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혼숨>은 <폐가> 이후, 아니 거의 대한민국에서는 최초로 서보인 페이크 다큐멘터리성 영화입니다. 무슨 생각으로 엔딩 크레딧을 저렇게 정직하게 올린지 모르겠습니다만, 그 부분만 제외하면 철저히 '실제 상황'을 기반에 둔 영화입니다. 마지막 5분 전 까지는.
2.
이 영화의 스릴은 생각보다 좋습니다. 정통 스릴러를 답습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최근에 개봉한 <맨 인 더 다크> 수준은 아닙니다만, 천천히 심리를 조여오는 스릴이 꽤 좋습니다. 여태까지 대한민국의 스릴러를 빙자한 호러영화가 애매한 템포로 호흡했던 것에 비하면, 이 영화의 템포는 굉장히 적절하다고 봅니다.
3.
하지만 이 영화는 엔딩 5분에서 모든 것을 말아먹었습니다.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영화를 긴장감 있게 풀어나가야할 타이밍에 노트7 마냥 뜬금없이 터져서 모든 것이 끝나버립니다. 그리고 아무 것도 남지 않습니다. 마치 대단한 것이라도 남아있는 것마냥 묘사해놓은 마지막 장면은 덤이고요. 현실은 연기 폴폴 나고 있는 휴대폰인데요. 영화의 길이를 10분, 혹은 20분 정도만 더 늘려서 좀 더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터뜨렸으면 충분히 긴장감 있는 스릴러를 만들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4.
떡밥 회수도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초반부와 중, 후반부의 연결고리를 적절하게 이어놓고, 그 것을 납득할만한 이유로 설명할 수 있었어야 했지만 '그랬어' '오 진짜?' 하고 끝나버립니다. 당연히 관객들은 이 부분을 '아, 그렇구나.'라고 납득할 수가 없습니다.
5.
결말을 제외하고(결말이 제일 큰 부분이긴 합니다만), 이 영화는 페이크 다큐멘터리가 갖추어야할 요소를 잘 갖추었습니다. 특히 대한민국의 현실적인 부분을 콕콕 잘 집어냈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정말 내가 한 명의 시청자 입장으로 아프리카 TV를 보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동시에 옆에서 등장하는 채팅은, 자극적인 묘사는 많이 부족했습니다만, 현실적인 부분을 묘사하기에는 충분했습니다. 더불어 이 영화가 꼬집고 있는 대한민국이 직시하고 있는 문제(왕따 혹은 자극적인 것만을 지향하는 인터넷 컨텐츠)를 잘 표현했습니다.
6.
계속해서 결말을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마무리가 너무나도 아쉬운 영화입니다. 오랜만에 맛깔나는 스릴러가 나오나 싶어서 삼켰는데 끝맛에서 켈로그김 님의 그 맛이 납니다. 차라리 <그레이브 인카운터>나, <파라노말 액티비티> 혹은 <블레어 윗치>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감수하더라도 이 영화의 결말에 좀 더 조미료를 첨가했어야 했습니다.
이 영화는 10점 만점에 6점 정도 주고 싶습니다. 최후의 5분을 제외하면은 8점 정도를 주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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