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인이벤트 전의 모든 경기가 최소한 2라운드를 거쳤던 것과 달리 오늘의 메인이벤트 경기는 여제 론다 로우지에 의해 또 초살로 끝났습니다. 그것도 유도 베이스인 론다 로우지가 킥복싱 베이스인 베스 코레이아를 타격으로 실신시키면서 완전히 박살을 내 버린 충격의 결과였지요. 1라운드 34초 KO승. 베스 코레이아는 '론다는 그동안 펀치로 상대에게 데미지를 준 적이 없다.'라고 말하면서 아예 처음부터 타격으로 밀고 나가려고 도발했고. 로우지가 거기에 응수하며 그 뜻을 이뤘지만 상대의 펀치에 안드로메다행 열차를 타 버린 쪽은 론다 로우지가 아니라 베스 코레이아였습니다.(조금 아이러니한 건. 경기 종료 전까지 유효타를 더 많이 적중시킨 건 베스 코레이아였습니다.)
론다 로우지는 승자 인터뷰에서 "로디 파이퍼가 아버지와 함께 내 경기를 즐겼기 바란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아버지를 언급한 이유는 자살을 언급했던 코레이아의 부적절한 언행 때문에 로우지가 경기 전부터 열이 받아 있었기 때문이었고, UFC 190을 이틀 앞두고 작고한 전설적인 레슬러 '로우디' 로디 파이퍼가 언급된 이유는 자신의 별명 '로우디(Rowdy)'의 사용을 허락해 준 것이 다름아닌 '로우디' 로디 파이퍼였기 때문이지요. 론다 로우지는 경기 전날 SNS를 통해 그의 사진을 올리며 별명을 사용하도록 허락해 준 것에 대해 감사하고 내일의 승리는 당신을 위한 것이라고 애도의 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어쨌거나 베스 코레이아는 이로써 자신의 고국에서 자신의 주특기로 맞싸웠지만 1분도 버티지 못하고 실신당하며 제대로 체면을 구겼고 론다 로우지는 승리 기록을 12로 늘리며 6차 방어에 성공했습니다. 그나저나. 다음 상대로 미샤 테이트가 예정이 되어 있긴 한데 저는 벌써부터 미샤 테이트가 걱정됩니다. 같은 상대에게 세 번을 당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 한편으로 노게이라 형제의 노쇠가 안타까운 한 판이었습니다. 과거에는 한 가지만 잘 해도 이겼을지 모르지만 이젠 한 가지만 잘 해도 괜찮던 과거의 MMA가 아닌데, 선수간 기량차는 둘째치더라도 두 선수 다 한 가지 패턴만을 고집한 것이 패배의 원인이었다고 봅니다.
우선 형인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는 전성기만큼은 아니라도 끝까지 테이크다운 일변도의 전략을 수행할 만큼의 근성은 살아 있었지만, 그 고집이 결국 화를 불렀습니다. KO를 그간 꽤 당해서 그런지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어디까지나 겉보기로) 타격에도 휘청거리던 걸 보면 맷집이나 턱도 약해진 게 눈에 보일 정도였고 테이크다운 일변도의 전략도 약간의 성과를 보였던 1라운드를 제외하면 별로 효과적이지 않았습니다. 계속 상대를 밀어붙이며 어떻게든 스트루브의 중심을 무너뜨리려는 근성이 응답하기엔, 몸이 너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KO패 당하지 않은 게 용할 정도였습니다.
반면 동생인 안토니오 호제리오 노게이라는 펀치 일변도의 전략이 화를 부른 시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1라운드에 우위를 잡아 나가며 이기는 듯 했지만 이후 2라운드부터는 1라운드부터 간간이 터지던 바디킥에 데미지가 누적되고 테이크다운을 당하면서 경기 패턴이 꼬이기 시작했고 몸도 꽤 느려졌지요. 쇼군의 진흙탕에 같이 끌려들어간 호제리오는 펀치마저 둔해졌고, 그 상태에서 복싱 일변도의 전략으로 이길 수 있는 길은 없었습니다.
- 안토니오 실바는 1회에 정타를 좀 맞고 타격에서도 별 재미를 못 보고 그라운드에서 하위에 깔리는 등 공이 살려줬다 싶을 정도로 안 좋은 모습이었는데. 2라운드를 시작하면서 소아 파렐레이의 안색을 보니까 '이건 실바가 이겼네'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간단히 말해, 안토니오 실바와의 1라운드에 모든 힘을 쏟아낸 소아 파렐레이는 이어지는 2라운드에서 거짓말처럼 참패를 당했습니다. 그러나 실바도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엔 아직 넘어야 할 산들이 많아 보입니다.
- 그 외에 흥미있게 본 경기로는 비에이라와 로페스의 밴텀급 경기와 첫 번째 여성부 스트로급 도전자 결정전 경기가 꽤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1라운드에 길로틴 공방전이 벌어진 비에이라와 로페스 경기는... 참 근래에 잘 못 보던 시합이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스플릿을 예상했는데 경기 결과는 만장일치로 갈리더군요. 제가 보기에 로페스는 세 번의 길로틴 시도 때마다 너무 집착한 것이 화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한 번, 두 번 걸었는데 안 되면, 세 번째에는 적당히 빠지고 그 힘으로 차라리 더 때려줬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 오늘 꽤 괜찮았다고 생각하는 국내 중계진 멘트 : "그녀는 여전히 아름답고 강했습니다."
- The x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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