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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10/07 04:32:46
Name 표절작곡가
Subject [일반] Ich liebe dich - L. v. Beethoven
유명한 가곡이죠~ 베토벤의 '당신을 사랑합니다'입니다..

오늘은 이 가곡을 소개하면서 
늘 그랬듯이 딴 이야기로 새도록 하겠습니다...크크

일단 듣고 갈께요~
2분 밖에 안되니 인내심을 가지고 잘 들어주세요~~


자 그럼 자문자답해가면서 썰을 진행해가겠습니다...

#첫 음 Ich에 해당하는 '레'를 뭐라고 할까요??

네, 못 갖춘 마디라고 합니다...
이 곡은 4분의 2 박자인데 8분음표 하나만 왔으니 완전히 갖춰지지 못했죠~

#그럼 박자라는게 왜 있나요??

박자라는 건 주기마다 강박이 돌아오는걸 체계화 시켜놓은걸 말합니다...
이 곡 같은 경우에는 4분음표가 두번 지나갈 때마다 강박이 반복됩니다.
연주자는 강박과 약박의 차이에 큰 의미를 두죠~
음악 시간에 배웠죠~? 강약 강약~~

자, 패턴이 파악되십니까??크크

#그 패턴이라는거 어떻게 적용되나요??


첫, 네 마디를 그려봤습니다..
그냥 콩나물로 보이시겠지만 여기엔 일정한 악센트를 넣게 되어있습니다...

네 맞습니다... 바로 강박에 들어오는 음에 악센트를 줍니다...
다음과 같이 불러야하죠~

Ich liebe dich, so wie du mich, am Abend und am Morgen,

볼드체로 된 부분에 자연스럽게 악센트가 들어가게 됩니다...
이걸 잘 살려주는게 음악적이죠~
그리고 악센트를 잘 살려주라고 베토벤님이 친히 점을 찍어 두셨네요~
그러면 원 리듬에서 1.5배 더 길어지기 때문에 강세를 주기 편합니다...

볼드체로 된 부분 뜻이 뭐냐구요??

liebe - 랑해
wie - 처럼
Abend -
Morgen -

시에서 조금 중요한 포인트 마다 강세가 왔군요~
이게 가곡을 잘 쓰는 포인트입니다...

그럼 번역해서 가곡을 부르는 우리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보자구요~
제가 발번역을 했습니다...
존대어로는 도저히 못 맞출거 같아 반말로~~
숫자 1,2는 1,2절이 있다는 뜻이 아니구요,, 제가 번역한 첫 번째 안, 두 번째 안이라는 뜻입니다...
음악시간에 외국곡을 괜히 원어로 배우는게 아니에요~

각각 강세가 붙는 뽀인뜨를 볼까요??

1. 나도 너 처럼 널 랑해 밤나 또 아이나
- 조사 따위에 강세가 붙는 어색함이 보이죠~

2.사해 나도 처럼 밤나 또 아이나
- 랑 이나 침 같은 곳에 강세가 붙는군요~

물론 제가 발번역한 것도 있지만,,
멜로디를 손보면 한국인에게도 운율이 맞는 선율을 만들 수는 있습니다...
물론 개작 수준으로 가야합니다...!!!
그랬다간 빈에 계신 베토벤님이 무덤에서 일어나서 독일 모처에 있는 저의 멱살을 잡을지도 모릅...

#개작이라구요??

자, 우선 못 갖춘 마디부터 제거합니다...

#왜요?

지금 알고있는 모든 한국의 민요들 다 떠올려보세요~
아리랑, 밀양아리랑, 도라지, 새야새야.......
못 갖춘 마디가 있나요???

못 갖춘 마디는 지극히 서양 언어적인 요소입니다...
서양의 언어는 유럽인도어족,,
그 중 음악이 발달된 두 언어를 보자면,,, 독일어, 이태리어죠~
(영어, 프랑스어로 확장시켜도 마찬가지입니다...)
둘 다 관사가 있고, 문장 두 번째 자리에 동사가 오죠~

I was a car,,,,이걸로 멜로디를 쓴다면 I 를 못 갖춘 마디 처리~
A car was me,,,, 이걸로 멜로디를 쓴다면 A를 못 갖춘 마디 처리~~
각각 볼드체 된 부분이 강박에 오고 자연스럽게 액센트가 붙겠죠~

즉, 두 번째에 오는 단어를 강조하기위해서 못 갖춘 마디가 쓰입니다...
그게 원리죠~(콩라인??)

이게 한국의 언어와 맞지가 않습니다...
관사도 없고, 문장 끝에 동사가 가는데
보통 끝부분은 다나까~~ 
즉 의미가 적은 단어가 긴 음으로 노래하게 된다는 결과를...

