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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7/26 17:32
배우를 너무 썻죠. 미션임파서블 시리즈와 약간 이야기 골조가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탐크루즈에 집중되는 미션임파서블과 다르게 집중되어야 캐릭터를 너무 분산 시킨 느낌이 있습니다. 역사적 사실을 머무느리랴 그럴려니 할수도 있지만 좀 캐릭터들이 서로서로 잡아먹은 느낌이 있습니다. 그래도 도둑들보단 훨씬 나앗네요.
15/07/26 17:35
오히려 역사극의 면모는 여름대작임을 감안하면 아주 적절했다고 생각합니다. 메시지도 명확했고, 그걸 강요하지도 않았죠. 김원봉, 반민특위실패 등 상징적인 요소들로 메시지를 함축한 점도 좋았고요.
이 영화가 비판 받는 이유는 본문대로 이야기가 엉성하기 때문입니다. 절대 역사극으로서 부족하기 때문에 비판받고 있는 것이 아니죠. 전 최동훈의 전작이 이번 <암살>에 비해 이야기의 소재가 탁월한 작품들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시체바꿔치기나 쌍둥이나 트릭으로서는 다 하급이거든요. 다만 <범죄의 재구성>은 그 트릭이 작동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계획적이었고 자연스러웠죠. 암살은 그 상황이 즉흥적이었고 그런 만큼 계획적이지 못했습니다. 케이퍼 무비로서는 치명적인 흠이라고 봅니다. 쓰신 말씀 전부 공감할 수 밖에 없네요. 그래도 흥행가능성은 있어보입니다. 소재만으로도 관심이 높은 영화라서요. 그리고 올해는 유독 영화의 완성도와 흥행이 연결이 안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올해 한국영화 흥행 1위가 국제시장, 2위가 연평해전이네요;;; 헐리웃에서도 평단의 혹평을 받은 쥬라기 월드가 역대 흥행 3위....
15/07/26 18:24
말씀하신대로 '역사극'의 면모에서는 저도 수위(?)가 적절했다고 생각합니다. 전체적으로 밝은 톤을 유지했던 점도 칭찬해주고 싶구요.
다만 (전작들까지 포함해서 생각해보면) 현대극과 시대극 가운데 최동훈 감독에게 잘 맞는 영화적 배경은 현대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네요. [전우치]도 그랬고, 이번 작품도 그렇고 시대극을 다루는 최동훈은 무언가 장점보다는 아쉬운 점들이 더 눈에 띄긴 해요. 전 솔직히 쌍둥이 트릭이 젤 맘에 안들었습니다. 방법이 그거 밖에 없었을까 싶더라구요. 하와이 피스톨 경호원 잠입도 좀 별로였고.. 뭔가 잔뜩 정교하고 치밀하게 이야기가 전개될 것처럼 폼은 다잡아 놓고, 결론은 뭔가 무식하고 쌈마이스럽달까요;; 그건 그렇고 [암살]의 흥행기록이 벌써 5일만에 300만을 돌파했다더군요. [도둑들], [설국열차]보다도 빠른 스코어라는데..덜덜 설마 천만 넘는 건가요-_-;
15/07/26 18:33
근데 지금 <미션 임파서블 : 로그네이션> → <베테랑> → <협녀>로 대작들이 연이어 있어서 아직 모릅니다.
