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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12/14 21:23:49
Name Marcion
Subject [일반] 청소년 혼숙 허용했다 성범죄…법원 "모텔 주인, 배상 책임"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6/12/13/0200000000AKR20161213179100004.HTML?input=1195m

1. 사건 개요
작년 7월 경 원고 A양(이하 '원고')이 일행과 함께 B군 일행과 만나 술을 마시다가 만취하여 의식을 잃었는데
B군 일행은 이를 틈타 원고를 피고가 운영하는 모텔로 끌어들여 성폭행했습니다.
B군 일행은 위 혐의로 B군은 실형, 나머지는 소년부 송치 처리되었고
피고는 청소년보호법 위반으로 벌금형 및 과징금처분을 받았습니다.
사건 후 원고 모친과의 통화 중 피고는 원고의 품행이 불량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1) 성폭행을 막지 못한 책임, 2) 모욕발언을 이유로 피고에게 3억원의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피고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되 그 액수는 1500만원으로 제한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가합545267)


2. 모텔주인이 성폭행을 막지 못한 책임 부분

가. 숙박업자의 신의칙 상 보호의무 내지 안전배려의무
법원은 종래 '신의칙 상 보호의무 위반' 또는 '안전배려의무 위반'이라는 법리로
특정 주체가 다른 주체의 안전을 보호할 의무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민사책임(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을 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사용자의 피용자 보호의무, 숙박업자의 투숙객 보호의무, 기획여행업자의 여행자 보호의무가 있습니다.

특히 이 사안과 관련이 깊은 숙박업자의 경우
객실 및 관련 시설을 제공하여 고객으로 하여금 이를 사용ㆍ수익하게 할 의무(숙박계약의 주된 의무)를 넘어
"고객에게 위험이 없는 안전하고 편안한 객실 및 관련시설을 제공함으로써 고객의 안전을 배려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의무의 위반은 소위 '불완전이행으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을 구성하게 됩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과거 조교 성희롱 사건에서
가해자의 성희롱이 직무관련성 없이 은밀하고 개인적으로 이루어진 경우
사용자가 피용자 보호의무를 부담한다 하여 성희롱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 적도 있습니다.
이 사건은 사용자책임 면책법리와 관련이 있어 사안이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보호의무를 부담하는 자가 보호대상이 위험에 처한걸 모를 수밖에 없었다면 면책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모텔에서 성폭행 사건이 일어났다고 무조건 모텔주인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아니고
투숙객인 피해자가 성폭행을 당할 위험이 있었는지를 적어도 알 수는 있었어야 책임성립이 가능할 것입니다.

나. 청소년보호법 상 이성혼숙 금지의무
청소년보호법은 청소년의 이성혼숙을 금지하면서 이성혼숙을 시킨 자를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단합니다.
한편 위 규정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이성혼숙을 하려는 자들의 겉모습이나 차림새 등에서 청소년이라고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는 때
숙박업자는 신분증 확인 등을 통해 청소년이 아니라고 확인되지 않으면 투숙을 허용해선 안된다고 판시하였으며
만약 의심스런 사정이 있음에도 확인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청소년보호법위반죄의 미필적 고의가 있는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다. 검토
이 사건 판결은 숙박업자가 청소년 이성혼숙을 막기 위해 신분증 확인을 하여야 한다는 형사판례 법리와
숙박업자가 고객에 대한 신의칙 상 보호의무를 부담한다는 민사판례 법리를 조합하여
모텔 주인이 청소년 혼숙을 방치한 결과 성폭행사건이 발생하면 성폭행 피해자에 대한 배상책임을 부담한다는 법리를 만들어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청소년 이성혼숙을 금하는 청소년보호법 벌칙규정은 위험범의 속성을 가져
이성혼숙 결과 실제로 불미스런 결과(성폭행, 성매매 등)가 발생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 것을 고려하면
(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1도3295 판결 참조)
숙박업자가 청소년 이성혼숙에 대한 고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논리필연적으로 성폭행 사건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고 보입니다.

