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는 방종이 아니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자유에 대한 본질적인 명제들이다.

이처럼 사실 자유는 ‘얼마만큼 허용되는가’와 함께 ‘어디까지 제한되는가’ 역시 규정짓는 개념이다.
헌데 ‘프로불편’이란 단어가 대히트를 친 지금의 (남초) 인터넷 세계에선, ‘PC를 빌미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려는 세력’을 상대로 일치단결하는 모양새가 나타나고 있다.


프로불편러란 표현이 아주 효과적인 수사고, 분명한 일침을 가했다는 점은 당연히 인정하는 바다. 하지만 이 단어의 유행과 함께 일각에서는 ‘불편해하는 것 자체를 불편해하는’ 현상과 ‘PC 비판 뒤에 숨어 혐오발언을 내뱉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는 없다. 이건 뭐라고 말해야 할까, 프로‘프로불편’불편러?
(‘아무도 불편해 하지 않으면 불편해 할 일도 없다’는 말은 전자의 예다. ‘불편함’의 타당성을 따지는 말이 아니라 ‘불편함’ 자체를 문제 삼고 있는 거니까. '프로불편’스러운 발언이 발견되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모욕과 인신공격을 삼는 후자의 예는 수도 없으며, 굳이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며칠 전 스연게에서 논란이 되었던 장애인 발언 게시물이 있다.)


사실은 자유주의, 리버럴리즘이야 말로 PC의 기반이다. ‘내 자유를 얼마만큼 행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어떠한 언어의 사용이 상대방의 인격이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래서 ‘과도한 PC’라는 말은 사실 옳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것들 대부분은 ‘올바르지 않은 관점을 PC라 칭하고 강요하는 일’일 뿐이다. 그건 PC가 아니다. 정말로 프로불편이란 말을 붙이는 것이 모든 경우에서 정당한 경우들은 리버럴적 입장에서도 비웃음의 대상이다.


또 하나, 타인의 아무리 부당해 보이는 의견이라도, 그가 의견 제시 외에 어떠한 위력을 행사하려 들지 않는 한,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지도 반론(집단적 린치가 아닌) 또는 무시 정도에 불과하다.
이것이 뜬구름 잡는 소리라면, 단언컨대 당신은 자유주의의 반대자다.


적어도 한국의 담론에서, 리버럴은 결코 주된 입장을 가져본 적이 없다. 인터넷의 자질구레한 말싸움은 물론, 좌파와 우파 간의 오랜 논쟁에도 ‘자유’란 그 자체로 이해되기보단 그저 수단으로 이용되었을 뿐이다. 우파에겐 ‘자유=경제적 자유’로 호도하기 위한 용도로, 좌파에겐 (‘해방’과 같은 의미로) 소수자의 전복을 위한 레토릭으로 말이다.
유럽이나 미국이야 이미 리버럴이 사람들의 의식과 정치 행위로 오랜 세월 동안 뿌리내려왔지만, 그런 경험이 일천한 한국에서도 반-자유주의(Anti-liberal)적 테제의 광풍에 휩쓸리는 것은 솔직히 억울하다. 왜 난 항상 아웃사이더여야만 하는가. 자유주의 국가에서 자유주의를 설파하는 게 왜 이리도 힘이 들까.


애석한 일이겠지만,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는 이상 프로불편러가 없는 세상은 오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대개 스스로를 정상이고 표준이라 여기지만 실은 인간의 관점이란 인간의 머릿수만큼이나 많다. 어떤 이는 동물권에 유달리 관심을 갖고, 어떤 이는 장애인과 저소득층에 깊은 연민과 동정심을 가질 것이다. 그 정도가 아니라도 자신이 어느 특정한 주제에서는 일반적인 관점과 어긋날 수 있음을 항상 인지해야 한다. 자신뿐만 아니라, 이 세계 자체가 그렇게 구성되어 있다는 것도.
내 안의 불편함을 억지로 억누르지 마라. 단지 그때 마음을 열고 세상을 넓게 보라.



참조 : 세상의 양면성에 대하여
(https://pgr21.com/?b=8&n=691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