는 모르지만) 맞이하기에 내년 이맘때에는 다른 내용으로 고민하기를 희망해 봅니다.
[주관적인 먹거리 들이지 맛집 탐방이 아님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1월 서울로 가족여행을 가서 전날 마셨던 술을 달레러 들렸던 "명동 하**" 입니다.
소문처럼 나쁘지 않은 국물에 전날 술을 잊기에 좋은 메뉴였던 것 같습니다.
2월 엄동설한에 캠핑을 갔다가 근처 휴양림에서 먹었던 호떡입니다. "만인산 봉* 호떡"
마누라님이 호떡을 참 좋아하는데 가끔 드라이브하다가 들렀다 올 만큼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냥 그런 호떡이었지만 밤새 덜덜 떨면서 자고 일어나 먹던 뜨끈한 호떡으로 정말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3월 속초 여행 중 먹었던 "속초 초**** 순두부" 전날 음주로 불편한 속에 처음 먹었던 순두부는 정말 좋았습니다.
몇 숟갈 먹다가 간장을 살짝 탔는데 맛이 확 바뀌어 버려서 아쉬웠던(세 치 혀의 간사함이란) 기억이 납니다.
4월 드라이브하다가 들렸던 "세종시 돈** 돈가스" 딸아이가 치즈 돈가스를 정말 좋아해서 들렸는데 제법 깔끔하게 돈가스를 만드는 집이었습니다. 내일모래 불혹의 아저씨지만 돈가스를 참 좋아합니다.
5월 어린이날 기념 군산 여행 때 들렸던 "군산 한** 소고기뭇국"입니다. 그렇게나 자주 먹던 뭇국인데 왜 맛이 이렇게 다르지?
혼잡했던 것만 제외하면 나름 만족스럽던 기억이 납니다. 다시 한번 기본에 충실하다는 게 어떤 건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해준 메뉴였습니다.
6월 휴일날 아침 마눌님의 성화에 못 이겨 찾았던 "대전 마* 브런치"입니다. 아줌마들의 허세로만 치부하던 메뉴였는데 신경 써 잘 만들어 내오면 아저씨도 참 좋아할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전부터 맥주 한잔을 같이 하면 뿌듯한 느낌까지 들게 하는 그런 메뉴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7월 모교 근처 동네에서 먹었던 "대전 11** 일본 가정식 치킨난바" 입니다. 학생들이 좋아할 만한 깔끔한 일본 가정식으로 나쁘진 않았지만 언제부턴가 학교 근처 식당들을 가면 메뉴들이 너무 달아요. 아마도 그만큼 나이가 들었나 봅니다.
8월 여름 휴가 때 캠핑 중 들렸던 "포천 미** 양장피" 여름에 캠핑가면 낮에 불피워 음식 해 먹기 귀찮아서 근처 재래시장이나 음식점들을 많이 찾습니다. 손님들은 많았는데 늘 먹던 동네의 양장피보다는 조금 좋았던 메뉴였습니다. 그래도 가끔 생각이 납니다. 더위에 지쳐있을 때 시원한 에어컨 바람 밑에서 딸아이는 짜장을, 마누라는 짬뽕을, 저는 톡 쏘는 양장피를 먹어서 좋았었나 봅니다. 추억이 메뉴의 맛을 움직이기도 하는것 같습니다.
9월 제가 내장 쪽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데 유일하게 잘 먹는 "대전 왕** 곱창전골"입니다. 들어가자마자 익숙하게 "린" 소주와 순대를 시키고
전골과 볶음밥으로 마무리하면 이처럼 만족스런게 없는것 같습니다.
10월 집앞에 있어 마눌님과 소주 한 잔 하기 딱 좋은 "대전 나*** 밀푀유 나베" 입니다. 퇴근하다가 마누라가 밥하기 싫다고 하면 가는 나베집. 딸아이에게는 가지 튀김 하나 던져주고 2병째 소주가 나오면 차돌 숙주 시켜서 마무리하는 ... 애정한다는 표현이 생각나는 메뉴입니다.
11월 대전에 맛집은 "사통팔달"의 도시라고 답하는 저에게 언제부턴가 지역 메뉴로 불리우? 는 메뉴 "대전 두부 두루치기"입니다.
웬만한 아무 칼국숫집이나 두붓집에 가면 저런 메뉴가 있으니 힘들게 대전 구도심 오랜 노포들 찾지 마시고 아무 데나 가시라고 조언합니다.
40년을 대전에 살아본 결과 정답은 아직도 "사통팔달"입니다.
12월 겨울 바다가 보고 싶어서 들렸던 "포항 베** 소유라멘" 오랜 포항 친구 녀석이 겨울이면 늘 챙겨주는 "피데기와 과메기" 받으러 갔다가
들렸던 라멘집입니다. 좁은 가게와 한정된 메뉴였지만 라멘은 기본에 충실하고 좋았습니다.
시절이 하 수상하다 보니 먹을 것으로 한 해를 마무리 하는 게 부끄럽기 짝이 없네요
크리스마스라는 핑계로 가벼운 내용으로 마무리하려는 것이니 넓게 아량 베푸셔서 즐거운 연말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PS. 피지알에는 저보다 선배님들도 많으시니 40대를 어떻게 시작하셨는지 궁금하네요
같은 동년배 분들에게는 올해 마무리로 "숨결이 바람 될 때 -폴 컬러니 티" 추천합니다.
지금 읽기 딱 좋은 책인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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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서 오래 산 사람으러써..
어은동 란스시와 충대후문 동해원, 신탄진 부추해물칼국수, 서대전네거리역 한영식당이 없다니요...아쉽습니다...흐흐..
말씀해준신곳중 몇군데는 저도 가본데네요...만인산 호떡은 요즘에 가서 먹으면 좋겠습니다. ^^
지금 직장때문에 부천에 올라와 있습니다만...대전이 참 그립습니다. 진심으로..
언젠가 대전으로 꼭 다시 돌아가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