<미션 임파서블 : 로그네이션>하고 <베테랑>은 시사회 반응이 굉장히 좋다더라고요. 암살이 입소문이 후져서 이후 작품이 탄력받으면 갑자기 훅 떨어질지도요. 이 라인업들 보니깐 <앤트맨>이 9월로 개봉을 미룬 게 잘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15/07/26 21:55
쌍둥이는 이야기 시작이라 당연히 다뤄야 하는 부분이였고
강인국이라는 친일파의 악랄함을 부각 시키고 그로 인한 피해를 강조하기 위한 장치거든요. 그런데 이게 영화내에서 매끄럽게 풀리지가 않았습니다. 쌍둥이라는 건 초반에 나오지만 다른 드라마에 집중되다가 백화점에 가서야 그 때부터 나오고 아야기에 집중을 잘 못했습니다. 둘이 바뀌고 나서도 많은 사람들이 1인2역이지만 말투등 분위기 차이가 많이 나서 알아봐야 하지 않을까?걱정을 하죠. 결국 알아본 한명을 너무 후딱 처리해서 너무 쉽게 가는 느낌도 받고요. 쌍둥이 이야기만 재미있게 풀어내기도 바쁜데 영화가 풀어야할게 너무 많았습니다. 결혼식 경호도 이미 이전에 이야기가 있었기때문에 경호를 해주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는데 그러면 좀 아침에 차 끌고 미리나가서 모셔가던지 이래야 하는데 경호 약속이 있는 것처럼 그냥 결혼식 가니까 엉성하게 보이는 느낌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전에 죽는 소녀는 원래 경성 처음올때 피스톨과 만나는 스토리가 있었다고 합니다. 너무 길다보니 잘랐다고 하네요.
15/07/27 09:26
쌍둥이 트릭의 경우 저도 영화의 설정상 '당연히 다뤄야 하는 부분'이라는 말씀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말씀하신대로 그 활용하는 방법이 너무 좀.. 유치하달까요? 단순히 갑작스런 미츠코의 죽음으로 인한 우발적인 위장전입으로 이 쌍둥이 트릭을 사용하는 건 좀 별로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집사살해 및 유기씬 등 이해할 수 없는 전개가 펼쳐졌다고 보구요.
하와이 피스톨의 결혼식 경호도 말씀하신 대로 이전에 서로간에 경호부탁과 승낙이 있었다는 점은 알고 있지만, 제가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바로 이 지점입니다. 이 결혼식 경호도 하와이 피스톨 측이 치밀하게 계획하고 (카와구치 대위가 그렇게 말하도록) 뒤에서 조종한 게 아니라, 우연한 만남으로 갑작스레 이루어졌죠. 그 장면을 보다보니 '만약 결혼식 경호 부탁 안했으면 하와이 피스톨 어쩔 뻔?' 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모든 주요 캐릭터들을 마지막 결혼식장으로 운집시키는 것까지는 좋으나, 그 과정의 전개가 너무 안일하고 쉽게 흘러가고 뭔가 자꾸 우연에 기대는 느낌이랄까요? 그런 부분이 많이 아쉬웠습니다. [암살] 특징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관객으로 부터 "읭? 뭐지?" -> "그래, 그건 그렇다치고.." 라는 생각을 반복시키는 그런 느낌. '그런 그렇다치고'의 향연?이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15/07/26 17:44
바닥이라는 말씀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전우치가 있어서... 크크 이터니티님 평은 안 올라올까 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역시 좋은 평 감사합니다.
15/07/26 18:04
전 최동훈 감독 영화중에선 전우치가 젤 좋더라고요.
타짜는 뭔가 어리숙한 느낌이고 도둑들은 전우치에서의 재기발랄함? 그런 게 없어서 실망했던...
15/07/26 18:40
음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다른 분들도 많이 이야기해 주신 부분이지만
'범죄의 재구성'과 '타짜'의 장점으로 1. 주어진 캐릭터 이상의 것을 보여주는 주/조연 배우들 2. 맛깔나는 대사(1번과 연결되네요) 3. 속도감은 있는데 작위성은 없는 전개 를 꼽고 싶은데 전우치와 암살 모두 1, 2, 3번이 부족하거나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전우치보다 암살을 고평가하는 이유는 일제시대 배경 케이퍼 무비를, 최동훈이니까 그나마 이정도로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한국영화가 범작망작이 많은 이유도 있고...
15/07/27 10:36
동감합니다. 최둥훈 감독이 진짜 지닌 장점의 정점은 오히려 전우치라고 봐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아래 댓글로 따로 달았습니다.
