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 총선과정에서 김무성 대표가 오픈 프라이머리를 여러 차례 시도하려고 했던 바 있습니다만, 야당과 합의도 안 됐고, 제도를 바꿀 시간도 없는 상태에서 밀어붙일 힘도 없고, 당내에서도 친박에 밀려 공천위원장을 219에게 내줬다가 이리저리 휘둘리고, 마침내는 옥새런을 시전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나비효과인지 모르지만, 총선결과가 달라졌으면 어쩌면 묻히던가 한참 후에 밝혀졌을지도 모를 사건들이 뻥뻥 터지고 있으니 참 세상일은 알 수 없습니다.
어쨌거나, 오픈 프라이머리는 말 그대로 후보자 당내경선을 비당원에게도 오픈하는 제도입니다. 민주, 공화 양당의 대통령후보자 경선과정에서 많이들 언급되었죠.
그런데 무심코 상원 후보자들을 살펴보니...
어라? 캘리포니아는 Kamala Harris(64년생), Loretta Sanchez(60년생)
두 후보 모두 여성이네요?
뭐 캘리포니아는 현직 상원의원 2명이 모두 여성이긴 하죠.
라고 생각하고 지나치려던 순간,
두 후보 이름 아래에 선명하게 적혀 있는
[ Party : Democratic / Democratic ]
처음에는 잘못 본 줄 알았습니다.
다른 사이트 들어가 봐도 그대로네요. 두 사람의 경력을 검색해 봐도 둘 다 민주당원이 틀림없습니다.
아니 이거 뭐야 싶어서 좀 찾아봤습니다.
캘리포니아의 연방의원 프라이머리는 당을 가리지 않고 아무나 다 나올 수 있더군요.
이를 Nonpartisan blanket primary라고 합니다.
프라이머리 1-2위가 본선에 진출하며, 그 당적은 상관이 없습니다.
6월에 벌어진 연방상원의원 프라이머리는 무려 민주 7, 공화 11, 자유의지 2, 녹색 1, 평화와 자유(Peace and Freedom Party, 들어보지도 못한 분이 많겠지만 역사가 무려 49년입니다) 1, 무소속 12 합계 34명이 프라이머리에 등록하였고, 투표용지에 인쇄되지 않은 이름을 써도 유효표라는 Write-in이라는 제도가 있어서 이 3명을 포함하면 37명이 득표를 하였습니다.
위 본선 후보 두 명은 프라이머리에서 각각 40%와 20%를 얻어서 본선 후보자가 되었습니다. 예선에서 2배 가까운 표를 얻은 Kamala Harris 후보가 여론조사를 압도하고 있어서 당선은 거의 확실합니다.
캘리포니아의 이 법안은 2000년 제안되었으나 2004년에는 부결되었고, 2010년에 주민투표로 통과되었다고 합니다.
기존의 프라이머리 제도에 의하면 정당에 가입하지 않으면 출마가 어려워서 지지하지 않는 정당에라도 입당을 할 수밖에 없는 점을 해결하고자 하는 제도라고 하는데... 뭐 그래봐야 이번 상원 프라이머리에서 1%를 넘긴 무소속 예비후보는 없습니다.
첫 케이스인 2012년에는 다행히 민주당 현직 의원인 Dianne Feinstein(1933년생으로 현직 최고령-_-)이 예선에서부터 49%라는 압도적인 표를 얻으면서 나머지 민주당 예비후보들 5명을 모두 2% 이하의 득표율로 주저앉힌 덕분에 공화당 후보(예선 득표율 13%)도 본선에 진출할 수 있었습니다만(본선 득표율 37%), 이번에 임기를 마친 Dianne Feinstein 의원(이분도 1992년부터 무려 4선을 했습니다)이 불출마하면서 민주당 성향의 표가 나눠진 결과, 공화당 예비후보들은 모두 떨어지고(공화당 예비후보 중 1위는 8%로서 전체 3위) 민주당 예비후보 2명만 본선에 진출하게 된 것이지요.
이것은 연방하원의원 선거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캘리포니아 17, 29, 32, 34, 37, 44, 46의 7개 선거구는 이미 민주당 후보끼리 본선에 진출하였기 때문에 민주당의 의석 7석이 이미 확정되어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2012년과 2014년 연방하원 선거에서도 민주당 6석, 공화당 2석이 선거 전에 확정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참 특이하면서도 흥미로운 제도인 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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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정치지형상으로는 새정치연합 쪽이 너무 유리해서 새누리가 못 받았을 것 같네요. 7:3이나 8:2면 후보자 2명 독식이 가능하지만 6:4면 어떻게 해도 안되거든요. 3당이 있다면 달라지지만 그 당시에는 제3당이 생기리라고 생각도 안했을 것이구요.
지금은 사건도 뻥뻥 터지고 있으니 다음 선거제도에 관심을 쏟을 여력들이 없지만, 지금 제안된다면 또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참고로 박영선 의원안은 예선에서 50% 넘으면 결선투표를 하지 않는 루이지애나 방식입니다. 1차에서 끝날 수 있는 루이지애나 방식에서는 1차 투표를 다른 주의 본선과 함께 치르고, 거기서 결판이 안 나면 다음달에 다시 결선투표를 합니다. 어찌보면 프랑스 결선투표제와 비슷하지요.
본문의 캘리포니아 방식은 해당 선거구에 예비후보가 2명만 있더라도 다른 선거구와 함께 2명만의 프라이머리를 치르고 나서(뭔가 낭비 같은데 그렇게 하는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네요) 그 2명이 본선을 또 치릅니다. 따라서 본선을 다른 주와 함께 치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