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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7/26 17:07:16
Name Eternity
Subject [일반] [리뷰] 암살(2015) - 재기발랄함이 거세된 최동훈의 바닥 (스포있음)
*반말체인 점 양해바랍니다.*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 있습니다.*





[리뷰] 암살(2015) - 재기발랄함이 거세된 최동훈의 바닥



["지루하진 않고 재미도 있는데, 왠지 모르게 난잡하다."]

최동훈 감독의 신작 [암살]을 보고난 직후의 감상이었다. 우선 영화 [암살]은 재미있다. 영화가 전체적으로 지루하지 않으며 130분이 넘는 긴 러닝타임에 비해 긴장감과 몰입감도 빼어난 편이다. 1930년대 경성의 모습과 그 시대 인물들을 재현한 역사적 고증도 나름 훌륭하고 영화 내내 이어지는 총기액션도 많은 제작비를 쏟아 부은 만큼의 질을 보장한다. 만약 이 작품이 신인감독의 처녀작이었다면 어려운 소재를 가지고 선방했다고 오히려 칭찬했을 법하다. 하지만 문제는 최동훈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 그의 신작에 걸었던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단순히 '재밌고 지루하지 않다'라는 것 하나로 퉁치고 넘어가기엔 개운치 않은 부분들이 많다.  

사실 최동훈 감독이 충무로 최고의 이야기꾼이자 조율의 대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연출력 이전에 ‘탄탄한 시나리오’에 기반을 하고 있었다. 뻔하든, 뻔하지 않든 그의 시나리오는 언제나 충분한 설득력과 최소한의 개연성을 지니고 있었으며 여기에 최동훈 특유의 유쾌한 속도감과 재기발랄함이 더해지면서 말 그대로 ‘최동훈스러운’ 매끈한 작품들이 탄생되곤 했던 것이다. 그의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부터 이전작 [도둑들]까지, 그는 나름의 치밀한 이야기 구조를 바탕으로 관객을 충분히 설득시켜가며 특유의 연출 솜씨로 작품의 맛과 매력을 살려내곤 했다. 도박 또는 범죄영화라는 어두운 이야기를 어둡지 않게, 경쾌하면서도 맛깔나게 살려내는 재능은 최동훈만이 가진 그 무엇이었다. 더불어 최동훈 감독은 관객과의 대화가 가능한 감독이기도 했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예기치 못한 곳에서 박장대소가 터지기도 하고 무릎을 탁치며 감독이 심어놓은 트릭의 능수능란함과 연출의 재기발랄함에 미소가 지어지거나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다. 그래서 그의 영화를 보는 일에는 감독과 나누는 무언의 대화에 참여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하지만 영화 [암살]에는 이러한 매력들이 사라졌다. 아니 정확히 얘기하면 거세되어 있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암살]에서는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탄탄한 시나리오의 개연성과 매끄러운 연출력을 바탕으로 관객들을 설득해내던 그의 고유한 힘이 사라졌고 최동훈 특유의 속도감과 재기발랄함도 자취를 감췄다. 물론 영화 자체는 지루하지 않고 상업영화로서 충분한 재미를 담보해내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가 그의 전작들과 분명 다르게 느껴지는 지점은, 복잡한 이야기와 다양한 인물들을 매끄럽고 유연하게 이끌고 가던 조율의 대가는 사라지고, 자신이 벌려놓은 판을 진땀 흘리며 수습하기에 바쁜 최동훈만이 남았다는 점이다. 이는 분명 최동훈스럽지 못한 모습이다.

그럴듯하게 소모되어버린 고급 소모품들의 향연


그렇다면 이유가 무엇일까?

나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를 ‘일제강점기’라는 작품의 시대적 배경과 부실한 시나리오에서 찾고 싶다. 우선 그의 전작들과 달리 [암살]이 일제강점기라는 우리 역사의 가장 암울했던 비극적 시기를 다루는 작품인 만큼 감독 특유의 경쾌한 리듬감이라던가, 재기발랄함을 펼쳐낼 여지가 무척 좁아진 게 사실이다. 그렇다보니 전체적인 연출의 경쾌함과 속도감은 사라지고 대신 속사포, 영감 등 조연 캐릭터들의 힘으로 작품의 톤을 밝게 유지하기에 바쁘다. 결국 이러한 배우들의 노력은 그 순간 순간을 환기시키는 휘발적 효과만을 가지고 있을 뿐 작품 전체를 아우르진 못한다. 여기에 더해 [암살]의 이야기 구조는 초반, 중반, 후반이 각각 따로 노는 듯한 인상이 강하다. 초반부가 독립투사에서 변절자로 돌아서는 염석진(이정재) 위주라면, 중반부부터는 경성 카와구치 암살작전을 위해 모인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전지현), 신흥무관학교 출신 속사포(조진웅), 폭탄 전문가 황덕삼(최덕문)으로 이뤄진 이른바 ‘작전 삼인방’의 거사가 그 중심에 있다. 그리고 후반부는 카와구치 대위의 경호원으로 가장하여 결혼식장에 잠입한 하와이 피스톨(하정우)과 영감(오달수) 위주로 전개되다가 다시 마무리는 염석진과 안옥윤에게로 돌아온다.

결국 전반부, 중반부, 후반부가 각각의 독립된 에피소드로 봐도 될만큼 분리되어 있다보니 끈끈한 유기성이 떨어지고 극적 흐름의 연결고리가 허약하다. 이러한 문제는 최동훈 감독의 기본적인 욕심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는데 안옥윤, 염석진, 속사포, 하와이 피스톨, 영감 그리고 김원봉(조승우)에 이르기까지 ‘암살 - 외전’으로 각각의 인물들을 다뤄도 캐릭터 하나당 한편의 영화를 만들 수 있을 만큼 캐릭터들마다 고유의 스토리와 사연이 부여되어있다. 거기까진 좋은데 각자 주인공 못지않은 존재감을 지닌 이 인물들을 적절하게 아우르며 조율해내기 보다는 그저 각자의 영역에서 각각의 존재감과 매력을 뽐내며 적절한 시점에 타오르듯 소모되어 버리는 느낌이 강하다. 황덕삼 -> 미츠코 -> 강인국 -> 속사포 -> 영감 -> 하와이 피스톨 -> 염석진으로 이어지는 주요 인물들의 죽음에서 어떤 감정적 동요나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대신에 ‘당혹스러움’이 먼저 느껴지는 것은 캐릭터들이 적절한 시점에 그럴듯하게 소모되었기 때문일 게다.

