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사태가 끝난 이후 휴가철도 시작되고 나도 휴가도 가고 별로 쓸 내용이 없었는데 오랜만에 재밌는 일이 일어났다. 전세계적으로 금리인하와 양적완화로 인해 마구 찍어낸 easy money로 만들어진 허상된 주식시장이 현재 얼마나 취약한지, 또 행복한 꿈만 꾸고 있던 투자자들에게 패닉이란게 무엇인지 잘 보여줬던 한주 였다.
이번년도 내내 2000~2130 사이만을 횡보하던 미국 S&P가 이틀동안 5%나 빠져버리고 4년만에 제일 큰 하락폭을 기록한 1주일이 되어 버렸다. S&P의 변동성을 보여주는 VIX도 거의 역대급으로 상승했고, 5년 최저를 찍으면서 연일 하락하던 금은 최근 1주일간 엄청난 반등세를 보였다. 미국국채나 Japanese yen, Swiss Franc 같은 안정 자산들도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기름은 아예 30불대로 진입해 버렸다. 진짜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증시가 하루종일 푹락한 광경도 오랜만에 본다. 아무런 큰 뉴스도 없이 이렇게 세계증시가 추락하고 투자자들을 패닉으로 몰아간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일단 이번주 수요일날 발표된 FOMC minutes에서 미국 연준이 모두의 예상과는 다르게 현재 미국&세계 경제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이로 인해 12월 만기 유로달러 선물에 암시되어 있던 미국 9월 금리 인상 확률은 수요일 50%에서 현재 33%상태로 떨어진 상태이다. 또 최근 그리스 사태로 인해 미국증시가 패닉할때도 연준은 그에 대한 언급은 없었는데, 이번에 중국 성장세의 둔화와 원자재가격에 하락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한것도 이례적이라 볼수 있다.
(금리인상에 대해 말할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게 유로달러(유로화 X) 선물인데, 이는 미국밖에서의 미국 달러에 대한 금리를 거래하는 파생상품이다. 또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파생상품이기도 하다. 즉 유로달러 선물의 가격을 보면 전세계 시장이 금리인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기 쉽다. 예를들어 12월 만기 유로달러 선물이 99.4에서 99.5로 상승하면 시장이 12월달 예상 금리가 .6%에서 .5%로 하락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잠깐 FOMC minutes이 뭔지 짚고 넘어가기 위해 미국 연준의 시스템에 잠깐 얘기를 해보자. 미국 연준(FED)는 미국의 통화정책을 결정하기 위해 1년에 8번 모이는데 보통 그 달의 3째주 화요일과 수요일, 1박2일 동안 FOMC 멤버들(옐렌의장을 비롯해 각 주의 연방은행 의장들)이 모여서 FOMC meeting을 가진다. 그리고 수요일 1시(미국 중부시간 기준)에 기준금리와 함께 FOMC statement를 발표하고 격미팅(즉 두 미팅당 한번씩) 기자회견을 가진다. 기자회견에는 옐렌의장과의 질의응답 시간이 있고, 가끔씩 예측하지 못한 질문에 대해 FOMC 멤버들의 통화정책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는 대답들이 나오기 때문에 중요하다. 성명서 발표 3주후에는 그 전 FOMC meeting에서의 minutes(의사록)이 공개된다. 변동성을 트레이딩하는 옵션 트레이더들에게는 기자회견이 있느냐 없느냐, 아니면 성명서(statement)이냐 의사록(minutes)이냐도 옵션 가격 pricing에 큰 영향을 끼친다. 대체적으로 기자회견이 있는 statement> 기자회견이 없는 statement> 의사록 순으로 마켓에 영향이 있는데, 의외로 이번에는 7월 FOMC는 statement보다 minutes에 시장이 더 많이 한 이상한 달이었다. (아 그리고 웃긴점은 원래 오후 1시에 minutes가 나오기로 했는데 어떤 뉴스회사가 엠바고를 풀어버려서 15분전에 유출이 되는 웃지 못할 사건이 일어났다.)
설명은 여기서 마치고, 일단 의외로 dovish한 FOMC minutes으로 금리인상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당황하면서 시장엔 금리인상이 설마?혹시? 미뤄질까하는 불안감으로 가득찼고 그날 즉시 유로달러선물은 급상승, 거의 9월 금리 인상 확률을 7%나 낮춰버렸다. 게다가 목요일날 발표된 중국 제조업지수가 7년 최저를 기록하면서 중국 증시와 기름가격이 하락했고, 그에 따라서 미국증시도 같이 하락했다. 그 다음날 또 다시 중국 증시가 하락하면서 Crude Oil은 2009년 이후 처음으로 30불대에 진입해버렸고, S&P는 다시 3% 가량 하락해버렸다. 여태까지 S&P보다 강세를 보였던 NASDAQ이 많이 떨어진것도 흥미롭다. 트위터만 해도 IPO 전 가격 수준으로 30%나 하락해 버렸으니 말이다.
