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많이 팔리는 중국산 프로젝터 UC40을 사봤습니다. 이 제품을 이용한 초저예산 홈씨어터 시스템 구축 경험담을 써보겠습니다.
UC40은 현재 다수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8만원대 초반에 해외 직송(배송비 포함)으로 판매중인데 한글화가 되어 있고 220V 플러그가 달려 있으며 (초기 제품들은 이렇지 않았답니다.) HDMI 케이블을 끼어주는데가 많습니다. 기존 제품들과 비교해보면 기능이나 스펙에 비해 터무니없는 가격입니다.
SD슬롯, USB 슬롯이 있어 SD, 마이크로SD, 외장 하드 등의 동영상을 자체 플레이어로 돌릴 수 있으며 (AAC와 WMV, SMI 등은 지원하지 않습니다.) HDMI를 통해 휴대폰이나 태블릿, PC등의 화면을 그대로 띄울 수 있습니다. AV포트가 있고 AV케이블이 기본 제공되어 PSP 등의 게임기나 TV 등의 연결도 간단합니다.
5V OUT 포트가 달려있어서 HDMI 케이블, 휴대폰 등에 전력을 공급할 수도 있고 스피커가 내장되어 있으며 리모콘이 딸려 있습니다. 케이블 포트가 측면에 몰려 있어서 세워서 천장에 비추는 것도 가능합니다. 크기가 작고 가벼워 설치나 이동이 간단합니다.
(이보다 2만원 싼 하위 제품 UC20도 있는데, 이 제품은 휴대폰 보조 배터리 정도의 전력으로 구동 가능해서 캠핑장 등 야외에서 쓸 수 있는 대신 해상도, 밝기 등의 스펙은 UC40의 1/2~1/4 정도 입니다. 상위 제품인 UC60은 밝기나 확장성 외에 특출난게 없는데 20만원대 이구요. 가성비로 UC40이 최강 입니다.)
UC40의 단점으로는 크게 3가지가 꼽힙니다.
1. 팬소음이 심하다.
열이 많이 발생하다보니 팬을 계속 돌리는데 소음이 심한 편입니다. 대개 가격대 생각해서 익숙해지면 괜찮다 정도로 넘기는데 심각한 수준이긴 합니다.
2. 내장 플레이어가 후졌다.
지원 안되는 파일들이 꽤 있고 특히 자막이 문제인데 SMI 파일 안되고 다른 자막 파일들도 영 보기 안좋게 나옵니다.
3. 리모콘이 형편없다.
버튼을 꾹꾹 눌러야 하는건 그렇다치고, 적외선 포트가 본체 뒷면에 있는데 각도를 좀 벗어나면 잘 인식을 못합니다. 프로젝터 뒤에서 영상을 봐야하는데 이러면 문제가...뒤에 더 쓰겠습니다. 세워서 천장에 비출 때는 뒷면이 바닥에 가기 때문에 아예 리모콘 못씁니다. 본체에도 버튼이 있고 (리모콘 보다 기능이 제한적이긴 하지만.) HDMI 연결로 쓰면 필요없어지긴 합니다만.
그밖에...
4. 스피커 소리가 작고 모노다.
가격대 생각하면 이건 그러려니 하는게 맞겠죠.
그리고 제가 써보고 느낀 문제점으로는
5. 촛점 거리가 길다. - 뒤에 자세히 쓰겠습니다.
저한테 프로젝터는 그렇게 꼭 필요한 물건은 아니고 기껏해야 대작 액션 등의 영화 감상할 때 있었으면 하는 정도 였습니다. 관련 지식도 별로 없었구요. 저랑 비슷한 사람을 기준으로 써보겠습니다.
집에서 프로젝터 쓰려면 제품 외에 부가적으로 필요한 것들이 있습니다. 8만원 정도 들이면 끝이 아니고 어쩌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어떤 것들이 필요하냐면-
1. 암막커튼
2. MHL 케이블
3. 스피커
4. 삼각대
5. 스크린
저는 이중에 갖고 있던 것도 있었고 나머지는 일단 최소 비용으로 해결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1. 암막커튼 - 밤에만 쓸거라면 필요 없습니다. 아니면 창을 가려야 하는데 사이즈에 따라 다르고 대충 수 만원 정도 듭니다. 근데 프로젝터 돌릴 때 말고는 거의 필요가 없죠. 저는 신문지 여러 겹을 겹쳐 창 사이즈로 만든 다음 테두리를 호치켓으로 두르고 가운데 나플대는 부분을 박스 테이프로 고정해 두껍고 커다란 한 장의 종이로 만든 후 평소에는 접어뒀다가 필요할 때는 [블루택]으로 고정하는 식으로 제작했습니다.
('블루택'은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고무찰흙 비슷한 접착제 입니다. 저는 한 50g 사서 10년 째 쓰고 있는데 정말 편리 합니다. 한 번 검색해 보세요.)
UC40은 스펙상 밝기가 800루멘인데, 창문을 신문지 4겹으로 막으면 방문을 열어도 충분한 정도의 수준 입니다.
