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김무성이 “네이버·다음, 여권에 더 부정적…국감 불러 따진다”고 하고 “노조 쇠파이프가 없었으면 3만불 넘었다”고 하고 “한국사를 국정 교과서 도입”하겠다고 하는 등 거침없이 야욕을 쏟아내고 있다. 이런 일련이 흐름을 보면 복풍이 다시 먹히고, 야당은 오합지졸이고, 40프로에 가까운 국민들의 견고한 지지와 적지 않은 중도층이라는 이들이 어차피 그 놈이 그 놈이라는 생각으로 투표를 포기하거나 힘있는 여당을 택하는 현실이라는 것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된 것 같다. 물론 역풍을 걱정하긴 하지만 유리한 언론 지형으로 관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결국 그들은 지금 보다 더 강한 독재를 합법(?)이라는 이름으로 하고 싶고, 그것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느끼기에 그들의 권력을 유지하려는 의지와 지배력을 확대하려는 욕망은 거의 종교적이다. 힘있는 놈들이 더 간절하게 열망하고 있다. 반면 야당이나 일부 진보(요즘은 진보 팔이라고 하던데)세력들은 그나마 가지고 있는 지분 챙기느라 급급하다. 영혼이라도 팔아서 권력을 가지려는 이들에 비해 야권의 대응은 너무도 안이하고 한심할 정도로 나이브하고 째째하다. 그들에게서 간절함이나 절박함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이런 현실에서 정치 지형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솔직히 암담하고 아득하고 끔찍하다.
2. 내가 생각하기에 지배세력들은 집회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알고 있는 것 같다. 2008년 촛불 집회이후부터 쌓아온 경험으로 집회를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매뉴얼이 확실히 만들어진 것 같다. 얼마전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보이스 피싱과 관련된 내용을 방영한 적이 있었다. 그 내용 중에 흥미로웠던 것 하나는 보이스피싱을 하는 사기꾼들의 진화였다. 특히 수많은 실패가 데이터화 돼서 성공적인 사기를 위해 동원된다는 것이다. 너무나 심리학적이고 과학적인 방식에 놀라웠다.
어쩌면 지금의 지배세력도 2008년 이후 집회의 성격이나 흐름이나 분위기 등에 대한 연구를 한 것 같다. 그들 나름대로 이런저런 실험을 하면서 대응 매뉴얼을 꼼꼼하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정확하게 어떤 진단과 대응 방법을 만들었는지 알 수 없지만 집회를 원천적으로 막는 방법은 쓰지 않는 것 같다. 어차피 큰 위협이 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안다. 다소 불편하고 더러 위협적인 느낌을 받을 때도 있지만 집회가 확산되지 않으리란 것도 알고 있다. 적당히 길을 열어주고 그 안에서만 움직일 수 있도록 언론과 경찰력을 가지고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했다고나 할까.
더 이상 지금과 같은 집회가 정권이나 지배체제에 위협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긴장을 놓치 않지만 현재까진 관리를 아주 잘 하고 있어 보인다. 박근혜는 멍청할지 몰라도 새누리나 박근혜를 보좌하는 세력들은 멍청하지 않고 아주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2-1. 지배세력들은 대한민국을 어떤 방식으로 통치를 하면 되는지를 안다. 멍청하고 양아치처럼 보이지만 그들은 계속해서 쌓아온 데이터가 있고, 그것을 해석해서 대응안을 만들어낼 돈과 머리가 있다. 내 생각엔 야권 성향이나 진보쪽 사람들은 그들을 너무 과소평가한 것 같다. 요즘은 그들이 세다는 걸 인정하고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성찰을 시도 하고 좋은 전략과 전술을 고민하지만 여전히 돌파구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지배세력들은 이런저런 실험을 수시로 해보는 것 같다. 치고 빠지며 외연을 확대하고 있다. 그들은 실험을 하기에 너무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든든한 지지 세력과 언론과 공권력(경찰과 검찰)... 더욱이 그들은 어떻게 하면 지지 세력을 결집하고 동원할 수 있는지, 그들의 트라우마가 무엇인지, 그들의 불안과 두려움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보이스피싱 사기꾼들의 진화처럼 지배세력의 진화속도도 생각 보다 빠르다. 겉보기엔 촌스럽고 거칠고 매력이 없어 보이지만 돌아보면 그런 게 다 먹히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어떤 게 먹히는지 그들은 안다.