15/07/26 17:49
차라리 주 조연을 확실히 나눴으면 ... 다 주연급이라 다 살릴려니 이도 저도 아닌게 되어버렸어요 타짜의 아귀나 평경장등 임팩트있는 조연이 있었더라면.. 전지현이 독주로 나머지를 끌고가기엔 아직은 좀 부족하기도 하고..
15/07/26 18:04
아침에 보고 왔는데 보면서도 보통 이 쯤에서는 어떤식의 전개가 이루어질 지를 예상까지는 못하더라도 누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될 것인가를 알 수 있는데 중심인물이 너무 많다보니 흐름이 안 잡히더라고요.
내가 굳이 흐름을 예상할 필요가 있나 하면서 내용만 따라갔네요. 공감되는 후기라 일단 추천합니다.
15/07/26 19:11
일제강점기였기 때문으로 다 덮기도 애매한게...
경성스캔들이란 드라마는 일제강점기 안에서 위와같은 요소를 다 녹여냈고 유쾌하기까지 했었거든요 전에 충달님 글에도 달았지만 워낙 영화가 클리셰범벅이라 이런저런 영화가 다 떠오르지만 그중에서도 타란티노의 바스터즈와 아나키스트란 한국영화가 떠오르더라고요 아나키스트 느낌도 매우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영화는 똥망했지만...
15/07/27 09:35
[아나키스트]는 물론 외부인 암살이 주요 소재긴 하지만 오히려 내부의 정치투쟁과 노선갈등(?)이 이야기 전개의 주요 핵심이라고 여겨져서 시대적 배경 말고는 딱히 [암살]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안 들더라구요.(물론 제가 그 영화를 본 지 오래돼서 일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저는 반대로 아무런 레퍼런스나 참고자료 없이 최동훈 감독 혼자 힘으로 순수하게 시나리오를 창작한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어요. 왜냐하면 그 정도로 시나리오가 엉망이었거든요. 곰곰히 떠올려보면 모든 캐릭터들의 행동 자체가 의문점 투성이입니다. 밑에 '지나가다...'님께서 리플로 자세히 적어주신 것처럼 사실 하나하나 곱씹어보면 다 이상해요. 이쯤되면 이렇게 흘러가야 정상일 것 같은데 전혀 엉뚱하게 극이 흘러간단 말이죠. 근데 이게 장르적 공식을 일부러 뛰어넘고 해체하는 게 아니라, 그냥 개념없이 전개되는 느낌이랄까요? 감탄이 나오는 게 아니라 매 순간 '읭? 뭐지?'의 반복입니다. 이게 어쩌면 아무데도 기댈 곳 없는 시나리오 작가 최동훈의 바닥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15/07/26 19:15
재미, 감동, 혼잡한 당시의 시대상에 대한 나름의 시각까지 잡기에는 전형적이고, 평면적인 인물상들과 후반부의 느슨함이 발목을 잡았다고 생각해요.
하와이 피스톨의 죽음 장면에서는 비장함이 아니라, 헛웃음이 나더라구요. 총 맞아도 전진하는 터미네이터를 보는 것 같아서요. ㅠㅠ 개인적으로는 재판 후에 염석진의 죽음이 아니라 사회 지도층으로의 편입을 보여줬으면(신문 지면 정도로 제시.) 더 좋았다고 생각해요. 독립운동 후 변절, 독립 후 반공산 세력으로 편입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비틀어진 현실을 보여줬으면 의의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냥 결국 염석진의 죽음으로 인한 십수년만의 임무 완수로 끝나니, 반공특위 부분 같은 부분이 제시만 되었을 뿐,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희석되었다고 생각해요. 영화를 좀 더(많이!!)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 분이 최동훈 감독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실패한 것 같습니다.
15/07/26 19:28
염석진의 장엄한 죽음. 이것을 보여줬다는 것은 영화의 주제가 '현실 고발'이 아니라 '대리만족'이기 때문일겁니다.