2. MHL 케이블 - 핸드폰, 태블릿 등을 연결해서 미러링으로 영상을 보면 내장 플레이어나 리모콘 문제가 해결 됩니다. 근데 그러려면 보통은 HDMI 케이블에 연결할 MHL 케이블이 필요합니다. 갤럭시 기준 구형/신형 - 5핀/11핀의 차이도 있고- 보통 1만원 미만이 듭니다. 아이폰 계열은 더 비싸구요. 저는 기존에 티비에 연결하던게 있어서 살 필요 없었습니다.
3. 스피커 - 내장 스피커가 있으니 필수는 아니지만 기왕이면 보다 풍성한 사운드를 즐기는게 좋겠죠. 특히 커널형 이어폰(헤드폰)을 쓰면 팬소음도 해결 됩니다. 블루투스 이어폰(헤드폰)을 쓰면 선에 제약없이 편하게 볼 수 있구요. 하지만 여럿이 보거나 이어폰이 불편하다면- PC용 스피커 떼어다 써도 되겠지만 사운드바 따위가 아니라면 매번 움직이기 불편할테고, 하나 사는게 좋습니다. 기왕이면 쓸만한 블루투스 스피커로요. 물론 휴대폰이나 태블릿 등은 블루투스 지원하지만 UC40 자체는 블루투스를 지원 안합니다. 아예 내장 플레이어 안 쓸게 아니라면 (MHL 케이블 연결하는게 번거로울 수 있습니다.) AUX로 선열결도 가능한 블루투스 스피커를 사는 편이 좋습니다.
저는 (블루투스 이어폰도 있었지만) 결국 블루투스 스피커를 구입했는데 자전거에도 쓰려고 카리바너(등산용 고리)가 달리고 생활방수에 자체적으로 재생도 되는 노벨뷰 F5를 구입했습니다. 옵션 케이블, 배송비 포함 4만원 정도 들었습니다.
4. 삼각대 - 휴대용인 UC20은 기존 삼각대에 바로 연결 가능하지만 UC40은 불가능 합니다. 호환 가능한 삼각대 마운트를 자체 제작하기도 하고 공구도 하고 하던데...아무튼 이게 필수는 아닙니다. 그냥 아무데나 바닥 평평하고 높이가 적당한데에 올리면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높이죠. UC40은 각도조절 나사가 달려 있어서 제품을 기울여 보다 높거나 낮은 면에 비출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면 촛점을 맞출 수가 없습니다. 다이얼을 돌려 렌즈를 이동해 촛점을 맞추게 되어 있는데, 각도를 기울인 상태로 촛점을 맞추다보면 윗쪽은 맞는데 아래가 안 맞거나 그 반대의 경우가 생깁니다. 말하자면 각도 조절을 통한 높이 보정은 볼만한 범위가 그리 넓지 않습니다. 따라서 웬만하면 투사면 중심과 엇비슷한 높이에 본체를 두어야 합니다.
그리고 키스톤 다이얼로 (사다리꼴을 직사각형으로 보정) 상하 보정은 가능한데 좌우는 불가능 합니다. 천상 영상면 기준으로 본체를 센터에 두어야 합니다.
저는 제습기 위에 등받이 없는 낮은 의자를 올렸더니 딱 맞더라구요. 수납장 위에 박스를 얹어도 되고...각자 해결할 방법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자주 움직일게 아니라면 삼각대는 그렇게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받침대'의 부피가 크면 불편해지긴 하죠.
5. 스크린
그냥 벽에 비춰도 됩니다. 천장도 마찬가지. 봐줄만하게 나옵니다. 하지만 벽지 무늬 때문에 다소 뿌옇게 되는건 어쩔 수 없죠. 실제로 하얀 면에 비추면 훨씬 깔끔한 영상이 나옵니다. 스크린은 60~80인치 기준으로 대략 3만원 정도 듭니다. 그냥 고정해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접고 펴고 하는데 번거롭고 자동으로 접히는건 훨씬 비쌉니다.
저는 처음에 벽에 접착시트를 붙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신경써서 미리 벽에 임시로 붙이고 최대한 조심스럽게 해도 얇은데다 뒷면 전체가 접착면이다 보니 깨끗히 붙이는게 대단히 어렵더라구요. 결국 붙이긴 했는데 가운데 막 울고 구겨지고 해서 망했습니다. 초보가 손댈 물건이 아니라는 교훈만 얻었습니다. 현수막집에 가서 천을 끊어올까 이것저것 고민하다가 일단 종이 사다 붙여보기로 하고 전지 2장을 사다 붙였는데 이게 예상 외로 괜찮더라구요.
