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힘든 연애하고 계신분들을 위해 쓰는 1인칭 시점의 '픽션'입니다.
1편은 요기
https://pgr21.com/?b=8&n=60671
-------------------------------------------------------------------------------------------------------------------
잠시만 돌아가서 더 과거의 시점으로 가볼게요. 그녀에게 딴 남자가 있을거 같다고 심증을 가지면서도, 굳이 캐지 않았던것은 이유가 있었습니다. 내가 심증을 가지고 여친을 추궁했을때, 물증이 없고 심증이기에 그녀가 진실을 이야기할거 같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진실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면 아니라고 할텐데, 그녀가 나에게 아니라고 말을 한다면 믿을것이냐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는데, 제 생각에 나란 인간은 절대 그말을 안믿을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어차피 아니라고 해도 안믿을것이라, 굳이 묻지 않았습니다. 증거를 캐낼수 있는것은 캐보려고 했는데, 핸드폰 뒤지고 뭐 이런건 별로 안하고 싶어서 안했습니다. 그걸 하지 않으니 캘수 있는 것도 어차피 없더라고요.
여튼 저의 그말을 들은 그녀는 갑자기 눈물이 그렁그렁 해져서는 "오빠 이제껏 알고 있었어?" 라며 펑펑 울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저의 심증이 역시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을 하며, 그녀에게 당시의 약속대로 제안을 하려고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어차피 묻어두고 받아줄거니깐 어떤 관계의 남자냐는 물어볼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실상을 들으면 마음이 바뀔수 있고 아니더라도 생각이 들어 찝찝하니깐요. 그래서 내용은 듣지 않고 '지금 정리하면 없었던 일로 해주겠다. 그게 당장은 안되면 짧은 유예는 주겠다. 이정도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는 넌 아웃이다.' 뭐 요정도 마음을 먹고 있었죠. 그때였습니다. 펑펑울던 그녀가 감정에 복받쳐서 울먹거리며 말을 꺼낸건..
"미....안...해ㅠㅠ 오빠 미..안해ㅠㅠㅠ" 우느라 말을 잘 잇지도 못하더라고요. 저는 너무 울고 있는것에 마음이 흔들렸지만, "그렇게 미안해할 짓을 왜 했냐"고 단호하게 이야기했습니다. 그러자 울면서 말을 이어가더라고요. "돈....돈이...ㅠㅠ 필요ㅠㅠㅠ했어...."라고.
전 그 순간 뒷통수를 망치로 쳐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전 유흥의 유자와도 관련이 없던 순진한 복학생 시절이었습니다. 전 정말 단순히(?) 여친이 바람을 피고있다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만 알고 있었지, 저와 별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일거라 생각했어요. 그리고 막연하게나마 관련 상상을 할때, 정말 그런곳에 가면 연예인급들이 득실득실하겠지? 그러니깐 돈을 주고라도 만나고 싶겠지? 라고 생각을 하며 상상하고 있었는데...(당시 아무것도 모르던 저만의 생각인거죠.) 여친은 저의 상상속의 이미지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그래서 그쪽 관련으로는 조금도 생각지 않았었기에 엄청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머리속 전구에 불이 확 들어오더라고요. 아 그랬구나...그래서 그랬구나.. 무려 한주에 6회의 술자리를 가지면서 내가 같이 한잔 하자고 하면, 자기는 술을 별로 안좋아하니 다른걸 하자고 했었는데, 그땐 거짓말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래서 그랬었구나.. 술에 거나하게 취해서 '오빠 나같은 여자 만나도 되겠냐'고 물어본적이 있었는데, 그래서 그랬구나..
아무말없이 침묵이 흐르다 5분쯤 뒤에 평정을 되찾고 제가 다시 물었습니다. "당연히 돈이 필요했겠지. 다들 그 이유일껄..?" 그렇게 어색함이 없이, 제가 몰랐다는것을 숨기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갈수 있었습니다. 전 간략하게 지난 사정을 들을수 있었고요. '오빠는 신기하게 알아챘어. 이전 남친은 전혀 몰랐었는데 자기가 마음에 찔림이 있어서 그만 만났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뒤로 남자는 절대 안만나려고 했었는데 그날 처음 오빠만난날,오빠를 만나서 즐거웠어서 계속 만나고 싶었다' 라며 펑펑 울더라고요. 나도 몰랐지만, 다 알고 있었던것처럼 어떻게 그걸 모르냐며 우는 여친을 위로해주며, 오늘 내가 할말은 다 했으니, 너도 갑작스러울테니 좀 생각을 해보고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자며 돌아왔습니다.
