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차 세계대전 이후로, 파괴나 인명 손실의 규모로 봤을 때 거기에 비견할 만한 분쟁이나 전쟁은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전쟁은 한국, 베트남, 중동같은 제한된 지역에서 일어났지요
이는 2차 세계대전 처럼 전 세계에 일어난 전쟁과는 달랐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로 세계 인구수와 비교해봤을 때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수도 확연하게 감소했지요.
아마도 핵무기의 존재가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뻔한 몇몇 사건을 막은 덕도 있을 것입니다. (3차 세계대전에서 핵이 쓰이면 모두 공멸하므로)
세계화와 인터넷의 발명 또한 세계적으로 사람들을 더 많이 연결함으로써
3차 세계대전을 일어날 가능성을 줄이는데 어느정도 역할을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는게 불가능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로 발전한 기술로 미뤄봤을 때, 3차 세계대전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이 시나리오에서 핵무기의 사용은 제외할 것입니다. 핵무기를 주고 받으면 전쟁이 순식간에 끝날 것이고 너무나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면서 대부분의 국가가 싸울 의지를 바로 상실할 테니까요.
그러므로 각 국가들도 핵무기의 사용을 선택안에 넣는 것을 최대한 뒤로 미뤄둘 겁니다. 핵을 사용하기 전까지가 전쟁의 전반부라고 친다면 말이죠.
이러한 이유로 만약 현대에 전면적인 재래식 전쟁이 일어난다면 어떤 모습일지만 살펴보겠습니다. 세계적 규모의 전쟁이 일어난 지 75년이 지났으니, 앞으로 일어날 그런 전쟁은 아마도 그 전과 많이 다를 것입니다.
우리가 봐 온 전쟁은 대부분 국가가 아닌 적을 상대로 했죠,
테러와의 전쟁처럼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 숨어있는 그런 적을 상대로 한 전쟁이요.
이런 적을 상대로 할 때는 주력 전차는 그다지 쓸모가 없습니다. 전투기나 잠수함도 그렇죠.
만약 2차 세계대전처럼 대규모의 전쟁이 난다면 주력 전차, 전투기, 잠수함 등이 필요해질 것입니다. 수백대의 탱크가 전진하고 전투기가 하늘을 찢으며 날아다니고 잠수함이 가라앉힐 수송선과 다른 잠수함을 찾아 바닷속에서 어슬렁 거릴 것입니다.
전쟁이 터진 후 첫 면주간은 전에 본 적 없는 규모로 순항 미사일과 탄도미사일이 날아다니는 걸 보게 될 것입니다. 세상 어느 곳이든 타겟이 될 수 있겠죠.
하지만 동시에 여전히 수 많은 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특정 지역 확보를 위해 대규모로 탱크를 운용하고 보병들이 싸우겠죠. 그 위에선 공격헬기가 지원 사격을 하는 와중에 적들의 공중 방어 무기로부터 회피하느라 정신이 없을 겁니다. 하늘 위에선 전투기가 제공권을 다투고 있을 거구요.
이런 부분에선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어난 전투와 크게 다를게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몇 가지 중요한 차이점이 있을 겁니다.
(아이폰을 만드는 것만 하더라도 정말 많은 나라에서 부품을 가져와야 하는게 세계화의 모습입니다)
첫째로 무역을 들 수 있습니다.
세계 대전 같은 규모의 전쟁에서 무역은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될 것입니다. 2차 세계대전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강대국들은 자기가 쓸 물건은 스스로 만들어 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날엔 그렇지 못하죠. 글로벌화는 세상을 더 좋은 방향으로 바꾸긴 했지만 각국이 서로에게 의존해야만 하는 구조로 바꿔놓기도 했습니다. 살아남기 위한 필수품을 만드는데도 말이죠.
(코로나로 인해 초반에 마스크 구하느라 혈안됐던거 기억나시나요?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그 흔한 마스크 하나 못구해서
사람들이 죽어나갔습니다)
세계 대전급 전쟁이 일어난다면 이 부분에서 많은 문제가 생길 겁니다.
2차 세계대전에서 영국과 소련이 미국으로부터 원조를 받는 것을 예외로 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것들은 전쟁중 기반 산업 인프라가 무너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니면 동맹국을 더 잘 싸울 수 있게 도와주기 위한 것이었거나요.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생활 속에서 마주치는 거의 모든 것들은 일부는 다른 나라에서 디자인되거나 만들어진 것들입니다.
다시금 세계 대전급 전쟁이 일어날 경우 2차 세계대전만큼 민간인 피해가 큰 것을 다시 보기는 어려울 지도 모릅니다 2차 세계대전에서 유럽과 일본은 말 그대로 폐허가 됐지요. 그 중 대부분은 당시의 기술력 부족 때문이었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47기의 B-29가 각각 8개의 폭탄을 실은채로 일본의 제철소를 폭격하러 갔습니다. 376개의 폭탄중 (47*8=376) 목표물은 맞춘 폭탄은 단 1개였죠. 나머지는 목표물을 빗맞추고 민간인의 부수적 피해를 낳았습니다.
