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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8/01 01:45:14
Name 박루미
File #1 캡처.JPG (60.1 KB), Download : 60
Subject [일반] 우리나라 길 이야기 6(춘천품걸리)


휴가철입니다. 그런데 요즘 도로에서 운전하다 시비가 붙어 차를 세우고 싸우는 광경을 자주 봅니다. 불쾌지수 때문이라기 보단 세상살이가 갈 수록 퍽퍽해지고 올해는 그게 더 유난한 느낌입니다.

마음에 여유가 없죠

뭘 해도 경쟁, 직장인들 점심 먹는 것도 경쟁, 주차하는 것도 경쟁, 예매하는 것도 경쟁, 휴양권 경쟁, 항공권 경쟁, 그놈의 경쟁 경쟁~ 어얼리 버드가 되지 못하면 당신은 그 어떤 문화생활도 누릴 수 없습니다! 라고 시도때도 없이 쏟아지는 관련 어플에 알람에~ 가끔은 아무 생각없이 기약없는 잠수를 타고 싶지만, 정작 나서면 '영동고속도로는 전 구간이 정체임~ Hi!! 님 괜히 나옴(키)'

막상 떠나는 것도 이렇게 쉽지가 않습니다. 운전도 끼어들기족과 경쟁 경쟁, 소대장, 대대장들과도 경쟁 경쟁~ 주요 진입목에서 갑자기 언놈이 그 빈틈을 찾아 획@!!@ 끼어드는 놈들 하나씩 보면 더위와 정체에 지쳐서, 짜증도 슬슬 올라왔겠다. 어디서 이놈이! 살의충전식 쌍라이트가 펑!! 터지기도 하죠~ 그럼 그거 받은 놈은 좋아서 급브레이크 시전해 주시니, 그 이후는.... -_-!


아무쪼록 휴가라는 전투에서 다들 무사 귀환 하시길 기원하며 이 글을 써 봅니다.



제가 좋아라하는 J-pop 탬버린즈의 Everything is nothing♬


오늘도 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17. 춘천에 세상에 그런 오지가; 품걸길 이야기
여기는 라돈가스 측정사업과 관련하여 이장님을 2년 연속 찾... 으려고 했으나 무산된 곳입니다. 라돈가스가 특성상 worst case를 봐야 하니 겨울 방문이 필수인데, 이 지역의 측정을 위해서 허락을 득해야 하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런데 2년 연속 소위 오지 말라는 '빠꾸' 를 먹었었죠~

결국 3년차에 벼르고 벼르던 방문 허락을 득했는데, 춘천시 '동면'은 시의 동쪽이긴 하지만 시와의 접근성도 나쁘지 않은데다, 호젓~하고 느긋~한 산비탈에 자리잡은 동네들입니다. 복잡하지도 않고요~ 구 '춘성면' 지역을 흡수한 곳이 이 춘천시 '동면' 일대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그 분 주소가 '품걸길 ooo' 이었죠, 새주소도 있고 주소상으론 딱히 특이사항도 없어서 무턱대고 NAVI를 믿고 찾아가다가 결국엔 진정한 오프로드의 공포를 깨닫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여기가 아빠 어디가 촬영지로도 알려져 있고, 오지마을 탐사족들에게 거의 성지같은 곳이라서 어느정도 아실 분들은 아시기에 굳이 여기를 숨기진 않겠습니다. 특히 촬영지가 그 이장님 댁이었죠, 품걸리를 홀로 일으켜 세우다시피 한 마을의 빅스타이자 방송에도 여러번 나오신 분입니다. 성격도 아주~ 좋으시고요

품걸리를 찾아가는 길은 일단 가장 속편한 루트는 소양호에서 하루 2회 왕복 운영하는 배를 타는 것이고, 40분을 올라가면 품걸1리에 도달합니다. 내린다고 바로 마을이 보이거나 그러진 않고요 ~ 한 1.2km 정도를 더 걸어 들어와야 품걸1리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아빠 어디가 촬영장소이기도 했던 이장님 댁은 삼거리에 딱 위치하고 있으니, 트래킹 가시는 분들께서 지나가다 혹 안경 쓰신 성격 좋~~아 보이시는 분을 뵌다면 인사 드리세요, 나름 방송에 여럿 출연하신 준방송인이십니다 -_-)> 믹스커피도 한 잔 얻어드시고요~ 외인들이 찾아오셔서 얘깃거리를 해주는 걸 즐기시(?)더라고요

그리고 암것도 몰랐던 제 초행길 NAVI 기준으로 본다면'구성포'로 향하는 56번 '느랏재(느릿재 아님)'를 넘어야 하는데요, 넘어서 내려오다가 상걸리의 첫 마을이 보이고, 가장 첫 진입로로 들어가셔야 합니다. 새주소명칭으로 '거은골길'로 진입하셔서 '상걸감리교회' 앞의 도로를 따라서 쭈~~욱 올라가시는 길이 바로 품걸리행 육로의 시작입니다. 한 9km 정도 들어가다 보면 네비가 GG를 선언하고, 갈랫길이 나오는데 좌측으로 가면 여기가 바로 '신이리' 입니다. 길의 명칭은 '연엽골길' 입니다. 이 갈랫길을 지나서 계속 가다 보면 산봉우리를 몇 개나 넘어타서 쭈욱~~ 하방으로 산을 내려가는데 '품걸길'이 시작됩니다. 최근에 포장작업이 대부분의 구간에서 이루어졌으나, 그래도 차량 1대가 딱 지나갈 폭이고, 운전 난이도도 굉장히 위험한 구간도 있는데다, 그 산악 도로를 구불구불x100 하며, 그런 길을 무려 20km를 40~50분간 오르락 내리락 해야 도달하는 충격과 공포 수준의 육로입니다.