집에 오는 길에 의구심이 하나 들었습니다. 제 후배의 대학친구였던 여친. 제 후배가 다니는 학교는 이야기를 들으면 다들 그래도 학창시절에 어느정도 공부는 좀 했겠네 라는 생각을 할만한 학교였어요. 그리고 여친은 제 후배와 같은 학교를 다니고 있는것은 '확인된 진실'이었습니다. '돈이 필요하다고 반드시 그래야만 했나..' 라는 생각이 들었었어요. 물론 그만큼 벌진 않아도 노력하면, 사교육시장에 투신을 하든, 취업을 하든 굳이 다른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하는 이유는 없어보였습니다. 물론 액수야 차이가 나겠지만요. 그때부터 저는 조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는데 당시 유명한 유흥사이트들에 가입을 해서 눈팅을 시작했어요. 질문 글도 올려보고 그랬습니다. 실상이 좀 궁금했거든요. 실상을 어느정도 조사한 뒤의 저의 결론은 '그녀 본인을 위해 관두는 것이 옳다' 였습니다. 내가 이거 하나만큼은 그녀를 위해 해줘야겠다.
어느정도 조사를 하고 다시 만나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만두자고. 말을 했듯, 일을 그만두면 없었던 일로 해주겠다고. 당시 대학원을 컨택중이던 그녀였는데, 일 그만두고 대학원 가지말고 취업하자고 했습니다. 그건 내가 도와주겠다고. 시간을 달라고 하더라고요. 알겠다고 했습니다.
일은 제 생각보다는 빨리 그만두더라고요. 그리고 그 결과 돈때문에 가진 가방이랑 악세서리도 몇개 팔았습니다. 팔면서 내가 오빠때문에 가방도 팔았다고 말하다가 대판 저한테 깨졌습니다. 그게 왜 나때문이냐고. 너 아직 정신못차렸구나? 뭐 그런거죠. 다만 일을 관두고 좀 찝찝한 일들은 지속적으로 발생을 시키더라고요. 지금 고착되어있는 시스템의 문제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대로는 아무것도 안되겠다. 번호부터 바꾸자 바뀐 번호에 이전 인연들은 모두 담아버리자라고 했습니다. 저항도 있었지만 대부분 제 뜻대로 해줬습니다.
가끔 술을 먹으면 자존감 부족에 괴로워하긴 했습니다. 그것을 보니 제가 이것 하나 더 해줘야겠다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본인을 너무 자책하지 말고 자존감을 세워주자. 내가 널 언제까지 만날진 모르겠지만 이것하나만큼은 해주겠다. '너 나쁘지 않았어. 괜찮아. 능력있는 남자 호구잡아서 인생 편하게 살아보려는것보다는, 받은만큼 제공하는게 낫다고 생각해.' 잘 됐을까요? 제가 보기엔 만나던 당시에는 어느정도는 회복은 됐습니다. 제가 헤어지자고 했던 날, 자기도 언젠가 이런날이 올줄알았다라며 자신도 염치가 있는 사람이라며, '그래도 오빠,동생으로 연락하는건 괜찮지?' 라며 덤덤하게 보내주더라고요. 그러는걸 보면 완전히 회복은 못했던거 같기도 하고.. 헤어진 이유는 그일에 관련된 것은 아니었고 저의 고질적인 문제였다고 생각하고 그 일이 없었어도 헤어졌을거라 생각하지만, 완전히 0%냐라면 대답하기 힘드네요.
저는 지금도 가끔 여자때문에 어려움을 겪으면 그때 생각을 합니다. 그날의 찌릿찌릿했던 뒷통수를 기억합니다. 그러면 지금 겪는 일은 별일 아니더라고요. 실제로 그 뒤로 그때보다 충격적인 일은 연애하면서는 겪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 일련의 과정들로 저란 사람이 많이 자랐습니다. 정말로. 연애하시며 어려움을 겪는 분들도 지금의 일들이 나중에 돌이켜보면 큰 밑거름이 되어서 큰 나무를 만들지도 모릅니다. 힘내세요.
-------------------------------------------------------------------------------------------------
큰 골자는 미리 써놨는데 제가 좀 게을러서 디테일을 수정하며 틈틈히 마무리하느라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이번 픽션은 생각보다 빨리 후속편을 써서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