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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11/21 00:25:52
Name 후추통
Subject [일반] 황하. 명멸의 역사
저번 제갈량 글에 대한 보복이십니까! 하하하...그땐 제가 지지 쳤잖아요!!! 왜이러세요!!!

중국사에 있어서 황하의 의미는 큽니다. 중국의 지도자에게 가장 요구되는 것 중 하나가 치수공사였죠. 춘추시대에만 해도 중국의 주 활동 지역은 삼진(한,위,조)와 제나라 정도였죠. 진(秦)이나 초, 연(燕)은 전국칠웅으로 부상하긴 했지만 그들은 대부분 중원국가의 바깥쪽에 위치했죠. 그나마 진의 경우 그 정도가 덜했지만 초나라의 경우는 아예 대놓고 "형만(荊蠻)", 즉 형 땅의 오랑캐족이라고 불렸죠. 그리고 이 초나라나 오나라, 월나라의 경우 그들이 인접한 곳은 장강이라 불리는 양자강이었죠. 강남의 국가들은 과거의 화족들에게 인간취급을 받지 못하는 국가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을 만이(蠻夷)라 불리는 이들에게 초를 시작으로 화족들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주었죠.

초장왕의 경우는 당시 대국이었던 진(晉)의 존재로 인해 그나마 친진 세력은 그들을 제외해버릴 수 있었지만, 합려나 부차, 구천의 경우는 화족들이 만이라고 부르는 강남인들이 개최한 회맹에 그들의 성격을 건드릴까 바리바리 참여했죠.

뭐 말이 좀 새긴 했습니다.

진왕 정, 그러니까 황제를 칭하기 전의 시황제 시절에 진의 팽창에 위협을 받던 한은 당시 수리관개에 능한 정국이라는 사람을 진에 보냅니다. 한은 정국을 시켜서 위수 일대에서 대규모 관개용수로 공사와 치수 공사를 벌여 진의 재정을 파탄시키기 위함이었죠. 사기 하거서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옵니다.

경수에서 물을 끌어들여 중산의 서쪽 하구에 이르고 다시 북산을 따라 동으로 300여리를 연장하여 낙수에 연결해 수리시설을 위한 토목공사를 벌이게 만들었다.


(우려먹기!)

공사가 진행되던 와중, 한과 정국이 벌인 진의가 탄로납니다. 분노한 정은 정국을 체포합니다. 이때 진의 관리들은 영정에게 대대로 진나라 사람이 아닌 자들을 모조리 진에서 쫓아내기를 권합니다. 하지만 정국은 영정에게 끌려온 뒤, 영정에게 말하죠.

정국 : 내가 처음엔 진이 나가리 되라고 시작했거든? 근데 잘 살펴보니까 이 공사 완공되면 진에 이익이 될걸?

정국의 말을 곰곰히 생각해본 영정은 정국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중단했던 관개공사를 재개합니다. 이제 외국인 추방령이 남았죠. 이때 여불위의 추천을 통해 객경직에 오른 이사는 정에게 상소를 올립니다.

太山不讓土壤, 故能成其大. 河海不擇細流, 故能就其深

河海不擇細流(하해불택세류). 황하는 한줄기 시냇물도 거부하지 않았다. 이 상소로 이사는 영정의 측근이 됩니다.

10년의 공사기간을 거쳐 완성된 정국의 관개용수로 정국거.



정국거는 동서로 물길이 났기 때문에 경수와 낙수 사이의 모든 강들을 가로지르고 있었고 이 황하의 지류들은 전부 정국거로 흡수되어 치수문제와 관개용수 부족을 해결합니다. 거기다가 경수의 고운 모래들이 이 지역에 설치된 방죽을 지나면서 이 고운 모래들은 경수의 물이 농토로 공급되면서 이 일대 토양의 알칼리 함량을 낮추어주었다고 합니다. 이 정국거에서 물을 공급받는 농토는 대략 4만 여 경, 현재의 치수로 하면 무려 7억 2천 6백만 제곱미터의 경수와 위수 사이의 그 어마어마한 황무지가 몽땅 다 작물을 재배할수 있는 농경지로 변화한 겁니다. 이후 촉땅과 이 지역은 진의 경제력을 show me the money를 1초마다 친것처럼 엄청나게 성장시켰죠.

전한의 소하가 그렇게 물자를 채워줄 수 있었던 것도 관중 일대를 차지하면서 이 지역 역시 차지할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을 정도로 이 지역의 경제력은 어마어마 했습니다.

