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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4/23 16:42:29
Name 사과씨
Subject [일반] [픽션] You complete me (수정됨)
당연히 픽션입니다. 게시판에서 항즐이님의 제리 맥과이어 글 읽고 영감을 얻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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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complete me... 이 대사 어디서 나온 건지 알아?"

주문한 커피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멍하니 핸드폰을 들여다 보는 그녀의 움추린 어깨에 왠지 모를 지루함이 느껴져 나도 모르게 말을 던졌다.

"음... 그거 톰 크루즈 나오는 영화에서 나오는 말 아냐? 제목이 뭐 였더라..."
"어... 그 옛날 영화를 아네?"
"그럼... 그거랑 비슷한 영화 대사 또 있었는데. 뭐 로비 윌리엄스 노래도 있잖아... to be a better man... 어쩌구 "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폰 화면에서 잠깐 눈을 뗀 그녀의 눈빛에 왠지 모를 호감이 담겨 있는 것 같다. 역시... 이 타이밍. 놓치면 안될 것 같아.

"그런데 둘 다 좀... 이젠 진부하지?"
"진부해? 뭐가?"
"당신이 나를 완성시켜.... 아니면 당신은 나를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들어...같은 말들.  20년도 넘은 대사니까. "
"그래도 명대사잖아."
"사랑 고백하기엔.... 이제 좀 진부하지"

순간 그녀의 움찔하는 기척이 긴장된 공기를 타고 전해진다. 

"... 물론 이것도 진부하고... 혹 유치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오늘 너한테 말 나온 김에 꼭 하고 싶었어... 넌... 내가 우울증과 자학에서 벗어나 진심으로 치유 되길 바라게 만드는 것 같아. 네 덕분에 난 처음으로 건강한 삶을 살게되면 어떨까 생각하게 만들었어. 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어?"

"음... "

그녀는 머리 속에서 대답할 말을 찾는 것 처럼 한쪽 손가락 끝을 다른 손으로 긁적이며 차가운 물이 담겨진 컵에 시선을 던졌다. 그래... 긴장될 꺼야. 천천히 대답해도 돼, 넌 얼마나 떨리겠니.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다르게 그녀의 대답은 곧 물 흐르듯 매끄럽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니가 아픈 건 안타까운 일이고 치료되길 원하는 건 다행이긴 한데... 그게 나 때문이라는 얘기를 나한테 하는 이유는 뭐야?"
"뭐?"

너무 예상하지 못한 그녀의 답변에 나는 순간 말을 잊지 못하고 그녀의 정수리만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혹시 이게 뭐 사랑 고백... 뭐 그런거야? 사실 난 니가 무슨 소리를 해도 니 마음을 받아줄 생각 같은 건 애초에 없긴 한데... 하나 궁금한 게 있어."

여전히 고개를 들지 않고 바닥만 보고 중얼 거리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모래밭을 한 바퀴 구른 자석 마냥 짜증이 덕지 덕지 들러붙어 있다.

"대체 나 때문에 니가 더 나아지고 싶은 의지가 생긴다는 게 내가 니 마음을 받아주는데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하는 근거는 뭐야? 그 두 가지가 무슨 연관 관계가 있는데? 봐봐. 방금 니 고백인지 뭔지가 되게 그럴듯하게 느껴졌지? 근데 내가 듣기엔 그냥 아... 저는 하자가 있는 사람인데요... 이제 열심히 살아가려고 하는데 만약 당신이 내 마음을 안 받아주면 그게 어려워 질지도 모르겠어요... 뭐 이런 협박이나 궁상 같이 들려. 너 지금 나한테 협박하는거야? 그리고 심지어 너 지금 니 입으로 니가 지금 환자고 하자가 있다고 말 한 거 알지? 내가 좋으면 나한테 뭔가 메리트가 있는 얘기를 해야지 내가 너한테 중요하다는 얘기만 주절대면 뭐해? 나 없으면 안돼? 나 때문에 나아지고 싶어? 나 때문에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져? 난 니가 대충 살던지 그저 그런 사람이 되던지 니가 미완성품이 되던지 상관도 없고 설사 니 병이 다 낫고 더 나은 사람이 된 모습도 전혀 궁금하지 않아!"

그녀는 지갑을 뒤적이더니 5천원 짜리 지폐를 한 장 꺼내 놓고 일어섰다.

"나 먼저 갈께. 앞으론 연락하지마. 뭐 병이 났네 우울하네 매번 힘들어만 하길래 좀 안타까워 보여서 말 상대라도 해주려고 했는데 이런 식으로 나오면 예의가 아니지. 내가 애매하게 말하면 니가 오해하거나 쓸데 없이 이상한데서 원인을 찾거나 할 거 같아서 확실하게 말해주는거야. 앞으로 그렇게 니 생각만 하면서 살지마. "

멍하니 앉아 있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내 앞에는 입도 대지 않은 물컵과 지폐 한 장만 남아 있었다. 세상에... 커피는 아직 나오지도 않았는데. 이 보다 더 빠를 수가 없네.