일반적인 전지는 모조지인데 얇습니다. 시트지 작업의 교훈을 통해 보다 두꺼운 켄트지를 샀습니다. (모조지는 장당 300원, 켄트지 1200원)
전지 사이즈는 78cm X 109cm로 두 장을 이으면 대충 70인치 사이즈의 16:10 비율이 나옵니다. 문제는 이음매인데 저는 당연히 티가 날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 굳이 비싸고 생소한 시트지를 사서 작업을 한 것도 그 이유구요. 그런데 막상 붙여보니 아무리 봐도 티가 안나더라구요. 영상 보면서 어디가 경계인지 계속 들여다봤는데 못찾았습니다. 신경써서 딱 맞대어 붙이긴 했지만 육안으로는 당연히 선이 보이는데 영상 비추면 깜쪽 같습니다. 그냥 벽에 전지 2장 붙이는거 강추합니다.
저는 테두리에 맞춰서 양면 테이프를 빙 두르고 안정감을 위해 가운데 한 줄 더 붙인 후에 손으로 슥슥 밀면서 붙였는데 종이가 두껍다보니 작업이 상당히 수월하게 진행 되더라구요. 작업하다 구겨질까봐 예비로 한 장 더 샀는데 쓸데가 없었습니다. 굳이 벽에 딱 밀착시키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됩니다.
비용이 별로 안드니 여러 군데 붙여두는 것도 부담이 없습니다. 방, 거실, 침대 발치 등등.
물론 벽지에 양면 테이프 등을 붙이는게 꺼려진다면- (시트지의 경우는 깨끗하게 떨어집니다.) 일단 깨끗이 제거 가능한가 시험해 보고 안된다면 스크린 사야겠죠.
전지 2장으로 70인치 - 이 사이즈에 만족을 못하는 분도 계실 겁니다. 40인치 대 티비가 보편화된 상황이니까요. 사실 제품 자체로는 100인치, 130인치도 가능하다고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영상의 사이즈는 거리에 비례합니다. 설명서에 따르면 72인치 영상을 만드는데는 2.2미터가 필요합니다. (실제로도 얼추 비슷합니다.) 스크린이 있는 벽에 센터를 맞출 수 있는 위치에 가구 등의 다른 장애물 없이 안정된 받침대를 놓을 수 있는 2.2미터죠. 거기다 사람이 관람할 공간도 필요하구요. 100인치 화면을 원한다면 2.84미터가 필요합니다. 방이 꽤 넓은 동시에 옷장 등 벽면을 채우는 가구가 없어야 가능한 사이즈 입니다. 거실도 마찬가지구요. 티비나 소파가 차지하는 공간, 그 사이에 받침대를 놓을 공간 등을 따져보면 남는 거리에 한계가 있을 겁니다.
보다 짧은 거리에서 큰 화면을 볼 수 있는 프로젝터 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격이 훨씬 비싸죠. 그리고 UC40의 해상도도 뛰어난 편은 아니니 너무 크면 열화가 심해 집니다.
(거리를 최대한 확보하다보면 본체를 등 뒤에 두고 봐야 하는 상황도 생깁니다. UC40 뒷편에서 보려면 그만큼의 공간이 더 필요하니까요. 그런데 이러면 또 리모콘 작동이 안됩니다. 적외선 포트가 본체 뒷면에 있어서 앞쪽에서는 조작이 잘 안 됩니다.)
아무튼 그리하여 저는 8만 2천원짜리 본체 외에 4만원 짜리 스피커와 2천 400원 어치 켄트지 2장으로 시스템 구축을 마쳤습니다. (여분의 종이나 접착시트에 1만원 정도 써버린건 무시하기로 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제가 프로젝터 입문하고 싶어서 반년 가까이 눈팅 중이거든요.
거거익선의 욕심으로 120인치에 1080P 프로젝터가 목표인데, 집은 작고...
대충 견적을 내보니 스크린만 50정도, 프로젝터는 1080P에 단렌즈인 모델은 120정도라서 결국 포기했습니다.
그와중에 UC40의 480P에 80인치스크린정도로 저렴하게 맛만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라고... 항상 생각했었는데
적어놓으신 것을 보니 15만원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아서 다시 고민을 해봐야겠습니다.
근데 제가 잘못 읽은건지... 단점만 있고;;; 장점은 전혀 없는 제품인가요??ㅠㅜ 만족도를 좀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일단 제가 프로젝터를 여럿 써본 적이 없어서 이러이러한게 비교해봤을 때 장점이다...라고 할 수 없는게 있구요. 또 프로젝터라는게 근본적으로 단순한 물건이라- (빛을 쏴서 벽면에 비추면 끝) UC40은 그 가격대에 스펙에 적힌거 그대로 작동 하는 것 자체로 엄청난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만듬새도 그리 떨어지지 않아 오래 쓸 수 있을 것 같구요.
확실히 태블릿이나 모니터로 보는 영상보다 디테일이 떨어 집니다. 색감도 그렇고. (이게 비싼 프로젝터랑 어느 정도 차이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자세히 보면 화소 입자가 눈에 보이죠. 개인차가 있는 부분일텐데 저는 별 불만 없었습니다만 몇몇 영상들은 그냥 작은 화면으로 보는게 낫겠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퍼시픽림'을 돌려봤을 때 정말 잘샀다 싶더라구요. 콘서트 영상들도 실감나게 볼 수 있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