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7/01/09 02:19:25
Name 물리쟁이
Subject [일반] PC방에서 일하면서
피시방에서 일한 지 벌써 3개월이 다 돼가네요. 그간 일하면서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 글 한번 꼭 써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돼서 써봅니다.

제가 일을 하는 시간은 주로 오후 9시부터 ~ 오전 9시까지 야간으로 근무합니다.
고시원 바로 옆에 있어서 5분 거리 밖에 안돼서 나름 좋은 지리학적 위치에 있죠.

일을 시작한 첫 주에 라면을 끓이다가 실수를 한 적이 손에 꼽을 만큼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라볶이와 짜파게티입니다. -_-;;

전 라볶이를 끓여 먹어본 적이 없어서 이거 어떻게 끓이는가 해서 그냥 평소에 라면 끓이는 대로 끓여서 가져다줬는데
손님 왈: 아니 무슨 라볶이가 이렇게 물이 많아요!
나: 아 제가 끓여본 적이 없어서;; 다른 거로 다시 가져다 드릴게요후다닥)
말을 드리고 라볶이를 가져와서 먹어보니까…. '아이건 진짜 이렇게 끓이는 게 아니고 졸이는 거 구나….' 그리고 짜파게티도 먹어본 적이 없어서 물기 하나도 없이 다 짜내고 다른 손님한테 가져다주니까
손님 왈: 아니 무슨 짜파게티가 이렇냐고…. 다시 가져다주세요.
나: 네
(다시 가져다 드렸는데)
손님 왈:아…. 똑같잖아요…. 그냥 잘 끓이는 거 가져다주세요.
나:네
그러고 다시 가지고 와서 보니까 너무 뻑뻑하더라고요 -_-;; 물기 하나도 없는 게 아니라 몇 숟가락은 있어야겠다. 배운 날(?)이었습니다.
그러고 손님 분은 짜파게티 한 입도 안 드셨는데도 전부 다 계산해주시고 가시더라고요가시더라구요?
그 뒤부터 한 달 정도는 오실 때마다 잘 끓이는 걸로 가져다 달라고 매번 말 하시더라고 크크…. 그런 일이 있고 교대 아르바이트에 라볶이 끓이는 법 좀 알려달라고 해서 배우다가 자기도 비빔면 끓일 줄 몰라서 안 식히고 3번 정도 가져다 드렸는데 손님들이 아무 말도 안 하더라?! 해서 서로 웃었습니다. 크크크.

인상 깊은 손님 중에 매일 오셔서 FM을 종일 하시는 분이 계시는데계신데 어느 날 손님 여자친구가 "가자~ 이제 좀 가자~"하니까
남성분이 "아 이 판만 하고 갈게 먼저가" 이런 실랑이가 있었는데 2시간 넘어도 집에 안 돌아가시더라고요. 그땐 몰랐습니다.
다음 주가 되고 나서 손님분이 어느 날과 다름없이 FM을 하고 계시는데 여자친구가 피시방 문을 강하게 밀고 성큼 들어와 피시방 중앙에서 "야!!! 너 언제까지 여기서 게임을 할 거야! 애는 나만 돌봐? 빨래는 나만 해? 나도 힘들다고 흑흑"해도 남자친구는 자리에서 FM 하느라 움직이지 않더군요. 그런 반응을 여자친구가 보니 "네가 여기로 오기 전까지 나 여기서 한 발자국도 안 움직일 거야!"
선언하니 남자친구가 그제야 일어나서 여자친구를 강하게 쳐다보더니 담배 피우러 흡연실로 들어갑니다(?)
저도 무슨 상황인지는 이해가 돼가는데 남성분이 흡연실로 들어가는 데서 정상적인 반응이 아닌데;; 이렇게 생각하던 참에 여성분이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니까 그건 그거대로 슬프더군요. 남성분은 한 대 피우고 나와서 차마 피시방 중앙에서 울고 있는 여자 친구를 내버려 둘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일단 흡연실로 가서 얘기하자고 데리고 들어갔습니다…. 집에 가면서 '드라마로 보던 게 실제로도 있구나!' 하면서 혼자 웃으면서 신기하다고 느꼈네요.
이런 일이 있어도 그분은 여전히 FM 하러 오십니다.