오늘날 JDAM 폭탄을 1개 실은 F-16이면 단 한방에 목표물을 맞출 수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때와는 비교도 안되는 정확성으로요. F-16한대가 B-29 47기가 쏟아 부은 폭탄보다 더 효율적으로 상대를 무력화하는 겁니다.
B-2 폭격기 한대가 80개의 유도형 폭탄을 싣고 가면 한번 비행에 80개의 목표물을 무력화 할 수 있습니다. 미주리에 있는 공군 기지에서 이륙한 다음 아프가니스탄과 리비아, 이라크까지 날아가서 말이죠. 비행 거리도 어마어마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활동을 지난 30년간 해왔죠.
(B-2 폭격기의 첫 비행은 1989년 7월 17일 입니다)
오늘 날의 순항 미사일은 비행기나 함정에서 발사된 후 수천킬로미터를 날아가서
적의 공격에서 벗어나 공격을 퍼부을 수 있습니다. 이는 오늘날 그 어떤 곳도 완전히 안전할 수 없다는 것이죠.
2차 세계대전중엔 미국 본토는 안전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엔 전선으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든 상관없이 타겟이 될 수 있죠. 이로 인해 정부와 군지휘부는 항상 경계 상태로 있어야 할 것입니다.
공습을 받는 다는 경고를 받는다면 언제든 흩어질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죠.
하지만 적 잠수함이 해안에 접근해서 미사일을 발사해 정부의 지휘부를 없에려는 시도를 할 경우 대피할 시간 자체도 많지 않을 것입니다. 세상 어떤 곳도 안전한 곳은 더이상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먼 곳을 타격하려면 그 곳을 정확하게 정찰할 수 있는 능력도 있어야 하죠. 그리고 인공위성 덕분에 게임의 규칙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과거엔 믿음직한 스파이를 보내거나 정찰 비행기를 적에게 보내지 않는 한 상대가 무엇을 하는지 알 방법이 없었습니다. 이제 우주 궤도에 떠 있는 인공위성들은 지구 어느 곳이라도 가서 사진을 찍고 이 이미지를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적들이 어디에서 군대를 결집시키고 공격을 준비하는 지 알 수 있게 됐죠.
하지만 인공위성도 완전무결한 것은 아닙니다. 2차 세계대전 때처럼 인공위성의 눈을 속이기 위해 가짜 시설, 가짜 풍선 탱크를 지어서 적을 속일 수도 있죠. 그리고 인공위성도 언제든지 격추 될 수 있습니다. 미국은 이미 인공위성 격추 능력을 증명했고, 중국, 인도, 러시아도 그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아니면 인공위성을 공격하고 사보타주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공위성을 이미 띄워놓았을 수도 있겠죠. 아니면 해킹으로 인공위성을 무력화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과거와 완전히 다른 또 하나의 전장은 사이버 전장이 될 것입니다. 통신을 마비시키고 산업을 파괴할 수도 있죠. 전력시설을 공격하거나 은행 전산 시스템을 셧다운 시켜버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공격은 상대국에 상상할 수도 없는 피해를 입히겠죠. 지금까지 어떤 실존하는 폭탄도 하지 못했던 피해를요.
인터넷이 사라지고, 사람들이 저축해놓은 계좌가 없어지고, 전력이 나가버리고 수도 시설이 고장나며 공중 교통시설이 파괴될 것입니다. 모든 것이 위험에 빠질 수 있죠. 기술이 세상을 정말로 많이 바꿔 놓았지만 동시에 기술은 무기가 되거나 혹은 타겟 그 자체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기술 집약적인 최첨단 병기의 손실을 메꾸는 것도 큰 문제가 될 것입니다. 2차 세계대전이 지난 이후로 인구는 3배가 넘게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탱크, 비행기, 해군의 함정 및 병사수는 오히려 감소했죠.
이는 과거에 비해 병기의 성능이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좋아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많은 숫자가 필요하지 않은거죠. 1개의 타겟을 제거하기 위해 40개의 폭격기를 동원하던 시절에서 1기의 전투기를 보내는 시대로 바뀌었으니까요.
또 다른 중요점은 기술력에 들어가는 비용이 높아진 것입니다.
병기 1개에 들어가는 비용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더라도 엄청나게 증가했습니다.
최첨단 병기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엄청나게 복잡한 제작 공정과 정교한 기술, 특수한 소재 때문이죠.
(2차 세계대전때는 항공모함을 1주일 단위로 찍어내고 수송선을 단 3일만에 뽑아내는 기적의 생산력을 보여줬습니다)
2차 세계대전때와는 다르게 이런 병기를 다시 만들고 복구하는 것은 훨씬 오래 걸리고 어려울 것입니다. 1940년대 2차 세계대전땐 50,000대의 셔먼 전차가 만들어졌죠. 전투기와 폭격기도 수 만대를 찍어냈습니다. 하지만 오늘 날엔 병기를 그렇게 찍어내기 힘듭니다.
