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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11/01 12:14:20
Name 후추통
Subject [일반] 화광, 적벽을 채우다 ② 不共戴天之讐
손권이 오군을 이어받아 일차적으로 괜찮은 일만 한것 같지만 진짜 미친짓 하나를 저지르게 됩니다. 바로 성헌을 죽인것이죠.

성헌은 상서랑으로 있다가 오군태수로 있다거 허공이 오군태수를 자칭하면서 성헌을 몰아낸 후로 허소에게 의탁했고, 손책이 인망을 얻는다 하여 죽인 고대역시 성헌을 섬긴사람이었습니다.

고대를 그렇게 쳐죽인 손책이었지만, 그 고대가 섬겨 모시던 성헌은 전국의 사대부들에게 많은 명망이 있었기 때문에 손책은 성헌을 죽일생각을 하지 못하고 그냥 꺼려서 높이 쓰지 않습니다. 그러나 손권은 그딴거 모름~ 이라면서 얄짤없이 성헌을 죽여버립니다. 그리고 성헌 아래에 있던 관원들은 모두 도망치죠.

성헌의 명성은 공융이 그를 불러서 쓰자고 조조에게 권할 정도였습니다. 어쨌든 성헌이 죽고 난 이후, 후임인 손권의 동생 손익은 성헌의 부하인 규람과 대원을 불러들여 쓰다가, 성헌의 죽음을 이유로 손익을 죽이고 당시 합비로 와있던 유복에게 동조하려 합니다. 그러나 손익의 부하인 서원, 손구, 부영이 규람과 대원을 다시 죽이고 손권과 손소를 맞아들입니다.

연의에서는 난폭한 성격을 가진 손익에게 불만을 품은 규람과 대원이 변홍을 꼬드겨 손익을 죽이고, 손익의 부인인 서부인을 겁탈하려다 손구와 부영에게 죽임을 당한 것으로 나오지만, 그 무모하고 오만한 손책마저도 고대를 죽였어도 성헌을 죽이지 못한 것을 보면, 성헌의 명성이 전국에 울려퍼져있다고 과언은 아니었습니다. (1차 손제리 까기.)

뭐 어쨌든, 손권은 형주를 차지하고 싶어했습니다. 손가의 형주 하악하악은 대를 이어온거 같지만, 형주의 지형적 위치는 손 안대는게 더 이상했죠. 당시 형주는 군웅들간의 전쟁터가 된 하남 지방의 인재들이 대거 남하해 있었습니다. 지속적으로 이어진 전란에서 문약한 선비들이 할 일은 도망치는 것 뿐이었고, 당시 전란의 화마를 피할수 있는 것은 형주와 교지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교지는 너무 멀었지만 형주는 아니었고, 유표 자신도 선비들을 우대하고 있어서 많은 인재들은 형주로 피난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당장 제갈량이나 왕찬을 보면 알수 있죠.

거기다가 형주는 자체 농업생산력은 떨어지긴 했지만 촉에서 나는 비단과 오군 일대에서 생산되는 수산,해산물 하북과 하남에서 생산되는 곡물 등의 생산물들이 1차적으로 도착하는 지역이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그 중개 이익이 형주를 부강하게 했고, 특히나 장강 연안에 인접한 남군 강릉은 형주에서도 가장 풍요로운 지대였습니다.

만일 형주를 손에 넣는 다면 국력이 많이 신장될 것은 당연한 일이었죠. 그러나 형주의 상황은 정말 이뭐병..이 따로 없었습니다.

형주의 지배자인 유표는 이 부강한 땅을 바탕으로 북방의 조조마저도 그의 눈치를 볼 정도로 강성한 세력이었습니다. 한때 원소-조조-유표 동맹은 공손찬-원술 동맹을 힘으로 압도하고 있었죠. 그러나 이러한 동맹도 원소가 하북을 제패하고, 조조가 협천자로 예주와 연주를 집어삼킨 이후, 빈땅이 된 낙양-장안-부풍군 일대를 점령하자 이 동맹은 완벽하게 와해됩니다. 그 시작은 조조가 유표의 보호를 받던 남양의 장수를 공격하면서부터 였죠.

그러나 유표도 이미 늙었고, 후계자 문제 역시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었으며, 원소-조조 간의 혈투에서 중립을 지키면서 상황은 악화되어 갔습니다. 손권은 이제 때가 무르익었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오 일대의 반란이나 산월족의 항거가 좀 잠잠해지고, 내부 행정이 안정화 되어가자 이제 황조와 손가의 지긋지긋한 악연을 끊겠다고 결심한 겁니다.

203년에 군사를 일으킨 손권은 말 그대로 황조의 수군을 완벽하게 격파하고 하구성을 포위하지만 수차례나 들이쳤는데도 성을 떨어뜨릴수가 없었고, 후방의 산월족의 대대적인 반란때문에 군사를 돌려서 반란을 일으킨 산월족을 평정하고 여범에게 파양을, 정보에게는 악안을 평정토록 하고 태사자는 해혼에 주둔하면서 황조를 경계토록 합니다. 그러나 태사자는 얼마 안가 206년에 41세의 나이로 사망하니다.