어쨌든 You complete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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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uefake
18/04/23 16:46
수정 아이콘
왜 저는 you complete me 들으니까 조커부터 생각나죠? 크크크크
사과씨
18/04/23 16:52
수정 아이콘
뭐 둘다 로맨틱한 대사니까 괜찮습니다?
구름과자
18/04/23 17:00
수정 아이콘
저도... 사실 조커는 배트맨을 짝사랑 하고 있었군요
아마데
18/04/23 22:23
수정 아이콘
사실 배트맨도 츤츤대면서 조커를 사랑할 겁니다
18/04/23 16:48
수정 아이콘
조커 아닙니까?
사과씨
18/04/23 16:53
수정 아이콘
음 배트맨에게 차이는 조커의 상황에 더 가까울 수도 있겠군요~
Juna Crawford
18/04/23 18:53
수정 아이콘
그래도 why so serious는 확실히 조커 꺼니 이건 봐주자구요.
버렝가그
18/04/23 16:58
수정 아이콘
그녀는 지갑을 뒤적이더니 5000천원 짜리 지폐를 한 장 꺼내 놓고 일어섰다.

세상에 오백만원을 던져버리고 가는 돈많은 분 보소...
사과씨
18/04/23 17:08
수정 아이콘
음 수정했는데 생각해보니 오백만원을 던져주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네효 흫흐
18/04/23 16:59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 좋은연인 꼭찾을수있을거에요
사과씨
18/04/23 17:16
수정 아이콘
하하하 픽션입니다~ 진짜라구요~
18/04/23 16:59
수정 아이콘
아저씨 사이다에서 쓴맛나요...
Lord Be Goja
18/04/23 17:02
수정 아이콘
쓰랄도 블랙무어랑 비슷한대사있던거 같은데요
도들도들
18/04/23 17:04
수정 아이콘
와 정말 잘 읽었습니다. 너무 매력적인 여성이네요.
Betelgeuse
18/04/23 17:10
수정 아이콘
Mission complete
신동엽
18/04/23 17:12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이게 맞는게 You complete me.는 탐 크루즈여서 먹히는게 아니라 자기 아내한테 한 말이니까요.

썸타는데 갑자기 유 컴플리트 미~~~~~ 하면
진짜 탐형이 아니라 조커처럼 들릴 것 같아요 크크.
사과씨
18/04/23 17:20
수정 아이콘
근데 탐크루즈였으면 먹혔을 듯한데요 크크
신동엽
18/04/23 17:22
수정 아이콘
크크 네. 더러운 세상.

근데 탐형은 저기서 성공을 이뤘는데 니가 없어서 이게 complete 가 안 된다. 이런 의미인데 ...

아 아무리 해도 탐형이라 먹히는거네요. 크크크
cluefake
18/04/23 17:34
수정 아이콘
탐형이 하면 로맨스 우리가 하면 조커...
세츠나
18/04/23 17:28
수정 아이콘
오늘의 아스카 쇼 라는 만화에 나온 에피소드가 생각나는 내용이네요.
인간흑인대머리남캐
18/04/23 17:29
수정 아이콘
에효 그러게 그냥 혼자 앓다 가야지.. 남 괴롭히지 말고... 제 평생소원이 혼자 와우 하다 조용히 죽는거에여..ㅠㅠㅠ
사과씨
18/04/23 17:41
수정 아이콘
그렇지 않아도 와우나 복귀할까 했는데 여왕님이 무슨 박근혜급 우주쓰레기가 되는 분위기라 블쟈가 호드는 겜하지 말라는 소린가 생각 중임다
Zoya Yaschenko
18/04/23 17:32
수정 아이콘
(수정됨) 업그레이드 컴플리트
비나인
18/04/23 17:38
수정 아이콘
좋아요
오비토
18/04/23 18:26
수정 아이콘
달달한 글일줄알았는데...
핑핑이남편
18/04/23 18:47
수정 아이콘
바란건 you complete me 였으나 돌아온건 you finished me..
사과씨
18/04/23 18:51
수정 아이콘
컴플리트에 완료하다 끝내다 뭐 그런 의미도 있으니까요 ;)
핑핑이남편
18/04/23 19:48
수정 아이콘
https://pgr21.com/?b=8&n=67900

이거보고 한 얘기입니다 흐흐
사과씨
18/04/23 20:22
수정 아이콘
오오 이 글을 먼저 읽었으면 글 제목이 You finished me가 됬을텐데~
flowater
18/04/23 19:51
수정 아이콘
사과씨님 힘내세요
사과씨
18/04/23 20:23
수정 아이콘
전 기운 없지 않습니다~ 픽션이니까요 하하
김낙원
18/04/23 20:04
수정 아이콘
명치 실종
18/04/23 20:29
수정 아이콘
대답해도 되... 안되...
사과씨
18/04/23 20:32
수정 아이콘
(수정됨) 수정했습니다 :) 감사합니다~
18/04/23 20:44
수정 아이콘
글은 재밌게 읽었는데 저 둘이 계속 눈에 띄었네요ㅜㅜ 안되 가 아니라 안돼 입니다!
그리고 힘내시길 바랍니다!
18/04/24 14:49
수정 아이콘
준비물(탐 크루즈 얼굴)을 안챙기셨군요.
다음엔 꼭 준비하셔서 성공하길 빌겠습니다!
아자아자 화이팅!
그렇구만
18/04/24 15:45
수정 아이콘
전 제목보자마자 론리아일랜드 - 잭스패로우가 생각이..크 너무 많이 들었나보다..
카푸스틴
18/04/25 14:06
수정 아이콘
문체에서 러브앤헤이트님이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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