그래서 [암살]의 모든 캐릭터들은 주조연을 막론하고 작품 속 상황에 깊이 비벼지기 보다는 어딘지 모르게 겉도는 이방인과 같은 느낌이 강하다. 감독이 하고자 하는 얘기, 연출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고급 소모품들의 조합같은 느낌. 그 어떤 인물도 서로 간에 깊이 있게 교감하며 주어진 상황 속에 찰지게 비벼지는 느낌이 없다. 이러한 이질성은 연정을 느끼는 남녀 주인공인 안옥윤과 하와이 피스톨 사이에서는 물론이거니와 오랜 시간 함께 해온 것처럼 설정되어 있는 하와이 피스톨과 영감에게서도 마찬가지로 느껴진다. 안옥윤과 하와이 피스톨의 러브씬은 수박 겉핧기처럼 성의 없는 끼워넣기처럼 느껴지고, 하와이 피스톨과 영감 사이의 케미는 작품의 긴장을 적당히 이완시켜주는 잔재미는 있을지언정 기대한 만큼 끈끈한 동료애는 찾기 어려운데, 이러한 문제는 작품 전체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쉽게 말해 그냥 모든 캐릭터들이 각각 개인플레이를 하며 따로 노는 느낌이 강하단 얘기. 노래로 치자면 각자 독립된 자기 파트만 매력 있게 소화해내고 치고 빠지면서, 전체적인 조화나 결속력은 느껴지지 않는 화려한 아이돌그룹의 노래를 듣는 느낌이랄까? 안옥윤, 하와이 피스톨, 속사포, 영감 등 [암살]의 캐릭터들 개개의 매력과 존재감은 살아있으나 이러한 인물들 간의 시너지효과는 미미하기 짝이 없다.

이야기 전개의 과정이 아닌 진땀 빼는 수습의 과정


결국 내 개인적으로 볼 때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소모되지 않으면서 존재감을 빛낸 캐릭터는 조승우가 연기한 김원봉이 유일한데, 이것은 배우들의 문제가 아닌 애초에 캐릭터를 이런 식으로 완성시킨 감독의 문제일 것이다. 사실 최동훈 감독이 이 작품을 통해 하고자 했던 얘기는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이러한 인물들이 일제강점기에 존재하지 않았을까?’하는 의문 섞인 환기에 있지 않나 싶다. 이러한 내용의 대사, 즉 역사 속에서 잊혀진 이들에 대한 안타까움에 대한 이야기는 극 후반 술잔에 촛불을 켜는 김원봉의 입을 통해 다시 반복된다. 그래서 나는 극 초반에 경성 암살작전 삼인방이 모여 찍은 흑백사진 속 그 모습이 최동훈 감독이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던 핵심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그 이후부터는 경성 암살 작전이라는 벌려놓은 거대한 판을 어찌어찌 헤쳐나가며 수습해가는 이른바 '수습의 과정'처럼 느껴졌던 것. 이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중반부 이후의 이야기 흐름은 치밀하지 못했고 캐릭터들의 감정 변화는 관객들을 충분히 설득해내지 못했다.

우선 종로의 주유소를 끼고 벌어지는 카와구치 암살 작전을 준비하는 과정은 각각의 전문가들이 모여 하나의 작전을 위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케이퍼 무비 같은 느낌을 주었지만 그 결과물은 엉성하기 짝이 없다. 상황이 그렇다보니 모든 상황은 ‘기-승-전-기관총난사’로 마무리 되고 더불어 이러한 엉성함은 하와이 피스톨 쪽도 마찬가지여서 그들이 카와구치 대령의 경호원이 되는 과정도 무언가 좀 너무 안일하고 쉽게 그려진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특히나 안옥윤의 쌍둥이 자매인 미츠코가 강인국(이경영)에 의해 죽고 안옥윤이 강인국의 집에 신분을 숨기고 미츠코로 잠입하는 장면에서는 한국 드라마의 막장코드(?)마저 떠올랐다. 그 순간에는 ‘최동훈 감독이 왜 저러지?’,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하려고 저렇게 끌고 가지?’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결국 이렇게 꼬이고 꼬이는 상황 속에서 안옥윤, 속사포, 영감 등 모든 캐릭터들은 기관총을 난사하기에 바쁘다. 치밀한 계획이나 작전 따위는 어느새 물 건너간 지 오래이고 엄청난 제작비를 쏟아부은 화려한 총기액션만이 후반부를 장식하는데, 영화를 보면 볼수록 과연 이것이 최동훈 감독이 진정 원했던 그림이었나 하는 의문마저 들었다.

이렇듯 ‘겉으로 보기엔 그럴 듯 하지만 속을 까보면 자잘한 의문투성이인’ 극의 흐름 속에서 전문킬러 하와이 피스톨이 갑작스레 타겟인 안옥윤을 돕는 심경의 변화나, 돈을 최고로 여기던 속사포가 갑자기 독립투사로서의 열정을 불태우는 캐릭터의 전환이 관객들에게 충분한 납득을 안겨주지 못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 그렇다고 몰입이 확 깨질 만큼 아예 말이 안 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이쯤 되면 왠지 그래야 될 것 같은’ 그런 느낌적인 느낌(?)만을 전달해주며 얼렁뚱땅 넘어가는 기분이다. 쉽게 말해 인물들의 심경이 이렇게 변화해야 극이 제대로 굴러갈 것 같은 그런 분위기 속에서 관객도 어찌어찌 이해하며 넘어가주는 느낌이 강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속사포의 장렬한 죽음과 하와이 피스톨의 마지막 죽음이 슬프지가 않다. 마지막 염석진의 죽음을 포함한 모든 캐릭터들의 죽음에서 관객이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이전에 원인 모를 당혹감을 먼저 느끼게 되는 것은 결국 시나리오의 문제이자 감독의 탓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결국 지금껏 언급한 이러한 점들이 내가 이 작품을 ‘재밌는 영화’일지언정 ‘잘 만든 영화’라고는 말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재단사의 유려한 바느질 솜씨만으론 해결되지 않는 아쉬움들