그래서 전 짤평에서「박씨부인전」을 언급했고요. 좋게말하면 위로고, 박하게 말하면 정신승리였죠. 감독은 그 장면에서 관객이 '통쾌함'을 느끼길 바랬을 겁니다. 전 통쾌하다고 느꼈고요. 근데 그 장면이 통쾌하기에는 앞선 이야기와 유기성이 떨어지죠. 역사적 사실(반민특위 해체, 친일파 득세)에 대한 답답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그런 것에 대해 별 생각 없는 사람이라면, 그냥 뜬금없는 죽음일 뿐일겁니다. 그 통쾌함의 이야기를 풀어낸 부분이 없으니까요. 이런 식으로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많은 영화였어요;;
15/07/26 20:32
네. 사실 상업영화에서 제가 말씀드린 방식으로 가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만, 재판이라는 현실적인 방식의 처벌을 벗어나고, 십수년전 임무 수행를 그 시점에서 완수한다는 판타지적 방법에 도저히 납득이 안되더라구요. 재판에서 염석진의 논지를 보여주거나, 엔딩씬의 회상장면을 넣기 위해서 인위적으로 넣었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어요. 영화를 보면서 계속 '읭!? 왜??'라는 생각이 계속 들면서 납득이 안됐고, 대리만족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였다면 이런 식으로 느슨하고, 여백 많게 진행한 것은 관객들을 띄엄띄엄 봤다는 생각까지 드네요. 영화 팜플렛에 감독은 "그곳에 그들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싶었다."라고 적혀있는데, 어떤 식으로 기억하게 하고 싶어했는지...도 의구심이 들구요. 잘 안보는 영화 스타일을 감독 믿고 봤던 것이라 그런지 실망감이 크네요. ㅠㅠ
15/07/26 21:00
그 메시지를 "삼천불 우리 잊으면 안돼!"라고... 직설적이고 촌스럽게 표현해버려서;;;
하아... 암살은 까면 깔수록 후지네요 ㅜㅜ
15/07/26 19:21
영화를 보고 머릿속에서 곱씹으면서 내린 가설인데, 원래 바스터즈 같은 영화를 만들려다가 도중에 엎었다는 이야기가 사실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니까 원래는 바스터즈와 같은 막장(?) 영화였는데 시나리오를 약간만 손봐서 지금의 암살을 만든 것이 아니냐는 겁니다. 안 그러면 이렇게 허술할 수가 없어요.
먼저 염석진의 배신 자체가 지나치게 작위적입니다. 죽음을 각오하고 일본 군부 요인을 암살하려다 총까지 맞으면서도 임무를 수행하려 했던 양반이 죽기 싫어서 손바닥 뒤집듯이 배신을 한다는 건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게다가 인터뷰를 보니 고문을 받고 배신했다는 설정이더군요. 뭔가를 자백시키거나 정보를 얻어내기 위해 고문하는 것은 봤어도 이중 스파이로 만들려고 고문을 했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배신한다고 거짓말 하고 임시 정부로 돌아가서 배째면 그만인데요. 차라리 처자식을 볼모로 잡았으면 이해했겠습니다만.. 게다가 죽기 싫어서 배신했다는 사람이 갑자기 돈과 권력을 밝히는 사람으로 바뀌었더군요. 이 변화도 별다른 설명이 없어 당황스러웠습니다. 중간에 보이는 인간적 고뇌도 공감이 안 가고요. 대원들을 모든 과정도 조금 이상한 게, 기껏 폭탄 전문가, 저격수, 총기 격투 전문가(?)를 모아 놓고는 아무런 작전도 없이 그냥 경성으로 보내 버립니다. 폭탄 제조하다 잡혔다는 황덕삼을 뽑았기에 경성에서 사제 폭탄이라도 만들게 하려는 줄 알았더니 폭탄도 밀반입한 걸 그냥 던지는 게 땡이더군요. 이럴 거면 전투에 특화된 사람을 더 뽑는 게 낫지 속사포 말처럼 왜 그들을 선택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을 선택한 이유가 좀 더 명확하게 나타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네요. 작전도 허술했지만 뭐 그건 영화니까 넘어가고요. 