자동차를 만들던 공장을 바로 F-35를 만드는 공장으로 전환할 수 없으니까요. 반도체와 프로세서, 믿을 수 없이 정교하고 복잡한 엔진과 레이더, 항전장비와 소프트웨어 인터페이스는 쉽게 만들 수 있는 물건이 아닙니다. 그런 산업 기반을 복구하려면 몇 년이 걸릴 지도 모릅니다. 2차 세계대전에서 찍어냈던 전투기와 비행기는 (현대와 비교해서) 값싼 금속과 엔진, 총 몇정만 장착하면 만들 수 있었지만 말이죠.
그러므로 전쟁의 대부분은 전투를 시작한 지 얼마 안되서 결판이 날 확률이 높을 것입니다. 첫 몇 주동안 첨단 기술이 들어간 탱크, 함정, 미사일과 비행기가 소모된다는 것이죠. 그 다음엔 다시 상대적으로 저테크의 무기가 동원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토마호크 같은 순항 미사일은 첫 몇일 안에 다 소모 될 가능성이 높지만 결국엔 다 소진 될 것입니다. 2003년 이라크 침공 당시 800발의 토마호크가 발사됐지만 그 후에도 20000번이 넘는 공중 폭격이 필요했지요. 이라크 같은 작은 나라를 상대로 한 전쟁만 해도 이정도 인데, 세계 대전급 전쟁이 벌어질 경우를 상상해 보십시오. 공격 타겟만 수십만 곳이 넘을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아는 막강한 전쟁 병기들이 초반에 다 소진된 채 다른 무기를 만들기 위해 스크랩 처리가 될 지도 모릅니다.
이걸 피하는 다른 방법은 아군이 가진 병기를 아끼는 것이겠지만, 쉽지 않겠죠. 적들이 공세를 취하는 한 우리 병력이 파괴되는 걸 지켜볼 수 없으니 병기를 꺼내 쓸 수 밖에 없으니 초반에 최대한 내가 가진 모든 병력을 투입하고 싶어질 것입니다.
이렇듯 3차 세계 대전이 어떨지 상상하는 것은 전쟁 발발 후 몇 주 후도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힘듭니다. 민간인에게도 아주 끔찍한 재앙이 닥치겠지요. 그런 일이 어떤 일인지는 아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2) 4차 세계대전은 어떤 모습일까요? 3차는 길게 갔으니 4차는 짧게 가겠습니다.
전 이것도 낙관적이라고 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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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이 마음에 드네요. [2차 세계대전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강대국들은 자기가 쓸 물건은 스스로 만들어 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날엔 그렇지 못하죠. 글로벌화는 세상을 더 좋은 방향으로 바꾸긴 했지만 각국이 서로에게 의존해야만 하는 구조로 바꿔놓기도 했습니다. 살아남기 위한 필수품을 만드는데도 말이죠.] 흔히들 현대에 들어와 주요 국가 사이에 전면전이 벌어지는 경우가 별로 없는 이유를 핵무기로 듭니다. 물론 핵무기도 한몫하지만 국가들이 서로에게 상호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크죠. 미국-중국이 서로 잡아먹을 것처럼 굴어도, 상대방이 망하면 자기도 망한다는걸 서로가 알기 때문에 전면전도 안일으킵니다. 동시에 현대 문명이 겉보기보다 취약한 이유도 됩니다. 어떤 지역에서 벌어지는 자연재해, 산업재해의 영향이 도미노처럼 순식간에 전체로 퍼져나가기 때문입니다.
그런의미에서 코로나 19 상황의 장기화는 우려되는 부분이 크죠. 괜히 서구권 국가들이 [백신접종으로 버티고 나머지는 일상복귀다!]라는 선언을 하는게 아니라고 봅니다.
거듭되는 락다운은 특정 계층의 생업에 큰 위협이 되는거고, 이게 장기화, 고착화되면 해당되는 사람들의 방역 불복종을 야기할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 상태가 초장기전으로 가면 국가 체제 불신으로 가고, 대혐오의 시대가 열리는거죠. 그 순간 언제 제2의
히틀러가 나올지 모르는겁니다. 특히 봉쇄를 수차례 겪은 서구권 국가들은 [이짓거리 한두번만 더하면 진짜 뭔일이 나도 크게 나겠구나]를 직감한 상태라고 봅니다. 현실적으로 한국은 아직 그 상황을 안접해서 그런지, [그까짓거 보상만 좀 하면 잠깐 참을수 있잖아?]라는 인식이 팽배한데요. 락다운만 안했다 뿐이지 생업에 대한 고통은 결코 적지 않고, 봉쇄를 안한 덕분에 보상은 쥐뿔만큼도 주지 않은게 현실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