이렇듯 지금까지 가열차게 깠지만, 최동훈 감독의 [암살]이 한여름에 머리 비우고 가볍게 즐길 킬링타임용 상업영화로서 나름의 제 역할을 충분히 한다는 데에는 나 또한 이견이 없다.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재밌으면 됐지’라며 부족한 완성도까지도 눈 감고 퉁쳐줄 영화가 있고, ‘재미는 있지만..’이라며 짚고 넘어갈 점은 짚어가며 아쉬움을 토로할 영화가 있는데 적어도 내게 최동훈 감독의 [암살]은 후자이다. 작품의 완성도와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며 항상 평단과 관객들을 만족시키던 감독의 전작들을 떠올려 볼 때 높아진 기대치만큼 진한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일. [암살]을 떠올릴수록, 좋지 않은 재료 가지고 어떻게든 자신의 요리 실력과 앙념장으로 그럴듯한 요리를 완성해내어 테이블에 올린 요리사의 모습 혹은 누더기 천을 가지고도 그럴싸하게 재봉해낸 재단사의 바느질 솜씨를 보는 듯하다. ‘일제강점기’라는 암울한 시기를 그려내면서 작품의 전체적인 톤을 가볍고 밝게 가고자했던 제작 의도와 이질감 없는 역사적 고증, 멋진 총격액션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감독 특유의 유쾌한 리듬감과 재기발랄함이 시대적 배경에 눌리면서, 작품을 만드는 과정 속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수습하기에 바빴을 스크린 뒤편 최동훈 감독의 모습을 관람 내내 떠올리는 일은 영 즐겁지도, 개운치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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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키타
15/07/26 17:32
수정 아이콘
배우를 너무 썻죠. 미션임파서블 시리즈와 약간 이야기 골조가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탐크루즈에 집중되는 미션임파서블과 다르게 집중되어야 캐릭터를 너무 분산 시킨 느낌이 있습니다. 역사적 사실을 머무느리랴 그럴려니 할수도 있지만 좀 캐릭터들이 서로서로 잡아먹은 느낌이 있습니다. 그래도 도둑들보단 훨씬 나앗네요.
마스터충달
15/07/26 17:35
수정 아이콘
오히려 역사극의 면모는 여름대작임을 감안하면 아주 적절했다고 생각합니다. 메시지도 명확했고, 그걸 강요하지도 않았죠. 김원봉, 반민특위실패 등 상징적인 요소들로 메시지를 함축한 점도 좋았고요.

이 영화가 비판 받는 이유는 본문대로 이야기가 엉성하기 때문입니다. 절대 역사극으로서 부족하기 때문에 비판받고 있는 것이 아니죠. 전 최동훈의 전작이 이번 <암살>에 비해 이야기의 소재가 탁월한 작품들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시체바꿔치기나 쌍둥이나 트릭으로서는 다 하급이거든요. 다만 <범죄의 재구성>은 그 트릭이 작동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계획적이었고 자연스러웠죠. 암살은 그 상황이 즉흥적이었고 그런 만큼 계획적이지 못했습니다. 케이퍼 무비로서는 치명적인 흠이라고 봅니다.

쓰신 말씀 전부 공감할 수 밖에 없네요. 그래도 흥행가능성은 있어보입니다. 소재만으로도 관심이 높은 영화라서요.
그리고 올해는 유독 영화의 완성도와 흥행이 연결이 안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올해 한국영화 흥행 1위가 국제시장, 2위가 연평해전이네요;;;
헐리웃에서도 평단의 혹평을 받은 쥬라기 월드가 역대 흥행 3위....
Eternity
15/07/26 18:24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대로 '역사극'의 면모에서는 저도 수위(?)가 적절했다고 생각합니다. 전체적으로 밝은 톤을 유지했던 점도 칭찬해주고 싶구요.
다만 (전작들까지 포함해서 생각해보면) 현대극과 시대극 가운데 최동훈 감독에게 잘 맞는 영화적 배경은 현대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네요.
[전우치]도 그랬고, 이번 작품도 그렇고 시대극을 다루는 최동훈은 무언가 장점보다는 아쉬운 점들이 더 눈에 띄긴 해요.

전 솔직히 쌍둥이 트릭이 젤 맘에 안들었습니다. 방법이 그거 밖에 없었을까 싶더라구요. 하와이 피스톨 경호원 잠입도 좀 별로였고..
뭔가 잔뜩 정교하고 치밀하게 이야기가 전개될 것처럼 폼은 다잡아 놓고, 결론은 뭔가 무식하고 쌈마이스럽달까요;;

그건 그렇고 [암살]의 흥행기록이 벌써 5일만에 300만을 돌파했다더군요. [도둑들], [설국열차]보다도 빠른 스코어라는데..덜덜
설마 천만 넘는 건가요-_-;
마스터충달
15/07/26 18:33
수정 아이콘
근데 지금 <미션 임파서블 : 로그네이션> → <베테랑> → <협녀>로 대작들이 연이어 있어서 아직 모릅니다.

<미션 임파서블 : 로그네이션>하고 <베테랑>은 시사회 반응이 굉장히 좋다더라고요.
암살이 입소문이 후져서 이후 작품이 탄력받으면 갑자기 훅 떨어질지도요.

