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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9/05 18:35:33
Name 사악군
Subject [일반] 블랙머니 사기 이야기
블랙머니 사기는 꽤 유서깊은(?) 사기입니다.
일설에는 나이지리아 쪽에서 처음 시작했다고 하는 얘기도 있는데 세상에 사기꾼들처럼
유행에 민감하고 해외 첨단기법을 수입하는데 발빠른 집단은 별로 없습니다.
물론 클래식은 괜히 클래식이 아닙니다. 사기수법의 클래식들은 클래식인 이유가 있죠..

우선 블랙머니 사기의 레파토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우선, 자신은 정체모를 비자금을 관리하는 자임을 어필합니다. 이 비자금은 CIA의 비밀자금일 수도 있고,
박정희나 전두환 이명박 혹은 금왕 문재인의 비밀자산일 수도 있고, 이완용의 비밀재산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요는 상대를 속일 수 있는 비밀자금이자 세상에 드러나면 안되는 돈이며 그걸 해먹는데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거액이라는 점을 어필하면 됩니다.

2. 그리고 거대한 비자금을 관리하고 있다는 어필로 간접증거들을 제시하는데 이것들은 유명 정치인이나 재계인과 함께 찍은 사진
혹은 합성사진일 수도 있고, 엄청난 동그라미가 찍혀있는 은행통장이나 계좌내역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요는, 큰 돈을 관리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3. 그리고 문제의 블랙머니인데 이 블랙머니는 비자금, 검은 돈이라 블랙머니가 아닙니다. 아..검은 돈이 맞긴 합니다.
그런데 이 '검은 돈'은 은유적인 표현이 아닙니다. 말그대로 새까만 돈이에요...-_-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많은 양의 검은 종이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중에 한장을 뽑아서 이렇게 얘기하죠.

4. '이 검은 종이가 돈입니다 돈 100달라짜리 현찰이에요. 자 이걸 보세요'
    '이 종이를 이 특수용액에 담궈서 이렇게 헹구면'
    새까만 종이는 순식간에 100달라 지폐로 변합니다. 피해자들은 눈이 똥그래집니다.

5. 내가 이 돈을 관리하는데 이 특수용액과 처리시설을 동원할 현금이 없어서 못하고 있다.
   당신의 훌륭한 인품과 인생을 보아 이 보람찬 일에 돈을 좀 투자하면 큰 돈으로 보상해주겠다.
   라고 하여 사기꾼들은 피해자들로부터 2000만원~1억 정도의 돈을 갈취합니다.

6. 4.번의 트릭은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간단합니다.. 100달라 지폐를 검정색 수성잉크에 담급니다.
   그리고는 비눗물-_-이라는 특수용액에 헹궈서 피해자들에게 보여주는거죠!

7. 제가 봤던 이 블랙머니 사기꾼은 200조원(!!)의 블랙머니를 CIA로부터 가로채 현금화한뒤 100조를
   나라에 기부하여 국채를 청산하고 나머지 100조 중 50조를 투자자들에게 주고 나머지로 좋은 일을 하려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무려 이게 최후진술..

8. 사기당한 할배들은 피해자로 증인으로 출석하여 증언하면서
"피고인이 증인에게 5천만원을 주면 공작비로 쓰고 10억 100억으로 돌려준다고 했지요"라는 검사의 질문에
"예 총재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라고 답변하였습니다..그날 출석한 3명의 증인이 모두 아직도 사기꾼을 총재님 총재님이라 호칭했지요.

