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 제목을 달았습니다만... 다 써 놓고 보니 '올해 양현종은 최동원 상의 기준을 달성할 것인가?'가 더 어울릴 것 같네요.
최동원 상은 미국의 사이 영 상, 일본의 사와무라 상처럼 최고의 투수에게 주는 상입니다. 최동원기념사업회에서 주최하고, 당연히 고 최동원 선수를 기리는 의미에서 붙여졌습니다. 시상식도 부산에서 하구요. 골든글러브처럼 인기투표가 아닙니다.
위원장 어우홍 (야구원로로 김재박의 개구리 번트로 유명한 82년 세계선수권 감독을 했었고 롯데 자이언츠 감독 등을 했습니다)
김성근 김인식 선동열 양상문 허구연 천일평(OSEN 편집인)
이상 7명의 위원이 선정하죠.
이제 시작했고 KBO 주관이 아니니 아무래도 네임밸류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건 시간이 지나면서 잘 알려지길 바랄 뿐이고, 다른 문제도 더 있죠. 외국인 선수들은 안 뽑거든요. 작년 같은 경우 20승을 올린 벤 헤켄과 평자책, 탈삼진 2관왕에 오른 벤덴헐크가 있었지만, 국내 선수가 받았습니다.
어차피 외국인 선수를 배제하기로 한 이상 국내 선수들이 못 하면 못 할수록 상의 권위가 떨어질 겁니다. MVP나 골든글러브에서도 쇄국정책을 쉽게 볼 수 있긴 하지만, 공식적으로 배제하진 않으니까요. 그저 파이팅 할 수밖에 없겠습니다만...
작년, 제 1회 최동원 상을 받은 선수는 기아 타이거즈의 양현종 선수입니다.
하지만 양현종 선수가 최동원 상의 기준을 달성한 건 아니었습니다.
30경기 180이닝 15승 150탈삼진 15퀄리티스타트 평균자책점 2.50 + 국제경기 활약
양현종 29경기 171⅓ 이닝 16승 8패 165탈삼진 17퀄리티스타트 4.25평균자책점
3개 부분에서 국내 선수들 중 1위였고 나머지 부분은 미달이었습니다. 문제는 그에 맞설 다른 선수가 있었다는 거죠.
김광현 28경기 173⅔ 이닝 13승 9패 145탈삼진 15퀄리티스타트 3.42평균자책점
네, 역시 김광현 선수입니다. 특히 평균자책점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반대했죠. 4점대 자체가 높고, 투수 중 12위였으니까요. 이닝소화율에서도 김광현이 높았구요.
하지만 김광현이 기준을 채운 건 QS 하나뿐이고 세부 기록에서 양현종이 우세한 것도 많았으니... 어느 쪽이든 논란이 되긴 했을 겁니다. 저 6개 스탯을 모두 달성해야 된다, 이런 건 아니기도 했구요. 3개 달성에 미달된 건 점수로 따진다... 이런 댓글을 봤는데 어느 기사에 나온 건지는 모르겠네요. 홈페이지도 없고
+) 흥미롭다 할까 아쉽다 할까, 두 선수 다 해외진출 시도했다가 박한 평가를 받고 포기했죠.
6개 다 달성하기 어렵기도 합니다. 그 류현진도 30경기-180이닝을 달성한 시즌이 두 번밖에 안 됩니다. (무서운 건 대개 이닝이 아닌 경기수가 부족했다는 거;) 거기에 요즘같은 타고투저에 평자책 2.5라는 건 정말 어렵죠.
더 잘 하는 외국인 선수 안 뽑고, 기준의 절반을 미달했는데도 뽑았으니 상의 권위가 떨어진 면은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제 시작했는데 미달했다고 안 주면 인지도가 더 떨어질 거구요. 고민 많았을 겁니다. =_=; 타고투저인 상황에 평자책 기준 달성할 선수가 얼마나 될까요. 올해는 기준을 더 낮출 순 있겠습니다만.