이 라인업들 보니깐 <앤트맨>이 9월로 개봉을 미룬 게 잘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영원한초보
15/07/26 21:55
수정 아이콘
앤트맨이 가오갤처럼 되지 않길 바래요
yangjyess
15/07/26 21:31
수정 아이콘
설마가 아니라 전형적인 천만영화 아닐런지.. 크
영원한초보
15/07/26 21:55
수정 아이콘
쌍둥이는 이야기 시작이라 당연히 다뤄야 하는 부분이였고
강인국이라는 친일파의 악랄함을 부각 시키고 그로 인한 피해를 강조하기 위한 장치거든요.
그런데 이게 영화내에서 매끄럽게 풀리지가 않았습니다.
쌍둥이라는 건 초반에 나오지만 다른 드라마에 집중되다가 백화점에 가서야 그 때부터 나오고 아야기에 집중을 잘 못했습니다.
둘이 바뀌고 나서도 많은 사람들이 1인2역이지만 말투등 분위기 차이가 많이 나서 알아봐야 하지 않을까?걱정을 하죠.
결국 알아본 한명을 너무 후딱 처리해서 너무 쉽게 가는 느낌도 받고요.
쌍둥이 이야기만 재미있게 풀어내기도 바쁜데 영화가 풀어야할게 너무 많았습니다.
결혼식 경호도 이미 이전에 이야기가 있었기때문에 경호를 해주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는데
그러면 좀 아침에 차 끌고 미리나가서 모셔가던지 이래야 하는데
경호 약속이 있는 것처럼 그냥 결혼식 가니까 엉성하게 보이는 느낌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전에 죽는 소녀는 원래 경성 처음올때 피스톨과 만나는 스토리가 있었다고 합니다. 너무 길다보니 잘랐다고 하네요.
Eternity
15/07/27 09:26
수정 아이콘
쌍둥이 트릭의 경우 저도 영화의 설정상 '당연히 다뤄야 하는 부분'이라는 말씀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말씀하신대로 그 활용하는 방법이 너무 좀.. 유치하달까요? 단순히 갑작스런 미츠코의 죽음으로 인한 우발적인 위장전입으로 이 쌍둥이 트릭을 사용하는 건 좀 별로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집사살해 및 유기씬 등 이해할 수 없는 전개가 펼쳐졌다고 보구요.

하와이 피스톨의 결혼식 경호도 말씀하신 대로 이전에 서로간에 경호부탁과 승낙이 있었다는 점은 알고 있지만, 제가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바로 이 지점입니다. 이 결혼식 경호도 하와이 피스톨 측이 치밀하게 계획하고 (카와구치 대위가 그렇게 말하도록) 뒤에서 조종한 게 아니라, 우연한 만남으로 갑작스레 이루어졌죠. 그 장면을 보다보니 '만약 결혼식 경호 부탁 안했으면 하와이 피스톨 어쩔 뻔?' 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모든 주요 캐릭터들을 마지막 결혼식장으로 운집시키는 것까지는 좋으나, 그 과정의 전개가 너무 안일하고 쉽게 흘러가고 뭔가 자꾸 우연에 기대는 느낌이랄까요? 그런 부분이 많이 아쉬웠습니다.

[암살] 특징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관객으로 부터 "읭? 뭐지?" -> "그래, 그건 그렇다치고.." 라는 생각을 반복시키는 그런 느낌.
'그런 그렇다치고'의 향연?이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일체유심조
15/07/26 17:41
수정 아이콘
공감 합니다.워낙 유명한 감독이고 평점이 좋아 기대 했는데 기대 이하더라구요.
이어폰세상
15/07/26 17:44
수정 아이콘
바닥이라는 말씀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전우치가 있어서... 크크

이터니티님 평은 안 올라올까 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역시 좋은 평 감사합니다.
15/07/26 18:04
수정 아이콘
전 최동훈 감독 영화중에선 전우치가 젤 좋더라고요.
타짜는 뭔가 어리숙한 느낌이고 도둑들은 전우치에서의 재기발랄함? 그런 게 없어서 실망했던...
크라쓰
15/07/26 18:05
수정 아이콘
전우치가 좋긴 했는데 김윤석 가슴에 나뭇가지 꽂으면서 끝났어야 했다고 봅니다.

너무 길어졌음
이어폰세상
15/07/26 18:40
수정 아이콘
음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다른 분들도 많이 이야기해 주신 부분이지만

'범죄의 재구성'과 '타짜'의 장점으로
1. 주어진 캐릭터 이상의 것을 보여주는 주/조연 배우들
2. 맛깔나는 대사(1번과 연결되네요)
3. 속도감은 있는데 작위성은 없는 전개

를 꼽고 싶은데
전우치와 암살 모두 1, 2, 3번이 부족하거나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전우치보다 암살을 고평가하는 이유는
일제시대 배경 케이퍼 무비를, 최동훈이니까 그나마 이정도로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한국영화가 범작망작이 많은 이유도 있고...
애패는 엄마
15/07/27 10:36
수정 아이콘
동감합니다. 최둥훈 감독이 진짜 지닌 장점의 정점은 오히려 전우치라고 봐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아래 댓글로 따로 달았습니다.
울트라머린
15/07/26 17:46
수정 아이콘
안윤옥을 안옥윤으로 수정하면 좋을거 같습니다
Eternity
15/07/26 17:49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수정하였습니다.
peoples elbow
15/07/26 17:49
수정 아이콘
차라리 주 조연을 확실히 나눴으면 ... 다 주연급이라 다 살릴려니 이도 저도 아닌게 되어버렸어요 타짜의 아귀나 평경장등 임팩트있는 조연이 있었더라면.. 전지현이 독주로 나머지를 끌고가기엔 아직은 좀 부족하기도 하고..
크라쓰
15/07/26 18:04
수정 아이콘
아침에 보고 왔는데 보면서도 보통 이 쯤에서는 어떤식의 전개가 이루어질 지를 예상까지는 못하더라도 누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될 것인가를 알 수 있는데 중심인물이 너무 많다보니 흐름이 안 잡히더라고요.

내가 굳이 흐름을 예상할 필요가 있나 하면서 내용만 따라갔네요.