그리고 스토리가 우연과 무리수, 어색함의 연속이었습니다. 먼저 안옥윤과 미츠코를 만나게 하려고 안옥윤한테 안경을 맞추게 하는데, 경성 지리를 모르는 사람을 혼자 보낸 것도 이상하지만 주소를 적어 달라니까 그걸 진짜로 적어 주더군요. 전 다음 날 찾으러 오겠다거나 안경을 안 맞출 줄 알았습니다. 깨진 안경으로도 이미 만주에서 실력을 보인 바 있으니까요. 당장 요인을 암살하려고 온 사람이 그런 식으로 정보를 쉽게 노출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건 그렇다 쳐도 그전에 주소를 어떻게 알았을까요? 임시 거처인데요? 게다가 아네모네가 아니네요? 이후의 사건이 이 주소와 연결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어떻게든 연결을 시키기 위해 억지로 스토리를 강행했다는 느낌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미츠코가 안옥윤의 존재를 처음 느낀 부분도 어색하기는 매한가지인데, 경성 백화점의 배치도야 알 수가 없지만 향수 코너의 직원이 여성복 코너까지 가서 다짜고짜 고객에게 향수를 뿌려 주는 장면은 그냥 보면서도 쟤 뭐하는 거냐는 의문이 들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안옥윤은 아무리 갑작스러웠다고는 하지만 점원의 팔을 꺾는 주목받을 만한 행동을 하지를 않나... 이후 미츠코와 집사의 대화도 좀 앞뒤가 안 맞기는 한데 이건 뭐 사소한 것이니.. 그리고 진짜 문제는 그 뒤의 전개입니다. 암살 작전이 실패하고 미츠코가 안옥윤을 찾아갔다가 아버지에게 총을 맞고 죽습니다. 여기서도 왜 강인국이 직접 갔는지는 조금 의문이지만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안옥윤이 미츠코로 가장하고 강인국의 집에 들어가면서부터는 모든 것이 엉망입니다. 안옥윤의 정체를 눈치 챈 집사를 안옥윤이 죽이는데, 전 이 부분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먼저, 집사가 안옥윤을 의심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전개입니다. 그런데 안옥윤을 임시로 제압한 집사가 고작 한다는 소리가 "미츠코 아가씨는 어디로 가고 이런 놈이 들어왔지?"입니다. 집사는 강인국의 최측근으로서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알 수밖에 없는 사람입니다. 강인국이 안옥윤을 죽이러 갔다는 사실을 몰랐을까요? 애초에 안옥윤의 거처를 강인국에게 가르쳐 준 사람이 바로 집사인데요. 눈치 빠른 집사라면 이 시점에 미츠코가 대신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하늘이 노래졌을 것이고 안옥윤을 다그쳤을 겁니다. 그런데 한가하게 전화를 걸더군요. 아직 안옥윤을 확실히 제압하지도 못했는데 눈을 떼고요. 그리고 전화선에 목이 졸려 죽습니다만, 사실 이 부분도 두 손이 자유로운 남자가 팽팽 감긴 것도 아닌 전화선에 목이 졸려 죽을 수가 있나 싶습니다. 여기에 이미 교환이 종로 경찰서에 전화를 연결한 상태라 어디서 전화가 왔는지를 알 수 있을 텐데 조용하더군요. 세상에 당시 종로 경찰서에 장난 전화를 걸 용자가 어디 있다고.. 그 뒤로도 문제입니다. 결혼식날 집사가 사라졌는데 그렇게 평온할 수가 없습니다. 하녀1도 아니고 집사인데요. 강인국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강인국조차 걱정도 없고 집사를 투명인간 취급하더군요. 또한 집사의 시체를 침대 밑에 숨겼는데, 그런 큰집에서 매일 청소를 안 할 리도 없으니 바로 발견되어야 정상입니다. 안옥윤 혼자 밤새 집사의 시체를 처리하는 건 불가능하니 계속 거기 있었을 텐데 이것도 조용합니다(여기에 팔에 총상을 입은 안옥윤이 웨딩드레스를 입는 과정에서 아무 일이 없었다는 점도..). 결론적으로 저는 왜 집사를 그 타이밍에 죽였는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냥 결혼식장에서 죽였으면 간단한 것을 왜 이렇게 무리수까지 써 가며 복잡하게 간 것인지... 