후한의 광무제가 그 기업을 일으키고 그 근거지가 된 하내는 지금의 허난 성 근방으로, 이 일대는 낙양과도 가까웠고  이 지역 역시 황하의 남쪽이었죠.

후한의 힘이 약화된 후한 말, 황하의 남북 지방인 기주와 연주는 각 군웅들의 각축장이 되어갔습니다. 기주를 두고 북방의 패자인 공손찬이 원소와 황하의 지류인 반하에서 싸웠고, 흑산적 장연이 역시 기주와 연주 동군 일대에서 난립했으며, 청주의 황건적들이 풍요로운 연주 일대로 남하하기도 했죠. 황하 남쪽 하남의 연주 역시 이 일대를 두고 청주의 황건적에 의해서 연주자사 유대, 제북상 포신이 싸우다 죽고 조조에게 평정되 조조군 주력이 되었으며, 이후로도 조조는 이 지역을 두고 여포와 각축전을 심하게 벌였죠.

저는 항상 하북과 하남 일대의 생산력을 비교할때 진서지리지를 많이 제시하곤 합니다. 이제 이 황하 일대에 위치한 기주, 연주, 사주를 비교해보겠습니다.

사주 : 12개 군 100현, 47만5700호(240여만명의 인구)
기주 : 13개 군 83현, 33만6천호(170여만명)
연주 : 8개군 56현, 8만3300호(40여만명)

이 세군은 주로 황하나 그 지류에 직접적으로 맞닿은 지역입니다. 물론 내륙 외곽 지역도 존재하지만 고대의 경제활동이 대부분 농업에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강의 지류 인근에 대부분 살고 있다고 본다면 이 세 주는 황하에 직접적으로 닿은 지역이죠. 이들의 인구수를 전부 합하면 무려 450만여명. 이 세 주를 제외한 다른 주를 전부 합쳐도 인구수는 375만입니다. 숫자가 무려 75만명 이상 차이가 나죠.

그러나 사주의 경우 수도인 낙양과 장안이 존재했고, 동탁과 삼보의 난 시기에 이 일대는 초토화가 됩니다. 그러나 이 지역은 이후에 이 일대가 안정되면서 초목이 우거지고 대규모 관개시설을 통해 농사를 짓는 지역이 됩니다. 른밸님이 생각하신 이 지역의 황무지화는 당대에 시작되었죠.

조조가 헌제를 보호하기 시작하면서, 주인이 없는 무주공산인 이 지역은 각 제후들이 주목하는 지역이 됩니다. 그러나 조조는 이 지역에 종요와 하후연등을 보내서 관리하기 시작합니다. 황제의 조칙이라는 명목아래요. 그리고 원소는 공손찬을 멸망시키고 기,유,병,청주를 기반으로 전국 최강의 세력으로 성장합니다.

관도대전과 이후의 싸움을 통해 하북의 원가 세력을 일소한 조조는 이 일대를 자신의 기반으로 삼기 위한 정책에 착수합니다. 그것이 바로 업군에 설치했다던 동작대죠.

나중에 쓸 글이라 좀 덜적겠습니다만, 조조는 동서 3024미터, 남북 2160미터의 업군 북성을 쌓고, 이 일대에 동작대를 비롯한 3개의 대를 쌓습니다. 이것은 일반 누각이라 말할수 있지만 엄연하게 업군과 업군 북성을 지키기 위한 방어시설이었죠. 조조는 업성의 축성에 엄청난 재정을 퍼부었는데 이후 업중기라는 서적에는 이 업성을 두고 진시황의 아방궁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남북조 시대의 북조는 각 국가의 수도를 낙양과 업에 두는 일을 두고 갑론 을박을 벌였습니다. 낙양이 고대부터의 수도라는 전통과 천하의 중심이라는 지리적 위치가 업은 방어가 용이하고 황하를 통한 수륙교통의 편리성으로 인한 조운의 용이성 때문에 항상 두 지역은 각 국가의 수도로 손꼽히곤 했죠.