사실 이번 미국증시의 하락장에는 재밌는점이 많다. 아까 말했다시피 4년만의 최악의 주였는데, 그 전까지 미국증시의 5%이상의 correction 원인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나 2013년 양적완화 감소 즉 자국의 문제에 관련된 것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하락은 살짝 dovish한 FOMC minutes에만 기인하기에는 너무 거대하다. 사실 minutes에서도 나온다시피 가장 큰 문제는 세계 경제 둔화, 유럽과 일본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급성장을 하고 있었던 개발도상국들의 둔화가 너무나도 뼈아프다.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 멕시코, 브라질, 터키, 러시아, 인도 등 성장을 주도해야 할 개발도상국들의 통화가 엄청난 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 3년 최저를 찍었던 걸로 기억한다). 거의 2008 경제위기급 이상으로 낮아졌다고 보면 된다. 참고로 현재 개발도상국 ETF는 5년 최저치에 머물고 있다.)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전세계 경제가 같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고, 그럼 그런 원자재를 수출하는 국가들(목재, 철강, 구리등을 수출하는 개발도상국들 이상으로 캐나다, 호주, 심지어 이젠 원유 수출국이 된 미국)까지 손해를 보고 다시 또 전세계 경제 둔화를 일으키는 뫼비우스의 띠 말이다. 가장 무서운 점은 지금 상황이 사실 경제 둔화를 타개하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엄청나게 낮추고 돈을 엄청나게 풀어놓은 시점이란 것이다. 다음번 경제 위기가 찾아올때 더 이상 낮출 금리와 풀 돈이 없다는걸 알기 때문에 미국이 반대를 무릎쓰고 금리를 올리려는 건데, 상황이 참 안좋게 됬다.
내가 항상 재미로 보는거지만 CNN에서 보여주는 Fear & Greed Index (
http://money.cnn.com/data/fear-and-greed/)라고 있는데(풋/콜 ratio, Moving Average, Volatility, 즉 투자자들의 패닉했을때 같이 움직이는 지표들을 묶어 놓았다) 현재 시장은 엄청난 공포감에 빠져있다고 한다. 2주전 엄청난 탐욕에 빠져있을때랑 대조적이다. 사실 S&P 시장의 변동성이 이렇게 높아진것도 진짜 오랜만이긴한데 2014년 양적완화를 막 끝냈을시의 가격으로 돌아간 거니 사람들이 패닉할만하다. 양적완화 없이는 아무것도 안된다는걸 인정한 꼴이니 참 투자자들도 머리 아프긴할것 같다. 그래도 지금의 변동성 레벨은 개인적으로는 너무 높다고 본다. 거의 몇년사이에 본 옵션가격중 제일 높은거 같으니 말이다. 아무일 없으면 내일 다시 낮아질듯한게 내 의견.
각국 인덱스에 비해서 유로/달러의 변동성은 아직까지 조용하다. 물론 S&P에 비해서 말이다. 많이 움직이기는 했지만 아직 변동성 자체는 10정도로 그리스라던지 유럽 양적완화라던지 다른 이벤트들의 비하면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콜/풋 비율은 거의 1년만에 제일 높다. 즉 사람들이 유로/달러가 더 상승하는것에 엄청나게 걱정을 하고 있단 뜻이다. 사실 이것도 당연한게 헤지펀드들의 공통된 포지션이 유로/달러 숏이니 상승세에 당황하고 있을께 분명하다.
하여튼 재미있는 일주일이었다. 다음주에 중대한 발표는 없는걸로 안다. 1년에 한번하는 Jackson Hole이라는 경제 심포지움이 미국 캔서스 시티에서 목요일부터 시작하는데 작년과는 다르게 옐렌의장이 안나와서 크게 재미는 없을것 같다 .그래도 다른 각국 중앙은행 고위직들이 현재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흥미로운 이야기거리가 될 것 같다.
한국증시하락에 관해서는 북한의 위험도 분명히 있겠지만 그냥 글로벌 경제둔화, 특히 일본의 경제 둔화와 중국의 위안 평가절하 등 아시아 국가들의 트렌드를 따라가는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난 그쪽 전문이 아니기 때문에 패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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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네요. 제가 한국말이 서툴고 필력도 별로여서 혹시 문맥상 안 어울리는 부분이 있으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