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는 2000년대 중반 케이블채널을 통한 사실상의 전경기 중계 + 인터넷을 통한 생중계라는 어마어마한 권리를 확보합니다.

사실 이 때 무슨 수로 이걸 얻었는지 생각하면 좀 신기하긴 합니다. 한국 축구사에 유례없는 축구이벤트를 해치운 직후였고, 프로야구는 무려 약물복용자가 골든글러브까지 받고 태연하게 경기를 뛰고 있는데 아무런 이슈도 되지 않는 침체기. 거기에 대형 병역비리가 얽혀들죠. 물론 그래도 프로야구는 한국에서 손가락 안에 꼽히는 여가이긴 했지만 저런 대형 과실을 따 온 건 엄청난 노력의 결실이 분명합니다. 저 때 판타지리그도 네이버에서 운영했는데 이용규 이택근 서튼으로 줄세우고 기아에 싸고 잘던지는 투수가 많아 줄줄이 뽑아먹던 기억이 있습니다.


얼마 전 최진행에 대한 한국야구의 자세가 도마위에 오른 적이 있습니다.

구단이 최진행이 약물복용을 한 것을 알고도 2차검진 및 출장강요를 택한 것은 지겹게 논한 이야기이고
캐스터는 최진행의 스윙에서 정현석이나 이동현, 한기주 같은 선수들의 투혼과 같은 것을 읽어냈습니다.
해설자는 최진행의 발걸음에서 묵묵히 제 앞길을 걸어가는 투사의 의지를 역설하였습니다.
방송국은 최진행의 숨소리에서 1박 2일 외국인노동자 특집 비슷한 뭔가를 끌어내겠다고 팀 선배까지 불러서 출장인터뷰를 시켰습니다.

그리고 오늘, kbsn은 원정팀 팬들이 외부에서 단촐하게 응원하는 모습을 wbc 국대경기에서도 안하던 이원생중계까지 해가며 홈팀 시청자들을 아연실색케 했습니다. 경기화면이 평소의 1/5로 줄어든 것은 덤이구요.

위의 최진행 사건을 한번에 터뜨린 mbc sports+는 그동안 계속 어그로를 일으키는 중계방식이 조금씩 지적되어오다가 지금은 커뮤니티에서 불만이 빵빵 터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야구에 세운 공헌으로 모든 편파논란을 잠재웠던 허구연은 물론이요, 주간야구에서 온갖 변명을 대신 해주던 sbs 해설진 역시 욕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국내 광적인 축구팬들이 가끔 '언론 장악이다' 라고 할 정도로 어마어마해진 한국 야구에서 여기에 쓴소리를 한 것은 사실상 만화 두 편이 전부였습니다. 선수야 그렇다치고 그 많은 방송인들이 전부 한목소리인 것은 '야구인'이라는 자부심일까, 아니면 진짜로 전부 다 약 쳐먹고 경기에 나오고 있으니 걸린 놈으로 드라마나 찍자는 애티튜드 시절 빈스 루소같은 발상일까. 하긴 스포츠채널들끼리는 과거 북미 프로레슬링의 monday night war 비슷한 '월요일 밤 빼고' 전쟁을 하고 있으니 이상할 건 없네요.




앞서 언급했듯이 과거 한국야구는 약물파동, 병역비리, 승부조작을 넘고 넘어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내일 저 이원생중계는 어떤 반응일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먼 길을 걸어왔으니, 이제 다시 돌아 야구 앞에 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