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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9/25 21:16:11
Name Eternity
Subject [일반] [영화공간] <비스티 보이즈>에서의 하정우
*반말체인 점 양해바랍니다.*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 있습니다.*





[영화공간] <비스티 보이즈>에서의 하정우


내 개인적으로 배우 하정우의 연기인생 최고의 캐릭터로 <비스티 보이즈>의 호스트바 마담 재현을 꼽는다. 마치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몸에 꼭 맞은 옷을 입은 느낌. 뭐 백마디 말과 설명이 필요할까. 이 영화에서 내가 좋아하는, 인상 깊었던 몇 장면들을 뽑아봤다. 영상을 다시 찾아보며 느낀 거지만 하정우의 연기 인생에서 이처럼 비릿하면서 씁쓸한 연기가 또 있을까 싶다.


#1. "사랑한다구!! 이 XX년아!"



하정우 최고의 연기를 꼽을 때 종종 거론되는 씬이다. 언젠가 한번 소개했던 것처럼, 남자라는 동물이 여자에게 보여줄 수 있는 찌질하고 비열한 속물 근성의 민낯을 밑바닥까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하정우의 양아치 연기는 더 이상 연기의 수준이 아니다. 이 장면을 보며 재현이라는 캐릭터를 마음껏 비웃을 수 없는 이유는, 그가 보여주는 찌질한 속물근성이 나의 내면을 돌아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보는 남성 관객들에게 윤종빈 감독이 "지금 그렇게 비웃는 너는 안 그런 거 같지?"라고 되묻는 느낌. 이러한 불편함이 이 연기의 힘이다. 소름끼치도록 리얼했던 하정우의 연기에 대한 소감은 유튜브 링크에 등록된 어떤 이의 한줄 댓글로 정리된다. "양아치 연기를 하랬지, 누가 양아치가 되라 그랬냐."





#2. "오빠는, 너만큼은 프레쉬한 상태에서 시작하고 싶어."



#1에서 재현이 폭력을 휘두르던 상대(미선)에게 공사치려고 꼬시던 씬으로 #1보다 더 과거의 장면이다. 짧은 장면이라서 넣을까말까 고민하다가 마지막 하정우의 대사 "오빠는, 너만큼은 프레쉬한 상태에서 시작하고 싶어."에서 나도 모르게 빵 터지고 말았다. 그래, 이건 꼭 넣어야지. 보통 남자들이 여자를 꼬실 때 사용하는 온갖 변명과 감언이설, 미사여구가 하정우의 입을 통해 청산유수처럼 줄줄이 소환된다. 남자의 진심을 믿고 싶은 여자와 그 마음을 이용해 지키지도 못할 온갖 약속을 쏟아내며 어떻게든 환심을 사려는 남자. 윤종빈과 하정우가 관객들에게 선사하는 '불편한 진실'의 한 조각이다.





#3. "흉해서 슬퍼."



이번에는 좀 가벼운 장면. 하정우의 유머러스함이 잔뜩 묻어나는 장면이다. "그래서 좀 흉해, 흉해서 슬퍼.", "근데 좀 태국식, 사천식, 광동식 약간 그런 필~", "그냥 뭐 미친놈 스타일~" 등등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 하정우식 능청과 넉살이 잔뜩 배어있다. 하정우의 개그감각과 매력(?)이 듬뿍 묻어나는 장면으로 재현이라는 캐릭터를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그런 대표적인 장면 가운데 하나이다. 대사 하나하나 전부 찰지고 주옥같지만, 특히 맨 처음 들어올 때 하정우가 나직히 속삭이는 "마지막 사람 문 닫고~"의 디테일도 참 좋다. 지난번 글에서 얘기했던 자연인 하정우의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이 잘 발휘된 장면.





#4. "너 2백 입금 안했어?"



잠깐 장면에 대한 설명부터 하면, 재현이 자신의 애인 민주의 돈을 몰래 쓰곤 입장이 곤란해지자 민주의 동생인 승우(윤계상)와 같이 집에 들어가 상황을 모면해 보려는 상황이다. 하지만 민주의 집요한 추궁과 성토가 이어지자 거짓말에 거짓말을 더하며 친구까지 팔아먹고 위기를 모면하려는 재현의 모습이 리얼하게 담긴 씬. 특히나 재현과 친구가 주고받는 전화 통화씬이 백미인데, "야 황원태 이 개새끼야! 너 2백 입금 안했어?"로 시작해서 "응, 그러니까~"로 흘러가는 대화의 흐름이 무척 재밌다. 어쨌든 능청스러운 연기와 캐릭터 표현, 이 분야의 갑은 누가 뭐래도 하정우임을 잘 보여주는 씬이다.