게다가 사건이 끝나고 안옥윤이 만주로 갔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계속 남아 있는 모양이더군요. 강인국과 집사가 죽었다지만 이후 경찰이 방문하고 미츠코를 아는 사람들이 찾아왔을 텐데 어떻게 무사히 넘어갔는지 조금은 의문입니다. 다른 사람 행세를 하는 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닌데요. 뭐 이 부분은 충격을 받고 은둔 생활을 한다고 억지를 부리면 어떻게든 넘어가겠습니다만.. 아네모네를 찾아간 염석진이 마담에게 자살할 기회를 준 것도 너무 작위적이었습니다. 설마 했는데 진짜 보내주더군요. 자살할 수도 있고 도망칠 수도 있고 증거를 인멸할 수도 있고, 무기를 들고 와서 공격할 수도 있는데요. 하와이 피스톨의 죽음도 의아했던 게, 세상에 하수구에 맨홀이 한두 개인가요. 그걸 어떻게 그렇게 정확히 알고 기다리고 있었는지.. 차라리 하천으로 통하는 출구였다면 모양새가 났을 텐데요. 아네모네가 하수구와 연결된 구조도 이상하지만 이건 뭐 영화니까 그럴 수도 있다고 봅니다. 또 영화에서 염석진이 일본 경찰로 임명되는 장면이 나오는데 왜 일제 부역자가 아니라 동지를 배신한 죄로 회부되었고 이후 계속 일제의 경찰로 활약했는데 무슨 독립운동 드립을 치며 그게 또 어떻게 먹힌 건지 의문입니다만, 이건 제가 지식이 부족해서 이게 실제 있었던 일화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다만 염석진이 반민 특위에 회부된 시기가 1949년인데 김구 선생이 왜 그를 그 시점까지 내버려두다 그때서야 죽였는지는 조금 의문입니다. 쓰다 보니 꽤 기네요..;;;;; 바스터즈 같은 영화였다면 이런 허술함이 그렇게 문제는 안 될 겁니다. 오히려 재미의 요소도 되고요. 바스터즈도 보면 캐릭터들이 치밀한 척하면서도 나사 빠진 행동을 하죠. 그런데 지금 완성된 암살은 그런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에 좀 더 개연성에 신경을 써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범죄의 재구성을 쓴 최동훈이라면 더더욱요.
15/07/27 09:39
말씀하신 내용들에 100프로 공감합니다.
위에 리플에서도 적었지만 이 영화 자체가 관객들에게, "읭? 뭐지?" -> "그래, 그건 그렇다치고.." 라는 생각을 반복시키는 그런 느낌. 시나리오가 너무 성의없고 치밀함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정도 수준이면 한국 관객들에겐 충분히 통할 거라고 생각한건지..
15/07/26 20:12
평 잘 봤습니다
전 영화라는 매체가 러닝 타임 동안 즐겁고 눈요기 잘 시켜주면 만족하는 주의라 개인적으로는 티켓값이 아깝지 않았네요 흐흐
15/07/26 20:55
어차피 영화라는게 아무리 완성도 좋다고 하는 작품들도 좀더 깊이 따지고 보면 엉성한 경우가 많고 완성도라는게 결국 본인의 눈높이일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 완성도와 비용은 비례관계라서 메니져로써 일을 하다보면 완성도는 많은 고려해야 부분중 일부분일 뿐입니다 그런면에서 저는 이전 작품들에 비해 특별히 달라졌거나 부족해보인다고는 보이지 않네요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었을 뿐으로 보입니다
15/07/26 20:58
제목답게 암살은 은밀하게 이뤄지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암살과정은 그리 긴장감이 넘치지도 않고, 게틀링건으로 초토화시켜버리는 무식한 방식...속사포는 왜 속사포인지 설명을 못하고, 최덕삼은 폭파 스페셜 리스트라고 하는데, 밀반입된 폭탄만 차밑으로 숑...안옥윤은 저격수다운 모습을 딱 한 번만 보여주고 끝...전문적인 스페셜리스트들의 집합이라고 보기엔 좀 그렇고 총 좀 잘쏘는 라이플러 2명과, 폭탄 배달부 1명 정도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허술한 암살팀원 구성.