황당하지요..? 그런데 이 사기는 황당사건 정도가 아니라 꽤나 끊이지 않고 심심하면 한번씩 리바이벌 되는
클래식입니다. 사람들은 어딘가 무언가 거대한 비자금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무언가 그걸 해먹을 수 있는
일이 있다고 믿고 싶어하죠. 그리고 왠지 갑자기 자기 앞에 그런 기회가 덩그러니 주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믿음은 시대가 지나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고전이 시대를 초월하여 사람들에게 감명을 주듯.. 사기의 고전도 시대를 초월하여 사람들을 현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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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유도원
16/09/05 18:37
수정 아이콘
클래식은 영원하다
레페리온
16/09/05 18:39
수정 아이콘
경찰청 사람들에서 봤는데.. 아직도 하나보군요.
덜덜덜
멸천도
16/09/05 18:53
수정 아이콘
저도 봤습니다!!
만원짜리였고 저거랑 약간 다르게 주의를 돌린다음 바꿔치기를 이용해서 사기를 쳤던걸로 기억나요!!
16/09/05 18:39
수정 아이콘
검은사기에서도 등장했던 수법이네요. 요즘도 현역수법이었군요... 크....
빠니쏭
16/09/05 18:41
수정 아이콘
분수를 모르면 당하는거죠.
물론 사기꾼이 훨씬 나쁜놈입니다.
Samothrace
16/09/05 19:50
수정 아이콘
분수를 모르고 크게 한탕하려다가 대박난 케이스가 전혀 없지는 않은 걸로 봐서 분수란 곧 현명함을 뜻하는 것 같습니다. 지혜 앞에선 선악이 없죠
人在江湖
16/09/06 01:01
수정 아이콘
좋은 말씀입니다. 특히나 요즘의 인터넷 환경에서는 정보, 지식, 지혜의 구분이 더욱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사실 저 3가지의 구분도 뚜렷하게 된 건 아닙니다만... -.-)
토다에
16/09/05 18:41
수정 아이콘
아직도 이런 사기꾼들이 있군요.
16/09/05 18:43
수정 아이콘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naloxone
16/09/05 18:43
수정 아이콘
1.나는 거액(혹은 거액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이 있다.
2.그런데 이를 얻기 위해선 너의 소액이 필요하다.
3.투자하면 거액으로 돌려주겠다

->이 패턴이 사기가 아닌 경우가 있을까요?
16/09/05 21:00
수정 아이콘
스타트업!?
人在江湖
16/09/06 01:02
수정 아이콘
3이 자기가 투자한 만큼+a 라면 크라우드소싱도 해당이 되겠습니다..
카루오스
16/09/05 18:44
수정 아이콘
진짜로 거액의 돈벌 수단이 있다면 사채를 쓰는 한이 있어도 남의 돈은 안 빌리죠.
대문과드래곤
16/09/05 18:47
수정 아이콘
이게 진짜죠.. 크크크
16/09/05 18:49
수정 아이콘
비슷한 방법으로
1. 지금 금광/다이아 광이 발견되었는데 마지막 채굴작업할 작업비가 부족하다
2. 그러니 이걸 얻기 위해서는 너의 작은 투자가 필요하다
3. 투자하면 엄청 돌려줍니다. 감사감사

1. 러시아에 지하에 가스가 발견되었다
2. 러시아랑 우리나라가 사이가 안좋아서 현금조달의 어려움이 있음. 개발할려면 돈이 더 필요함.
3. 투자하세요.