공감되는 후기라 일단 추천합니다.
15/07/26 19:11
수정 아이콘
일제강점기였기 때문으로 다 덮기도 애매한게...
경성스캔들이란 드라마는 일제강점기 안에서 위와같은 요소를 다 녹여냈고 유쾌하기까지 했었거든요
전에 충달님 글에도 달았지만 워낙 영화가 클리셰범벅이라 이런저런 영화가 다 떠오르지만 그중에서도 타란티노의 바스터즈와 아나키스트란 한국영화가 떠오르더라고요 아나키스트 느낌도 매우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영화는 똥망했지만...
Eternity
15/07/27 09:35
수정 아이콘
[아나키스트]는 물론 외부인 암살이 주요 소재긴 하지만 오히려 내부의 정치투쟁과 노선갈등(?)이 이야기 전개의 주요 핵심이라고 여겨져서 시대적 배경 말고는 딱히 [암살]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안 들더라구요.(물론 제가 그 영화를 본 지 오래돼서 일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저는 반대로 아무런 레퍼런스나 참고자료 없이 최동훈 감독 혼자 힘으로 순수하게 시나리오를 창작한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어요. 왜냐하면 그 정도로 시나리오가 엉망이었거든요. 곰곰히 떠올려보면 모든 캐릭터들의 행동 자체가 의문점 투성이입니다. 밑에 '지나가다...'님께서 리플로 자세히 적어주신 것처럼 사실 하나하나 곱씹어보면 다 이상해요. 이쯤되면 이렇게 흘러가야 정상일 것 같은데 전혀 엉뚱하게 극이 흘러간단 말이죠. 근데 이게 장르적 공식을 일부러 뛰어넘고 해체하는 게 아니라, 그냥 개념없이 전개되는 느낌이랄까요? 감탄이 나오는 게 아니라 매 순간 '읭? 뭐지?'의 반복입니다. 이게 어쩌면 아무데도 기댈 곳 없는 시나리오 작가 최동훈의 바닥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nELLmOtSiwA
15/07/26 19:15
수정 아이콘
재미, 감동, 혼잡한 당시의 시대상에 대한 나름의 시각까지 잡기에는 전형적이고, 평면적인 인물상들과 후반부의 느슨함이 발목을 잡았다고 생각해요.
하와이 피스톨의 죽음 장면에서는 비장함이 아니라, 헛웃음이 나더라구요. 총 맞아도 전진하는 터미네이터를 보는 것 같아서요. ㅠㅠ

개인적으로는 재판 후에 염석진의 죽음이 아니라 사회 지도층으로의 편입을 보여줬으면(신문 지면 정도로 제시.) 더 좋았다고 생각해요. 독립운동 후 변절, 독립 후 반공산 세력으로 편입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비틀어진 현실을 보여줬으면 의의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냥 결국 염석진의 죽음으로 인한 십수년만의 임무 완수로 끝나니, 반공특위 부분 같은 부분이 제시만 되었을 뿐,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희석되었다고 생각해요.

영화를 좀 더(많이!!)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 분이 최동훈 감독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실패한 것 같습니다.
마스터충달
15/07/26 19:28
수정 아이콘
염석진의 장엄한 죽음. 이것을 보여줬다는 것은 영화의 주제가 '현실 고발'이 아니라 '대리만족'이기 때문일겁니다.
그래서 전 짤평에서「박씨부인전」을 언급했고요. 좋게말하면 위로고, 박하게 말하면 정신승리였죠.
감독은 그 장면에서 관객이 '통쾌함'을 느끼길 바랬을 겁니다. 전 통쾌하다고 느꼈고요.
근데 그 장면이 통쾌하기에는 앞선 이야기와 유기성이 떨어지죠.
역사적 사실(반민특위 해체, 친일파 득세)에 대한 답답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그런 것에 대해 별 생각 없는 사람이라면, 그냥 뜬금없는 죽음일 뿐일겁니다. 그 통쾌함의 이야기를 풀어낸 부분이 없으니까요.
이런 식으로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많은 영화였어요;;
nELLmOtSiwA
15/07/26 20:32
수정 아이콘
네. 사실 상업영화에서 제가 말씀드린 방식으로 가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만, 재판이라는 현실적인 방식의 처벌을 벗어나고, 십수년전 임무 수행를 그 시점에서 완수한다는 판타지적 방법에 도저히 납득이 안되더라구요.
재판에서 염석진의 논지를 보여주거나, 엔딩씬의 회상장면을 넣기 위해서 인위적으로 넣었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어요.

영화를 보면서 계속 '읭!? 왜??'라는 생각이 계속 들면서 납득이 안됐고, 대리만족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였다면 이런 식으로 느슨하고, 여백 많게 진행한 것은 관객들을 띄엄띄엄 봤다는 생각까지 드네요.

영화 팜플렛에 감독은 "그곳에 그들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싶었다."라고 적혀있는데, 어떤 식으로 기억하게 하고 싶어했는지...도 의구심이 들구요. 잘 안보는 영화 스타일을 감독 믿고 봤던 것이라 그런지 실망감이 크네요. ㅠㅠ
마스터충달
15/07/26 21:00
수정 아이콘
그 메시지를 "삼천불 우리 잊으면 안돼!"라고... 직설적이고 촌스럽게 표현해버려서;;;
하아... 암살은 까면 깔수록 후지네요 ㅜㅜ
지나가다...
15/07/26 19:21
수정 아이콘
영화를 보고 머릿속에서 곱씹으면서 내린 가설인데, 원래 바스터즈 같은 영화를 만들려다가 도중에 엎었다는 이야기가 사실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니까 원래는 바스터즈와 같은 막장(?) 영화였는데 시나리오를 약간만 손봐서 지금의 암살을 만든 것이 아니냐는 겁니다. 안 그러면 이렇게 허술할 수가 없어요.

먼저 염석진의 배신 자체가 지나치게 작위적입니다. 죽음을 각오하고 일본 군부 요인을 암살하려다 총까지 맞으면서도 임무를 수행하려 했던 양반이 죽기 싫어서 손바닥 뒤집듯이 배신을 한다는 건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게다가 인터뷰를 보니 고문을 받고 배신했다는 설정이더군요. 뭔가를 자백시키거나 정보를 얻어내기 위해 고문하는 것은 봤어도 이중 스파이로 만들려고 고문을 했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배신한다고 거짓말 하고 임시 정부로 돌아가서 배째면 그만인데요. 차라리 처자식을 볼모로 잡았으면 이해했겠습니다만.. 게다가 죽기 싫어서 배신했다는 사람이 갑자기 돈과 권력을 밝히는 사람으로 바뀌었더군요. 이 변화도 별다른 설명이 없어 당황스러웠습니다. 중간에 보이는 인간적 고뇌도 공감이 안 가고요.