3. ‘그래, 이렇게 망해버려라, 병신 같은 국민들은 아주 당해야 돼, 아무리 당해도 정신 못차리니까 망해버려야 돼’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정말 이렇게 가면 망하게 될까? 그리고 만일 망한다면 거기서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 뭐, 망해도 상관없고 지구상에서 대한민국이 사라져도 괜찮다고 생각하면 그런 걱정을 할 필요도 없을 거다. 사실 그런 일은 없겠지만 대한민국이 사라지는 건 나 역시 상관없다. 그리고 망해버리라는 등 분노로 쏟아내는 사람들의 말이 지옥 같은 현실에 대한 배설이기 때문에 때로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해보면 보통은 두 부류인 것 같다.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과 그럭저럭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은 자기 혼자 죽는 게 억울해서 같이 죽자는 심사이다. 그럭저럭 먹고 사는 사람들은 정권이 바뀌어도 먹고 사는 데 큰 어려움이 닥치지 않는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직업의 안정성이 확실하게 보장되고 연봉이 많은 건 아니지만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는 되는 사람들이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의 무기력과 답답함은 나도 경험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어쩌면 출구가 보이지 않는 현실에서 한 방에 상황을 정리할 수 있는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모든 사람들이 같은 출발 지대에서 경기를 할 수 있다면 평등이 실현이 되는 게 아닌가,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말하는 이들과 있으면 솔직히 불편하다.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이야 자신을 배신한(?) 세상에 대한 원망과 한이 깊어서 그러니 비슷한 처지인 나도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이해는 된다. 반면 지금 같은 상태가 이어져도 별다른 어려움을 당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이들이 하는 저주의 말을 듣고 있으면 역겨울 때가 있다. 그들에겐 냉소가 하나의 놀이인 것 같아서 이다. 자신들은 별로 손해볼 것도, 지금 가진 것을 잃을 걱정이 없기 때문에 마음껏 뇌까린다. 인간에 대한 애정 보다는 냉소와 원한 감정만 느껴진다. 벼랑 끝에 몰린 이들의 절망감과 그런대로 버틸 수 있는 이들의 냉소를 만날 때면 새누리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만날때 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거북할 때가 있다.
4. 총선에서 지금의 야권이 과반을 넘거나 과반에 가까운 의석을 얻을 수 있을까. 새정연 말고도 교섭단체가 지금의 야권에서 탄생할 수 있을까. 솔직히 과반 의석 보다 새로운 야권의 교섭단체가 만들어지는 걸 보고 싶기도 하다. 또한 대선에서 지금의 야권의 인물이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어느 인물도 만족스럽지 않고 매력을 느끼지 못하지만 야권의 인물이 대통령이 된다면 지난 보수 정부때 보다는 좋아질까. 아치피 그놈이 그놈이라고 욕을 하고, 별로 달라지지 않을 거라 말하지만, 나는 적어도 지난 두 번의 보수 정부보다는 나아질 거라 생각한다.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에 대해 아쉬움이 많지만 그때가 자유의 범위나 언론 환경이나 경제 상황은 더 좋았다. 경제와 관련해선 여러 복잡한 논의와 연구와 분석이 필요하지만 연이어 이어지고 있는 보수 정부 시절 보다 지표상으로도 차이가 난다.
물론 지금의 야권이 집권 의지나 능력, 그리고 집권 후의 역량과 비전이 있느냐에 대해 몹시 의문을 갖을 수밖에 없긴 하다. 집권하면 뭘 하고 싶은지가 선명하게 그려지지 않는다. 그러니 왜 집권해야 하는지 많은 사람들에게 호소력을 얻고 있지 못한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번에 마저 총선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내지 못하고 대선에서 변화를 이루어내지 못한다면 영영 기회를 잃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나는 지난 보수 정권은 일종의 압축성장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이해하며 위안을 했다. 사람이 몸이 자라면서 정신도 함께 자라야 건강한 성인이 되듯이 우리 사회도 눈부신 경제발전에 걸맞게 의식이나 정신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아프지만 치루어야 할 대가라고 생각해서 성장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고통은 성장을 촉진하기 보다는 죽음의 그림자가 되어서 우리 사회를 집어삼키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내가 가장 걱정이 되는 건 그렇지 않아도 야권이나 중도층의 많은 이들이 무기력에 빠져 있는 데 총선과 대선에서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도무지 헤어 나올 수 없는 무기력으로 빠질 것 같아서 이다.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사람들은 더 거칠어지고 예민해질 거고 여유를 잃어버릴 거다. 집회 현장은 더 쓸쓸해질 거고, 패배의식은 심해지고 냉소가 팽배해질 것 같다. 그 어떤 것보다 우선적으로 정상화 되어야 할 언론은 회복 불능이 될거고, 경찰력과 검찰은 정권의 칼로 확고하게 자리 매김을 할 거다. 법원의 양심은 더 위축될거고, 재벌 등 기득권 세력들은 촘촘하게 국민들의 골수를 빼먹을 거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분노하지 않을 거다. 그럴만한 에너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더 적합한 방식의 통치와 관리를 통해서 자신들의 권력의 생명을 연장할 영구체제를 완성해갈 것이다.