다만 이 사건의 경우 원고가 소위 '꽐라'가 된 상태에서 남자 3명에게 끌려 모텔에 들어갔는데
이런 유형의 준강간 사건이 아주 전형적인 것임을 생각하면
모텔 등 숙박업소 업주들이 밤시간에 남녀 동반으로 투숙하려는 투숙객에 대해
최소한의 신원확인의무를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한 것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점에 있어선 투숙객이 청소년인지 성인인지 구별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숙박업자 입장에선 이게 다소 귀찮은 일일 수 있겠지만
이런 의무를 부과해놓으면 모텔 등 숙박업소에서 발생하는 준강간 사건을 상당히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막연하게 숙박업자가 고객보호를 해야 하니 남녀 고객이 들어오면 확인을 해야 한다고만 정리할 경우
아무런 수상한 점이 없는 부부, 커플 혼숙에 대해서도 꼬치꼬치 캐물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수사권이 있는 것도 아닌 숙박업자에 대해 과도한 의무를 부담시키는 문제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문제에 관하여는 입법(가령 공중위생관리법, 관광진흥법 개정 등)을 통해 해결하되
적어도 형사소송법 상 현행범 수준에 가까운 수상쩍은 거동이 보여야 숙박업자가 확인의무를 부담하도록 정리할 것이고
확인 방법에 관하여는 하위법령에 위임하는 방법으로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줄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는 단기적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므로
결국 그 전까지는 법원의 해석론에 따라 해결해야 할 것인데
현재로선 숙박업자가 어느 정도까지 해야 성폭행을 막지 못한 책임을 벗는지를 예견하기 곤란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모텔주인의 모욕발언 부분
언론 기사에서 나타나는 사실관계만 놓고 보면
이 부분 배상책임은 모텔주인이 피해자 모친과 통화하면서 피해자를 모욕하였다는 점에 관한 것입니다.
이 사실관계에 대해 모욕죄로 형사고소를 했다면 공연성이 없다는 이유로 불기소처리되었을 것입니다.
모텔주인의 말을 들은 것이 피해자의 모친 뿐이었으므로 전파가능성이 없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소위 '전파가능성' 법리에 관해선 https://pgr21.com/?b=8&n=63721 참조)

그런데 이 사안은 형사가 아니라 민사사건입니다.
만약 다른 요건은 갖췄는데 공연성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이 안되는 명예훼손행위, 모욕행위를 들어
법원에 민사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어떻게 되는지가 문제됩니다.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원세훈이 국정원 내부회의에서 전교조를 종북세력이라고 부른 것에 대해
전교조가 원세훈과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한 사안에서
위 발언은 국정원 내부에서 이뤄진 것으로서 공연성이 없어 명예훼손이 아니라는 이유를 들어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4. 21. 선고 2015나26985 판결)
원고는 대법원에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이를 심리불속행 기각하였습니다.(대법원 2016. 9. 9. 자 2016다223586 판결)

이 외에도 법원이 민사사건에서도 명예훼손의 공연성 요건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안을 볼 수 있습니다.
(가령 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1다94884,2011다94851 판결)
그렇다면 명시적인 판시가 있는 것은 아니나
우리 법원은 대체로 명예훼손을 민사소송에서 주장하는 경우에도 공연성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 사건 피고 측이 항소심에서 이 쟁점을 지적하는 경우 이 부분 청구가 배척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추후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4. 결론
암튼 여러모로 재미있는 부분이 많은 판결이 나왔습니다.
이 사안에 관해 항소가 이뤄진다면 항소심에서 원심의 판단을 유지할지 변경할지도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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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actice
16/12/14 23:32
수정 아이콘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아이디가 바뀌셔서 못 알아봤던건 함정...크크

이게 참 모텔이라는 장소적 특성이
신원확인이랑은 크게 매칭이 안되는듯 하면서도
남자 세명이 저런 짓을 하는걸 봤을때도 별 조치를 안한
숙박업주에 대해선 적절한 배상으로 보이네요.