대원들을 모든 과정도 조금 이상한 게, 기껏 폭탄 전문가, 저격수, 총기 격투 전문가(?)를 모아 놓고는 아무런 작전도 없이 그냥 경성으로 보내 버립니다. 폭탄 제조하다 잡혔다는 황덕삼을 뽑았기에 경성에서 사제 폭탄이라도 만들게 하려는 줄 알았더니 폭탄도 밀반입한 걸 그냥 던지는 게 땡이더군요. 이럴 거면 전투에 특화된 사람을 더 뽑는 게 낫지 속사포 말처럼 왜 그들을 선택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을 선택한 이유가 좀 더 명확하게 나타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네요. 작전도 허술했지만 뭐 그건 영화니까 넘어가고요.

그리고 스토리가 우연과 무리수, 어색함의 연속이었습니다. 먼저 안옥윤과 미츠코를 만나게 하려고 안옥윤한테 안경을 맞추게 하는데, 경성 지리를 모르는 사람을 혼자 보낸 것도 이상하지만 주소를 적어 달라니까 그걸 진짜로 적어 주더군요. 전 다음 날 찾으러 오겠다거나 안경을 안 맞출 줄 알았습니다. 깨진 안경으로도 이미 만주에서 실력을 보인 바 있으니까요. 당장 요인을 암살하려고 온 사람이 그런 식으로 정보를 쉽게 노출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건 그렇다 쳐도 그전에 주소를 어떻게 알았을까요? 임시 거처인데요? 게다가 아네모네가 아니네요? 이후의 사건이 이 주소와 연결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어떻게든 연결을 시키기 위해 억지로 스토리를 강행했다는 느낌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미츠코가 안옥윤의 존재를 처음 느낀 부분도 어색하기는 매한가지인데, 경성 백화점의 배치도야 알 수가 없지만 향수 코너의 직원이 여성복 코너까지 가서 다짜고짜 고객에게 향수를 뿌려 주는 장면은 그냥 보면서도 쟤 뭐하는 거냐는 의문이 들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안옥윤은 아무리 갑작스러웠다고는 하지만 점원의 팔을 꺾는 주목받을 만한 행동을 하지를 않나... 이후 미츠코와 집사의 대화도 좀 앞뒤가 안 맞기는 한데 이건 뭐 사소한 것이니..

그리고 진짜 문제는 그 뒤의 전개입니다. 암살 작전이 실패하고 미츠코가 안옥윤을 찾아갔다가 아버지에게 총을 맞고 죽습니다. 여기서도 왜 강인국이 직접 갔는지는 조금 의문이지만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안옥윤이 미츠코로 가장하고 강인국의 집에 들어가면서부터는 모든 것이 엉망입니다. 안옥윤의 정체를 눈치 챈 집사를 안옥윤이 죽이는데, 전 이 부분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먼저, 집사가 안옥윤을 의심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전개입니다. 그런데 안옥윤을 임시로 제압한 집사가 고작 한다는 소리가 "미츠코 아가씨는 어디로 가고 이런 놈이 들어왔지?"입니다. 집사는 강인국의 최측근으로서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알 수밖에 없는 사람입니다. 강인국이 안옥윤을 죽이러 갔다는 사실을 몰랐을까요? 애초에 안옥윤의 거처를 강인국에게 가르쳐 준 사람이 바로 집사인데요. 눈치 빠른 집사라면 이 시점에 미츠코가 대신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하늘이 노래졌을 것이고 안옥윤을 다그쳤을 겁니다. 그런데 한가하게 전화를 걸더군요. 아직 안옥윤을 확실히 제압하지도 못했는데 눈을 떼고요. 그리고 전화선에 목이 졸려 죽습니다만, 사실 이 부분도 두 손이 자유로운 남자가 팽팽 감긴 것도 아닌 전화선에 목이 졸려 죽을 수가 있나 싶습니다. 여기에 이미 교환이 종로 경찰서에 전화를 연결한 상태라 어디서 전화가 왔는지를 알 수 있을 텐데 조용하더군요. 세상에 당시 종로 경찰서에 장난 전화를 걸 용자가 어디 있다고..
그 뒤로도 문제입니다. 결혼식날 집사가 사라졌는데 그렇게 평온할 수가 없습니다. 하녀1도 아니고 집사인데요. 강인국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강인국조차 걱정도 없고 집사를 투명인간 취급하더군요. 또한 집사의 시체를 침대 밑에 숨겼는데, 그런 큰집에서 매일 청소를 안 할 리도 없으니 바로 발견되어야 정상입니다. 안옥윤 혼자 밤새 집사의 시체를 처리하는 건 불가능하니 계속 거기 있었을 텐데 이것도 조용합니다(여기에 팔에 총상을 입은 안옥윤이 웨딩드레스를 입는 과정에서 아무 일이 없었다는 점도..). 결론적으로 저는 왜 집사를 그 타이밍에 죽였는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냥 결혼식장에서 죽였으면 간단한 것을 왜 이렇게 무리수까지 써 가며 복잡하게 간 것인지...
게다가 사건이 끝나고 안옥윤이 만주로 갔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계속 남아 있는 모양이더군요. 강인국과 집사가 죽었다지만 이후 경찰이 방문하고 미츠코를 아는 사람들이 찾아왔을 텐데 어떻게 무사히 넘어갔는지 조금은 의문입니다. 다른 사람 행세를 하는 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닌데요. 뭐 이 부분은 충격을 받고 은둔 생활을 한다고 억지를 부리면 어떻게든 넘어가겠습니다만..

아네모네를 찾아간 염석진이 마담에게 자살할 기회를 준 것도 너무 작위적이었습니다. 설마 했는데 진짜 보내주더군요. 자살할 수도 있고 도망칠 수도 있고 증거를 인멸할 수도 있고, 무기를 들고 와서 공격할 수도 있는데요.
하와이 피스톨의 죽음도 의아했던 게, 세상에 하수구에 맨홀이 한두 개인가요. 그걸 어떻게 그렇게 정확히 알고 기다리고 있었는지.. 차라리 하천으로 통하는 출구였다면 모양새가 났을 텐데요. 아네모네가 하수구와 연결된 구조도 이상하지만 이건 뭐 영화니까 그럴 수도 있다고 봅니다.

