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부대>이라는 소설로 유명한 작가의 신작인데요, <우리들의 소원은 전쟁>이라는 제목의 소설입니다.
소설의 배경은 '북한 급변 사태 이후'의 한반도입니다.
여러 우연 끝에 북한에 결국 급변사태가 발생하고, UN휘하의 다국적 평화유지군이 북한 지역에 주둔하면서 북한지역 임시 정부에서 발생하는 우여곡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미국과 중국은 국제정치적 파장을 우려, 주둔군을 배치하지 않는 대신 한국군이 주가 되어 북한지역에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네덜란드 등으로 구성된 평화유지군이 북한지역의 치안을 맡고, 북한지역의 정치는 자체 임시정부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소설의 무대인 북한은 완전한 디스토피아입니다.
해체된 북한군 잔당은 '마약산업'을 기반으로, 흡사 콜롬비아나 멕시코의 마약카르텔처럼 성장하고, 압도적 자금력을 바탕으로 북한지역의 정치를 좌지우합니다.
그렇게 될수밖에 없는 이유는 기업을 운영할만한 조직력과 산업을 독점했던 것이 '군'이었기 때문이고, 아울러 이들은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국군 평화유지군이나 정치인들을 뇌물로 매수할 수 있습니다.
북한에 경쟁력이 있는 기업이 탄생하는 것은 애초에 무리이기 때문에, 가장 수익성이 높은 사업은 역시 마약밀매입니다.
그리고 자금을 갖춘 조직은 남한의 대기업들이나 공무원들을 뇌물로 매수해서 여러 인프라 특혜사업을 따낼 수 있습니다 (흡사 4대강 비리처럼...)
한편 남한 출신 평화유지군은 무엇보다 무사안일주의를 우선하기 때문에, 북한 현지 사정에 깊숙히 개입하는 것을 꺼립니다.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을 독박 쓸 우려가 있기 때문인데요, 따라서 이들은 북한주민 간에 발생하는 여러 문제에 대해 개입하는 것을 싫어하고, 최소한의 개입을 합니다. (사실 이는 여타 지역에 파견된 평화유지군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또 남한입장에서는 북한지역으로부터 유입되는 마약과 총기류를 단속하는 데 상당히 애먹고 있는 상황이고, 마치 멕시코-미국 관계와 같은 상황이 연출됩니다.
따라서 북한지역은 어떻게 보면 사실상 무정부 상태나 마찬가지고, 극도로 부패해 있습니다.
평범한 남한 사람 입장에서는 북한지역으로 파병되는 것은 죽을만큼 싫은 것입니다.
차라리 철원초소에 근무하는 게 낫지, 북한지역에 파병되면 아무리 높은 보수를 약속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 업무와 여러 사건사고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북한주민 대량 이탈을 막기 위해 휴전선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사건사고라고 함은 역시 산발적인 테러, 북한주민과의 부적절한 관계 등이 있습니다.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는 곳에 굳이 가고 싶지 않은 것은 당연한 심정.
북한사람들은 남한의 진보인사들을 싫어합니다.
실효성이 전혀 없는 이상주의로 자신들을 가르치려 들며, 또 자기들의 자존심을 긁기 때문입니다.
남한사람들은 왜 자신들의 세금이 북한에 투입되어야 하는지 의구심을 갖고 있으며
북한사람들은 김씨왕조 때보다 더 비참합니다.
남한인들로부터 외노자보다 못한 3등시민으로 간주되고, 또 북한지역에서도 일거리를 찾기 힘듭니다. 김씨왕조가 무너지면, 또는 통일되면 새로운 세상과 번영이 찾아올줄 알았는데 현실은 가혹하기 그지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인민들은 이럴바에야 차라리 전쟁이 낫지 않겠냐라는 생각도 합니다.
통일 관련해서 정말 진지하게 다뤄야 할 주제는 바로 이러한 정치경제사회적 파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시간 되면 일독하시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