아무튼, 올해 얘기로 다시 돌아가보자면... 역시 최고의 후보는 양현종입니다.
23경기 11승 4패 137 1/3이닝 119삼진 14퀄리티스타트
일단 문제됐던 평자책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보여주고 있죠.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 봅시다.
유희관(두산) 22경기 15승 3패 148 1/3이닝 100탈삼진 3.16 14QS
윤성환(삼성) 21경기 11승 6패 140 1/3이닝 117탈삼진 3.46 12QS
장원준(두산) 21경기 11승 6패 126 1/3이닝 100탈삼진 3.35 13QS
김광현(SK) 20경기 10승 2패 123 1/3이닝 111탈삼진 3.50 11QS
작년의 경쟁자 김광현은 조금 부족한 상황이고, 경쟁이 된다면 역시 두산의 유희관 선수, 삼성의 윤성환 선수가 되겠네요.
해커(NC) 22경기 13승 4패 143 1/3이닝 126탈삼진 2.83 18QS
피가로(삼성) 21경기 12승 5패 138 1/3이닝 100탈삼진 3.19 16QS
린드블럼(롯데) 23경기 9승 7패 152이닝 128탈삼진 3.49 16QS (롯데야 ㅠㅠ...)
벤헤켄(넥센) 23경기 11승 5패 141 1/3이닝 146탈삼진 3.76 12QS
외국인 선수들의 기록을 가져왔습니다. 이닝소화와 삼진에서 좀 밀리긴 합니다만 올해 이대로 간다면 외국인 선수들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성적을 기록하고 있죠. 이대로만 간다면요.
문제는 역시 후반기에 체력이 떨어진다는 점이겠죠.
6월 초에 올라왔던 짤방입니다만 (...)
양현종이 후반기에 약하다는 건 정말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올해는 다를까 올해는 다를까 하지만... 아니었었죠. 올해는 어떨까요?
일단 29일 후반기 두 번째 경기만에 4자책으로 평자책 1점대가 뚫려버립니다. 이건 윤석민의 분식회계 탓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만... 지난 4일의 경기에서 무려 8실점을 해 버렸죠. 평자책은 2.49로 급 올라버렸구요. 오른 게 이거라는 것도 대단하긴 합니다만, 걱정되긴 하는 부분입니다.
23경기 11승 4패 137 1/3이닝 119삼진 14QS
30경기 15승 180이닝 150삼진 15QS
각 팀당 40경기는 더 남은 상황, 적어도 7~8번은 더 뛸 수 있다면... 기준 달성도 꿈은 아니겠죠. 매 경기마다 잘 해야겠지만요. 우선 높아진 평자책부터 다시 누르고요. 8번 더 나온다고 하면 경기당 6이닝 뛰고 삼진 4~5개씩 하고 점수는 1점 정도씩만 주면 되겠네요.
참 쉽죠?
이렇게 기준에 딱 들어맞지 않더라도 지금 성적 정도면 충분히 탈 수 있겠지만, 그래도 모든 기준을 통과하는 걸 보고 싶긴 합니다.
현재 최고의 경쟁자라 할 것은 역시 유희관입니다. 20승의 페이스로 가고 있으니까요. 부상의 영향이 크지 않아서 이대로 계속 나오고 잘 던진다면 불가능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그의 소원대로 20승-평자책 2점대-200이닝을 채운다면? 결과는 달라질지도요.
유희관(두산) 22경기 15승 3패 148 1/3이닝 100탈삼진 3.16 14Q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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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드네요. 6개 기준 다 맞추는 선수도 보고 싶고 간만에 한국인 20승 투수도 보고 싶고 말이죠. 최동원 상이 더 유명해지고 권위도 올라갔으면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근데 그래도 명색이 최동원 상인데 롯데는 왜 후보라 할 만한 선수도 없을까요 -_-
이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