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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11/05 21:11:24
Name 후추통
Subject [일반] 화광, 적벽을 채우다 ③ 폭풍 그리고 다가오는 태풍
감녕이 황조 밑으로 들어가기 전, 그는 유언 아래 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고향이 익주의 파군 임강현이었고, 감녕의 선조가 파군의 빈객으로 있다가 대대로 파군의 관리를 지냈습니다. 감녕 역시 촉군의 군승으로 재임하다가 사임했다고 나옵니다. 그러나 유언전의 주석으로 나온 영웅기에는 유장이 익주목으로 들어서자 형주별가 유합이 심미, 누발, 감녕을 꼬드겨 유장에게 반란을 일으키게 하고 패하자 형주로 도망갔다는 점과 강릉성 전투 당시 익주에서 습숙이라는 장수가 군대를 가지고 투항했다는 점을 봐서는 아마도 감녕과 습숙은 서로 아는 사이였을 것이라고 추측됩니다.

어쨌든 그가 형주로 도망간 이후, 그는 유표에게 바로 투항하지 않고 주변의 무뢰한들을 모아서 우두머리가 되었다고 합니다. 감녕은 그들을 데리고 청부살인을 의뢰받거나 도망자를 받아주는 등의 활동을 했고, 장강을 넘나들면서 배를 묶는데 비단끈으로 배를 묶었다가 떠날때는 그 비단을 칼로 잘라버릴정도로 수적으로서 많은 부를 모았던 모양입니다. 감녕은 지방관원들을 만나서 그 관원이 그를 잘 접대하면 그냥 넘어갔지만 그를 박대하거나 잡으려하는 관원이 있으면 재산을 빼앗거나 죽이기까지했다고 합니다. 이후 그는 이런 생활을 오래하지 못할 것을 알고 책을 약간 읽고 유표에게 의탁합니다. 감녕은 그의 추종자 8백명을 그대로 유표에게 바치면서 투항했지만 유표는 그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바로 하구에 있던 황조의 밑으로 들어갑니다. 감녕은 여전히 수적이라는 이유만으로 황조에게 박대를 받았고, 이후 능조를 활로 쏴서 전사시키는 전공을 세웠지만 감녕을 중히 쓰질 않고 황조의 부하인 소비가 그를 그렇게 추천하지만 황조는 여전히 그를 무시합니다. 결국 감녕은 그를 따르는 사람 8백명을 데리고 바로 오로 귀순하죠.

장기간에 걸쳐서 황조 아래 일반병으로 근무했던 감녕은 황조군과 유표의 허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황조와의 전투를 일선에서 가장 많이 겪어본 여몽과 주유는 감녕을 손권에게 추천했고, 손권은 감녕을 높이 쓰게 됩니다. 이러한 후대에 감녕은 지금까지 그가 관찰한 바를 손권에게 말합니다.

감녕 : 지금 유표는 맛이 갔고, 그 자식들은 미련하고 황조는 늙어서 힘도 떨어졌고 거기다가 장수와 참모들은 게으르고 탐욕스러우며 병사들은 논공행상이 잘못되어 불만이 많으니 황조를 토벌하고 서쪽으로 가서 초관을 근거로 삼으면 파군과 촉군을 얻을수 있을 것입니다.

감녕의 주장은 지금이야말로 황조를 죽이고 형주를 차지하자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내정을 담당하던 장소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장소 : 우리는 너에게 소하의 임무를 맡겼지 공격하라고 한 것이 아니오.
손권 : 이일의 결정은 감 장군에게 맡기겠소.

한마디로, 감녕의 의견에 따라 공격하겠다는 의미였습니다. 그리고 손권은 상자 두 개를 준비시킵니다. 하나는 황조의 머리를 담고, 다른 하나는 황조의 참모인 소비의 목을 담기 위해서였습니다. 손권은 전부 선봉을 동습과 능통에게 맡겼고, 동습은 바로 선단을 모아서 황조가 있는 하구를 공격하기 시작합니다. 황조는 면구에 오의 수군을 막기 위해서 몽충선을 큰 고삐에 매서 일렬로 연결시키고 그 몽충선 위에 천여명의 궁수들을 배치시켜 오의 수군이 장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것을 막도록 합니다. 이러한 공격에 오의 수군은 화살비 때문에 막대한 피해를 입어서 진격할 수가 없었는데 동습과 능통은 결사대 백명을 선발해서 큰 배에 타고 몽충선단 내부로 진격해 궁수들을 베어버리고 수로를 막던 몽충선단을 연결하던 줄을 끊어버려 오군 선단이 진격하도록 합니다. 황조는 영격군으로 장수 진취를 육로로, 장수 장석을 수로로 진격시켜 유표의 원군이 올때까지 적군의 진격을 지연시키려 하지만 진취는 여몽에게 장석은 능통에게 목이 베이고 그 남은 잔병들은 모두 포로로 붙잡힙니다. 손권의 중군이 진격해 황조를 뒤쫓았는데, 도망치던 황조는 기사(騎士-흔히 생각하는 그 기사가 아니고 아마도 기병부대의 하급 지휘관인 듯 합니다.)풍칙이라는 이에게 목이 베어져 손권에게 대령되는데, 황조가 얼마나 손가에게 강적이었는지 하급 지휘관인듯한 풍칙이라는 이의 이름까지 적어가면서 황조의 죽음을 기록합니다. 어쨌든 손권은 면구의 몽충선단과 육상전에서 피해를 많이 입어서 이후 들이닥칠 유표군의 반격을 고려해 하구성을 다시 불태우고, 하제에게 이현과 섭현을 공격하게 하고 흡현을 분할하여 시신현, 신정현, 여향현, 휴양현을 만들어 신도군으로 통합한 뒤에 이곳을 기점으로 형주에 변고가 생길 경우, 바로 군사를 밀고 나아갈 수 있도록 합니다.