가끔 드물게 19금 자료 보러 혹은 찾으러 오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한 분이 대놓고 보길래 꺼버렸는데
왜 끄냐고 오히려 따지시는 분들도 있지만 뒤에서 쳐다보면 후다닥 계산 마치고 가시는 분들도 있고…  후다닥 가시는 분보면 좀 찡합니다 크크

재밌고 밝은 글 쓰고싶었는데 너무나 어렵네요. 다들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라며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고스트
17/01/09 02:21
수정 아이콘
고생하시네요. 크크크.
에피소드 정말 잘 풀어내신 것 같습니다. 재밌게 잘 봤어요
17/01/09 02:25
수정 아이콘
저런 남자도 애인이있는데....
하카세
17/01/09 02:31
수정 아이콘
저런 남자도 애인이있는데....(2)
17/01/09 16:24
수정 아이콘
애를 혼자 돌본다는게 애인이 아니라 남편인듯..
사고쳐서 애 낳아서 어쩔 수 없이 결혼했는데 FM을 손에서 놓을 수 없는거 같아요
아카데미
17/01/09 02:30
수정 아이콘
우와 12시간 근무 빡시겠네요;; 요샌 요리같은 잡무도 많던데..

전 대학 신입생 때 주말타임만 1년 했었는데, 일하는 동안 세상엔 참 다양한 사람들이 많다는걸 느꼈습니다.
제일 기억에 남는 사람은 주문한 핫바 한 입 베어 물더니, 자긴 돼지고기 안 먹는다고 왜 소고기가 아니라 돼지고기 핫바인 걸 안 말했냐먀 환불해 달라던 놈이었네요.
물리쟁이
17/01/09 02:31
수정 아이콘
우왁 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 완전 웃기네요.
tjsrnjsdlf
17/01/09 02:32
수정 아이콘
여전히 FM만 하신다는분은 솔직히 무섭기까지합니다...
유리한
17/01/09 02:35
수정 아이콘
왜 봉지 뒷면의 조리예는 보지 않으시는 겁니까!!
분명히 8숟가락 남기라고 되어있을텐데요!!
물리쟁이
17/01/09 02:38
수정 아이콘
한번도 끓여본 적이 없어서 조리예를 믿지 않았습니다. (-_-/)
세츠나
17/01/09 04:01
수정 아이콘
한번도 끓여본 적이 없을수록 조리예를 믿어야하지 않나요??? 매뉴얼을 처음부터 대놓고 무시하는걸 어떻게 이해해야하지...
김오월
17/01/09 14:50
수정 아이콘
요리치들의 특징입니다!
물리만세
17/01/09 16:27
수정 아이콘
종씨를 여기서 만나다니..!!
물리쟁이
17/01/09 21:34
수정 아이콘
?!
와인하우스
17/01/09 02:37
수정 아이콘
짜파게티랑 비빔면을 끄릴 줄 모르다니 억떡계 그럴수 잇지
물리쟁이
17/01/09 02:40
수정 아이콘
짜파게티는 몰라도 비빔면을 뜨겁게 가져다준건 크크크!
17/01/09 02:43
수정 아이콘
왜 겜방에와서 fm을하지.. 세이브파일은 메일에 저장하고다니나...요새 겜방은 깔고 컴터재부팅하면 다 지워지지않나요?
물리쟁이
17/01/09 02:58
수정 아이콘
메일로 저장하시는거 같아요
최종병기캐리어
17/01/09 07:04
수정 아이콘
스팀에 클라우드 저장이 됩니다..
JackWhite
17/01/09 03:12
수정 아이콘
전역하고 나서 야간 피시방 알바만 반년 조금 넘게 했는데 야간은 오는 사람만 오더군요.