거기다 무천진을 기반으로 한 관롱귀족집단이 나타나기 전, 화북 전토를 통일한 북위조정의 한족 출신 관료들은 대부분 황하를 낀 산동지역의 인사들이었습니다. 실제로 진한 이후로 "재상은 산동에서 나고 장수는 산서에서 난다"라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경제력으로도 압도적이었던 황하를 낀 화북 일대는 강남에 비할바가 아니었습니다. 진, 한, 수, 당은 각기 장안, 낙양의 황하 일대의 경제력을 기반으로 남방을 제압했죠. 하지만 송대에 들어오면서 그 이전의 국가들이 양제거나 남방의 습지를 농경지로 개척하는 방식이 완성됩니다. 그 반면 화북 일대는 위진남북조 시대와 오대 시대를 거치면서 이민족과 한족, 이민족과 이민족, 한족과 한족간의 각축장이 되어가면서 생산력과 대지의 지력이 쇠하기 시작하고 남송시대 이후에는 완벽하게 그 경제력이 따라잡히게 되죠. 이후 남경에서 시작된 명과 역시 남경에서 시작한 중화민국은 중국을 통일합니다.

당장 삼국지만 보더라도, 황하일대의 전쟁은 관도대전 이후로 몇몇의 전쟁을 빼면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전쟁은 촉과 오의 접경인 한중, 형주, 장강-소호 지역에서 벌어지죠. 이것은 반대로 전쟁이 없는 이 지역의 생산활동은 위의 경제력을 튼튼히 뒷받침 했고, 이후로도 개발된 이 지역은 화북통일 = 중화통일이라는 공식을 세워주게 됩니다.

수많은 열국의 명멸을 지켜보고 인걸과 제왕들을 지켜보았던 황하. 그러나 지금은 1972년부터 황하는 단류현상이 일어나 강바닥이 말라버리고 오염도마저 심해지고 있다는 군요.

눈시BB님의 글에서처럼 황하의 범람과 그 치수를 걱정하던 시대가 점차 오염과 갈수 현상을 우려한다는 점은 산천은 변하지 않았으나 인간만이 변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봅니다.

뱀발1. 위풍에서 말한 두사람 중 한명은 유복이 맞습니다. 그러나, 제가 힌트를 드릴수 있는 건 단 하나. 조조나 위와 관련된 사람이 아닌 손가와 관련된 사람입니다. 그 전에 글을 잘 읽어보셨다면 제가 드린 힌트를 발견하실수 있을겁니다.
뱀발2. 눈시BB님....그냥 넘어가진 않겠습니다!! 전쟁이다!!!!....라면 백기는 제가 먼저 흔들겠습니다. (먼산...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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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름발이이리
12/11/21 00:29
수정 아이콘
호의가 계속 되면 권리인줄 압니다?
12/11/21 00:40
수정 아이콘
관중 평원이 당대에 사막화가 진행되지 않고 현대에도 그 위용을 자랑했다면
중국이 지금보다 더욱 대단했을텐데 말이죠.

그나저나 제가 조조였어도 동작대는 기주에 지었을 것 같네요.
관중 평원이 있는 사례는 일단 후한의 오랜 수도였던 낙양과 전통의 장안이 있는 장소였기 때문에
사주에 터를 잡기는 전통 후한 세력들의 힘을 키워줄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스럽고
또한 그럴 일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사례는 형주나 한중에서 양주에서 원큐로 넘어올 수 있어서..
펠릭스
12/11/21 00:46
수정 아이콘
이집트야 원래 사막이었다 치더라고(여기도 문명시대 이전에는 밀림이었지요) 4대문명 발상지가 죄다 사막화 된 것을, 그것도 천년도 전에 된 것을 보면 참 역사무상입니다. 관중지역은 중원지역과는 다르게 침식도 어마어마 하지요.
12/11/21 00:49
수정 아이콘
관중 평야(사례 지방)를 보통 중원이라고 부르지 않나요..?

기주, 연주 지역을 중원이라고 부르는 건가요..?
알킬칼켈콜
12/11/21 01:28
수정 아이콘
산천은 변하지 않았으나 인간만이 변했다. 류희이의 대비백두옹이 생각나네요.

年年歲歲花相似(연연세세화상사)
歲歲年年人不同(세세년년인부동)

해마다 같은 꽃이 피건만 보는 이는 같지 않구나. 황하를 꽃에 비하기는 무리입니다만 ㅡㅡ;
눈시BBbr
12/11/21 02:42
수정 아이콘
에이 전 그냥 저보단 더 잘 아실 것 같아서 그냥 조오금 기대한 것일 뿐인 그런 것일 뿐인.... ^^;;;
잘 봤습니다 ^ ^ 남북의 차이가 이 정도로 클 줄은 몰랐는데요. 참... 화북통일=중화통일이었다가 중심지가 남으로 옮겨 가고, 지금은 오히려 정반대의 문제를 겪는거 보면 이런저런 걸 많이 느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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