내가 예언자는 아니지만 이번에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끝일 것 같다. 설령 이번이 아닌 다음에 천운으로 집권을 한다고 해도 엉망으로 만든 나라를 재건하다가 다시 정권을 넘겨줄 거기 때문이다. IMF로 망가진 나라를 다시 세우느라 김대중과 노무현때 한 일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속된말로 거대한 똥을 싼놈들의 똥을 치우는데 많은 사람들은 싼놈 보다 치우고 있는 이들에게 욕을 했었다. 왜 제대로 못치우냐는 것도 아니었다. 집단 기억상실이라도 걸린 건지 치우고 있는 이들에게 왜 쌓냐는 식으로 비난하고 욕을 해댔다. 물론 사람들만 탓할 일은 아니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당장에 성과를 내놓으라고 한다. 그런 요구에 분명한 철학과 의지와 비전을 제시하면서 설득하지 못한 정치력이 아쉽지만 당시에 욕을 퍼붓던 많은 사람들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고 생각한다.
5. 오전에 기사 보고 빡쳐서 주절거렸다. 그럼 무얼 할 수 있을까? 제도의 변화, 구조의 변화, 체제의 변화는 한 개인이 이루어낼 수 없다. 분명 같이 해야 되는 일이지만, 나 같은 작고 힘없는 인간이 정말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누구의 말처럼 한 걸음 내딛는 것, 나의 일상을 잘 살아내고, 내가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가끔일지라도 아파하는 이들의 곁이 되어주는 것. 별로 대단해 보이지 않고, 조금도 세상의 변화에 영향을 주지 못할 것 같은, 진부하다는 말을 듣기까지 하는 방법 외엔 솔직히 모르겠다. 대단히 창의적이고 놀랄 만큼 새로운 방법이 있을까. 소시민인 내가, 그리 생각도 깊지 못하고 공부도 별로 하지 않은 지금의 나로서는 남다른 대안이나 방법을 제시하거나 만들어낼 순 없을 듯하다. 다만 알고 있는 거라도, 생각하고 있는 거라도 행할 수 있는 실천적인 의지가 있다면...
5-1. 이 글은 결국 미완으로 끝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미완의 글을 쓰며 공부해야 겠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든다. 이제 좀 어려운 책을 읽는 데 도전도 하고, 더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서 그들의 이야기도 듣고 질문도 하고 현장의 소리에도 더 예민해져야 될 것도 같다. 이내 의지가 느슨해지고 마음이 흐릿해지고 여전히 무력감으로 힘들긴 하지만 오늘은 어떻게든 반걸음이라도 내딛고 싶은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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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는건 그냥 살아가는 겁니다. 한걸음, 반걸음은 커녕 뒤로 밀려나더라도 어떻게든 악착같이 사는 겁니다. 이런 자세를 비웃는거야말로 여유 있는 자들의 냉소입니다. 기울어진 운동장? 60,70,80,90년대에 비하면 지금 이정도는 평지에다가 거의 탄탄대로나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절망이 아무리 커봐야 516 518 삼당합당 시절만 하겠습니까? 정권이 아무리 다음을 털어봐야 인터넷 없던 시절만 하겠습니까? 물론 김대중 노무현 때보다야 못하게 느껴지겠죠. 근데 달도 차면 기울고 아무리 위대한 혁명도 반동이 따릅니다. 저 위대한 프랑스 혁명조차 나폴레옹 독재를 가져왔는데 노무현 같은 파격적 인물이 언제까지고 계속 나올순 없는거고 이런 시절이 있으면 저런 시절도 있는거죠. 그래프는 오르락 내리락 하고 당장은 바닥을 뚫고 지옥까지라도 추락할것 같지만 긴 세월을 두고 전체를 보면 결국은 진보의 한 일환이자 시련이었다고 말하게 될 날이 올거라 믿습니다.
새누리 욕만 하기엔 새정치가 뭘 잘하나 싶습니다.
기본에라도 충실해서 사람들이 정말 뭘 원하는지 그에 맞는 정책들을 고심한 흔적이라도 있다면 뭔가 당장 다음 대선은 아니더라도
그 다음 대선에라도 기대해볼만 하겠는데..
인물도 딱히 없고, 다 같이 힘을 모아도 지금 될까 말까한 마당에 분열은 다 되서 뭘하겠습니까?
적어도 새누리 정치인들은 때되면 힘은 모읍니다.
그냥 하나에서 열까지 다 밀립니다. 막말로 새누리 못 간 사람들만 가는 곳이 새정치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니..
이게 정답이죠. 새정치가 못났어도 정권교체해야 정당이 점점 좋아지는건데 이런 생각들을 잘 안하는지라...
새정치가 정권을 잡으면 바꿀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고 새누리당은 자신들이 집권을 위해 좀 더 깨끗하고
제대로 된 보수의 길을 걷게 할 수도 있죠.
이런 생각을 하는 분들이 많아져야 그나마 대한민국 정치나 사회 시스템이 조금씩이라도 개선이 될텐데...
이번 대선 보면 알겠죠.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