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년전 교통사고를 가까스로 피했던 때가 시작이었다.
정말 아슬아슬하게 피했었는데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피하는 몸짓이 딱 콩댄스였다.
그래, 그곳은 비보호좌회전이 허락된 사거리다.
그곳에서는 직진신호가 떨어지고 반대편에서 직진해오는 차량이 없을때 좌회전이 가능하다.
차량흐름을 좋게 하는데 도움이 되기에 독일같은 곳은 왠만한 사거리는 모두 그렇다고 한다.
뭐 독일이니까.. 하긴 독일..
우리나라는 직진신호와 동시에 모두가 출발한다.
좌회전차량은 횡단보도까지 앞바퀴를 들이밀고는 반대편에서 오는 직진차량을 자신의 뒤쪽으로 보내려고 한다.
당시 그차 역시 같은 행동을 했다.
생각보다 가까이 온다고 느꼈지만 속도를 줄여가길래 난 걸을음 옮겼다.
그런데 갑작스레 엑셀을 밟아 돌진해오는것이 아닌가.
나는 양손으로 어설픈 만세를 부르며 차를 피해 점프했고, 살기위한 목적이었다고는 하나 그 몸짓은 콩댄스와 흡사했다.
그래, 그리고 그것은 불행하게도 나의 첫번째 콩댄스였다.
첫 콩댄스의 기억은 나에게 너무나도 날카롭게 틀어박혔다.
일종의 트라우마가 생겨버린 것이다.
예를들면 멈춘 차량의 운전자가 발에서 힘을 살짝 뺏는지 반바퀴정도 더 구른 바퀴를 보고서도 깜짝 놀라서는 콩댄스를 춰버리는 것이다.
어떻게든 안추려고 항상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차가 멈추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길을 건너곤 했지만,
콩댄스를 추는 횟수는 늘어만 갔고 난 그때마다 좌절해야만 했다.
좌절감이 사나이를 키운다고 했던가, 하지만 내 좌절감은 콩댄스를 추는 횟수만 키워나갔다.
여튼 춤은 내가 추지만서도 부끄러움은 그들의 몫이었을까..
한바탕 댄스 후 운전자를 쳐다보면 언제나 내 눈을 피해서 얼굴을 돌렸다.
아, 딱 한번 얼굴을 안돌리는 운전자를 본적이 있다.
한동안 춤을 쉬어 방심했을 때였다.
그래.. 그건 방심이었다.
매번 길을 반쯤 건너곤 좌회전해서 오는 차량만 조심했지 횡단보도 시작지점의 우회전 차량은 신경쓴적이 없었다.
돌진해오다가 가까스로 멈춘 그에게 콩댄스를 선사하곤 안들릴게 뻔하니 입모양으로라도 한마디 하려는데
그 춤을 보고서도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없이 몇번이고 고개를 숙이는 것이었다.
딱 한번 있었던 일이지만 신선했다.
뭐.. 나름 조심하고 최대한 참아보려 하지만 트라우마가 쉽게 고쳐지진 않을듯 하고..
아무래도 난 앞으로도 계속 콩댄스를 춰댈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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