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갑작스런 수술을 권유한다.
어쩔수 없는 수술일정에 의해 회사를 연달아 쉬게 된 상황.
그때 똥꼬를 스치는 짜릿한 전기.
두달전부터 나를 괴롭히는 너!
찌루!
너도 함께 보내주겠다!
1차적으로 해야하는 수술이 가벼웠기에 찌루 박멸 역시 쉬는기간동안 해결하기로 결정했다.
처음가보는 항문외과.
의사는 나의 햄버거를 살포시 열고 두툼한 무엇이 있다는것을 손가락으로 확인시켜준다.
아찔하고 치욕스럽다.
옷을 갈아입는다.
관장은 먹는약으로 하는줄 알았는데 알수없는 무언가를 나의 햄버거에 끊임없이 쟁겨 넣는다.
끊임이 없다.
끊임이 없었고
끊임이 없다.
KTX처럼 밀려오는 그들을 버텨내고 10분만 버티라고 한다.
나는 지금 슈퍼히어로다.
나는 인생이라는 인류를 구하기위해 그들을 막아야만 한다.
도저히 버틸수가 없다.
하지만 내뒤에는 나를 믿는 가족들도 있기때문에 참아내야만 한다.
알람소리!
아침마다 달갑지 않았던 굿모닝 벨소리.
지금은 처음 스톰윈드에 도달했던 그 웅장한 아리아로 들릴 뿐이다.
그렇게 스치듯 안녕...
수술대 위에 올라선 나의 바지를 신경쓰일정도로 예쁘장했던 간호사가 내린다.
그리고 접는다.
나를 접는다.
나는 지금 태아와 같다.
양수 속 출산을 기다리는 가냘픈 아기.
이 가녀린 아기에게 주사를 놓는다.
허리속으로 들어오는 정체모를 무언가는 이미 치욕스러움이 모두 가리웠다.
5분동안 나의 엉덩이와 다리를 꼬집는다.
괜찮냐고?
하나도 안괜찮거든?
여전히 너무나 아프거든?
뭐라고?
지금도 꼬집고 있다고?
뻥.치.지.마
난 아프지 않아.
진정제? 그게뭔데?
아무래도 상관없.....
나중에 듣게된 의사의 말에 의하면 15분간의 수술이었다고 한다.
한숨 푹자고 일어나니 의사는 없고 간호사 둘만 나와 한방에 있다.
정신은 아직 몽롱해.
잠깐 잔 꿈에서는 날 빼고 친구들이 순대국을 먹으러 가고 있었단말이야.
가만히 있으라고 내게 말하지만 나는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나도 순대국을 먹고싶어.
'가만히 계시라구요!'
'퍽'
'아 씨...................'
그새 몽롱했던 정신이 돌아온 나는 조심스레 뒤를 돌아본다.
간호사 한명이 몇몇 기자재와 함께 넘어져있다.
그렇다.
나는 발가벗은 류였던 것이다.
뒤에 인기척이 있었음을 감지한 나는
그 순간의 위기를 발싸대기로 모면한 것이다!
발가벗은 나는 류였다.
적에게 등을 보여선 안돼!
그렇게 다시 잠이 몰려온다.
잠시 시끌벅적해서 눈을 떠보니 간호사가 진통제를 놔주고 있다.
볼옆에 붙어있는 밴드는 나의 꿈이 꿈이 아니었음을 설명하고 있다.
다시 잠이 든다.
며칠이 지난 지금 나는 여전히 수술 자욱과 싸우고 있다.
내일은 병원에 가는 날이다.
과일 바구니 하나 챙겨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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