그런데 기사상으로는 청소년임을 알아내지 못한 것에 대해서 책임이 있다고 나오는 것 같은데, 사안에선 청소년이 아니어도 크게 배상을 인정하는데 무리가 없을걸로 보이네요. 작정하고 오면 청소년인걸 알 수도 없을텐데.. 모욕죄는 신기합니다.

감사합니다^^
16/12/15 02:00
수정 아이콘
제가 어떤 경위로 올해 닉변경기간 중 닉을 3번 바꿨는데
그 결과 본의아니게 완벽한 신분세탁이 되버렸더군요;
cadenza79
16/12/15 00:26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전파성 법리를 따져봐야 하는지는 좀 다른 견해입니다.
말씀하신 원세훈 사건은 본인이 듣지 않는 자리에서 일정 범위의 사람들끼리 험담을 했다는 것과 같은 사례라서 본인 귀에 들어갈 가능성이나 본인 귀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널리 퍼져서 사람들이 수군댈 가능성을 따져봐야 합니다. 뭐 팀장 없는 자리에서 팀원들끼리 험담했다와 비슷한 것이죠.
그렇지만 이 사건 사안은 부모 앞에서 그 딸을 그냥 모욕했다는 것인데, 결국 불법행위의 일반원칙으로 돌아가 보면 정신적 피해를 입히는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단 둘이 있는 자리에서 직접 때리면 불법행위인데 단 둘이 대화하면서 직접 욕하면 불법행위가 아니라고 할 수 없으니까요.
※ 그런데 말씀하신 2014년 대법원 판결은 못 찾겠네요.


P.S. 기사를 다시 꼼꼼히 보니 에구구... 공동원고가 아니고 모욕 부분에 대하여도 부모가 아닌 딸이 원고인 모양이군요...를 떠나서 피해자의 모가 아니라 가해자의 모에게(Marcion님의 본문을 믿은 것이니 반쯤은 책임지셔야 됩니다 ^^;;;) "품행이 불량하다"는 발언을 했다는 이야기로군요. -_- 그렇다면 전파성에 관하여는 당연히 뭔가 판단을 했을 것 같습니다.. 위의 댓글내용은 뻘쭘하게 되어 버렸습니다. 죄송합니다.
16/12/15 01:58
수정 아이콘
다시보니 모욕 부분 사실관계를 잘못 파악하고 본문을 썼네요 ㅡㅡ;

제대로된 사실관계에 입각해보면 전파가능성이 있었다 보는게 자연스럽겠습니다.
2010도7497 판결 사안 같은 특이한 사정이 있었다면 별론으로 하고...

그와 별개로 명예훼손의 요건 중 공연성만 빼고 다 충족하는 행위는
그냥 인격권 침해로 민사책임을 구성한다는 주장도 있을법 해보이는데
원세훈 사건 고등법원은 이 주장마저 배척한 걸로 보입니다.

사실 대법원이 이런 사안에 대해 심불기각을 했다는 건 직무유기 급으로 보입니다.
사회적 관심도 적지 않고, 1심과 2심의 판단이 갈렸고, 법리적 중요성도 있는 사건인데 말이죠.

아 그리고 14년도 대법 판결은 로앤비에서만 검색됩니다.
cadenza79
16/12/15 16:31
수정 아이콘
저도 로앤비를 본건데...
흐흐... 오타를 또 하나 찾았습니다.
하급심 본소반소이면 상소될 때 사건번호가 십자리수에서 연속되어야 하는데, 사건번호가 연결이 안 되어 있고 본소 사건번호가 더 큰 게 이상해서 혹시나 하고 94844를 찾아보니 나오네요. ^^
16/12/15 02:22
수정 아이콘
그리고보면
청소년보호법은 청소년을 이성혼숙'시키는 걸' 금지하지
청소년이 이성혼숙'하는 걸' 금지하진 않습니다.
이성혼숙한 청소년이 사안에 따라 소위 선도조치대상이 될 순 있지만
암튼 그거때문에 처벌을 당하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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