그래서 외국곡을 번역해 올 때 이게 가장 난해한 점입니다...
뭐 딱히 팝송을 번역해 오진 않죠~
그건 뭐 영어로 부르는게 폼나기도 하고~크크크

보통 어디서 문제가 터지냐하면,,,
교회에서 회중 찬양할 때와 오페라에서입니다!!

교회 회중 찬양을 다 영어로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적당히 번역해와서 노래 부르는데 이게 다 삐그덕거립니다..
그래도 그거 감수하고 다 그냥 부릅니다...
오히려 번역보다는 아예 가사를 새로 쓰는 걸로 극뽁을 하는 면이 있죠~
원어에서의 대체적인 의미만 적당히 가져와서 말이죠~

그리고 오페라에서는 고민이 크죠~
한국어로 부르자니 뭐가 안맞는게 많죠~
보통의 성악가는 원어로 부르는 걸 선호합니다...
애초에 그렇게 배웠구요~
한국어로 부른다고 관객이 더 잘 알아듣고 그러진 않습니다..
애초에 작곡이 그렇게 된게 아니어서 발음도 잘 안들리고
강세도 이상한데 가 있어서 알아듣기 난해하죠~ 한국어인데....
차라리 원어로 부르고 위에 자막을 까는게 더 편합니다~~

#그럼,,,한국인이 한국어로 된 가사로 곡을 쓰면 기똥차겠네요??

음,, 여러분이 잘 아시는 애국가입니다...

안익태 선생께서는 한국어에는 못 갖춘 마디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아셨는지
강박에서 바로 시작을 하죠~
근데 문제가....
해~가 첫 박의 동보다 더 강조되었죠~
해가 더 높은 음인데다가 더 길죠~~
그러면 첫 박인 동이 못 갖춘 마디처럼 들립니다...
결국 박자감을 잃어버리게되죠~~
몇 십 년을 쭉 불러왔으니 그냥 익숙해서 부르는 겁니다만,,,
어색하긴 많이 어색합니다~~

나름 결론을 내자면,,,
한국어와 서양음악과는 일단 궁합이 안맞다.
그럼에도 한국 음악인들이 그냥 다 감수하고 음악활동을 하는 것 뿐....
즐기는 한국인도 의외로 별로 신경 안쓴다.....크크크

....

쓰다 보니 길어졌네요~
자, 이 가곡의 아름다운 선율을 다시 떠올려보세요~^^

이히 ~베 디히 조 두 미히 암 ~벤트 운트 암 ~르겐 사랑선 안될게 너무많서 더욱 슬퍼지는 것 같아~~~

(이거 기억하면 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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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썰물
15/10/07 04:47
수정 아이콘
아주 오래전에 문고판으로 된 서울음대 교수님이 쓰신 한국음악의 이해인가 하는 책에 비슷한 내용을 본적이 있습니다.
당시 찬송가 한곡으로 설명을 하셨는데, 못갖춘마디 였어요.
영어로는 전부 중요한 명사 같은 곳에 첫박이 들어가는데 한국말로 번역해서 부르니 조사나 어미에 전부 첫박이 들어가서 가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당시 그것보고는 그렇기도 하겠고 어쩌면 딱 그런 예를 하나 잡아 오셨나하고 말았는데, 윗글을 보니 그렇게 생겨먹었네요.

역시 좋은 음악지식 고맙습니다. 오랫만에 독일 가곡도 하나 듣고.

나중에 글 모아서 책한권 내시지요, "음악과 친해지자" 같은 제목으로.
표절작곡가
15/10/07 04:56
수정 아이콘
아이쿠~

제가 그 정도 필력은 안됩니다...ㅠㅠ
아리아
15/10/07 06:16
수정 아이콘
이야 이런 면은 평소에 생각을 못했는데 재밌네요
한국어와 서양언어의 차이로 인해 음악까지 영향을 받는군요
가장자리
15/10/07 08:21
수정 아이콘
근데 한국 민요중에서 양산도 가락은 세박자 중에서 두번째 박에서 강세가 오는 것 아닌가요? 밀양아리랑이라던지 진도아리랑 같은 거요.
못갖춘 마디 쓰지 않고서도 그냥 강세 배치를 그렇게 하는 것 같은데...
표절작곡가
15/10/07 12:22
수정 아이콘
못갖춘 마디는 안 써도
강세를 옮겨오는 방법은 쓰죠...

그런게 매력이기도 하구요..
방과후티타임
15/10/07 08:42
수정 아이콘
에이...보이지않는사랑은 나온지는 오래됐지만 워낙 유명한노래라 아재가 아니라도 다 알겁니다. 예, 진짜로요.....정말....아마도....
15/10/07 09:30
수정 아이콘
우와 진짜 뭔가 곡의 흐름을 이해하기 쉽게 잘 설명해주셨네요. 좋을 글 잘 읽었습니다.
글제목만 보고 신승훈 목소리가 떠올라도 아재가 아직 아니라 믿습니다.
근데 보이지 않는 사랑 나온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는 20여년 전..ㅠ
15/10/07 10:00
수정 아이콘
그래서 개사를 할때는 대충 이렇게..
[사]랑해 나도 [너]처럼, 한[밤]에도- [아]침도
그래도 원곡에 비할 수는 없어요. 애초부터 가사를 감안하고 곡을 쓴거니까...