잠깐 나갔다 온다거나, 계산이 이상하다면서 은근슬쩍 튀어버리는 먹튀같은 놈들, 딱봐도 고등학생 같은 놈이 성인 행세하면서 카운터에 있는 손님 휴대폰 훔쳐가서 사복형사들 출동한 일, 비오는데 우산 안갖고 왔다면서 가게에 있는 우산 자기꺼마냥 빼가려는거 왜 맘대로 가져가냐고 따지니까 사회생활 왜 그따위로 하냐고 하던 50대 아재 등 진짜 별별일을 다겪은게 생각나네요.

아 그리고 제가 일했던곳 사장은 라면에 계란 노른자 깨는걸 무지 싫어하더라구요 크크
써니지
17/01/09 05:01
수정 아이콘
후자 분은 게임 중독입니다. 자제력 부족한 분들은 정말로 벗어나기 쉽지 않습니다. 심한 경우는 이혼하고 가정 파탄나기도 합니다. 여기 보면 게임 중독 쉽게 보는 분들이 있곤 합니다만, 게임은 담배와 다르게 중독이 되는 사람이 있고 안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냥 본인이 중독이 안되는 사람인 겁니다. 일단 중독되면 헤어나오는 게 쉽지 않습니다. 가정 파탄나도 계속 할 정도니까요.
사막여우
17/01/09 10:08
수정 아이콘
저정도면 심각한 중독이죠. 글에 나온 부분만 봐도 TV에서나 보던 파탄난 가정 수준인거 같네요.
중독이 무서운게 난 중독 아니야 맘만 먹으면 금방 끊어~라는 생각으로 쭉 간다는게 문제죠.
최종병기캐리어
17/01/09 07:05
수정 아이콘
FM하시는 분은 애 이야기 나오는 걸로 봐서는 남친이 아니라 남편이네요. 심각한 게임중독이시구요.
래쉬가드
17/01/09 09:24
수정 아이콘
애니같은거 보면 음식만들때 '뭐 대충 되겠지' 하며 괴식을 만드는 개그장면이 있는데
그게 진짜로 존재하는 거군요....
본인 드시는것도 아니고 손님 서비스하는데 이런 개그만화같이 만들어 줄수도 있구나 하는 에피소드가 살짝 충격이긴 했습니다.
그것도 글쓴님뿐만 아니라 동료 알바까지...
뭐 재밌는 에피소드였고요

FM하시는 분은 안타깝네요.
어서 현실과 가정에 충실하셨으면
사막여우
17/01/09 10:09
수정 아이콘
비빔면 안식히고 먹는건 의외로 별미입니다.
군대에서 그렇게 먹는 선임을 봐서 무슨 맛이냐고 한 입 얻어먹었는데 나름 괜찮았던걸로... 군대여서 그랬던건지... 크크
이쥴레이
17/01/09 10:33
수정 아이콘
라면을... ㅠㅡㅠ