또 영화에서 염석진이 일본 경찰로 임명되는 장면이 나오는데 왜 일제 부역자가 아니라 동지를 배신한 죄로 회부되었고 이후 계속 일제의 경찰로 활약했는데 무슨 독립운동 드립을 치며 그게 또 어떻게 먹힌 건지 의문입니다만, 이건 제가 지식이 부족해서 이게 실제 있었던 일화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다만 염석진이 반민 특위에 회부된 시기가 1949년인데 김구 선생이 왜 그를 그 시점까지 내버려두다 그때서야 죽였는지는 조금 의문입니다.

쓰다 보니 꽤 기네요..;;;;;
바스터즈 같은 영화였다면 이런 허술함이 그렇게 문제는 안 될 겁니다. 오히려 재미의 요소도 되고요. 바스터즈도 보면 캐릭터들이 치밀한 척하면서도 나사 빠진 행동을 하죠. 그런데 지금 완성된 암살은 그런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에 좀 더 개연성에 신경을 써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범죄의 재구성을 쓴 최동훈이라면 더더욱요.
Eternity
15/07/27 09:39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 내용들에 100프로 공감합니다.
위에 리플에서도 적었지만 이 영화 자체가 관객들에게, "읭? 뭐지?" -> "그래, 그건 그렇다치고.." 라는 생각을 반복시키는 그런 느낌.
시나리오가 너무 성의없고 치밀함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정도 수준이면 한국 관객들에겐 충분히 통할 거라고 생각한건지..
Sheldon Cooper
15/07/28 16:59
수정 아이콘
저도 영화 딱 10분보고 바스터즈 생각이 났는데 너무 실망스러웠음..
토프레
15/07/26 19:23
수정 아이콘
많은 부분 공감합니다. 리뷰 잘 읽었습니다!
방향성
15/07/26 19:40
수정 아이콘
재밌게 잘봤네요.
Physiallergy
15/07/26 20:12
수정 아이콘
평 잘 봤습니다
전 영화라는 매체가 러닝 타임 동안 즐겁고 눈요기 잘 시켜주면 만족하는 주의라 개인적으로는 티켓값이 아깝지 않았네요 흐흐
15/07/26 20:32
수정 아이콘
저는 이 영화를 보는데 놈놈놈 생각이 자꾸나더군요 -.-

케릭터 분배의 실패가 이 영화를 아쉽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15/07/26 20:55
수정 아이콘
어차피 영화라는게 아무리 완성도 좋다고 하는 작품들도 좀더 깊이 따지고 보면 엉성한 경우가 많고 완성도라는게 결국 본인의 눈높이일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 완성도와 비용은 비례관계라서 메니져로써 일을 하다보면 완성도는 많은 고려해야 부분중 일부분일 뿐입니다
그런면에서 저는 이전 작품들에 비해 특별히 달라졌거나 부족해보인다고는 보이지 않네요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었을 뿐으로 보입니다
JISOOBOY
15/07/26 20:58
수정 아이콘
제목답게 암살은 은밀하게 이뤄지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암살과정은 그리 긴장감이 넘치지도 않고, 게틀링건으로 초토화시켜버리는 무식한 방식...속사포는 왜 속사포인지 설명을 못하고, 최덕삼은 폭파 스페셜 리스트라고 하는데, 밀반입된 폭탄만 차밑으로 숑...안옥윤은 저격수다운 모습을 딱 한 번만 보여주고 끝...전문적인 스페셜리스트들의 집합이라고 보기엔 좀 그렇고 총 좀 잘쏘는 라이플러 2명과, 폭탄 배달부 1명 정도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허술한 암살팀원 구성.
이야기 전반적으로 풀어지지 않는 의구심과 설득력이 떨어지는 인물들의 변화...범죄의 재구성에서 보여준 그 조직적인 이야기 구성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던 영화였습니다. 한 마디로 맛있는 불량 식품 먹는 기분? 차라리 영화 속 이야기인 살부계를 영화화하면 더 재밌을 거 같단 생각이 드네요.
15/07/26 21:24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가장 실망했던 두 컷 꼽아보자면,

1. 상관을 죽인 죄로 감옥에 갇혀있다가 풀려나는 독립투사이면서도 완벽하게 메이크업을 마치신 안옥윤 양.
이후에 언니가 살해당하고 급하게 뛰어내린 상황에서도 투명하게 빛나는 입술에 감탄했습니다.

2. 총 맞고 일어서고 총 맞고 일어서고 하는 건 21세기 들어서 액션영화 패러디 물에서나 나오는 줄 알았는데 꿋꿋하게 열연해 주신 하와이 피스톨 님.

아.. 진짜 총 맞고 계속해서 일어나는데 헛웃음 나가지고 참느라 힘들었어요.
모지후
15/07/26 21:25
수정 아이콘
작년 윤종빈 감독의 군도가 개봉했을 때의 분위기랑 살짝 비슷한 느낌이 나네요. 아무래도 감독의 기대치가 높다보니...
15/07/26 21:41
수정 아이콘
워낙 혹평 일색이니 그나마 재밌었던 장면들.

1. 하와이 피스톨 vs 카와구치 중위 열차 대면.
2. 주유소에서 지붕을 넘나들며 시원하게 갈겨버리는 안옥윤의 기관총 난사.
3. 전지현의 미츠코 안옥윤 1인 2역 연기.
4. 일본군을 헤집고 다니다 못해 사병의 따귀를 때리는 하와이 피스톨.
5. 웨딩드레스 입고 암살하는 안옥윤 상상.
6. 속사포, 안옥윤, 하와의 피스톨의 결혼식장 난투 + 염석진의 교란
7. 결혼식장을 탈출하는 하와이 피스톨의 차량 액션.