찬송가나 명성가 부를때, '으', '의' 같은 발음에 강세 올때는 진짜... 으아아...
표절작곡가
15/10/07 16:30
수정 아이콘
그래도 위 번역이 좀 더 낫네요~~

'나도'에서는 음을 쪼개야하고~
'도~'는 음을 붙여야하겠네요~

리듬 붙이고 쪼개기를 하면
원래 선율과 조금 동떨어지겠지만,
굳이 번역해서 불러야한다면 그렇게 하는게 맞죠~
15/10/07 11:12
수정 아이콘
음알못인데도 표절작곡가님 글을 읽으면 술술 이해가 됩니다~

고등학교때 Ich liebe dich 이 곡으로 음악시험 봤을때가 기억나서 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감사해요~
도언아빠
15/10/07 11:19
수정 아이콘
음악도 좋고 글도 좋습니다. 그런데 못갖춘 마디의 경우 맨 뒤에서 합(?)이 맞도록 해주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건 꼭 지켜야 하나요? 위의 곡에서는 쉼표라서 별 중요한 것 같지 않은데 말입니다. 그냥 궁금했습니다...
표절작곡가
15/10/07 12:15
수정 아이콘
관습에 가깝습니다...

대규모 관현악곡 보면
그런거 무시하는 경우도 많아요..
도언아빠
15/10/07 12:22
수정 아이콘
그렇군요. 어릴 때부터 궁금했지만 아무도 답을 잘 안 해주시더라구요.
15/10/07 13:23
수정 아이콘
일반 노래(?)의 경우에는 1,2,3,4절... 이렇게 이어 부르는 경우가 있어서, 박자가 어긋나지 않도록 하는 의미인 듯 합니다.
적어도 찬송가의 경우에는 그래서 전부 맨 뒷 마디가 못갖춘마디에서 당겨쓴(?)만큼 빠져있죠.
세인트
15/10/07 11:55
수정 아이콘
항상 읽기쉬우면서 예시도 잘 드시고 그러면서 유익하고...
버릴 게 없네요.
그리고...
신승훈을 모른다고 우기고 아재가 아니라고 우기면서 턴을 마치겠습니다.
표절작곡가
15/10/07 16:27
수정 아이콘
전 신승훈을 언급한 적이 없....

크크크크
세인트
15/10/07 16:48
수정 아이콘
사실 제가 찔려서 쓴 거라곤 말씀 못드리겠습니...ㅠㅠ
15/10/07 12:03
수정 아이콘
못갖춘 마디가 저렇게 쓰이는 거였군요
15/10/07 16:56
수정 아이콘
그나저나... 글과는 별개로... 이런 농담이 생각나는군요.

- 각국의 사랑 고백 -
한국: 싸랑해~♡
미쿡: 알라뷰~♡
프랑스: 봉쥬르~♡
독일: 이킈! 릐붸! 디킈!!
친절한 메딕씨
15/10/08 13:16
수정 아이콘
이 노래가 바리톤 아리아 군요...!!

역시 독일어 발음이 어렵긴 해도 노래하기엔 정말 편하지 싶습니다..
반면 한국어로 번역해 놓은거 부르려면 너무 힘들어요...
표절작곡가
15/10/08 16:23
수정 아이콘
가곡은 성부 구분을 따로 하지 않습니다..
테너든 소프리노든 불러도 상관 없어요~
물론 높은 쪽으로 이조는 하겠지만요..

아리아는 오페라 용어입니다..^^;;
가곡에서는 그 용어 쓰지 않아요~

예를 들어 아이유의 좋은 날을
보고 소프라노 아리아구나 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에요~~

가곡은 그 시절 유행가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친절한 메딕씨
15/10/08 16:42
수정 아이콘
이 노래는 그냥 가곡이란 말씀이신가 보군요...

일반적으로 오페라에서는 테너, 바리톤 정도는 구분을 합니다...
아니... 구분이 이미 되있다고 말해야 하나요?????
표절작곡가
15/10/08 17:13
수정 아이콘
작곡가는 오페라를 쓸때 캐릭터에 맞게 성부를 구분해서 씁니다..
즉 애초에 성부가 정해지는거죠...

그런데 가곡은 그렇지 않아요...
물론 성부에 맞게 이조는 하겠지만요..

그래서 가곡에서는 성악가의
기량을 뽐내는 것 보다는
가사의 의미를 음악적으로
되새기는 작업을 보통 합니다..
15/10/08 21:03
수정 아이콘
음악이 언어에 의존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구체적인 예로 알려주시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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