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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4/23 13:58:45
Name
현직백수
Subject
[일반] 비가 많이 온다.
-
점심을 먹고
어딘가의 건물아래서 비를 피하며 커피를 홀짝 거리고있었다.
앞 아파트 상가안에서 반쯤은 백발이 되신 아저씨가 철가방을 들고 뛰어오고 계셨다.
'상가안에 중국집이 있구나... 가서 우산을 씌워드릴까..'
고민하는 사이 이미 건물안으로 아저씨는 들어가버리셨네
다 마신 커피를 들었다놨다 하면서 곧 나올 아저씨를 기다렸다.
아저씨가 나오자마자 겁나큰 내 까만우산을 펼치면서 외쳤다.
왜 그런 말을 한지 모르겠는데 아마.. 밑도끝도없이
["가시죠!"]
라고 한 것같다.
말을 내뱉고 나도 멈칫. 아저씨도 멈칫
아저씨가 이내 "괜찮습니다!" 하고 막 뛰어가셨다.
민망한 내손을 어찌할까 하다가 나도 따라 뛰었다.
아마 아저씨는 미안해서 호의를 거절한게 아니라
진짜로 빨리 달리고 싶으셨던 것 같다.
아저씨를 놓치고 혼자 쓸쓸히 걸어서 괜히 상가 화장실에서 일만 보고왔다.
-
어느 비오는날 바깥에서 급똥이마려워 화장실을 들렀다.
좁은 똥칸에 비맞은 우산을 가지고 들어가면 불편할 것 같아서
소변기 옆에 잠깐 걸쳐두고 일을 보고 나왔다.
내 새 우산에 5분사이에 녹이 슬었으며, 눌러서 펴는 버튼의 플라스틱이 사라져 쇠만보였다.
손잡이 질감도 바뀌어있었고, 새로운 브랜드가 새겨져 있었다.
5분정도 기다렸다. 실수이기를.
5분후에 깨달았다. 실수였어도 나가서 우산을 펴본 순간 실수가 고의로 바뀌었으리라..
나라도 그랬겠다.
그렇게 내 우산을 잃었다.
-
대학다닐 때. 장마철쯤
매번 하교할 때마다 까먹고 우산을 강의실에 박아두어서
아침마다 새로운 우산을 꺼내들고 등교를 했었다 .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서 하루는 강의실에 축적된 우산을 모조리
가방에 넣어서 하교를 했다. 뿌듯했다.
그날도 비가왔는데, 신호등앞 분식점 천막 아래서 비를 피하고 있는 어린양을 보았다.
신호등을 건넌 후 가방에서 무심하게 작은 우산 하나를 꺼내서 건내주었다 .
화들짝 놀란 어린양은 이내 감사하다며 다음에 꼭 돌려드리겠다며! 감사의 표시를 전하였다.
집에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한 가지 물음이 떠올랐다.
'대체 무슨 수로 ?'
6년이 지났다. 얼굴도 이름도 모른다.
그렇게 나는
내 작은 우산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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