손권은 황조의 목을 베고, 하구와 강하 일대에서 황조의 통치를 받던 황조의 장졸들과 그 남녀일가붙이 수만가를 오군으로 끌고 옵니다. 이제 남은 것은 황조의 참모였던 소비 였습니다. 이대로 가면 목이 베어져 함에 담기는 것만 기다려야 하는 소비는 갖은 방법을 써서 감녕에게 자신을 구명해 달라고 애원합니다. 감녕이 오군으로 오는데 소비에게 은혜를 입었던 감녕은 손권에게 바로 달려갑니다. 불구대천의 원수를 죽인 손권은 대대적인 연회를 열었고 이 연회가 열리자 자리에 앉아있던 감녕은 자리에서 내려와 통곡하면서 손권에게 말합니다.

감녕 : 소비는 옛날 저에게 은혜를 베푼 이로서, 소비가 없었다면 길가에서 죽어 주군께 충성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지금 소비는 주군의 원수이나 특별히 은혜를 베푸시어 소비를 저에게 주십시오.
손권 : 오늘 감 장군을 위해 죄를 묻지 않았다 도주하면 어찌하오?
감녕 : 소비는 죽을 곳을 피하고 다시 살수 있다면 오히려 달아나지 않을 것입니다. 만일 소비가 도망간다면 소비의 머리가 들어갈 함에 제 머리를 넣겠습니다.

이런 감녕의 애원을 들은 손권은 특별히 소비를 살려줍니다. 이후 소비에 대한 기록은 전무합니다.

황조의 죽음은 유표가 형주를 방어하는 데 있어서 그 균형이 무너지는 사태였습니다. 당시 유표는 조조와 맞닿은 방면은 유비를 일단 보내놓지만 2차 방어선은 문빙을 보내서 조조를 막고 있었고, 장사군은 조카 유반이 지키면서 오의 육군이 침투할 여지를 주지 않고 있었고, 하구와 강하의 황조는 오의 수군을 막고 있는 방벽이었습니다. 황조가 죽고 하구가 파괴되면서, 장강을 통한 강하군과 양양, 남군의 수군 방어선이 무력화 된 것이었죠. 오의 수군이 황조군과의 격전으로 피해를 입었지만 전투경험이나 수군의 질은 형주 수군보다 나았으면 나았지 못하진 않았기 때문에 기회만 있으면 바로 장강을 거슬러서 강하와 양양, 남군에 상륙할 수 있었습니다. 손견 역시 황조를 격파하고 남군으로 상륙해 유표의 치소였던 양양을 직접 공격했던 만큼, 손권 역시 이러한 방식을 쓰지 말란법은 없었습니다. 황조의 죽음으로 안그래도 좋지 않던 유표의 건강은 매우 악화됩니다. 일단 오군에 대한 방어를 해야하는 입장, 유표는 후계자 구도에서 밀려난 유기를 강하군으로 보내 황조군의 잔여병력을 모으도록 하는 한편, 수군을 재건하도록 명령합니다.

유표의 건강악화와 이 시기를 틈탄 형주 호족들의 후계다툼으로 형주 일대는 혼란해지기 시작합니다. 객장 출신인 유비를 중심으로 한 유기파와 토착호족 출신인 괴기, 괴월의 괴씨 일족과 채부인과 채모의 채씨 일족이 중심이 된 유종파의 다툼은 형주의 방비상태마저도 파탄을 내기에 이릅니다. 유표는 형주를 평정하고 통치하는데 대호족 출신인 괴씨와 채씨 일족의 도움을 받고 있었고, 이 두 호족은 형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거든요. 그러나 유기의 후견인 격이었던 유비는 대호족들에게서 권력을 빼앗아오려던 유표를 지지하던 형주 마씨 일족과 형주로 피난 온 외부 인사들의 힘을 빌리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화북을 평정하고 후한의 모든 권력을 손에 넣은 한 간웅은 이곳의 상황을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그는 뱀처럼 조용히 내려오고 있었지만, 호랑이처럼 덮칠 시간만 노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동쪽의 푸른 터럭은 이러한 상황을 지긋히 바라보면서 움직일 때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황조와 유표를 덮친 피의 폭풍은 이제 다시 형주와 장강의 겨울을 덮으려 하고 있었습니다.

형주를 둘러싼 갈등은 아마도 후계자 선정에 관련한 글에 한번 더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다음부터 적벽대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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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 ne sais quoi
12/11/05 21:32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12/11/05 21:40
수정 아이콘
본문에 나오는 형주 마씨 일족이 마량, 마속의 성씨 맞나요?
괜히 마량과 마속이(특히 마량이) 유비군에서 중용된 것이 아니었군요~

잘 보고 갑니다~
DarkSide
12/11/05 21:44
수정 아이콘
드디어 삼국지 역사상 최대 규모의 스케일 전투, 적벽 대전 !

조조 vs 유비 - 손권 연합군 ( 제갈량 - 주유 )

기대하겠습니다 ;;
눈시BBbr
12/11/05 21:46
수정 아이콘
적벽적벽!
Bayer Aspirin
12/11/05 22:39
수정 아이콘
적벽만 보고 블러드 키고 입장했는데.....
혼자 디버프 떠있군요....
물여우
12/11/05 23:13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다음 편은 드디어 적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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