주변에서 이런 사기치는 사람들 강남 커피숍근처에서 아직도 보입니다 -_-;
어리버리
16/09/05 21:20
수정 아이콘
보석/가스/석유 투자 사기는 보석/가스/석유가 고갈될 때까지 계속될거 같네요.
혹시 그 사기 치는 사람들이 하는 얘기를 커피숍 옆자리에서 얘기하시는걸 들어보셨나 보네요. 이럴 경우 입이 근질근질할텐데 참견하는 것도 오버이긴 하겠죠.
써니는순규순규해
16/09/05 21:36
수정 아이콘
보석/가스/석유가 고갈되면 미국이/러시아가/중동이 숨겨놓은 최후의 XX 가 있는데 여기를 YY 몰래 파서 빼돌릴 계획이 있다.
다면 현재 YY 국에서 작업을 진행하려니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있는데 당신이 2억 정도를 투자해주면 100억으로 돌려주겠다.
지금 당신 말고도 10여명에게 100억을 지원받는 제안이 들어가 있고,
당신에게 제안하는것도 나와 당신 사이라서 윗선에 사정해서 2억 이라도 투자 받기로 한거다.
라고 하겠죠.
어리버리
16/09/05 21:37
수정 아이콘
당연히 사기에 동원되는 수단이 바뀌다 뿐이지 레퍼토리는 놀랍도록 그대로 가겠죠 크크.
지나가다...
16/09/05 18:49
수정 아이콘
이런 거 왜 속느냐고 생각하면서도 저 역시 만약 사기꾼의 마수에 걸려든다면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가 없어서....
그저 남한테 돈 맡기면 안 된다고만 생각하며 삽니다.
16/09/05 19:04
수정 아이콘
화술이 얼마나 대단하면 저런 것에 속아넘어갔을까요... 법정에서도 '총재님'이라고 부를 정도로 믿음이 확고하다니...
살려야한다
16/09/05 19:28
수정 아이콘
비자금이 굳이 블랙머니로 보관되야할 이유는 무엇일까요? 흐흐
Rorschach
16/09/05 19:34
수정 아이콘
요즘도 지메일로 오는 스팸 보면 저런 비슷한 거 가끔 있는데 전 사실 1번에서 낚이는 자체가 이해가 잘 안됩니다 크크
16/09/05 20:18
수정 아이콘
패턴이 다양해서 재밌더라고요 크크크크
이라크에서 근무하다가 땅에 묻힌 돈다발 발견한 군인들도 있고 영국의 나이많은분이 이름 비슷한 사람한테 나눠주는 경우도 있고 미국 갑부 비자금도 있고요 크크
바스커빌
16/09/05 20:39
수정 아이콘
이거 예전에 봤는데 소름돋더라구요.

그러니까 저런식으로 해가지고 투자를 받고 블랙머니와 비눗물?을 줍니다.
사기꾼은 떠나고 투자자들은 신나서 아까봤던 대로 되겠지하고 블랙머니를 비눗물에 씻지만 될리가없죠.
너무 놀라고 당황해서 연락을 합니다. 그리고 연락이 됩니다.(..) 만나러 해외로 넘어가서 사기꾼에게 화를 내지만
사기꾼은 오히려 당당하게 그쪽이 제대로 못한거 같다며 자기가 가진 블랙머니가 아니라 [투자자가 가진 블랙머니]
그대로 비눗물에 씻으니까..? 눈앞에서 100달러로 변하는걸 보여줍니다. 투자자들은 아 내가 잘못했구나 싶어서
다시 한국에 돌아와 해보지만 역시 되지 않죠. 그리고 연락을 하면 연락이 끊깁니다.
어리버리
16/09/05 21:18
수정 아이콘
이게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이군요;;
어리버리
16/09/05 21:23
수정 아이콘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52&aid=0000897864
며칠 전에 "태양의 후예"에 단역으로 출연한 아프리카 사람이 사기 쳤다는 기사를 얼핏 봤는데, 이 사람 집을 뒤져보니 블랙머니가 나왔다네요. 크크.
포켓토이
16/09/06 09:37
수정 아이콘
뭐 이런 단타성 사기는 없는 사람들 푼돈이나 뜯어먹는거고
진짜 사기를 크게 치는 놈들은 신뢰를 쌓았다가 한방에 뒤통수를 치곤 하죠.
16/09/06 10:28
수정 아이콘
생각해보면 간단하죠. 왜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너한테 빌리겠냐는거...
cadenza79
16/09/07 14:33
수정 아이콘
본문은 블랙머니에 중점을 두셨지만 사실 2항은 다른 사기사건에서도 더 광범위하게 쓰이는 스킬이죠.

대체 0이 저렇게 많이 찍힌 계좌(물론 그 계좌는 은행이 아니라 PC방에서 만들어진 것이지만)를 가지고 있는데 단돈 1억 세금체납했다고 전체 돈이 묶일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의외로 많은 분들이 모르는 사실이지만, 압류는 체납금액 또는 채권금액을 초과해서는 이루어질 수가 없습니다.
세금 1억 때문에 100억 들어 있는 계좌를 압류한다 한들 99억은 맘대로 인출이 가능합니다. 이걸 몰라서 사기꾼에게 속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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