#5. "팔 다쳤다고 팔!!"



개인적으로 #1과 함께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다. 애인 민주에게 돈을 빌리곤 갚지 않은 재현과 우연히 마주친 승우(윤계상). 마주치자마자 도망치다 결국 잡혀서 "공사칠 사람이 없어서 우리누나를 공사치냐?"며 주먹을 휘두르는 승우 앞에서 끝까지 가오를 챙기며 허세를 부리는 재현. 맞는 와중에도 "팔 다쳤다고! 개새끼야 팔!"이라며 깨알 같은 드립을 날리며 "내가 우스워?"라고 민주와 승우를 향해 악을 쓰곤 이내 택시를 타고 도망치는 하정우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화려한 생활을 좇으며 알맹이는 없고 겉모습과 가오만 내세우는 슬픈 인물. 모든 말과 행동이 거짓인, 물질만능주의가 만들어낸 사람."이라는 하정우의 인터뷰 설명이 잘 드러나는 장면이다.





-<비스티 보이즈> 하정우 인터뷰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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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9/25 21:25
수정 아이콘
재밌게 읽었습니다.
첫영상에서는 진짜 개찌질하게 잘하네요 크크
Eternity
16/09/25 21:46
수정 아이콘
저도 쓰면서 참 재밌었습니다.
첫번째 영상은 볼때마다 감탄만 나오더라구요. 너무 불편하게 리얼해서.
도라귀염
16/09/25 21:26
수정 아이콘
정말 비스티보이즈는 봐도 봐도 질리지가 않네요
16/09/25 21:30
수정 아이콘
뭔가 타이밍이 저번글로 인해 본의아니게 하정우를 밑밥으로 깔게돼서 미안한 마음으로 조공을 올리는 것 같네요 크크

저는 하정우 최고의 캐릭터는 러브픽션하고 비스티보이즈 사이에서 고르기가 어렵네요
Eternity
16/09/25 21:41
수정 아이콘
아, 아닙니다 그런건 크크

저는 <러브픽션>에서의 연기는 좀 투머치(?)하달까요, 그런 느낌이라 별로 좋아하진 않구요.
<비스티 보이즈>, <멋진 하루>, <황해>에서의 연기를 가장 좋아하는데 그중 <비스티 보이즈>를 최고로 꼽습니다.
채수빈
16/09/25 21:32
수정 아이콘
하정우는 뭐...뭔 역을 맡아도 미끌미끌하니 여유있게 자신에게 척 척 붙이는 것 같은데, 그 중에서도 비스티보이즈의 재현은 참 잘 맞는 옷이었던 것 같아요.
WizKhalifa
16/09/25 21:43
수정 아이콘
윗 장면은 처음 봤을때 충격이었어요. 너무 리얼해서 연기가 아니라 실제로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을 목격한 느낌이 들 정도로
16/09/25 21:55
수정 아이콘
멋진 하루, 비스티 보이즈에서만큼은 하정우씨는 대체 불가능한 수준의 연기를 보여줬었죠. 여기에 추격자 까지 총 세편의 영화가 2008년 한해에 쏟아지면서 하정우씨의 연기력에 대한 평가는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을수 밖에 없었죠.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2008년 충격적인 연기력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던 하정우씨는, 그게 본인이 보여준 최고점이 아니였나 싶습니다. 이후 필모를 살펴보더라도 먹방씬으로 유명해진 황해 정도를 제외하고는 베를린, 군도, 암살, 아가씨 등의 다양한 작품에 나오면서 보여준 연기들은 2008년 만큼 미친 수준의 연기들은 아니였죠.