많이들 <바스터즈>를 떠올리시던데, 전 오히려 결혼식 시퀀스에서 신부복입고 액션펼치는게 <킬빌>이 많이 떠오르던데요.
세트장 하나 박살내는 것도 그렇고, 불행한 신부의 이미지도 그렇고.
김라떼
15/07/27 12:54
수정 아이콘
저도 킬빌이 생각났어요. 피투성이 웨딩드레스.
15/07/26 21:53
수정 아이콘
본의아니게 2번봤지만, 흠 2번재 볼때가 오히려 조금 더 나은 영화였습니다. (실망을 하고 봐서인가, 그냥 그러고 나니까 디테일이 좀 더 보이더라구요;)
하와이 피스톨까진 그렇다치더라도, 암살은 정말 특유의 즐거움이 없다는게 가장 큰 요소였던거 같습니다.
인물들이 모두, (굳이 말하면 오달수씨의 집사가 가장 기존의 캐릭터에 가깝지만...)
이번 영화가 적당히 성공하면, 계속 이 패턴으로 영화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우려반/기대반입니다.
엉성한 시나리오에 고급재료인 배우들의 캐릭터성으로 범벅해서 적당히 우려내는 영화로 가면 안될텐데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도깽이
15/07/26 23:36
수정 아이콘
정말 재밋긴한데 엉성흔 구조를 캐릭터성으로 비빈다 는게 핵심을 찌르내요
하루는이렇게끝이난다
15/07/27 01:16
수정 아이콘
제가 영화를 보자마자 느꼈던 찜찜한 감정이 너무 잘 정리되어 있네요. 엔딩씬에서도 먹먹한 감정을 느끼기는 커녕 그냥 엔딩 구색맞추기로 넣었다 싶은 생각만 들었습니다.
그래도 전지현은 너무 좋았어요. 특히 암살시도 실패 후 건물2층?에서 1층 지붕위로 떨어지는 씬 부터 총쏘면서 걸어가는 모습이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Eternity
15/07/27 09:41
수정 아이콘
저도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장면이 바로 그 전지현의 지붕씬이었습니다. 그건 정말 볼만하더군요.
난남자다
15/07/27 10:01
수정 아이콘
저는 그래도 극장가서 큰 웃음을 다같이 터졌던 건 이 영화에서가 가장 빈도가 높지 않았나 싶어요.
속사포의 능글능글한 연기가 그랬고 영감도 중간중간 많이 웃겨줬고
이상하게 독립군 얘기만 나오면 뭉클해지고 그래서 제 개인적 취향에선 좋은 영화였네요~
코미디 영화가 아니란게 함정이라면 함정이지만 크크크
아. 그 쌍둥이 트릭은..... 너무 뻔해서 어이없는 맛에 더 본 것 같네요 크크크
애패는 엄마
15/07/27 10:45
수정 아이콘
사실 아직 암살을 못 봐서 첫 문단만 보고 주요 내용은 패스한 단계이긴 합니다.
흔히들 어떠한 부분을 지적하는지 안 봐도 사실 알거 같아서 남깁니다. 구조나 탄탄함을 비판하고 캐릭터와 혹은 대사를 칭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 범죄의 재구성떄 같이 참여해본 경험으로요.

흔히 최동훈 감독의 장점으로 꼽히는 것 중 탄탄한 시나리오 치밀한 구조에 대해서는 범죄의 재구성에 참여했고 타짜에는 건너서 참여했던 입장으로는 동감하지 않는 편입니다. 사실 그 몫은 최둥훈 감독보다는 제작자나 원작자 몫이라고 봅니다. 범죄의 재구성의 탄탄함은 사실 최동훈 감독보다는 당시 싸이더스와 차승재 대표 및 다른 사람의 도움이 컸고 타짜도 이현세 원작자와 이석원씨와 싸이더스 도움이 컸습니다. 최동훈 감독의 장점은 오히려 정말 재기발랄하고 재밌게 만드는 부분이고 이부분이 다른 이의 도움없이 잘 발현된 것이 전우치라고 보거든요. 그런 도움이 없이 정말 혼자 서서 제대로 찍은 사실 전우치를 보면 흔히 말하던 탄탄한 시나리오와 구조를 잃어버렸고 산으로 가는 것 같아도 정말 최동훈 감독의 장점인 순간순간을 재밌게 만드는 능력, 그리고 캐릭터 뽑아내는 능력이라는 걸 알려주는 영화였거든요. 다른 단점들이 많아도 그러한 장점으로 덮을 수 있었던. 그런데 보통 평론가들이나 대중들이 원하는 지점들은 본문 글과 같은데 막상 기존 장점을 만들게 해주었던 도움 주는 이들이 사라지니 도둑들처럼 양측 입장에서는 좀 애매한 작품들이 나온다고 봅니다.
Eternity
15/07/27 11:48
수정 아이콘
우선 본문에서 가장 크게 지적하는 부분은 말씀하신 '시나리오의 부실함'과 더불어 '캐릭터의 과잉 및 조율의 실패'입니다. 주로 시나리오와 캐릭터 위주로 비판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이번 작품에서는 기억에 남는 맛깔나는 대사가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암튼 그건 그렇고 아래는 제가 위의 RENTON님 댓글에 대댓글로 적은 내용인데요,

[오히려 저는 반대로 아무런 레퍼런스나 참고자료 없이 최동훈 감독 혼자 힘으로 순수하게 시나리오를 창작한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어요. 왜냐하면 그 정도로 시나리오가 엉망이었거든요. 곰곰히 떠올려보면 모든 캐릭터들의 행동 자체가 의문점 투성이입니다. 밑에 '지나가다...'님께서 리플로 자세히 적어주신 것처럼 사실 하나하나 곱씹어보면 다 이상해요. 이쯤되면 이렇게 흘러가야 정상일 것 같은데 전혀 엉뚱하게 극이 흘러간단 말이죠. 근데 이게 장르적 공식을 일부러 뛰어넘고 해체하는 게 아니라, 그냥 개념없이 전개되는 느낌이랄까요? 감탄이 나오는 게 아니라 매 순간 '읭? 뭐지?'의 반복입니다. 이게 어쩌면 아무데도 기댈 곳 없는 시나리오 작가 최동훈의 바닥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이런 의문이 강하게 들었는데, 제 의문에 대한 해답을 애패는 엄마님께서 제시해주셨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쨌든 이번 작품을 통해 최동훈 감독의 바닥을 확인한 느낌이 들어 무언가 좀 씁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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