이야기 전반적으로 풀어지지 않는 의구심과 설득력이 떨어지는 인물들의 변화...범죄의 재구성에서 보여준 그 조직적인 이야기 구성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던 영화였습니다. 한 마디로 맛있는 불량 식품 먹는 기분? 차라리 영화 속 이야기인 살부계를 영화화하면 더 재밌을 거 같단 생각이 드네요.
15/07/26 21:24
개인적으로 가장 실망했던 두 컷 꼽아보자면,
1. 상관을 죽인 죄로 감옥에 갇혀있다가 풀려나는 독립투사이면서도 완벽하게 메이크업을 마치신 안옥윤 양. 이후에 언니가 살해당하고 급하게 뛰어내린 상황에서도 투명하게 빛나는 입술에 감탄했습니다. 2. 총 맞고 일어서고 총 맞고 일어서고 하는 건 21세기 들어서 액션영화 패러디 물에서나 나오는 줄 알았는데 꿋꿋하게 열연해 주신 하와이 피스톨 님. 아.. 진짜 총 맞고 계속해서 일어나는데 헛웃음 나가지고 참느라 힘들었어요.
15/07/26 21:41
워낙 혹평 일색이니 그나마 재밌었던 장면들.
1. 하와이 피스톨 vs 카와구치 중위 열차 대면. 2. 주유소에서 지붕을 넘나들며 시원하게 갈겨버리는 안옥윤의 기관총 난사. 3. 전지현의 미츠코 안옥윤 1인 2역 연기. 4. 일본군을 헤집고 다니다 못해 사병의 따귀를 때리는 하와이 피스톨. 5. 웨딩드레스 입고 암살하는 안옥윤 상상. 6. 속사포, 안옥윤, 하와의 피스톨의 결혼식장 난투 + 염석진의 교란 7. 결혼식장을 탈출하는 하와이 피스톨의 차량 액션. 많이들 <바스터즈>를 떠올리시던데, 전 오히려 결혼식 시퀀스에서 신부복입고 액션펼치는게 <킬빌>이 많이 떠오르던데요. 세트장 하나 박살내는 것도 그렇고, 불행한 신부의 이미지도 그렇고.
15/07/26 21:53
본의아니게 2번봤지만, 흠 2번재 볼때가 오히려 조금 더 나은 영화였습니다. (실망을 하고 봐서인가, 그냥 그러고 나니까 디테일이 좀 더 보이더라구요;)
하와이 피스톨까진 그렇다치더라도, 암살은 정말 특유의 즐거움이 없다는게 가장 큰 요소였던거 같습니다. 인물들이 모두, (굳이 말하면 오달수씨의 집사가 가장 기존의 캐릭터에 가깝지만...) 이번 영화가 적당히 성공하면, 계속 이 패턴으로 영화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우려반/기대반입니다. 엉성한 시나리오에 고급재료인 배우들의 캐릭터성으로 범벅해서 적당히 우려내는 영화로 가면 안될텐데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15/07/27 01:16
제가 영화를 보자마자 느꼈던 찜찜한 감정이 너무 잘 정리되어 있네요. 엔딩씬에서도 먹먹한 감정을 느끼기는 커녕 그냥 엔딩 구색맞추기로 넣었다 싶은 생각만 들었습니다.
그래도 전지현은 너무 좋았어요. 특히 암살시도 실패 후 건물2층?에서 1층 지붕위로 떨어지는 씬 부터 총쏘면서 걸어가는 모습이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15/07/27 10:01
저는 그래도 극장가서 큰 웃음을 다같이 터졌던 건 이 영화에서가 가장 빈도가 높지 않았나 싶어요.