아무튼 한겨울에 그 고생을 하며 도달하니 이장님이 쌍수로 반겨주셔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해주셨죠, 사실 제가 가는 길은 겨울 통행은 거의 불가능한 지역이어서, 마을 주민들이 애용하는 제3의 루트는 가리산 자락을 타넘어 숲길을 돌고 돌아 '품걸2리'로 내려가는 '야시대로' 라고 알려주시더라고요, 과연 루트는 좀 길지만 의외로 길이 굽이지지 않고 편하게 동홍천 IC 인근 '화촌면사무소' 방향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이었습니다. 알았으면 이리로 왔을텐데, 하필 제가 간 그 당시엔 그 비포장 구간의 '숲길'이 공사로 인해 완전히 절단된 상황이어서 차를 400m나 후진해서 다시 돌려나온 기억도 있습니다.

소양호 수몰로 인해 내륙에서의 접근성이 극히 불량해진 곳을 보자면 홍천 가리산 자락의 북벽, 서벽을 끼고 도는 마을 중 '신이리'와 '품걸리', 그리고 춘천시 북산면의 '물로리', '조교리', '대동리', '대곡리'인데요, 그 중에서도 대동리와 대곡리는 가장 접근이 까다로운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동네를 잘 아는 집배원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일반인들이 차를 가지고 접근한다는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게다가 이곳은 소양호로 북산면 행정과 단절된 곳이므로, 보통은 동사무소 직원들은 내평리에서 배를 타고 들어간다고 하더라고요

북산면 자체도 지금이나 되어서야 길이 좋아졌지, 과거엔 북산면도 거의 양구와의 접경지대인 추곡리까지 가야해서 극히 외진지역입니다. 대중교통 접근법은 후평동 버스종점에서 정기적으로 18번 버스가 구 배후령(오봉산)을 지나 오항리 종점(18번)이나 청평리 종점(18-1번; 주말운행 한정)으로 운행하는 것으로 압니다. 지금은 찾아보니 '구 배후령'은 더 이상 넘지 않고 18번, 18-1번 모두 배후령터널로 간다고 하네요

설마 춘천에 이런 오지들이 존재했을 줄은 몰랐습니다. 그리고 더 놀란 것은 그 마을을 떠나지 않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삶터를 꾸려나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작년만 해도 마을 초입의 도로를 공사하는거 같던데 지금은 어느정도 진척되었을지 모르겠네요~ 작업차량 조차도 진입이 어려운 곳이다 보니 작업자들도 아예 마을 귀퉁이에 숙식하시던데.. 흠

http://pumanvillage.com/

트래킹족들이나 좀 낭만이 있는 자연을 느끼고 싶은 분들을 위해 '품안마을 휴양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가 쭉~ 둘러보니 시설도 아주 좋고요, 성수기 한 여름밤에는 재즈공연에, 클래식 야외 공연도 하고, 대규모 캠프파이어에 인디언 분장을 하고 여행객들끼리 사교와 댄스파티를 즐길 수 있는 장도 열린다고 하니 관심있는 분들은 이번 여름엔 산 속 깊이 피서를 떠나보심은 어떠실런지요?


* 저도 오지탐사를 굉장히 좋아하지만 꼭 지켜야 할 것들은 지켜주세요~
1. 정해진 길로만 가고 새로운 루트 개척은 부득이한 사유가 아니면 자제를
2. 지역주민에게 불편을 주지 말기, 인사는 괜찮지만, 굳이 이것저것 묻거나 그러지 마세요~ 여행자는 스쳐 지나갈 때 비로소 여행자인겁니 -_-)
3. 농작물 훼손 유의(실수로라도...)
4. 식사는 간단히 도시락으로 준비
5. 오지 방문 전, 자신의 목적지를 친지에게 고지하고, 즐거운 여행 출바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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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nnenbaum
15/08/01 01:56
수정 아이콘
쉽게 지나치는 것들에 관심만큼이나 애정이 느껴지는 글이었습니다 ^^
감사합니다
박루미
15/08/01 12:34
수정 아이콘
멸공 -_-)>
ComeAgain
15/08/01 02:19
수정 아이콘
이번에는 제가 자주 다니는 홍천/양구 지역의 이야기네요. 앞의 다른 지역들보다 이해가 잘 됩니다. 흐흐.
지난 주말에 춘천-양구 간 구 46번 국도로 혼자 이니셜D 놀이하고 왔더니 그 생각도 나네요...
박루미
15/08/01 13:03
수정 아이콘
그. 위에 느랏재 넘어가는 56국도상에서 이니셜d 하시는 분들이 좀 계시더라고요 ~ 따로 단속도 안하고 길도 크게 구불거리지 않아서일까요?
15/08/01 12:29
수정 아이콘
재밌게 잘 봤습니다..
박루미
15/08/01 13:04
수정 아이콘
멸공-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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