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픽션입니다. 게시판에서 항즐이님의 제리 맥과이어 글 읽고 영감을 얻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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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complete me... 이 대사 어디서 나온 건지 알아?"
주문한 커피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멍하니 핸드폰을 들여다 보는 그녀의 움추린 어깨에 왠지 모를 지루함이 느껴져 나도 모르게 말을 던졌다.
"음... 그거 톰 크루즈 나오는 영화에서 나오는 말 아냐? 제목이 뭐 였더라..."
"어... 그 옛날 영화를 아네?"
"그럼... 그거랑 비슷한 영화 대사 또 있었는데. 뭐 로비 윌리엄스 노래도 있잖아... to be a better man... 어쩌구 "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폰 화면에서 잠깐 눈을 뗀 그녀의 눈빛에 왠지 모를 호감이 담겨 있는 것 같다. 역시... 이 타이밍. 놓치면 안될 것 같아.
"그런데 둘 다 좀... 이젠 진부하지?"
"진부해? 뭐가?"
"당신이 나를 완성시켜.... 아니면 당신은 나를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들어...같은 말들. 20년도 넘은 대사니까. "
"그래도 명대사잖아."
"사랑 고백하기엔.... 이제 좀 진부하지"
순간 그녀의 움찔하는 기척이 긴장된 공기를 타고 전해진다.
"... 물론 이것도 진부하고... 혹 유치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오늘 너한테 말 나온 김에 꼭 하고 싶었어... 넌... 내가 우울증과 자학에서 벗어나 진심으로 치유 되길 바라게 만드는 것 같아. 네 덕분에 난 처음으로 건강한 삶을 살게되면 어떨까 생각하게 만들었어. 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어?"
"음... "
그녀는 머리 속에서 대답할 말을 찾는 것 처럼 한쪽 손가락 끝을 다른 손으로 긁적이며 차가운 물이 담겨진 컵에 시선을 던졌다. 그래... 긴장될 꺼야. 천천히 대답해도 돼, 넌 얼마나 떨리겠니.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다르게 그녀의 대답은 곧 물 흐르듯 매끄럽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니가 아픈 건 안타까운 일이고 치료되길 원하는 건 다행이긴 한데... 그게 나 때문이라는 얘기를 나한테 하는 이유는 뭐야?"
"뭐?"
너무 예상하지 못한 그녀의 답변에 나는 순간 말을 잊지 못하고 그녀의 정수리만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혹시 이게 뭐 사랑 고백... 뭐 그런거야? 사실 난 니가 무슨 소리를 해도 니 마음을 받아줄 생각 같은 건 애초에 없긴 한데... 하나 궁금한 게 있어."
여전히 고개를 들지 않고 바닥만 보고 중얼 거리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모래밭을 한 바퀴 구른 자석 마냥 짜증이 덕지 덕지 들러붙어 있다.
"대체 나 때문에 니가 더 나아지고 싶은 의지가 생긴다는 게 내가 니 마음을 받아주는데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하는 근거는 뭐야? 그 두 가지가 무슨 연관 관계가 있는데? 봐봐. 방금 니 고백인지 뭔지가 되게 그럴듯하게 느껴졌지? 근데 내가 듣기엔 그냥 아... 저는 하자가 있는 사람인데요... 이제 열심히 살아가려고 하는데 만약 당신이 내 마음을 안 받아주면 그게 어려워 질지도 모르겠어요... 뭐 이런 협박이나 궁상 같이 들려. 너 지금 나한테 협박하는거야? 그리고 심지어 너 지금 니 입으로 니가 지금 환자고 하자가 있다고 말 한 거 알지? 내가 좋으면 나한테 뭔가 메리트가 있는 얘기를 해야지 내가 너한테 중요하다는 얘기만 주절대면 뭐해? 나 없으면 안돼? 나 때문에 나아지고 싶어? 나 때문에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져? 난 니가 대충 살던지 그저 그런 사람이 되던지 니가 미완성품이 되던지 상관도 없고 설사 니 병이 다 낫고 더 나은 사람이 된 모습도 전혀 궁금하지 않아!"
그녀는 지갑을 뒤적이더니 5천원 짜리 지폐를 한 장 꺼내 놓고 일어섰다.
"나 먼저 갈께. 앞으론 연락하지마. 뭐 병이 났네 우울하네 매번 힘들어만 하길래 좀 안타까워 보여서 말 상대라도 해주려고 했는데 이런 식으로 나오면 예의가 아니지. 내가 애매하게 말하면 니가 오해하거나 쓸데 없이 이상한데서 원인을 찾거나 할 거 같아서 확실하게 말해주는거야. 앞으로 그렇게 니 생각만 하면서 살지마. "
멍하니 앉아 있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내 앞에는 입도 대지 않은 물컵과 지폐 한 장만 남아 있었다. 세상에... 커피는 아직 나오지도 않았는데. 이 보다 더 빠를 수가 없네.
어쨌든 You complete 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