속사포의 능글능글한 연기가 그랬고 영감도 중간중간 많이 웃겨줬고 이상하게 독립군 얘기만 나오면 뭉클해지고 그래서 제 개인적 취향에선 좋은 영화였네요~ 코미디 영화가 아니란게 함정이라면 함정이지만 크크크 아. 그 쌍둥이 트릭은..... 너무 뻔해서 어이없는 맛에 더 본 것 같네요 크크크
15/07/27 10:45
사실 아직 암살을 못 봐서 첫 문단만 보고 주요 내용은 패스한 단계이긴 합니다.
흔히들 어떠한 부분을 지적하는지 안 봐도 사실 알거 같아서 남깁니다. 구조나 탄탄함을 비판하고 캐릭터와 혹은 대사를 칭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 범죄의 재구성떄 같이 참여해본 경험으로요. 흔히 최동훈 감독의 장점으로 꼽히는 것 중 탄탄한 시나리오 치밀한 구조에 대해서는 범죄의 재구성에 참여했고 타짜에는 건너서 참여했던 입장으로는 동감하지 않는 편입니다. 사실 그 몫은 최둥훈 감독보다는 제작자나 원작자 몫이라고 봅니다. 범죄의 재구성의 탄탄함은 사실 최동훈 감독보다는 당시 싸이더스와 차승재 대표 및 다른 사람의 도움이 컸고 타짜도 이현세 원작자와 이석원씨와 싸이더스 도움이 컸습니다. 최동훈 감독의 장점은 오히려 정말 재기발랄하고 재밌게 만드는 부분이고 이부분이 다른 이의 도움없이 잘 발현된 것이 전우치라고 보거든요. 그런 도움이 없이 정말 혼자 서서 제대로 찍은 사실 전우치를 보면 흔히 말하던 탄탄한 시나리오와 구조를 잃어버렸고 산으로 가는 것 같아도 정말 최동훈 감독의 장점인 순간순간을 재밌게 만드는 능력, 그리고 캐릭터 뽑아내는 능력이라는 걸 알려주는 영화였거든요. 다른 단점들이 많아도 그러한 장점으로 덮을 수 있었던. 그런데 보통 평론가들이나 대중들이 원하는 지점들은 본문 글과 같은데 막상 기존 장점을 만들게 해주었던 도움 주는 이들이 사라지니 도둑들처럼 양측 입장에서는 좀 애매한 작품들이 나온다고 봅니다.
15/07/27 11:48
우선 본문에서 가장 크게 지적하는 부분은 말씀하신 '시나리오의 부실함'과 더불어 '캐릭터의 과잉 및 조율의 실패'입니다. 주로 시나리오와 캐릭터 위주로 비판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이번 작품에서는 기억에 남는 맛깔나는 대사가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암튼 그건 그렇고 아래는 제가 위의 RENTON님 댓글에 대댓글로 적은 내용인데요, [오히려 저는 반대로 아무런 레퍼런스나 참고자료 없이 최동훈 감독 혼자 힘으로 순수하게 시나리오를 창작한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어요. 왜냐하면 그 정도로 시나리오가 엉망이었거든요. 곰곰히 떠올려보면 모든 캐릭터들의 행동 자체가 의문점 투성이입니다. 밑에 '지나가다...'님께서 리플로 자세히 적어주신 것처럼 사실 하나하나 곱씹어보면 다 이상해요. 이쯤되면 이렇게 흘러가야 정상일 것 같은데 전혀 엉뚱하게 극이 흘러간단 말이죠. 근데 이게 장르적 공식을 일부러 뛰어넘고 해체하는 게 아니라, 그냥 개념없이 전개되는 느낌이랄까요? 감탄이 나오는 게 아니라 매 순간 '읭? 뭐지?'의 반복입니다. 이게 어쩌면 아무데도 기댈 곳 없는 시나리오 작가 최동훈의 바닥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이런 의문이 강하게 들었는데, 제 의문에 대한 해답을 애패는 엄마님께서 제시해주셨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쨌든 이번 작품을 통해 최동훈 감독의 바닥을 확인한 느낌이 들어 무언가 좀 씁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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