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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5/10/07 20:23:36 |
Name |
cHizCaKe |
Subject |
[일반] 급할수록 돌아가라 |
대학 신입생 때 일입니다.
타 도시의 대학으로 진학한 저는 기숙사 생활을 했습니다.
특별할것 없던 어느날, 저는 똥의 긴박한 신호를 느끼고 서둘러 화장실로 향했습니다.
기숙사 화장실은 세칸이었는데, 일번칸 이번칸은 이미 사용중이었고,
가장 안쪽 칸의 문을 열었습니다.
"아이.... 씨...."
변기안에는 누군가가 배출한 굵직한 똥이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였습니다.
얼마나 모았다가 누었는지 양도 상당했습니다.
'다른 층 화장실로 가볼까? 아냐. 버틸 수 없을꺼야.
이미 식은땀이 나고있다. 그곳도 만석이라면 정말 큰일이다.
그냥 물 내리고 쓰자.'
잠시 갈등했으나, 빠른 결정을 내려야만 했습니다.
저는 삼번칸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물을 내렸습니다.
힘찬 물소리가 "쿠어어어" 들리며 똥들이 "쪼르르륵" 빨려내려가야 했으나, 비극적이게도
"쿠어어어" 하는 물소리와 함께 똥물의 수면이 점차 상승하는 당황스러운 상황에 직면하였습니다.
저는 어쩔줄을 모르며 "어!? 어!?" 하며 뒷걸음질을 쳤지만
비좁은 화장실 칸 속에서 도망칠 곳은 없었습니다.
공포영화 보면 문 열고 도망가면 되는데 그러지 못하고 바보같이 문에 기대서 소리만 지르는 장면 나오죠?
전 이제 이해합니다.
강렬한 공포에 마주하니 문을 열 수 있다는 생각조차 나지 않더군요.
순식간에 차오르는 똥물의 수위를 눈을 부릅뜨고 쳐다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 똥물은 범람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들어왔을 때보다 상황은 훨씬 악화되었습니다.
저는 일단 현장을 탈출하기로 했습니다. 마침 이번칸 사용자가 물내리고 나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제 똥도 급한 상황이기에 저는 떨리는 손으로 문고리를 벗기고, 이번칸으로 들어가 앉았습니다.
이렇게 마무리가 되는 줄 알았지만 그 순간 화장실에 다급한 발자국 소리를 내며 한남자가 등장했습니다.
그는 일번칸을 "똑똑똑" 두드렸고, 일번칸 사용자는 "똑똑" 화답했습니다.
이번칸을 "똑똑" 두드립니다. 대답을 기다리기 어려웠는지 제가 화답하기도 전에 열려있는 삼번칸 문을 보고 그쪽으로 뛰어들어가 문고리를 잠그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아이... 씨..." 방금 전의 저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이 남자.
저는 다시 갈등상황에 봉착했습니다.
'어쩌지? 누르지 말라고 알려줘야하나? 근데 그랬다가 내가 싸놓은줄 알면 어떡하지?'
"쿠어어어~"
제가 망설이던 사이, 급했던 그 남자는 레버를 내렸고,
"어어어어어? 으아아악!!"
비명소리와 함께 물이 넘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잽싸게 위험신호를 보내주지 못한 미안함과, 폭탄돌리기 게임에서 승리한것 같은 묘한 기쁨이 교차하던 순간.
이번칸과 삼번칸의 칸막이 아래 틈으로!!!
범람한 똥물이 흘러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앉은자세에서 발을 최대한 올려 이번칸 문에 다리를 지지하며 버텨내었고,
변기 위로 쪼그려 앉아 뒷처리를 한 뒤
문을 발로 차 연 다음 점프해서 냄새나는 황하를 건너려고 하였으나
결국 좀 밟긴 하였습니다.
저는 좀 밟고 말았지만, 그 남자는 어찌 되었을까요.
급똥은 사람의 판단력을 흐리게 합니다.
하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 아무리 똥이 급하더라도 마음속에 새기며
즐겁고 안전한 배변생활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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