확실히 제 친구중에 대학오기전까지 라면 한번도 안먹어본 친구가 있기는 있었죠
치열하게
17/01/09 10:35
수정 아이콘
PC방 알바일은 늘어만 가네요. 예전엔 PC관리 청소가 업무였다면 이젠 요리까지..... 편의점도 업무가 다양해지며 많아지는 거 같던데
17/01/09 10:49
수정 아이콘
컴퓨터 관리나 계산 쪽은 자동화로 넘어가는 추세이긴 하죠.
Daniel Day Lewis
17/01/09 11:38
수정 아이콘
저도 비빔면 안먹어봤어요.
일단 온면이 좋고 차가운 면 계열을 싫어해서.. 입에도 안댑니다.
냉면은 예전 여자친구가 너무 좋아해서 억지로 몇 번 먹었는데 별로더라구요;;
eosdtghjl
17/01/09 13:17
수정 아이콘
헐.. 전산팀에 취업원서 쓸때 나도 한번정도는 PC방에서 알바 같은거 해볼걸.. 이라고 생각이 든적 있었는데
보통 업무가 카운터 + 요리사 + 청소부네요..
안 하길 잘했다..
17/01/09 16:04
수정 아이콘
비빔면 원래 차갑게해서 먹는 거였나요..? 하나 또 배워갑니다.. 따땃하니 맛있던데..
gallon water
17/01/09 23:12
수정 아이콘
다른건 다 따뜻하게 먹는데 비빔면만 차갑게 먹더라구요. 그게 맛있긴 합니다 크크
17/01/09 18:38
수정 아이콘
잉? 비빔면 식히기 귀찮아서 그냥 먹는데;
비빔면은 양이문젭니댜 양이
두개는 많고 하나는 아쉽고 마성의 양이..
언니네 이발관
17/01/09 22:19
수정 아이콘
근데 피시방에서 라면 끓여서 갔다주고 해도 되는건가요? 예전에 불법이라고 본거같은 기억이..
larrabee
17/01/09 22:30
수정 아이콘
요즘보면 음식점허가를 같이내더라구요
언니네 이발관
17/01/09 22:31
수정 아이콘
그렇군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9901 [일반] 권위자의 아무말에도 권위가 존재하는가 (허원근 일병 의문사) [47] 세츠나7519 17/01/09 7519 5
69900 [일반] 이영도 前숭모회장 "나는 최태민 바이블" ..특검 곧 소환 [18] 좋아요10008 17/01/09 10008 0
69899 [일반] SBS 스폐셜 아빠의 전쟁... 조영구의 한끼 식사.jpg [75] 아라가키17269 17/01/09 17269 7
69898 [일반] PGR에서 글쓰기 모임을 시작합니다(모집완) + 글쓰기 이벤트 [195] 마스터충달7880 17/01/09 7880 4
69897 [일반] "개헌보고서, 계파 대립? '저지' 내용 찾으면 현상금" [86] ZeroOne11924 17/01/09 11924 5
69896 [일반] '혼모노'는 어쩌다 알려지게 되었나 [154] 류수정15797 17/01/09 15797 6
69895 [일반] [너의 이름은][스포일러] 신카이 마코토 내한 질문답변 정리 [29] 저 신경쓰여요7630 17/01/09 7630 1
69894 [일반] PC방에서 일하면서 [35] 물리쟁이9414 17/01/09 9414 3
69893 [일반] 인문학 전공자의 취업 시 차별에 관해서 [135] 파니타11984 17/01/09 11984 3
69892 [일반] 힐러리의 패단 - 의심 [11] minyuhee9607 17/01/08 9607 11
69891 [일반] 다들 그렇게 되는걸까요....(사회생활 푸념) [42] umc/uw8958 17/01/08 8958 8
69890 [일반] [단상] 한 시대가 끝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47] aurelius10851 17/01/08 10851 4
69888 [일반] 요즘 판타지 소설 이야기 [129] 삭제됨15483 17/01/08 15483 15
69887 [일반] 박원순 "문재인 전 대표는 청산돼야할 기득권 세력" [324] tjsrnjsdlf21390 17/01/08 21390 3
69886 [일반] %A3%8C%EB%8C%80%EC%97%AC-%EC%84%9C%EB%B9%84%EC%8A%A4%E2%80%99-%EA%B8%88%EC%A7%80%EB%B2%95%EC%95%88-%EC%83%81%EC%A0%95%EB%90%A0%EA%B9% [98] 삭제됨10580 17/01/08 10580 2
69885 [일반] [이미지] 좀 지난 드라마지만, 영드 블랙 미러 참 재미있습니다. [22] OrBef14059 17/01/08 14059 2
69884 [일반] 오늘자 그알은 개인적으로 조금 충격적입니다. [54] 세이젤16984 17/01/08 16984 10
69883 [일반] 광주 셔틀 열차를 보며 든 생각 [19] 블랙번 록7501 17/01/08 7501 0
69881 [일반] [역사] 내 맘대로 쓰는 서양사 개략(로마제국부터 대항해시대까지) [18] aurelius7242 17/01/07 7242 11
69880 [일반] 너의 이름은.의 엄청난 흥행몰이? [50] ZeroOne10247 17/01/07 10247 0
69879 [일반] [여행기] 꽃보다 라오스 (이미지 스압) [13] 한박7140 17/01/07 7140 2
69877 [일반] 보수와 진보. [10] 개돼지5051 17/01/07 5051 2
69874 [일반] 전직 외교관이 말하는 위안부 합의의 숨겨진 의미 독해법 [34] 고통은없나11532 17/01/07 11532 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