조조는 태사자의 명성을 듣고 편지를 보냈는데, 태사자가 편지가 든 상자를 열어보니 글월은 없고 당귀가 쌓여있었다고 합니다. 당귀(當歸), 동래군 황현 사람으로서 하남에 근본이 있던 태사자에게 돌아와서 자신을 섬기는게 어떠한가를 떠본것이죠. 이런 편지에 태사자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나와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는다라는 말이 있듯, 자신을 알아준 선대 군주 손책이 있어서였는지 그는 죽을때 까지 손가를 섬깁니다.

태사자에 대해서 손책과 비슷한 나이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만, 손책은 175년 생, 태사자는 166년 생으로 태사자가 손책보다 9살 정도 많습니다. 따라서 손책이 죽은 200년 경, 태사자는 34살이었죠.

주석으로 인용한 오서에는 태사자의 유언이 나와있습니다.

태사자 : 남자가 세상에 나서 7척의 긴검을 차고 천자의 계단을 올라야 마땅한데, 뜻을 아직 이루지 못했으니 어찌 죽을수 있겠는가!!

요절은 아니지만 41살의 장년의 나이이긴 했으나, 그가 오래살았으면 어땠을까요...

다시 황조로 돌아가서 황조는 203년에 손권에게 당한 복수를 하고, 오의 서부 전진기지인 시상현을 공격하기로 합니다. 이때가 204년, 황조는 아들인 황역(사서에 따라서는 황사)에게 수천의 군사를 주어서 시상을 치게 합니다. 이때 시상을 지키고 있던 사람은 시상현장으로 있던 서성이었습니다. 서성은 손권에게 별부사마로서 2백(사서에 따라서는 5백)의 군사로 시상을 지키고 있었는데, 황역이 쳐들어 온다는 소식을 듣자 시상의 성문을 몽땅 걸어잠그고 수비를 강화합니다. 황역은 숫적 우세를 믿고 몇차례나 시상성을 공격하지만, 서성은 반격을 가해 황역의 부장들과 병사들에게 1천여명에 달하는 사상자를 내게 만들고 황역이 공격을 그만두고 물러나려 하자 바로 성문을 열고 역공을 가해 황역을 완벽하게 쫓아내버립니다.

2차 굴욕을 당한 황조는 군사를 가다듬어서 206년 부장인 등룡과 병사 수천을 보내 다시 시상을 공격하지만 이번에는 시상에 주유가 있었습니다. 주유는 등룡군을 말 그대로 아작을 내버렸고, 등룡을 사로잡아서 오군으로 보냅니다. 등룡이 어찌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마도 처형당하거나 옥중에서 죽은것으로 판단됩니다.

황조가 전진기지인 시상을 지속적으로 공격하자, 207년에 아예 황조를 쳐죽이기 위해 군사를 일으킵니다. 이때 당시 가용병력 전부를 데려갔는데 주태,우번,서곤,능조,능통,정보,동습,주유 등 1진 병력을 총동원한 상황이었습니다. 황조와의 격전이후 양양으로 도망간 황조 대신 하구성을 점령하는데 성공하지만 바로 하구성을 비우고 철수하게 됩니다. 당시 손권군은 감녕에게 능조가 죽고, 손권의 사촌인 서곤이 전사하는등(손견과 서진-서곤의 아버지-은 동서지간이었습니다. 손견의 여동생이 서진에게 시집을 갔고, 이 여성은 서곤을 낳았습니다.)상당한 피해를 입었고, 유표가 구원군을 보낼 경우 하구를 방어하기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주유 역시도 이에 동조했을 가능성이 컸죠.

1년후인 208년, 손권은 황조를 완전히 토벌하기 위해서 군을 출진시킵니다. 그렇게 심각한 피해를 입은지 1년만에 다시 군사를 일으킨 것은, 황조군 내부에서 투항한 한 사람이 유표와 황조의 상황이 상당히 좋지 않다는 것을 잘 알려주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황조군에서 투항해 황조군의 내부정보를 알려준 사람은....네 그렇습니다. 바로 그 사람이었습니다.

금범적 감녕 흥패.


뱀발1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21031010012 적은 내부에 있는 법입니다. 일본 찬양하시던 분들이 적은 혼노지에 있다는 걸 아직까지 모르나보군요.

뱀발2 트위터에서 날선 비판을 해오시던 역사학자 전우용 선생께서 새 책을 내셨더군요. 크윽...돈없어서 못사보는게 한스럽네요 ㅠㅠ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7040539
상당히 재밌을 거라 확신합니다.

뱀발3 이상은씨, 그 환자 코스프레는 이제 식상하네요. 뭐 딴거 없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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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1/01 12:22
수정 아이콘
글 중간에 감녕에게 황조가 죽고라는 내용이 있는데
감녕에게 능.. 조(?)가 죽은게 맞지 않나요.
능통 아빠..
12/11/01 12:27
수정 아이콘
아 참 그리고
항상 글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
그리메
12/11/01 12:42
수정 아이콘
기왕 흥패가 나왔으니 저번 후추통님 글에 보면 감녕이 유언 휘하에 있었던 것 같은데 갑자기 금범적이 된 이유와 황조 밑으로 오게 된 사연도 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최종병기캐리어
12/11/01 15:09
수정 아이콘
감녕이 죽인건 황조가 아니라 능조..
후추통
12/11/01 15:22
수정 아이콘
황조를 능조로 수정했습니다.
/그리메 아마도 다음편쯤에 감녕에 대해 짤막하게나마 나올겁니다
감모여재
12/11/01 16:16
수정 아이콘
황조가 죽은게 208년 아닌가요..? 적벽대전도 208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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