반면에 의뢰인, 러브픽션 같은 영화에서는 또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잘 살리는걸 보면. 기본적으로 류승범씨와 비슷한 과의 배우가 아닌가 싶습니다. 류승범씨가 양아치 연기 S+, 그외 모든 연기는 A 정도라면, 하정우씨는 능글맞은 연기 S+, 그외 모든 연기 A+ 정도로. 특정 성격의 역할에는 대처 불가능할 정도로 잘 어울리지만, 다른 것들은 그에 비하면 좀 부족한. 그런 느낌입니다.
16/09/26 01:05
수정 아이콘
저도 이 평가에 완전 공감합니다. 하정우는 류승범이랑 비슷한 점이 참 많은 것 같아요. 본인 성격과 가장 잘 맞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은 국내 원탑이고, 다른 종류의 연기를 할 때도 그 느낌이 묻어나오는 것도 그렇고요.
16/09/25 22:06
수정 아이콘
전 개인적으로 더 테러 라이브의 하정우가 좋더라구요.
긴장감이라는 옷이 참 잘 어울리는 배우가 아닌가 싶습니다.
신동엽
16/09/25 22:10
수정 아이콘
첫장면은 여배우 분도 참 잘했어요.
'이새X 공사치다 걸려가지고 뭘 찾아와서 찌질대' 하는걸
첫 테이크에서 한숨 한번 푹~으로 진짜 잘 나타낸 것 같아요.
니가 뭐 날 걱정해? 하는 그 표정이 정말 리얼해요.
IRENE_ADLER.
16/09/25 22:11
수정 아이콘
이 영화가 불편한 이유는 연기가 연기처럼 안 보여서 그런가봐요. 본문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양아치같은 연기가 아니라 양아치가 진짜 나오는, 다큐멘터리보는 느낌이 나서;
제이쓴
16/09/25 22:20
수정 아이콘
최근에 <비스티 보이즈> 봤는데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글을 읽다가 생각난건데 재현은 민주의 돈 200을 선수들 임금 챙겨주는데 썼을거 같습니다. 그중 윤계상에게 150(그것도 200에서 50을 까고) 을 줬으니까 재현이라는 캐릭터는 누나 돈으로 동생에게 임금 챙겨주는 아주 악질이네요. 크크
돌아온 개장수
16/09/25 22:29
수정 아이콘
영화를 안봐서 그런데 공사가 뭐죠?
16/09/25 22:33
수정 아이콘
감언이설로 속여서 크게 돈 해먹는걸 공사친다고 합니다
Deadpool
16/09/25 22:43
수정 아이콘
스폰서(물주)에게서 한방에 다 빼먹으려고 하는 것을 공사라고 할꺼에요. 건물을 짓듯이 설계하고
그 설계에 맞춰서 하나하나 진행하다가 완성하는 것처럼요.
도라귀염
16/09/26 00:07
수정 아이콘
업소녀들이 단골손님에게 애인행세를 하면서 비위 맞추면서 금전, 선물등을 크게 뜯어내는걸 의미하죠 적게 뜯어내면 농사
16/09/25 22:34
수정 아이콘
이 영화도 참 신기한게 봐도 봐도 재밌어요. 뭔가 치밀하고 극적인 전개도 아니고 그냥 술술 이야기가 흘러가고 또 그렇게 끝나는데 참 재밌습니다. 윤종빈 감독 영화중에 제일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커피보다홍차
16/09/25 22:34
수정 아이콘
봐도봐도 재밌어요. 윤종빈-하정우 조합의 최고가 아닌가 합니다. 크크크 하정우씨 아버지도 건달역으로 유명하죠.
마지막 인터뷰 영상은 처으 봤는데 류재현이 하는 대사를 느낌이 비슷한게 재밌네요.
불같은 강속구
16/09/25 22:39
수정 아이콘
용서받지 못한 자, 비스티 보이즈, 추격자, 멋진 하루, 황해 의 하정우는 최고죠.
저런 대표작 이외에 제가 인상적이었던 하정우의 연기는 홍상수 감독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서였는데요.
고현정이 침대에서 다른 남자와 뒹굴던 현장을 덮치고 남편에게 전화로 얘기해주면서
"선생님 너무 더럽습니다. 너무나 억울합니다." 라고 울먹이던 장면이었습니다.
내가 침만 삼키면서 바라보던 걸 어디서 굴러먹다 온 말뼉다구 같은 놈이 꿀꺽했을 때의 그 울분, 그 찌질함이 확 전달되서 킥킥대면서 봤던 기억이 납니다.
모지후
16/09/25 23:55
수정 아이콘
비스티 보이즈는 줄거리만 알고 아직 못봤는데 첫 동영상 하나만으로 설명이 되는 것 같네요;;;
이게 윤종빈 감독+하정우 조합이야! 라는 것도 잘 보여주고요.
(조합이라고 하니 갑자지 잊혀졌던 군도가 생각나고...하아.....)
노래하는몽상가
16/09/26 00:33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최근에 나온 터널은 영화 자체가 너무 노잼이던데 ㅠㅠ 더 테러 라이브가 차라리 낫더군요
16/09/26 03:17
수정 아이콘
와 추천합니다 ~~~ 정말 잘봤어요.
비스티보이스
16/09/26 14:04
수정 아이콘
제 인생영화......크크크크크크
동네노는아이
16/09/28 16:22
수정 아이콘
윤계상의 "손님이야"가 진정한 명대사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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